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선지능선~벽소령(1박)~음정마을(with.단풍)

구상나무향기 2023. 10. 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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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걸었다.

 

 

지리산 단풍은 얼마나 많이 하산했을까?

저번 주 오대산을 방문했을 땐, 단풍이 완전 절정.

 

하지만 지리산 단풍에 대한 찬사를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영 신통치 않은 분위기다.

 

사실 올해 지리산 단풍 때깔은 예년 같지 않다는 모습.

 

실제 가서 보니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단풍의 색채미였다.

 

 

 

휴양림 가는길의 추색.

 

 

 

루트를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곳은, 비린내골.

 

이름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진 골짜기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곳은 아직 나에게 있어 미답지다.

 

비린내골에 대한 어원을 찾아보면

부자바위에 얽힌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 나오는 선녀가 떠나버린 곳이라 비리네(飛離嬭) 골.

 

음정 상부의 이 골짜기가 제비가 날아오는 형상 즉 비연래(飛燕來)가 연음화 되면서 유래.

 

음정과 벽소령을 잇는 능선이 소금쟁이능선이라고 부르는데

소금쟁이들이 절인 생선도 같이 가지고 다녔다고 하며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의 현장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여 피비린내가 난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 등등.

 

다양한 어원이 있다.

 

 

 

 

 

 

비린내골 들머리

 

 

휴양림을 의기양양하 게 치고 나가니 어느덧 비린내골 입구.

 

사실 여기서 한참을 생각했다.

비린내골에 온 이유는 한 가지 내가 아직 이 골짜기를 밟지 않은 미답지라는

사실 때문.

 

지금은 갈수기.

비린내골은 폭포와 징담으로 이어지는 여타 골짜기에 비해

좁고 수량이 부족한 곳.

 

그리고 무엇보다 가을 단풍으로서는 그다지 추천되지 않는 곳이기에

 

냅다 비린내골과 우수청골 사이에 이어진 능선

선지능선으로 가닥을 잡았다.

 

선지능선은 소금쟁이 능선과 바로 이웃한 능선으로

작전도로로 바로 이어진다.

 

"단풍은 골짜기와 이웃한 능선에서 더 보기 좋다"라는

어설픈 지식을 무기로 선지능선을 밟았다.

 

어차피 선지능선도 처음으로 걷는 곳.

 

 

 

 

선지능선 초입은 휴양림 산책길과 통한다.

 

 

예상은 적중했다.

선지능선의 단풍은 점입가경.

 

입구에서부터 황홀한 노란색의 색채미를 뽐내며

마치 노란 선글라스를 끼고 보는 양 세상이 다 노란색으로 물든 모습.

 

노란 단풍들의 세상이었다.

오르면 오를수록 더욱더 단풍의 화려한 색채는 가득했었다.

 

 

 

 

 

 

걷다고 돌아보고 걷다가 돌아보고

얼마나 돌아보면서 노란색의 단풍에 입이 벌어졌는지 모를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지리산 단풍 명소는

연동골과 불무장등 능선.

 

거기서 보여주는 단풍의 황홀한 추억에 함몰되어

이곳 단풍의 색채가 다소는 부족해 보이기는 했지만

 

먼 길 찾아온 산꾼의 행복감으론 충분했었다.

 

 

 

 

신지능선 단풍

 

 

 

선지능선의 단풍은 유독 노란색이었다.

붉은색의 단풍은 거의 보질 못했는데

 

단풍의 색감도 그해 기후에 따른 영향이 크다,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

단풍이 잘 들기 위해서는 한 두 달 전후로 서늘한 기온이 가장 중요한데
하지만 폭염의 여파가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산 풍경에도 영향을 준 것.

 

붉은색 단풍보다 옅은 단풍과 비틀어진 단풍이 많으면

그해 가을이 따뜻했다는 이유.

 

그러면 유독 노란색 단풍이 많이 출현한다고 한다.

 

 

 

 

 

노란 단풍이 많은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

 

 

 

가을이 추워야 붉은 단풍이 많고 색감도 곱다.

 

간간이 보여주는 붉은색 단풍.

색감은 짙었다.

 

한참을 바라보며 시원한 가을 풍경에 혼자 넋을 놓은 듯 바라보다

엉덩이를 떨춘다.

 

"생각이 많으면 그 인생 고달파"리고 영하 타짜의 아귀가 말했다.

그냥 멍만 때리자

 

생각 많으면 피곤하다.

