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101

백무동~한신계곡~세석~장터목대피소(1박)~백무동

12시경, 나른한 오후에 도착한 백무동주차장. 오늘 목적지는 한신계곡으로 올라 세석을 지나 장터목대피소. "5시간이면 되겠죠?" "어디로 가세요"라고 물어보는 입구의 공단 직원 세석을 지나 장터목으로 간다는 말에 위의 물음으로 물어보니 "6시간은 족히 걸려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한두 번 다닌 길도 아니지만 오래간만에 이 코스를 걷는 것이라 기억이 희미해 물어본 것이었다. 하도 짐승길만 다니다 보니 정작 지정 등산로에 대한 경험이 가물할 정도의 수준. 하지만 예전 추억을 떠올려 보니 5시간이면 충분할 듯하다. 백무동에서 세석까지 3시간 세석에서 장터목까지는 2시간. 적어도 5시간이면 도착하겠다는 생각으로 출발 결과론적으로 12시 출발해서 16시 30분에 도착했으니 생각보다는 빨랐다. 물론 빨리 도착한 이..

선지능선~벽소령(1박)~음정마을(with.단풍)

지리산 단풍은 얼마나 많이 하산했을까? 저번 주 오대산을 방문했을 땐, 단풍이 완전 절정. 하지만 지리산 단풍에 대한 찬사를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영 신통치 않은 분위기다. 사실 올해 지리산 단풍 때깔은 예년 같지 않다는 모습. 실제 가서 보니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단풍의 색채미였다. 루트를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곳은, 비린내골. 이름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진 골짜기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곳은 아직 나에게 있어 미답지다. 비린내골에 대한 어원을 찾아보면 부자바위에 얽힌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 나오는 선녀가 떠나버린 곳이라 비리네(飛離嬭) 골. 음정 상부의 이 골짜기가 제비가 날아오는 형상 즉 비연래(飛燕來)가 연음화 되면서 유래. 음정과 벽소령을 잇는 능선이 소금쟁이능선이라고 부르는데 소금쟁이들이 절인 생선..

지리산 단풍여행, 후다닥 천왕봉 한 바퀴 돌기

"과연 내 체력이 얼마나 떨어졌을까?" 한때 최고 전성기(?) 때, 100km 울트라마라톤을 한 달에 2회까지 뛰었을 시절. 그때는 50km 뛰는 건 그냥 훈련이었고 30km 산행은 수시로 행했을 시절이었다. 아마 내 나이 40 중반 때가 아니었나 싶은데 체력적으로 가장 뛰어났든 시절. 하지만 이젠 마라톤을 접고 한참을 쉬었기에 늘어난 뱃살과 체중, 떨어진 체력에 대한 한탄스러움만 늘어나고 있을 작금의 시기 2019년 2월. 4년 전 천왕봉 왕복을 7시간 4분 만에 주파한 적이 있었다. 천왕봉 오른 횟수야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지만 시간적으로 보면 저 시간대가 가장 빠른 개인적 기록. 이번에 이 기록을 깨보자는 심정으로 도전한 것. 체력적으로 내가 얼마나 더뎌졌나 점검하자는 취지. 가을 단풍여행은 덤. ..

마고할미의 고향, 노고단 철쭉

노고단 철쭉이 올해 유달리 화사하게 피어났다. 지리산 철쭉 때깔이란 게 사실 그다지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기 때문에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세석철쭉이 유명하다 하지만 그건 예전의 명성. 세석평전,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각종 활엽수들이 우점하여 철쭉과 털진달래 종류들이 서서히 세력이 감소하고 있는 숲의 천이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한때 산나리라 불리는 원추리가 많이 자라기로 유명했지만 역시 철쭉과 털진달래와 버드나무 종류들이 많이 자라면서 원추리 같은 초본 식물들의 세력은 많이 사라졌고 이젠 노고단 정상 부위에서만 그나마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을 뿐 자연의 이치에 따라 서서히 그 명성은 사라지고 있는 것. 이젠 그 철쭉들도 세석평전처럼 활엽수들에게 점차로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지리산 노고단이다. 밍밍한 때..

