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백무동~한신계곡~세석~장터목대피소(1박)~백무동

구상나무향기 2024. 1. 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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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대피소에 본 일몰

 

 

12시경, 나른한 오후에 도착한 백무동주차장.

오늘 목적지는 한신계곡으로 올라 세석을 지나 장터목대피소.

 

"5시간이면 되겠죠?"

 

"어디로 가세요"라고 물어보는 입구의 공단 직원

세석을 지나 장터목으로 간다는 말에 위의 물음으로 물어보니

 

"6시간은 족히 걸려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한두 번 다닌 길도 아니지만

오래간만에 이 코스를 걷는 것이라 기억이 희미해 물어본 것이었다.

 

 

 

한갓진 백무동 주차장

 

 

 

하도 짐승길만 다니다 보니 정작 지정 등산로에 대한

경험이 가물할 정도의 수준.

 

하지만 예전 추억을 떠올려 보니 5시간이면 충분할 듯하다.

 

백무동에서 세석까지 3시간

세석에서 장터목까지는 2시간.

 

적어도 5시간이면 도착하겠다는 생각으로 출발

결과론적으로 12시 출발해서 16시 30분에 도착했으니 생각보다는 빨랐다.

 

물론 빨리 도착한 이유는

다른 이유 때문인 것도 있었으니 정말 겨울에는 조심해야 할 상황.

 

 

 

 

 

 

세석 코스는 아주 다양한 루트를 가지는데

작은샛골, 큰샛골, 한신지곡이나 연하북릉 등 

 

연하봉 방향과 주능선 방향으로 이어진 능선과 골이 험난하 게 이어진

난이도 높은 금지 구역들이 넘쳐난다.

 

특히나 지금은 눈과 얼음으로 길이 없어진 싯점

계곡은 빙판으로 가득하니 아예 들어갈 생각도 말아야 된다.

 

능선도 위험하지만

골짜기 산행은 자제해야 할 시기.

 

 

 

 

 

한신계곡

 

 

 

잠시 가내소폭포에서 연하북릉으로 오를까

10초간 고민했다가 살짝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러셀도 안 되어 있을 듯싶고 혹여 이 혹한의 날씨에 

고립을 자초할 이유는 없었다.

 

그날 세석을 오가는 사람은 단 5명만 보았을 뿐

지정 등산로에서 조차도 정말 사람 보기 힘들었다.

 

주능선에 안착했을 때도

간간히 사람들만 보았을 뿐 왁자한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입산할 당시 기온은 대략 영하권.

능선에 도착할 즈음에는 급전직하로 떨어졌었다.

 

 

 

 

한신계곡

 

 

새해가 밝았지만

딴은 날짜만 바뀌었을 뿐 달라지는 건 없다.

 

숫자만 바뀌었지 그렇다고 인생이 바뀌겠는가

사실 별 느낌도 없는 새해.

 

딸이 곧 결혼할 조짐을 보이는 것 외에는 딴은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

 

누가 그러더라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따져보니 그렇다.

 

촛대봉 정상에 올라 "오늘 저녁 뭐 먹지"하고 고민하고 있는 이 팔자가

되려 가장 행복한 인생이 아닌가라는 뇌피셜로 합리화할 뿐이다.

 

고통 없고 불행 없이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이 순간, 누군가에겐 갈망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시원한 빙벽

 

 

 

지리산의 겨울 기온이 상승 그래프를 그리면서

가문비나무, 구상나무 심지어 숲의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산죽까지

지리산에서는 점차로 사라지고 있는데

 

딴은 그 원인에 대해서는 '기후변화'로 퉁치고 있지만

비밀은 산신령만 알 뿐이지 딱히 정확한 원인은 사실 불명이다.

 

산죽이 고사하는 이유가 기후변화?

 

또 다른 이론으로는 산죽밭에 바이러스가 창궐해

공생균이 점차로 사라지고 뿌리 마디가 서로 이어져 있는 산죽의 특성에 기인되어

집단으로 고사하는 이유라는 가설을 제가 한 사람도 있다.

 

뭐 여전히 비밀은 숲이 간직하고 있는 것.

 

 

 

 

가내소 폭포

 

 

세석 1.3km 말뚝이 보이는 싯점에서 왼쪽으로 바라보면  큰 암벽이 보이는데

거기가 촛대봉 정상.