 

 

 

선지능선 단풍

 

최근 나에게 이런저런 고민을 준 사연들이 좀 있었다.

이 나이 먹고 경쟁 업체에서 갑자기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골프 치고 나서 밥 먹는 자리에서

갑자기 날라든 스카웃 제안.

 

"아니 내가 이런 주목을 받나?"

뜬금없는 제안, 하지만 그 자리에서 일언지하 거절 의사를 날렸었다.

 

덕분에 밥 잘 먹었습니다. 하고

박차고 일어는 났지만 사실 탐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오늘 이 시간을 지리산 산신령과 함께 의논을 같이 해봤다.

 

 

 

 

 

 

"단풍 참 곱네"

 

서늘한 바람이 폐부 깊숙이 한차례 훑고 지나가니

속이 그리 시원할 수가 없다.

 

"역시 지리산"

 

울긋불긋 자태 고운 단풍 속, 여기서 하룻밤 자면 참 좋겠다라며

군침(?) 좀  흘리고 있으니 어느덧 단풍 끝자락이다.

 

 

 

 

노랗게 물든 참나무

 

참나무 그루터기 위에 앉아있는 잔나비걸상버섯.

 

 

 

 

 

점차로 고도를 높이자 단풍의 색채미는 점점 더 줄어드고

단풍보다 갈잎이 더 많이 보인다.

 

이제 작전도로가 임박한 모양.

 

가을 여행은 여기서 끝인가 하고 사이사이 잠깐 보이는 능선자락들을 보니

울긋불긋 단풍들이 능선 가득 물들었다.

 

원근의 단풍미를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

거대한 산속에서 보는 색채미는 또 다른 느낌이다.

 

 

 

선지능선 단풍

 

작전도로에 가까우니 너덜지대가 나타나고

그나마 보이든 길이 싹 사라진다.

 

지리산에서 너덜지대가 나타나면 항상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하는데

 

돌이라 낙엽에 가려지기 쉽고

너덜로 이어지는 길들은 흔적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직관으로 이리저리 방향을 살피며

찾으니 저 멀리 주능선이 그제야 보인다.

 

 

 

작전도로 가까이 오니 길이 사라진다.

 

 

아득히 보이는 천왕봉.

장터목 대피소가 아스라이 보이고 있다.

 

이걸 줌으로 쫘악 확대해 봤다.

 

 

천왕봉과 장터목 대피소 눈으로는 아주 희미하다. 저 점으로 보이는 장터목 대피소를 줌으로 당겨봤다.

 

 

50배 줌으로 본 장터목 대피소

 

 

50배 줌으로 본 장터목. 실제로는 거의 점으로 보인다.

 

 

이건 100배 줌으로 본 장터목 대피소

거의 점으로 보이는 건물이 이렇게 선명하 게 보인다.

 

문명의 이기가 이리 좋다니

하기서 이래 봐야 뭔 쓸모가 있는지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줌으로 한번 쭈욱 당겨봤다,

 

하기사 내가 요즘 DSLR 카메라 안 들고 다니는 이유다.

요샌 폰으로 찍어도 DSLR 못지않게 구현해 주기 때문. 사뭇 때깔도 좋다.

 

 

 

 

100배 줌으로 본 장터목 대피소, 육안으로는 거의 점으로 보인다.

 

이제 작전도로에 올랐다.

주차하고 대략 3시간 즈음이 지났을 무렵이다.

 

어차피 오늘 일정은 벽소령 대피소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었든

 

나만의 단풍 힐링 타임.

 

처음 걸어보는 선지능선, 그리고 거기에 단풍의 행복감으로

덧칠한 산행의 시간.

 

선지능선은 산거북이님 산행기에서 처음 알게 된 지명.

그전에는 이름도 몰랐다.

 

오룩스맵에도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드디어 작전도로

 

 

작전도로는 이미 허물어지고 함몰되고 

거의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구간.

 

벽소령대피소와 음정마을 작전도로는 지금도 공단이 차량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상 일부 구간은 사실상 산길 정도로 여기면 된다.

 

 

 

 

소금쟁이 능선에 이웃한 선지능선

 

드디어 주능선으로 입장.

 

가을을 즐기려는 수많은 산객들이 오고 가는 이 능선에서

시간 많은 산꾼, 이리저리 가을 고독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여기서 기어가도 시간은 남고 남았다.

 

"뭘 하고 보내지?" 차라리 연하천까지 가버려?"라며

여기서도 땀 낼 방법만 생각하고 있는 전투적 산꾼의 버릇이 출현했다.

