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마고할미의 고향, 노고단 철쭉

구상나무향기 2023. 5. 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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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철쭉

 

노고단 철쭉이 올해 유달리 화사하게 피어났다.

 

지리산 철쭉 때깔이란 게 사실 그다지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기 때문에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세석철쭉이 유명하다 하지만 그건 예전의 명성.

 

세석평전,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각종 활엽수들이 우점하여 철쭉과 털진달래 종류들이

서서히 세력이 감소하고 있는 숲의 천이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한때 산나리라 불리는 원추리가 많이 자라기로 유명했지만

역시 철쭉과 털진달래와 버드나무 종류들이 많이 자라면서 원추리 같은 초본 식물들의

세력은 많이 사라졌고

 

이젠 노고단 정상 부위에서만 그나마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을 뿐

자연의 이치에 따라 서서히 그 명성은 사라지고 있는 것.

 

이젠 그 철쭉들도 세석평전처럼 활엽수들에게 점차로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지리산 노고단이다.

 

 

 

 

 

 

밍밍한 때깔의 지리산 철쭉.

 

신불산이나 가지산에서 보는 아주 찐한 분홍빛의 철쭉에 비한다면

유독 지리산에서는 흰색 계열로 색감이 옅다.

 

산철쭉과 달리 철쭉은 토양에 따라서 색감의 차이를 낸다고 하는데

지리산은 옅은 색감의 철쭉을 주로 피워낸다.

 

 

 

노고단, 올해 철쭉이 절정이었다.

 

 

개인적 소견으론

신불산과 가지산이 전국에서 철쭉 색감으로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

 

소백산, 태백산, 지리산, 덕유산 보다 색감과 개체수 그리고

군락지 장관으로 보면 영남알프스가 으뜸.

 

작년에는 해걸이로 철쭉 때깔이 좋지 못했는데

올해는 어디서든 화사한 철쭉들이 피어난 한 해.

 

 

 

 

신불산의 철쭉 색감

 

 

멸종위기종 복주머니란.

 

가만히 놔두면 번식도 잘되고 개체수가 늘어 더욱 보기가 좋은데

캐서 옮기면 공생균이 없어 죽고 만다.

 

노고단에 가면 이러한 군락지가 두어 군데 있는데

모두 카메라로 감시하고 있는 실정.

 

 

셀카봉으로 촬영한 장면

 

지리산 산신령, 마고할미.

 

그 마고할미를 기리는 곳, 노고단.

 

짧게 가볍게 갈 수 있어 찾았지만

내 시선은 줄 곧 왕시루봉과 반야봉 곳곳의 골짜기에 시선이 머문다.

 

"어디 박자리 없나"하고 매의 눈으로 훑고 있으니

청상 한뎃잠이 그리운 꾼은 꾼인가 보다. 

 

 

 

 

 

거의 매해 찾은 노고단.

아마 올해가 철쭉이 가장 화사한 한 해가 아닌가 싶다.

 

아직 활엽수가 우점하지 않은 노고단 정상 부근.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면 활엽수의 성장 속도는 지금보다 배로 가팔라진다.

 

구상나무가 점차로 사라지듯이 저 철쭉도 결국 활엽수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직 먼 훗날의 일.

 

지금은 그저 철쭉과 그 아래 핀 야생화에  

맘껏 마음을 빼앗기고 싶다.

 

 

 

 

4년 공부 끝에 간호사가 된 딸내미.

 

일이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걸 스트레스 좀 풀라고

사위감 녀석하고 같이 노고단에 올라봤다.

 

어릴적 같이 손잡고 오른 노고단 기억은 지우개가 완전 지웠는지

기억을 못한다.

 

유치원 보다 어린 시절.

그때 전국 산은 내가 다 들처메고 다녔는데 정작 기억을 못하니

 

그래서 너무 어릴 때 데리고 다니면 

추억은 아빠만 간직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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