 

여기서 오래 전에 바로 치고 오른적이 있었는데

그땐 딴은 길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올랐지만

 

사실 정신 나간 행위임에는 분명했다.

엄청난 오름짓에 허벅지 경련에 1주일 내내 고생했을 그때 촛대봉 등정사였기에

 

결국 촛대봉에서 장터목 방향으로 한참 내려간 여불떼기로 뚫고 나왔는데

길이란 의미는 없고 무작정 치고 오르면 일단 촛대봉 근처로 가기는 한다.

 

허벅지 튼실하고 개고생을 즐기는사람이라면 도전 해보자.

 

 

 

아무도 걷지 않았든 등산로. 빙벽이 형성되어있었다.

 

 

 

세석이 다가오면

급경사의 오르막에 죄다 빙판이 형성되어 길 자체가 위험하다.

 

오르기엔 그나마 나아 보이지만

내려오는 건 거의 빙벽을 타고 내려오는 수준의 위험한 길

 

일부 등산로는 아예 빙판으로 꽁꽁 얼어붙어

이리저리 뺑뺑 돌고 돌아 아이젠으로 빡빡 밟고서 한발 한발 내딛으며

조심을 떨어야 했었다.

 

밧줄은 아예 얼음 속에 박혀있어 무용지물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세석에 도착.

능선에 오르니 그제야 지리산 칼바람이 느껴진다.

 

계곡에서 한참 오를 땐 추위를 몰랐는데

 

피부가 따끔거리고 바람소리에 귀가 먹먹하다.

다시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촛대봉으로 오르니

 

기온은 급전직하로 떨어진다.

이제부터 서서히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바람까지도 갑자기 거세게 몰아친다.

 

 

 

세석대피소, 배도 고프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

 

 

 

이때부터는 사진 촬영이 힘들 정도로

손이 시려 아예 꺼내지도 못했다.

 

연하선경 어느 지점인가 도착하니

갑작스러운 돌풍과 강한 한기가 몰아치는 게 아닌가.

 

영화 '투머로우' 같은 순간이라고 하니

엄살 떨지 말라며 진주에 사는 모 분께서 핀잔을 준다.

 

한참 동안이나 바위틈에 숨어 꼼짝하지 않고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었다. 엄살까진 아니라도 정말 춥긴 추웠다.

 

역시 겨울 지리산은 무섭다.

참으로 시원하기 그지없는 지리산 동장군 체험 시간.

 

그렇게 바람이 잦아드니

뛰다시피 장터목대피소로 향했다.

 

 

 

 

 

 

 

 

장터목대피소에 뛰다시피 도착했더니

되려 그때부터는 바람도 잦아든다.

 

방을 배정 받고 잠시 쉬었다

그렇게 저녁 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으니

 

"우와 일몰이 환상이에요"

밥 해 먹다가 누군가의 그 말에 바깥으로 나와보니 그날 낙조가 참으로 장관이었다.

 

 

 

장터목대피소 그날 주말 인데도 대피소는 한적했다.

 

한참을 바위 틈에 숨어있었다.

 

 

 

 

 

 

 

그날 일몰이 장관이었다.

 

 

반야봉 낙조가 지리10경이라는데 그날 저기에 선 사람들은 제대로 된 낙조 보았을 것이다.

 

 

 

밥 한다꼬 해 떨어지는 건 못봤다.

 

 

 

당췌 에어매트는 대피소 같은 공동 시설에는 사용하길 자제 좀 했으면 싶다.

부스럭 거리는 마찰음이 여간 귀 거슬리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뿌드득 뿌드득

마치 눈밟는 소리처럼 에어매트 마찰음이 옆사람에겐 귀 거슬리는 소음.

 

소음 유발하는 에어매트는 

민폐다. 

 

코골이 소리에 에어매트 마찰음까지 더해 대피소는 소음으로 가득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자야지 따질 수는 없는 곳.

 

그래도 이리 뒤적 저리 뒤적이다 보니 어느듯 일출이 다가왔었다.

 

 

 

 

한적했든 대피소

 

 

 

동이 트기 전,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러 제석봉으로 향했다.

천왕봉까지는 아니라도 거기 위치면 일출 보는 데는 소홀함이 없는 장소이기에

 

제석봉까지 갈려구 했지만

 

바람에 밀려 끝끝내 가진 못했다.