 

그냥 좀 쉬면 되지

뭘 또 더 가냐

 

내면의 나가 스스로 다독인다.

 

"그래 뭘 가냐 여기서 스톱하자"

 

 

 

 

 

 

 

 

 

 

원근의 단풍

 

 

오후 3시에 도착한 벽소령 대피소.

연하천까지 갈려고 하다가 그냥 여기서 멍 때리기로 '내면의 나'와 합의한다.

 

왜 벽소령인가 생각하게 할 정도로

그날 달이 정말 휘황차게 밝았는데

 

벽소령은 

'겹겹이 쌓인 산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희다 못해 푸른빛을 띤다'라는 의미

 

이처럼 벽소령에서 바라보는 달 풍경은 매우 아름다워

이를 벽소명월(碧霄明月)이라고 하며 지리산 10경 중 하나.

 

그날 밤, 제대로 벽소명월 보았다.

 

 

 

 

 

 

황후의 밥과 걸인의 찬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누웠으나

 

벽소명월의 고즈넉한 밤하늘 보단

대피소 안에서의 좌. 우 코골이 사나이들의 합창 때문에

 

5시에 기침하여 서둘러 대피소를 벗어날 결심에 이른다.

 

연하천에서 도솔암까지 이어 보기를 생각했으나

역시나 그것도 내면의 나와 적당하 게 합의를 보며

 

코스를 급변경해버렸다.

 

 

 

 

새벽에 나설 땐 명월은 반야봉에 걸렸다. 다소 희미해진 명월.

 

 

새벽에 나왔으니

안전한 음정으로 가자.

 

작전도로를 통해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하산하기로 결심.

 

6.7km 구간의 음정마을로

거의 뛰다시피 하산.

 

이런 임도만 보면 마라톤 본능이 살아나 사부자기 걷기는 애초에 틀렸다.

난 산길에서도 이런 임도만 나오면 거의 뛰다시피 걷는다.

 

 

 

 

폰으로 기록한 벽소명월은 보잘것 없었다.

 

좌,우 코골이 사나이들 때문에 밤새 설쳤다.

 

새벽 지리산, 서늘한 기온이 산행하기엔 최적의  체감.

 

이제 2시간 정도만 있으면 해가 뜰 상황.

 

일출이 있다는 걸 알기에

이 어둠이 즐거운 이유다.

 

평생 어둡기야 한다면 두렵기 그지없으리라

 

 

 

 

 

 

 

 

 

렌턴 한 줄기 빛에 의지해 작전도로에 임하니

그리 상쾌할 수가 없었다.

 

1시간은 어둠 속에서 홀로 걸으며

즐거움에 취하고 있었다.

 

 

 

 

여명은 밝아 일출이 가까우니 거의 도착했었다.

 

 

작전도로에 핀 가을 모습은

그 차체로 느낌이 새롭다.

 

역시 지리산은 지리산.

가벼이 볼 것이 아니다.

 

 

 

작전도로의 가을

 

 

 

 

 

작전도로의 가을

 

작전도로 역시 가을 단풍으로 가득 채색되었는데

모퉁이 구비구비 돌아들 때 내내 설래였다.

 

저 모통이 끝은 또 어떤 색깔일까 

호기심 가득했었다.

 

 

 

 

 

 

 

 

 

 

 

 

 

 

 

 

 

 

작전도로에서 아침도 해 먹고

커피도 마시며

 

사부 자기 시간을 보냈는데도 어느덧 아쉽게도 끝자락에 도착하고 말았다.

 

 

 

 

 

 

하산 루트를 계획했기에

차량을 적당한 곳에 위치.

 

하산하니 바로 차량 주차한 바로 그곳으로 정확히 나왔다.

비록 올라갈 때는 조금 더 걸었지만

 

시작할 때 다소 고행을 하더라도

하산할 때 편한 걸 나는 선호한다.

 

 

 

 

 

 

 

 

음정마을도 조용하기만 하다.

예전처럼 산꾼으로 붐비고 활기찬 모습은 없고

 

고즈늑하고 조용한 시골 동네 어디매 같은 모습.

 

바야흐로 

단풍의 호시절이지만 젊은 사람은 사라지고

 

군데군데 버려진 낡은 펜션만이 가득한

지금 이 시간의 지리산.

 

산행 세태를 표현해 주는 것 같아 씁쓰럼 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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