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연동골, 칠불사 사면길

구상나무향기 2021. 11. 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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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바로 연동골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지리산의 뒤늦은 단풍 유람.

 

그 화려했던 단풍의 색은 모두 지고 이제 갈잎이 되었다.

 

연동골에 가면 언제나 반겨주든 화사한 단풍을 혹여나 생각했지만

역시나 단풍은 지고 겨울을 준비하는 연동골의 서늘함을 만끽한 하루였었다.

 

짧은 산행 거리에 울창한 숲과 원시진 계곡미를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곳, 역시 지리산이다.

 

칠불사 일주문 앞에 주차하고 불과 30여분 거리.

웅장한 원시 자연미를 감상할 수 있는 곳, 연동골이 아니면 드물 것이다.

 

 

 

 

독가

 

 

독가에 방문하니 곳곳에 돌배나무다.

통통한 돌배들을 가득 단 돌배나무 그루들이 곳곳에서 하늘 높이 솟은 게 아닌가.

 

몇 번 지나쳐 것만 이곳에 돌배나무가 많은 지는 처음 알았다.

 

돌배나무 이야기는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s://blog.daum.net/samlee/7355682

 

 

 

돌배나무

 

 

독가를 지나면 곧바로 연동골을 만난다.

여기서부터 삼도봉까지 지난한 오름을 이어가지만

오늘 내가 갈 곳은 엎어지면 코가 닿을 거리인 칠불사다.

 

연동골을 타고 오르다 옆길로 새어 칠불사로 향하는 루트.

즉 칠불사 사면길을 걸어 원점으로 돌아오는 길.

 

번잡한 도심의 오염을 털어 버리고 심신 정화를 위해 연동골 계곡에 머물렀다.

 

한참을 계곡에 머무르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데

그게 휴식이요 즐김이다.

 

새소리 물소리 그리고 낙엽 떨어지는 소리.

조용하고 차분한 숲의 공간, 지리산이 선물하는 희대의 힐링을 즐기며

도낏자루 썩는지 모르고 지낸 시간.

 

산행하러 온 게 아니라 휴식하러 온 지리산이기에 엉덩이는 무겁기만 한 그 시간이다.

 

 

 

신발을 벗고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가보자.

 

 

단순 산행만 하는 것이 아니다.

 

숲과 계곡에 피어나는 수많은 나무들과 초본,

그리고 그 생태계를 찾아보고 들여다보는 시간.

 

그 자체로 좋을 힐링의 시간.

산행은 더디고 더딜 수 밖에 없음이다. 오늘은 그러려고 작정하고 온 시간.

 

잠시간 진행하니 연동마을에 도착한다.

이곳이 그 옛날 산촌민이 살았든 연동마을.

 

이 마을 때문에 이 골짜기 이름도 연동골이다.

지금은 잊혀진 옛 마을이 되었지만 터는 그대로 남아 그 시절 춥고 배고팠던

지리산 산촌민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엿보이는듯하다.

 

일제강점기와 6.25을 겪으며 모진 세월 지리산에서

살았을 그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짐작 조차 못할 모진 역사가 아니겠는가

 

지금도 오지 중 오지, 그때는 어떠했을까?

 

 

 

연동마을 터.

 

 

 

이곳이 마을 터임을 짐작할 감나무가 이젠 세월의 이끼를 먹고 거목으로 자리 잡았다.

곳곳에 벗나무와 더불어 두충나무나 황벽나무나 마가목같은 약재로 사용한 나무들이 집단 서식하는 걸로 보아

역시나 큰 마을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증거물이다.

 

약재를 이용했던 나무들과 더불어

마을 터에 가면 항상 있는 나무가 돌배나무, 감나무, 뽕나무.

 

이런 나무들은 큰 나무로 성장하기엔 시간이 제법 걸리는 나무들.

그만큼 이 마을이 오래되었음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표본이다.

 

특히나 산중에 주렁주렁 열매들을 달고 있어 겨울녘

동물들에게 아주 중요한 먹이감이 되어 주는데

 

야생 사진 촬영가나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이런 나무들을 찾아

그 근처에 매복하여 담비나 하늘다람쥐 등 귀한 야생동물들을 촬영하기도 한다.

 

 

 

 

 

 

연동마을의 고목 감나무.

 

 

사면길에 접어들어 목을 축인다.

이제 이 계곡을 건너면 칠불사로 가는 길.

 

이 골짜기에서 보여주는 단풍이 참 화려하고 색감 짙어

호사스런 단풍 유람이 되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지금은 모두 갈잎이 되었지만 그또한 지리산이기에 좋다.

계곡에서 또 한참을 시간을 보내며 오수를 즐기다 무거운 엉덩이를 비로소 떨춘다.

 

 

 

 

 

이번에는 칠불사로 바로 들어갔는데

사실 가다 보니 잘 못 들어간 것이다.

 

칠불사 아래 일주문으로 나왔어야 했는데, 칠불사 서원으로 나온 것.

 

그대신 칠불사 대웅전 부처님께 삼배 치성 드리고 무사한 산행 해달라고

기도 드린 후 지리산을 떠난다. 

 

 

 

 

국화가 가득한 칠불사

 

 

칠불사 일주문~연동골~칠불사

]

거리는 짧지만 지리산의 원시적인 웅장미를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 가을이나 여름이면 나는 항상 이곳을 찾는다.

 

 

 

 

 

이 깊은 골짜기에도 카페가 생겼다.

이제 생긴 지 4개월 되었다고 하는데

 

이 카페의 이름은  '더 좋은날'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린 선홍색 빛을 자랑하는 가을 채색이 좋을 카페다.

 

특히나 뜬금 없이 단팥빵이 너무 맛있어 놀라웠다.

 

산행 후 커피가 그리웠는데

빵과 함께 먹으니 더할나위 없는 풍미다.

 

 

 

 

더 좋은날 커피

 

 

 

숙박과 더불어 커피 한잔의 여유도 참 좋을 시간.

 

바쁜 도시인이라 서둘러 떠나야 했지만 이곳에 머무며 서늘한 지리산의 기운을

느껴 보는 것도 딴은 나쁘지 않음이다.

 

 

 

더 좋은날

 

 

커피를 바닥까지 마시고 

지리산의 기운을 가득 느끼며 지루할 즈음에 드디어 지리산을 떠난다.

 

지리산 곳곳 맛집과 카페을 몇 군데 아는데

그 중 첩첩 오지에 위치한 더 좋은날 카페를 감성 장소로 추가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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