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지리산 단풍여행, 후다닥 천왕봉 한 바퀴 돌기

구상나무향기 2023. 10. 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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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30분 중산리에서 스타트.

 

 

 

"과연 내 체력이 얼마나 떨어졌을까?"

 

한때 최고 전성기(?) 때, 100km 울트라마라톤을 한 달에 2회까지 뛰었을 시절.

 

그때는 50km 뛰는 건 그냥 훈련이었고 30km 산행은

수시로 행했을 시절이었다.

 

아마 내 나이 40 중반 때가 아니었나 싶은데

체력적으로 가장 뛰어났든 시절.

 

하지만 이젠 마라톤을 접고 한참을 쉬었기에

늘어난 뱃살과 체중, 떨어진 체력에 대한 한탄스러움만 늘어나고 있을 작금의 시기

 

 

 

 

 

장터목과 법계사 갈림길, 여기서부터 법계사까지는 급경사 오르막이다.

 

 

 

2019년 2월.

4년 전 천왕봉 왕복을 7시간 4분 만에 주파한 적이 있었다.

 

천왕봉 오른 횟수야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지만

시간적으로 보면 저 시간대가 가장 빠른 개인적 기록.

 

이번에 이 기록을 깨보자는 심정으로 도전한 것.

체력적으로 내가 얼마나 더뎌졌나 점검하자는 취지.

 

가을 단풍여행은 덤.

 

 

 

칼바위에서 법계사까지는 엄청 오르막

 

 

날씨는 제법 쌀쌀했지만

땀을 줄줄 흘리며 단숨에 장터목 갈림길에서 법계사까지 치고 올랐다.

 

이 구간은 급한 오르막이며 가장 벅찬 구간이기도 하다.

 

쉬지도 멈추지도 않고

기분 좋게 오름짓을 했는데 숨은 차지도 않고 상쾌했으니

컨디션은 아주 양호했었다.

 

 

 

 

 

로터리대피소

 

출발한 지 1시간 50분 만에 도착한 로터리대피소.

단풍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하지만 올해 단풍 때깔은 예년보다 훨씬 못한 꼴.

 

단풍은 말랐고 색감은 검게 탄 경우가 많았으니

단풍 호시절은 올핸 힘들 듯한 분위기.

 

 

 

법계사

 

법계사부터는 본격적으로 단풍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그건 멀리서 바라보는 원근감 색채미의 가을.

 

눈앞에 펼쳐지는 단풍 때깔은 영 보기가 안 좋다.

 

 

 

 

 

단풍은 그나마 몇 군데 포인트를 제외하고는

그나마 볼 것도 없어 

 

단풍 구경할 거리가 없어 산행에만 몰두했기에

되려 지체할 틈은 없었다.

 

천왕샘에서 있는 힘껏 치고 오르니 어느덧 바로 천왕봉이다

 

 

 

 

이때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일진광풍이 불기 시작하고 짙은 안개로 시야는 오리무중.

 

산신령이 그날은 심술을 제대로 부렸다.

천왕봉은 이내 시야 속에 사라져 버리고 당최 앞이 보이질 않는다.

 

후다닥 제석봉을 지나 장터목으로 뛰다시피 내려오니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천왕봉은 안개속으로

 

 

장터목에서 새벽에 만든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서는

서둘러 쉬지 않고 내달렸더니

 

제법 빨랐다.

 

일부러 속도전을 낸 것도 있지만

쉬지 않고 걷는 게 혼자만의 산행법이라 산행 중에서도 거의 쉬는 경우가 없다.

 

윗보다는 내려오니 짙은 색감을 자랑하는 단풍이 군데군데 있긴 하지만

상당히 아쉬운 올해의 단풍 때깔이다.

 

지리산 단풍, 올해는 볼 게 없다.

 

 

그나마 단풍이 좀 들었든 나무

 

 

 

06:30 중산리 국립공원 주차장 출발

08:20 로터리대피소 도착

10:05 천왕봉 도착

11:00 장터목대피소 도착

13:13 중산리 국립공원 주차장 도착

 

총 6시간 43분

 

 

예상보다 제법 빨랐다.

몸도 마음도 무겁다고 여겼는데 의외로 좋은 시간이 나와

제법 뿌듯하다.

 

심폐력도 근지구력도 아직 나쁘지 않다는 결론에

나름 자신감이 으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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