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치밭목대피소~조개골(sight. 단풍)

구상나무향기 2022. 10. 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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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밭목 대피소 일출.

 

 

 

 

조개골, 朝開.

즉 아침이 열리는 골짜기.

 

이곳은 어느 골짜기보다 아침이 일찍 시작되는 곳이다.

일출과 더불어 강렬한 빛이 이 골짜기에 스며드는데

 

그래서 딴은 조개골에 대한 이름이 유추된다.

 

하지만

어디나 그렇지만 지리산 지명은 암자나 터에 관련되어 유래된 경우가 많기에

 

"혹여 조개사라는 절이 있었을까?"

 

배암사라는 절터가 있어 뱀사골이 된 경우와 같이

이곳에 조개사라는 절이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기슭에 조개사가 있었다는 정황은 없는 모양이다.

지리산 하늘 첫 동네라는 새재 마을.


바닷가 생명체인 조개가 있었을리는 만무할 것이고

딴은 추측이다.

 

 

 

 

심밭골 단풍

 

 

 

치밭목 대피소에 가까스로 당첨이 되었다.

 

아마 구석진(?) 변방에 있는 대피소이기에 나에게까지 그 순서가 연결된

까닭이 아닐까 싶다만

사실 개인적으로 지리산 대피소 중 치밭목 대피소에 머문 횟수가 가장 많을 것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변방에 있기에 한가하고 조용한 탓.

즉 인터넷 예약을 하지 않고 현장에서 예약을 해도 입실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치밭목 대피소

 

 

무엇보다 새재에서 심밭골이라 불리는 아늑한 길을 따라

편안하게 오르면 치밭목 대피소와 연결된다.

 

그다지 험하지도 오름 짓이 많지 않아 지리산이 주는 길들 중에서는 유순한 길.

 

하지만 '좋은 길 놔두고 어먼 길'찾아 헤매는 산꾼들이야

어디 심밭골로 다니겠는가

 

치밭목 대피소가 있는 곳, 주위를 사방 훑어 가장 어려운 길을 찾고

그 길을 헤매 고역의 땀방울 맛을 봐야 직성이 불리는 사람들.

 

그런 역마살이 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등로가

조개골이나 하봉동릉, 비둘기봉 능선, 하봉옛길 등이 대표적.

 

그중 조개골이 가장 일반적인 루트.

왜냐하면 수려한 계곡을 끼고 있기에 마른 능선 보다야 길이 재미있고

생태가 다양하기 때문.

 

무엇보다 대피소와 바로 연결 가능하기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루트 중 하나다.

 

단풍의 호시절, 조개골이 보여주는 단풍 묘미는

지리산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한 폭의 수채화이기에

 

조개골로 발걸음 한 이유다.

 

 

 

그날, 날씨가 더워 바지를 동동 걷었다.

 

 

 

일단 심밭골로 해서 치밭목에서 하룻밤 유하기로 하고

배낭을 메었다.

 

심밭골은 유한 골짜기.

어려움 없이 치밭목으로 이어지기에 짧은 시간에 빨리 움직일 때

사용하는 루트다.

 

유유자적 하늘하늘 거리며 지리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대표적인 도낏자루 썩어 나가는 길이라고 보면 된다.

 

 

 

다래 줍기의 명인 모모짱.

 

 

 

그중 백미는 무제치기 폭포 상단에서 보는 풍경.

단풍이 제철인 요즘, 이곳에서 바라보는 단풍의 서사는 지리산 경치 중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는 명승지다.

 

지리10경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만든 이미지라면

새로이 만든 지리10경이 있다면 아마 그 후보가 될 장소가 아닌가 싶다.

 

 

 

 

 

무제치기 단풍

 

 

 

치밭목 대피소, 예전 민 대장이 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여긴다.

 

그때는 담벼락 한 장 너머에 침대가 놓여 있었기에 바깥 지리산의

혹한 겨울 삭풍을 그대로 견뎌야만 했든 시절.

 

뱀사골 대피소나 피아골 대피소 역시 마찬가지였든 시절로

다들 얼어 죽다 살아남은 후일담정도는 다 가지고 있을 그때의 추억.

 

머리맡에 놓아둔 물병이 꽁꽁 얼었다는 후기담은 본인 역시 겪은

실제 경험담이니 그 당시 추위는 제법 사무쳤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나는 더워서 스트립쇼를 벌여야만 했었고

가져온 침낭은 무용지물의 용도로 전락할 정도로 대피소의

보온 기능은 첨단이었다.

 

참으로 격세지감.

 

 

 

 

옛시절 민대장

 

 

 

 

비록 한 겨울까지는 아직 아니었지만 그래도 추운 가을의 어느 날

더워 잠을 몇 번이나 깰 정도로 따뜻함을 넘어 후끈했었다.

