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백무동~장터목~연하선경~한신계곡

구상나무향기 2020. 10. 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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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구경 갑시다"

오래전부터 이미 점찍어둔 날짜.

 

지리산에 넘나들고 지리산 숲에 스며든 지 어언 20년.

 

하지만 그것도 나 같은 역마살 인간이나 그런 것이지

산행 경력에 비해 지리산 횟수가 적은 사람들.


오늘, 그분들과 사부 자기 걷기로 한 날이다.

 

 

 

 

 

그분들과의 맟춤코스

지리산의 국민 코스라 여겨지는 곳, 연하선경과 한신계곡으로 걸음했다.

 

비지정으로 가지 않고 지정된 장소로만 다녔기에 

딴은 얌전한 산행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지리산 산행이 쉽거나 편한 것 하곤 차원이 다르다.

지리산은 어디를 가나 힘들고 어렵기는 매한가지.

 

 

 

하동바위의 가을

 

 

 

"올해 들어 가장 추운 것 같아"

백무동 주차장에서부터 날씨는 서늘했는데

 

소지봉까지 올라가니 간밤에 내린

싸락눈이 곳곳에 가득했었다.

 

급기야 "어 저기 봐라 상고대다"

제석봉에 하얗게 열린 상고대가 지리산을 온통 덮고 있는 게 아닌가.

 

바야흐로 겨울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버렸다.

 

 

 

제석봉에 상고대가 열렸다.

 

 

장터목대피소.

 

왁작지걸하다. 코로나의 엄중한 시기에 사람들과의 부대낌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현실.

 

대충 간식만 먹고서는 서둘러 몸을 떨 춘다.

 

대피소는 코로나 때문에 오래전부터 문을 닫았다.

화장실과 취사장만 오픈할 뿐 지리산의 대피소 모두 문 닫은 지 오래다.

 

 

 

 

망바위에서 본 장터목대피소

 

 

연하봉에서 연하북릉으로 혹여 마음이 동할까 싶었는데

일행들은 굿건하 게 세석을 외친다.

 

"못 먹어도 고" 다들 당차다.

 

늘 가지 말라는 곳으로 가는 삐뚤한 인간이긴 하다만

오늘은 일행들의 의견에 합의를 본다.

 

"가지 말라는 데는 안 가야지"하면서

슬며시 연하북릉의 들머리에 입맛을 다시는 거 보면 역시나 '꾼'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정면 연하봉에서 이어진 촛대봉

 

 

온갖 야생화와 녹음 속, 연하봉 일대에 운해가 서리면

마치 신선이 노니는 곳 같다 하여 연하선경이라 한다.

 

지리 10경 중 하나.

 

연하선경은 어느 계절에 와도 좋지만

특히나 야생화 피어나는 봄과 여름이 제격이다.

 

 

 

이제 겨울이 시작된 연하선경

 

 

이제 이곳도 곧 눈이 내릴 것이다.

 

하얀 설국을 기대하지만 요즘 눈 내리는 날도 적어

눈꽃 구경하는 날도 손에 꼽을 지경.

 

지금 모습과 한겨울 연하선경 모습이 요새는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이니

지리산의 겨울, 이젠 눈의 흰색 보다 누런 빛바랜 색이 더 어울릴 지 모르겠다.

 

 

 

천왕봉이 보이는 연하선경

 

 

저기 쭉 이어지는 능선이 연하북릉이다.

연하봉에서 가내소 폭포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

 

길은 부드럽고 위험하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다닐 수 있는 곳이다.

 

아차 우측으로 떨어지면 한신지곡의 험난한 곳으로 치달을 수도 있지만

독도에만 주의하면 크게 무리는 없는 곳이다.

 

 

 

단풍든 연하북릉

 

촛대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가을 하늘의 전형을 보는듯하다.

바람이 거세어 구름까지 모조리 날려 버린 청정한 지리산의 모습.

 

바람이 거센 곳은 추위가 사무쳤지만

바람이 없는 곳은 따뜻해 겉옷을 벗어야 했었다.

 

 

 

촛대봉에서 본 천왕봉, 그날 날씨가 맑았다.

 

 

한신계곡의 단풍은 이젠 끝.

더는 단풍이 없는 고즈늑한 겨울의 어느 시기에 온듯한 모습이다.

 

사실 한신계곡은 단풍으로 이쁜 명소는 아니다.

더더구나 이미 끝물.

 

세석대피소에서

1.5km 구간은 완전 비탈길의 급내리막. 정신 없이 산행에 집중하는 곳이다.

 

계곡의 맑고 청량한 음이온에 취해 한발 한발 걷다 보니 어느듯 가내소 폭포다.

 

 

 

 

 

 

 

 

 

가내소 폭포, 참으로 많이도 찾아온 폭포.

물줄기는 늘 한결 같다.

 

한신지곡, 연하북릉, 한신능선, 큰샛골 

이곳을 갈려면 반드시 들러보는 명소가 바로 가내소 폭포다.

 

왜냐하면 그 들머리가 바로 이곳이거나 근처이기 때문이다.

 

 

 

 

가내소 폭포

 

 

가내소 폭포에 짙은 가을이 색채를 덧칠하고 있는중.

어느 계절 어느 세월에 오더라도 가내소 폭포는 늘 이모습 그대로다.

 

한신계곡, 바야흐로 이 골짜기에도 세월이 걸렸다.

 

 

 

 

한신계곡에 대한 유래가 궁금한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딴은 다 유추하고 추측한 가설이자 전설.

 

중국의 한신 장군하곤 관련이 없고

신라에 의해 도망간 가야의 마지막 왕, 구형왕이 바로 김유신의 할아버지다.

 

그 구형왕이 이곳에서 끝까지 저항했다 하는데 

그때 그 왕이 바로 한신이었다 한다. 물론 왕 인지 장수 인지는 모른다.

 

신라와 저항한 산성이라 추성리, 

왕이 넘어간 고개를 일컬어 왕등재, 이 지명들이 그 역사를 뒷받침해주는 증거.

 

한신 즉 구형왕이 저항한 골짜기라서 한신계곡이라 부른다는 카더라 전설이다.

 

 

 

 

한신계곡

 

 

물론 한여름에도 시원한 곳이라 한신계곡(寒身溪谷)이라 부른다는 말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다. 

 

내가 믿고 싶은 곳에 그냥 마음 두면 된다.

어차피 정설은 없고 전설따라 삼천리 이야기.

 

 

 

한신계곡의 단풍

 

 

짙은 마지막 단풍을 뒤로 하고

어느듯 백무동 주차장으로 회귀한다.

 

삐걱대는 무릎의 아우성이 그제야 멈춘다.

 

따뜻한 짙은 커피가 그리운 싯점.

 

 

 

 

 

대략 16km
9시간 소요되었다.

 

코스는 백무동주차장~장터목대피소~연하선경~세석대피소~한신계곡~백무동주차장

 

중산리에서 천왕봉 오르는 코스와 더불어

지리산에서 소위 국민코스라 일컫는 조금은 벅찬 코스다.

 

물론 지리산은 올라 타면 쉬운 곳은 없다는 게 진리.

 

 

 

 

 

 

이제 가을이 가고

어김 없이 겨울이 올 것이다.

 

세월은 또 그렇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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