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불무장등~삼도봉~연동골

구상나무향기 2020. 10.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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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시작점 목통교

 

 

 

 

불무장등 능선과 연동골, 내가 아는 지리산 최고의 단풍 명소다.

지리산이라고 단풍이 다 이쁜 것은 아닐 터.

 

뱀사골이니 피아골이니 하지만 사실

사람만 미어터지지 그런 곳이 왜 단풍 명소가 되었는지에 대해선 사실 의문.

 

딱히 거창한 단풍 명소는 아니기 때문인데

관광지라는 접근성 때문에 유명해진 게 아닌가 싶다.

 

 

 

지금도 산골인 목통마을(연동마을)

 

 

그럼 어느 곳이 지리산 최고의 단풍 명소일까?

 

개인적으로 불무장등 능선, 토끼봉 능선 외 왕시루봉 능선 같이 남부 쪽에 위치한

능선에서 보는 붉디붉은 단풍이 최고였었다.

 

물론 어디 가나 타는 단풍 한그루에도 서정과 서사는 있기 나름.

 

감동은 어디에서도 동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은 것만 바라보면

보는 감동의 시야가 좁아지기 나름이다.

 

그래서 너무 좋은 것만 바라봐도 감동에 내성이 생겨 감각이 무뎌지는 건 흠이다.

 

 

 

뒷당재

 

 

목통교에서 시작해 뒷당재에 이르면

황장산과 불무장등의 갈림에 선다.

 

지체 없이 불무장등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1차 목표는 통꼭지봉. 거길 지나면 비로소 길고 긴 불무장등의 품에 들 수 있는데

 

끝자락 삼도봉까지 제법 멀다.

준족이라도 5시간 이상 소요되는 먼 여정.

 

 

 

칠불사. 뒤에 이어진 능선이 범왕리로 가는 능선

 

 

불무장등은 2년 전, 딱 이맘때도 찾았던 곳이다.

그때 단풍의 서사가 너무 좋아 몇 해 후 다시 걸음을 했는데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딴은 단풍의 때깔이 걱정이었다.

 

 

 

통꼭지봉 기지국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불무장등 능선을 타기 시작하니 그제야 본격적인 단풍이 시작된다.

 

새벽밥 먹고 먼길 찾아온 길손의 가녀린 염원에

산신령이 제대로 보상을 해주신 듯.

 

파란 하늘 배경 삼아 붉디붉은 단풍이 제대로 멋을 잡았다.

 

 

 

 

 

산신령이 화가가 되었나 보다. 파란 캔버스에 파스텔로 그림을 그린 듯

지리산의 단풍은 열정적이고 정열적이었다.

 

형언을 세치 혀로 어찌 감당하고

짧은 필설로 어찌 풀어내리오

 

그저 이 단풍의 감동만을 즐길 뿐이다.

 

 

 

 

산행의 고단함은 뒷전이다.

 

오름의 고단함이 만만찮은 고역이지만 그 또한

단풍의 불긋한 색정감에 힘을 내어 오르니 언제 올랐는지 모를 정도다.

 

길은 다소 뚜렷했지만

군데군데 아차 빠지는 길들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한두 차례 어먼길에 빠져

등로로 들어오는 길에도 단풍의 화사함은 곳곳에 펼쳐진다.

 

어먼길로 빠진 게 아니라 단풍에 이끌려

그리고 간 게 아닌가 싶다.

 

단풍의 화사함은 그날 극치였었다.

 

 

 

 

 

 

 

 

 

 

 

 

 

 

 

 

단풍에 정신 빠져 오르니 어느덧 불무장등.

 

소탈하게 누군가 작은 바위에 불무장등이라고 적었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껏 장만한 소탈 점심상.

 

"황후(王侯)의 밥, 걸인(乞人)의 찬...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두오."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 주인공 심정일까

 

배는 부르지만 단풍에 대한 시장기는 가시질 않는다.

 

 

 

 

 

 

 

 

잠시간 점심상에 행복했던 시간.

이제 다시 지리산을 즐길 시간, 엉덩이를 비로소 떨춘다.

 

삼도봉에 거의 다 온 지점이라 길은 다소 지세가 얕아졌다가

삼도봉 직전에 오름을 이어간다.

 

단풍의 화사함은 줄어든 상태.

이곳은 참나무와 구상나무가 많아 가을의 화사함은 없는 곳이다.

 

그 대신 고산지대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천혜의 조망을

선사하는 곳이다.