보리뎅이골~바래봉 동릉~바래봉~팔랑길

지금 이 시기, 환상의 풍경을 보여주는 곳 바래봉. 5월, 이때 바래봉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의 녹음한 풍경은 연중 최고의 시기라는 자평이다. 비단 지금껏 바래봉을 올라본 횟수야 뭔 의미가 있겠는가, 자석처럼 끌리는 기운에 또 올라봤다. 루트는 어디로? 좋은 길 놔두고 어먼길 다니기 좋아하는 팔자 드센(?) 사람이야 애초에 고속도로는 관심이 없다. 잠시간 루트를 10초간 살펴보니 뜬금없는 골짜기의 이름이 감지된다. '보리뎅이골?' 여긴 어디인가를 유심히 살펴보니 팔랑마을에서 바래봉 동릉으로 곧장 이어지는 루트. 팔랑마을에 주차하면 원점회귀로 돌아들 수 있는 안성맞춤의 코스가 아닌가. "그런데 보리뎅이골에 대한 글이 없네" 이래저래 검색할 만한 곳에 다 찾아봐도 당최 보리뎅이골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리뎅이?..

겨울에 걷는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지리산 둘레길 걸어 본 지가 어언 8년이 다 되어가는 듯하다. 총 275km. 그중 주천~하동호까지, 둘레길 중 대략 절반 이상을 걸었고 하동호에서 스톱한 지는 어언 8년. 사실 둘레길은 차량 회수 등 교통이 불편하고 먼 길 찾아 간 지리산, 산행이 우선이었지 둘레길로는 성이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둘레길도 절반 이상 걸어봤기 때문에 둘레길에 대한 낭만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던 탓이 컷을 것이다. 둘레길은 사철 어느 때라도 좋지만 특히 4~5월 경, 봄의 정서가 가득한 농촌 특유의 아련한 정취를 즐기며 지리산이 주는 굴곡진 산수화를 보는 그때가 둘레길 걷기엔 최적이다. 울긋불긋 꽃대궐이 차려진 둘레길의 봄. 하지만 지금은 삭풍이 몰아치고 내리막은 온통 빙판과 눈길로 쉽지 않은 시기. 마침 전 주..

새로운 지리 10경

새로이 지리 10경을10 만든다면 어디가 좋을까요? 기존의 10경 말고 새로운 곳을 찾으려면 말입니다. 생각나는 후보 중 11군데의 사진입니다. 11곳의 지리산 명승지의 모습이며 참고로 본인의 사진들입니다. 봉산좌골 이끼계곡: 명불허전의 지리산 최고의 원시적인 비경을 보여주는 곳, 천년의 이끼들이 온 바위를 감싸고 있는 듯한 모습에서 각종 지의류와 애기괭이눈 및 황새냉이들이 보여주는 녹음의 정취는 지리산 최고의 비경. 웅석봉 일몰: 지리산 변방이라 불리는 웅석봉이지만 지리산의 웅장하고 거대한 능선 아래로 떨어지는 붉은 일몰의 장관은 웅석봉이 아니리면 감상하기 힘든 곳이다. 함박골 실비단폭포: 지리산에서 이보다 더 신비롭고 신령스러운 장소가 있을까 싶은 최고의 명승지. 폭우가 쏟아진 직후 찾아가면 물보라와..

새로운 지리10경

새로이 지리10경을 만든다면 어디가 좋을까? 기존의 10경 말고 새로운 곳을 찾으려면 말이다. 생각나는 후보 중 11군데의 사진이다. 11곳의 지리산 명승지. 참고로 본인의 사진들이다. 만수천 계곡 봉산좌골 이끼계곡 함박골 실비단폭포 무제치기 단풍 연동골 단퐁 한신지곡 천령폭포 웅석봉 일몰 노고단 야생화 촛대봉 들국화 바래봉 철쭉 천왕봉 설경 주관적 판단이며 이는 사람들 마다 해석이 딴은 다를 것이며 추가하고자 하는 명승지도 많을 터이니 추천하는 장소가 있으면 다들 말해보자.

치밭목대피소~조개골(sight. 단풍)

조개골, 朝開. 즉 아침이 열리는 골짜기. 이곳은 어느 골짜기보다 아침이 일찍 시작되는 곳이다. 일출과 더불어 강렬한 빛이 이 골짜기에 스며드는데 그래서 딴은 조개골에 대한 이름이 유추된다. 하지만 어디나 그렇지만 지리산 지명은 암자나 터에 관련되어 유래된 경우가 많기에 "혹여 조개사라는 절이 있었을까?" 배암사라는 절터가 있어 뱀사골이 된 경우와 같이 이곳에 조개사라는 절이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기슭에 조개사가 있었다는 정황은 없는 모양이다. 지리산 하늘 첫 동네라는 새재 마을. 바닷가 생명체인 조개가 있었을리는 만무할 것이고 딴은 추측이다. 치밭목 대피소에 가까스로 당첨이 되었다. 아마 구석진(?) 변방에 있는 대피소이기에 나에게까지 그 순서가 연결된 까닭이 아닐까 싶다만 사실 개인적으로..