 

모포 세장을 덮어도 추워 잠을 설치고 머리맡 물이 꽁꽁 얼었다는

옛 시절의 치밭목은 이젠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2017년 새로 단장한 치밭목 대피소, 이윽코 밤이 되었다.

 

 

라면에 밥 말아먹거나 햇반에 고기 꿉는 게 호화로운 식사의 전부였던 과거.

 

내 밥상은 스님식 밥상이라 풍성은 고사하고 산에서 서리한 풀테기와

밥알이 전부인 황후의 밥 걸인의 찬의 대표적인 표본.

처음으로 장어에 한우에 그리고 전복까지 꿉고 지진 황후의 밥을

먹게 된 그날의 식사다.

 

살다 살다 이런 날도 있겠구먼 싶은데, 사실 술꾼이 따라붙으면

밥보다 안주가 많아 먹거리는 더욱 풍성하고 풍족한 법. 

어디 가도 술꾼이 동반자면 먹는 걱정은 덜어도 된다.

 

술에 대한 향연이 좋아 그 무게조차도 즐거움으로 승화하는 그들이 있기에

나의 입도 덩달아 즐겁기만 하다.

 

 

 

 

 

 

 

 

 

 

 

 

 

이렇듯 호사로운 밥상을 멀리하고

하늘 향해 눈을 돌리니 개밥 줄 때 뜨는 별, 개밥바라기별이 동쪽 하늘에 떴다.

 

북두칠성, 개밥바라기 뭐든 이렇게 많은 별을 최근에 본 적은 가히 없었든 바,

총총 하늘에 뜬 수많은 별을 보니 여기가 지리산이구나 싶다.

 

야영을 할 때면 늘 새벽녘에 나와 하늘을 보는 습관이 있는데.

 

특히 능선 야영 중 새벽녘, 어김없이 안개가 몰려와 그 신비로운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에 사로 잡힌다.

 

 

 

치밭목 대피소

 

 

치밭목 대피소가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일출을 마당 한편에 서서 바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다.

 

소 혀처럼 드리운 붉은 태양이

동쪽 능선에 빼꼼히 드러난다.

 

그 색감이 가히 짙어 마치 봄의 어느 날 피어나는 철쭉의 색인 듯..

짙고 짙은 색정의 색감, 구름 한 점 없이 돋아난 일출의 색이다.

 

 

 

 

 

가히 어느 천연의 색채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정서.

 

3대 조상 복이 있는 자만 견문할 수 있다는 격 높으신 천왕봉 일출.

여기서는 가재 복 산꾼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일출이라 차별이 없다.

 

치밭목 대피소에 오시거든 아침잠은 좀 줄이시고 일출을 보라

충고하고 싶다. 특히 구름 없는 겨울 나절이나 요즘 같은 맑은 시절이면 더욱 좋으리라.

 

 

 

 

 

 

대충 끓여 먹는 아침.

그런데 옆의 두 술꾼의 아침 식사 메뉴에 저어기 놀랐다.

아침부터 풍성하고 요란스럽다.

 

술을 위해 먹는 것인지 아님 산행을 위해 먹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정도다.

 

저렇게 먹고 산행이 되나싶은데

그분들의 행적이 궁금하긴 하다.

천왕봉으로 갔을까?

 

조개골로 내려가면서 해 먹을 식사를 대신해

가스 하나를 구입하곤 부리나케 조개골로 스며든다.

 

 

 

8등신 모델 모모짱

 

 

조개골의 단풍이 어떨지 사뭇 궁금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숲 속이 보여주는 가을 서정성에 대한 궁금함이 더 컸다 할 것이다.

 

치밭목 이름에 어울릴 만큼 단풍취와 참취 그리고 산나물이 지천인 곳,

그것들이 이제 단풍이 들어 노오란 색채가 숲 속 가득한 곳, 치밭목의 정경이다.

그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 시기 특출한 재미의 산행이라 할 것이다.

 

참나무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도토리들의 모양새

다래나무에서 떨어진 달콤한 다래의 향기

왕머루가 달려있지나 않을까 살며시 살펴보는 덩굴들

둥굴레 까만 열매가 달콤함을 주고

궁궁이와 취나물 그리고 어수리가 주는 마지막 잎새의 향긋함

가을녘 구상나무에서 나는 알싸한 향기

 

그리고 복자기나무, 복장나무, 당단풍, 고로쇠나무, 거제수나무, 붉나무 등등

모든 활엽수가 보여주는 형형색색의 단풍의 색채미

 

내가 조개골로 하산을 결정 지은 이유다.

 

 

 

 

 

 

 

 

 

 

조개골 단풍

 

 

조개골 단풍

 

 

 

























 

 

 

 

조개골 산행은 유순해서 그다지 위험하진 않지만

지리산 산행길은 늘 그렇듯이 조심 또 조심. 가는 길도 다시 보고

확인해야 한다.

 

이제 완연한 가을을 넘어 벌써 만추의 계절.

조심스럽게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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