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102

불무장등~삼도봉~연동골

불무장등 능선과 연동골, 내가 아는 지리산 최고의 단풍 명소다. 지리산이라고 단풍이 다 이쁜 것은 아닐 터. 뱀사골이니 피아골이니 하지만 사실 사람만 미어터지지 그런 곳이 왜 단풍 명소가 되었는지에 대해선 사실 의문. 딱히 거창한 단풍 명소는 아니기 때문인데 관광지라는 접근성 때문에 유명해진 게 아닌가 싶다. 그럼 어느 곳이 지리산 최고의 단풍 명소일까? 개인적으로 불무장등 능선, 토끼봉 능선 외 왕시루봉 능선 같이 남부 쪽에 위치한 능선에서 보는 붉디붉은 단풍이 최고였었다. 물론 어디 가나 타는 단풍 한그루에도 서정과 서사는 있기 나름. 감동은 어디에서도 동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은 것만 바라보면 보는 감동의 시야가 좁아지기 나름이다. 그래서 너무 좋은 것만 바라봐도 감동에 내성이 생겨 감각이 무뎌지는 ..

지리산 최대 습지, 외곡(외고개)습지

외곡 습지, 흔히 외고개 습지라고 부르는 지리산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오래된 습지다. 왕등재 습지에서 이어진 수원이 외곡 습지까지 이어지는데 그야말로 청정의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습지로선 지리산 최대 규모다. 외곡과 왕등재 습지는 국내 유일의 알칼리성 고산습지로 보전상태가 양호하고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 등이 서식하고 있어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데 이 두 곳은 지리산을 대표하는 습지로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 총회 당시 공식 탐방코스에 포함되기도 했다고 한다. 외곡습지는 지리산 동부 능선상의 외고개 바로 아래 해발 650m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이탄습지. 이탄층의 평균 깊이는 0.6m에 이르고 면적은 3만㎡로 지리산 습지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이곳에는 삵, ..

부운좌골~세걸산(야영)~세걸산 동릉

세걸산 야영은 오래전부터 나의 야영 리스트 첫 번째 항목에 위치한 오래된 숙원 목표였었다. "다음에는 세걸산에서 야영을 해야지" 라는 결의를 만복대 야영에서 다짐을 했었다. 6월의 어느 한갓진 주말. 역마살 달인은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목표 지향적 감성'을 따르고자 또 배낭을 메었다. 부운마을 한편, 도시 촌놈의 방문으로 부산스러움이 일어난다. 구름이 떠다니는 곳, 부운마을. 그다지 크지 않는 마을 탓인가 사람도 강아지도 보이지 않는 적막강산의 그야말로 한갓진 마을이다. 부운마을, 세동치와 부운치로 가는 등산로가 이곳에서 이어지는데 소위 부운 좌골과 부운 우골(부운지골)이 있어 서북능선으로 갈 수 있는 등로다. 이번 산행은 부운 좌골을 통해 세동치 샘에서 세걸산으로 올라가는 루트. 오후 나절, 바쁠 것..

사립재골~곰샘~새봉~독바위~어름터

추성리, 지리산 중에서도 액티비한 루트가 거미줄 마냥 얽혀있어 지리 산꾼들에게 있어 최고의 찬사와 선망을 주는 곳이다. 국내 3대 계곡 칠선계곡을 비롯하여 국골, 초암 능선, 벽송사 능선, 독바위, 쑥밭재, 향운대, 허공다리골 등 다양한 산행 패턴이 존재하는 곳, 지리산꾼들에게 있어 이곳만큼 각광받는 곳도 드물 것이다. 지리산행 경력 20년. 이곳에 들고 난지가 수십 차례는 넘겠지만 그래도 늘 힘들고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길 찾기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늘 헤매고 헤집고 다녀야 할 수준의 험로. "지리산은 늘 그렇다." 면역이 있을 수 없는 원시의 지리산. 역시나 오늘 그 자연을 탐하려 배낭을 메었다. 오늘 등정 루트는 사립재골에서 새봉으로 오르는 여정. 어름터 독가에서 계곡을 건너면 좌. 우측으로 길..

도장골~청학굴(야영)~촛대봉남릉

구절초가 피는 어느 날,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촛대봉에 가을 소식이 들려오면 도장골로 스며들어 촛대봉에 오르길 즐겨했었다. 이번 산행은 구절초가 아니라 단풍이 목적. 무엇보다 한갓진 가을 서정을 느껴보리란 기대감으로 야영짐을 지고 올랐다. 단풍이 좋을 지금, 청학굴에서 야영하기로 마음먹고 배낭을 꾸려보았다. 물이 확보되고 야영하기에 좋은 터, 무엇보다 코앞에서 일출까지 볼 수 있는 환상적인 곳. 도장골의 단풍까지 견문한다면 이 계절 최고의 산행지다. 입구에서 1.5km 구간은 잎갈나무 군락지인데 계곡이 나올 때까지 고도를 높히는 코스다. 아직까진 한낮 무더위가 기세를 부릴 때. 무거운 박짐의 위세와 오르막으로 심장의 뜨거움은 점차 가열차게 박동질한다. 도장골은 위세가 부드러운 곳이다. 무엇보다 등산로가 ..