지리산 2박3일 종주기(with. 야영)

지리산 종주에 대한 갈망은 아마도 산꾼이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개인적 업적중 하나일 것이다. 내년 환갑을 맞이한 산꾼의 도움 요청 "지리산 종주 한 번 하자" 동반자의 요청에 날짜를 수소문하니 딱 10월 중순 연휴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 이때가 제일 좋겠네" 때는 마침 단풍의 호시절, 적어도 능선녘에는 단풍이 좋을 거란 기대치. "어라..이거 뭐야" 대피소 예약이 오픈 되자 마자 바로 마감이란다. 심지어 홈페이지가 마비. 접속 조차 거부 되는 트래픽 초과다. 우리 같은 동작 늦은 사람들은 아예 대피소 예약은 꿈같은 얘기. 대피소는 만땅, 우리에게 주어질 공간은 없었다. 하기사 언제부터 대피소 이용했냐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령(?)의 동반자가 있음을 감안해 간만에 얌전한(?) 지리산 산행을 계획했든바 ..

뱀사골~이끼폭포~함박골~묘향대~삼도봉~뱀사골

지리산에서 뛰어난 계곡을 꼽으라면? 지리산에서 딱히 순위를 따질 법한 계곡이 있을까? 이 말은 그 급이 너무 높아 딴은 순위를 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과하기 때문이란 개인적 뇌피셜이다. 칠선계곡, 한신계곡, 뱀사골, 도장골, 조개골, 만수천, 중산리계곡 등등 지리산은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지만 사실 모두 험하고 그 격이 높아 웅장한 멋과 비경을 따로이 정하기 힘들다. 어디로 가도 사실 지리산 계곡은 험하고 웅장하되 그리고 그 멋이 비범하여 숫자로 침범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를 수는 있겠지만 딴은 순위 매김이란 산신령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곳, 지리산이다. 태풍과 장마가 온, 지리산. 뱀사골이 거칠기만 하다. 거의 화개재까지 10km에 육박하는 거친 계곡이며 길고 긴 지리산의 최고 계..

연동골, 칠불사 사면길

이 계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바로 연동골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지리산의 뒤늦은 단풍 유람. 그 화려했던 단풍의 색은 모두 지고 이제 갈잎이 되었다. 연동골에 가면 언제나 반겨주든 화사한 단풍을 혹여나 생각했지만 역시나 단풍은 지고 겨울을 준비하는 연동골의 서늘함을 만끽한 하루였었다. 짧은 산행 거리에 울창한 숲과 원시진 계곡미를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곳, 역시 지리산이다. 칠불사 일주문 앞에 주차하고 불과 30여분 거리. 웅장한 원시 자연미를 감상할 수 있는 곳, 연동골이 아니면 드물 것이다. 독가에 방문하니 곳곳에 돌배나무다. 통통한 돌배들을 가득 단 돌배나무 그루들이 곳곳에서 하늘 높이 솟은 게 아닌가. 몇 번 지나쳐 것만 이곳에 돌배나무가 많은 지는 처음 알았다. 돌배나무 이야기는 아..

피아골 단풍 (2021,10,30)

눈 수술하고 난 뒤 처음으로 선글라스를 착용해봤다. 지금껏 운동 중에도 선글라스는 착용한 적이 없었던 지난날. 멋진 선글라스를 착용해보고 싶었지만 도스가 들어간 선글라스는 어지럼증이 심했다. 어찌 보면 평생 처음으로 선글라스 끼어 본 날이다. 눈 수술하니 이런 건 편하긴 하다. "올해 단풍이 일주일은 늦어요"라고 이미 다녀온 지인들의 넋두리가 지리산을 맴돌았던 지난날. 하기사 지금쯤이면 지리산 어느 골짜기를 올라도 단풍이 절정이었을 시기에 새파란 연녹빛만 구경하고 돌아온 사람들의 하소연으로 혹여 이번 주 피아골 단풍도 사정이 저러지 않을까 저어기 염려했었다. 피아골로 산행을 잡은 이유는 딴은 한 가지. 다들 저질체력들의 집합체였기 때문. 사실 피아골은 단풍이 그리 화사한 곳은 아니다. 다만 이곳이 유명하..