 

 

 

걸어온 불무장등

 

 

삼도봉 직전, 암벽을 타고 오르면 비로소 삼도봉이다.

전라남북도와 경상도가 함께 어우러진 봉우리, 그래서 삼도봉.

 

지척에 반야봉

맞은편엔 토끼봉이 우뚝 선, 지리산 봉우리 중 빼놓을 수 없는 최고봉이다.

 

 

 

삼도봉 직전.

 

 

반야봉에서 이어진 삼도봉.

 

마치 낫의 날처럼 서슬 퍼렇게 이어진 봉이라 낫날봉이라 부르고

혹은 그 이름이 변해 날라리봉이라고 하기도 한다.

 

반야봉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왜소해 보이기도 하지만,

반야봉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

 

 

 

삼도봉

 

 

해발 1,550m 삼도봉.

 

동쪽으로 촛대봉에서 연하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릉을 조망할 수 있으며,

동남쪽으로 왕시루봉과 불무장등 그리고 토끼봉 능선 같은 남부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단풍이 절정인 지금, 지리산에서도 최고의 단풍 조망을

보여주는 곳이다.

 

 

반야봉

 

 

맞은편 우뚝 선 토끼봉.

 

우측 토끼봉 능선 자락에도 단풍이 타기 시작한 절경이 드러난다.

저 토끼봉 능선은 칠불사를 두고 범왕 능선으로 갈라진다.

 

 

 

토끼봉과 우측 토끼봉 능선

 

 

숲에 들면 나무가 보이고

정상에 서면 숲이 보인다.

 

삼도봉에 서니 토끼봉 자락의 단풍이 적나라하다.

 

"혹시 토끼봉에 단풍이 이쁩니까?"

지나가는 산꾼에게 물으니 대답은 간단했다.

 

"아니오"

 

피곤한 토끼봉 오름 보다 연동골로 내려가기로 마음 먹는다.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내리서는 길.

 

산꾼의 무릎을 아작 낸다는 그 전설의 계단길, 550계단이 나타난다.

화개재에서 올라오는 산꾼, 이 계단에서 그 고역은 가중된다.

 

그래서 나는 늘 이곳을 내림 코스로 선정하는 게 딴은 그 이유다.

 

 

 

550 계단

 

 

화개재에서 이어지는 골짜기는 두 가닥.

 

왼편은 뱀사골

오른편은 연동골이다.

 

뱀사골은 화개재에서 반선까지 9km.

연동골은 화개재에서 목통교까지 대략 6km.

 

길고 긴 골짜기.

 

뱀사골은 정비된 지정 탐방로. 산책로라 말해도

손색없을 편안한 길이다.

 

하지만 연동골은 역동적인 지리산의 골짜기 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 주는

험한 길이다.

 

 

 

 

화개재

 

 

정신줄 놓고 마치 수영을 하듯 그렇게 산죽밭을 헤쳐 나가고

짙은 계곡의 물소리가 아늑해질 즈음이면

비로소 목통마을에 선다.

 

삼도봉에서 대략 3시간.

 

길 잃고 헤맬 구간이 서너 군데가 있어 독도에 주의해야한다.

등산로는 날 것 그대로. 정비된 곳은 없다.

 

 

 

 

 

연동골에서 본 토끼봉 능선

 

 

연동골은 원시림의 청정계곡이다.

 

여타 어느 골짜기보다 활엽수림과 단풍나무가 많아 이곳에서 느끼는

가을 서정은 남다르다.

 

개인적으로 엄지척을 외치는 단풍 최고의 명소.

 

특히 10월 말, 이 연동골에서 펼쳐지는 울긋불긋 단풍의 향연은

'도끼자루' 썩어 나가도 모를 아찔한 정취에 빠진다.

 

 

 

연동골 단풍
연동골 단풍

 

 

목통마을, 달리 연동마을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곳의 공식 명칭은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목통마을이다.

 

저 위 연동골에 연동마을의 옛터가 있어 연동골이라 부르지만

정작 마을은 사라지고 이젠 목통마을이 되었다.

 

그래서 연동골을 목통골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지리산꾼들은 연동골이라 하기에 나도 연동골로 적는다.

 

 

 

 

건조중인 산초 열매

 

 

코스는 목통교~뒷당재~불무장등~삼도봉~화개재~연동골~목통교

총 15km 남짓, 9시간이 조금 넘었다.

 

지리산 원시림이 가득한 코스.

 

부드럽고 산세 좋은 불무장등에서의 발 맛.

이 가을, 원시림 가득한 연동골 단풍빛 색채를 더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란 자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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