한신지곡~세석대피소 (1박)~한신계곡

한신지곡, 지리산에서 이렇게 멋진 계곡도 드물듯하다. 물론 뱀사골이나 칠선계곡 등 지리산엔 다양한 깊은 계곡을 품고 있지만 폭포로 나열되는 순위로 따지자면 사실 한신지곡이 단연 1위가 아닐까 싶다. 나는 20년 동안 200회 가까운 지리산행을 다녔다. 그동안 한 번도 형제들하고 같이 산행할 거란 생각을 못해봤는데 나 외엔 산행을 즐기는 형제도 없었고 다들 취미생활이 나랑 다른 탓이다. 그런데 어느부터인가 반백이 훨 넘은 큰형님이 산행을 시작하더니 이젠 제법 산꾼 티를 내신다. 산꾼의 기질, 산을 오르고픈 열망은 다들 똑같을 것이다. 더 깊고 더 멋진 산을 오르고 싶은 열망. 난 그 열망에 불을 지폈고 날아든 답은 역시나 "지리산에 가자"로 화답 받았다. 다만, 체력에 대한 안배를 위해 대피소에 하룻밤을 ..

불무장등~삼도봉~연동골

"10년도 더 되었나?" 아련히 그려지는 그때의 추억 칠불사에서 오름 짓을 하며 토끼봉까지 올라 화개재에서 목통골로 내려왔던 숨가팠던 여정의 추억이있었다. *그땐 연동골을 목통골이라 했음 벌써 세월은 흘러 그당시 초등학교 딸래미는 어느덧 아가씨가 된 시절의 추억. 바로 10년 전 연동골 산행이었다. 칠불사는 남부능선 중 길고 긴 골짜기와 능선을 품고있는 지리산 최고의 산 중 사찰이다. 칠불사을 기준으로 좌측 불무장등 능선, 우측 토끼봉 능선 그 중심, 길고도 긴 원시림의 골짜기가 바로 연동골이다. 지리산을 넘나드는 수많은 꾼들 중. 연동골의 거친 숨길을 맛 본 산꾼은 드물다. 그 속살을 제대로 본 산꾼들이 많지 않은 이유. 험할 뿐더러 그리고 지리산 계곡 중 만만찮은 뻗음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5km 길..

노장대골~노장대~공개바위~방곡~동강마을

공개바위, 2006년 조은산님과 함께 문수사에서 시작해 독바위로 올라가 공개바위를 본 경험이 있었다. 그때는 솔봉능선으로 올랐고 이번에는 노장대골로 올랐다는 게 다른 점. 그 외 코스는 같았다. 동강마을 공용화장실에 주차를 하고 적조암까지 걸었다. 동강마을에서 적조암까지는 3.3km 사부 자기 걸으니 딱 1시간 걸렸다. 마을 입구부터 살구나무를 심었기에 6월경 산행하는 꾼들이라면 살구 원 없이 따먹을 듯하다. 매실나무인가 했더니 자세히 보니 전부 살구나무다. 코스: 동강마을~적조암~노장대골~노장대~군계능선~공개바위~방곡마을~동강마을 거리: 17km 소요시간: 9시간 30분 공개바위를 보고 꽃봉산으로 하산할 수 있었으나 조금 더 걸어보고자 방곡마을로 내려온 루트다. 노장대골은 매우 유순하다. 지리산의 여타..

오봉리~곰샘~새봉 야영~새재~오봉리

지리산 오봉리. 나에겐 각별한 추억과 정서가 담긴 곳이다. 1998년쯤으로 기억된다. 그때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 카페에서 모임이 추진 되었는데 산청 주상리에 있는 세검정가든이었다. 그 모임을 주관했던 분이 늘푸른산악회 고 민영길님이었고 그분이 우릴 데리고 간 곳이 바로 독바위였다. 그게 나에겐 첫 지리산 산행이었다. *그후 난 지리산만 130번을 올랐다. 근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지만 나에겐 엊그제 같은 추억을 품고 있는 오봉리이자 독바위의 정취다. 오봉 마을, 그때만 해도 차가 다니기 힘들 정도로 상당한 오지였었다. 수풀이 우거지고 마가목 열매는 곳곳에 붉게 물들어 있었으며 겨우살이는 참나무 등걸에 손만 내밀면 딸 수 있을 정도로 수북했었다. 야생 반달곰이 마가목 열매를 따 먹은 흔적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