봉산좌골~심마니샘(1박)~반야봉~심원능선~심원옛길

봉산좌골, 즉 봉산골을 의미하는 데 봉산폭포에서 우측으로 이어진 골짜기를 얼음골, 봉산우골이라 부른다. 예전 봉산우골로 오른 적이 있었는데 거긴 볼 것도 짜달시리 없으면서 길만 험한 소위 "갈 길이 아니다"라고 단정 지어진 '혀 깨물' 루트다. 다시 말하지만 봉산우골은 일부러 갈 이유가 전혀 없는 고생길만 훤한 마의 골짜기. 그럼 봉산골이라 부르는 봉산좌골은 어떨까? 나에겐 아직 미답의 장소. 이번에 심마니 샘터에서 하룻밤을 유하는 일정으로 코스를 잡아 보았다. 다만, 하산 코스를 심원옛길로 잡지만 않았어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산행으로 유종의 미로 남았을 추억. 심원옛길 잔혹사는 흑역사의 한 획을 크게 그은 정말 난감한 산행의 결정타였다. 봉산골, 지리산 골짜기 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원시림의 세상이..

눈폭탄 맞은 천왕봉 설경

나와 뜻이 다른 산, 지이산(智異山). 이성계가 나와 뜻이 달라 지이산으로 불렀다는 산. 속에 들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허튼소리도 있지만 엄연한 뜻은 "나와 뜻이 다르다"의 智異山. 이성계의 일침이 아직까지도 전해져 이름까지도 지이산 즉 지리산으로 통한다. 어쨌든 뜻이 다른 지 맞는지는 몰라도 나의 노스탤지어 손수건은 거기에 걸려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무실 책상 앞 주식창 보다 더 눈길이 자주 가니 사랑하는 것 만은 분명한 가 보다. 첨단의 문물인 CCTV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지리산을 안방에서도 볼 수 있으니 딴은 하늘나라 선녀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번 주 일욜이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점쟁이가 점을 치듯 하는 말이 아니고 하늘나라 선녀들도 참고한다는 공단의 CCTV 영상의 모습을 보고 판단한..

백무동~장터목~연하선경~한신계곡

"단풍 구경 갑시다" 오래전부터 이미 점찍어둔 날짜. 지리산에 넘나들고 지리산 숲에 스며든 지 어언 20년. 하지만 그것도 나 같은 역마살 인간이나 그런 것이지 산행 경력에 비해 지리산 횟수가 적은 사람들. 오늘, 그분들과 사부 자기 걷기로 한 날이다. 그분들과의 맟춤코스 지리산의 국민 코스라 여겨지는 곳, 연하선경과 한신계곡으로 걸음했다. 비지정으로 가지 않고 지정된 장소로만 다녔기에 딴은 얌전한 산행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지리산 산행이 쉽거나 편한 것 하곤 차원이 다르다. 지리산은 어디를 가나 힘들고 어렵기는 매한가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것 같아" 백무동 주차장에서부터 날씨는 서늘했는데 소지봉까지 올라가니 간밤에 내린 싸락눈이 곳곳에 가득했었다. 급기야 "어 저기 봐라 상고대다" 제석봉에 하얗게..

불무장등~삼도봉~연동골

불무장등 능선과 연동골, 내가 아는 지리산 최고의 단풍 명소다. 지리산이라고 단풍이 다 이쁜 것은 아닐 터. 뱀사골이니 피아골이니 하지만 사실 사람만 미어터지지 그런 곳이 왜 단풍 명소가 되었는지에 대해선 사실 의문. 딱히 거창한 단풍 명소는 아니기 때문인데 관광지라는 접근성 때문에 유명해진 게 아닌가 싶다. 그럼 어느 곳이 지리산 최고의 단풍 명소일까? 개인적으로 불무장등 능선, 토끼봉 능선 외 왕시루봉 능선 같이 남부 쪽에 위치한 능선에서 보는 붉디붉은 단풍이 최고였었다. 물론 어디 가나 타는 단풍 한그루에도 서정과 서사는 있기 나름. 감동은 어디에서도 동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은 것만 바라보면 보는 감동의 시야가 좁아지기 나름이다. 그래서 너무 좋은 것만 바라봐도 감동에 내성이 생겨 감각이 무뎌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