돌풍을 떠나 거의 태풍 수준이라고 말하면 '진주에 사는 모 분'께서 또 엄살이라고

타박을 줄런지는 몰라도

 

중도 포기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을 정도.

 

구름에 휘감겨 일출은 하릴없었고

그대신 눈보라만 제대로 겪어봤다.

 

 

 

 

제석봉 구간에 들어서니 칼바람이 몰아쳤다.

 

 

눈보라가 심하게 불어

중도포기하고 다시 돌아가야만했었다.

 

요새 폰은

입으로 촬영이 가능하다.

 

입으로 폰을 열고 고함으로 소리쳐 찍은 사진.

바람소리가 심해 폰이 말귀를 못 알아 들어 고함을 질러야했었다.

 

손가락 까닥 안하고 입만 가지고 찍은 문명적 작품.

 

 

 

논보라 제대로 몰아친 제석봉

 

 

 

 

 

 

 

 

 

 

 

 

 

 

 

 

 

 

 

 

 

 

 

 

동영상으로 보자

바람소리가 들릴란가모르겠네

 

 

 

 

장터목대피소

 

 

 

 

일출경 휘감은 폭풍과 한설은 그렇게 순식간에 물러나 버린다.

일출 후, 1시간쯤 지났을까 사위는 밝아지고 바람은 금새 잦아든다.

 

상고대의 서늘한 감성은

장터목대피소로부터 1km 남짓한 거리에서만 보여주었고

 

곧 겨울 특유의 짙은 감성에 묻혀버렸다.

 

터벅터벅 아이젠 품은 걸음으로

천천히 걸었더니 하산시간이 길었다.

 

 

 

 

 

 

 

 

 

참샘에 도착하니

물 한잔 할까 싶어 배낭을 내려 놓았더니

 

세상에 식수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바래봉샘과 비슷한 형국이다.

 

대장균 총 수가 기준치를 초과했기에 음용수 부적합이란다.

 

니미럴

 

아니 이런 산속 깊숙한 곰들이나 마실법한 샘물에 무슨 짓을 했기에

대장균이 기준치를 초과했단 말인가

 

그래서 찾아봤다.

 

 

 

 

 

 

사람이나 동물의 대장(大腸)에 있어야 할 대장균이 다른 곳에서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곧 그것이 '똥'에 직·간접적으로 오염되었음을 의미한다.

마시는 물을 기준으로 일반세균은 기준치 이하로만 존재하면 음용가능한데 대장균은 아예 검출되지 않을 것이 기준이다. 여름만 되면 뉴스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고 난리치는 경우가 많은데, 딱히 대장균 자체가 위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장균 수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대장균이 체내나 실험실 등 적합한 환경에서는 매우 잘 자라지만 자연환경에서는 거의 자라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즉 물에서 대장균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그 물이 대장균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나 물체에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약수터 같은 식수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이 식수의 수원이 사람 또는 동물의 대변에 오염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또 굳이 대변이 아니라도 대장균이 검출된다는 것은 사람이 거기다 손을 씻었거나 들어갔다 나왔다든지(...) 심하면 사체가 빠져서 부식 중이라든지 각종 생물학적 오염원과 접촉해 오염되었다는 증거이므로 다른 유해균도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지표로 볼 수 있다.

 

 

 

 

 

 

그래도 시원한 계곡물 한잔 마셨더니 폐부가 시원하다.

지리산 물을 믿지 못하면 도대체 어떤 물을 마시고 살아야 하겠는가?

 

얼음 깨고 마시는 그 지리산의 시리도록 맑은 물맛에 

겨울 산행하는데 말이다.

 

사부자기 걸어 도착한 백무동, 사위는 조용하기만 하다.

 

나만의 소울푸드, 주암가든 어탕국수로 

지리산 겨울 산행의 시원함을 마무리한다.

 

내려오며 지리산 동장군아 가지마라며 그 끝을 부여잡고

눈구경 좀 해달라고 빌어보았다.

 

다음 산행에선 제대로된 눈산행을 기대하는 것으로

하늘나라 선녀들과 살짝 합의 했는데

 

제대로 인지했는지 모를 일이다.

육아휴직가서 아직 복귀를 안 했는지 요새 하늘나라 선녀들이 당췌 믿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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