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지리산행기

지리산 2박3일 종주기(with. 야영)

구상나무향기 2022. 10. 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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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에 대한 갈망은 아마도 산꾼이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개인적 업적중 하나일 것이다.

 

내년 환갑을 맞이한 산꾼의 도움 요청

"지리산 종주 한 번 하자"

 

동반자의 요청에 날짜를 수소문하니 딱 10월 중순 연휴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 이때가 제일 좋겠네"

때는 마침 단풍의 호시절, 적어도 능선녘에는 단풍이 좋을 거란 기대치.

 

"어라..이거 뭐야"

대피소 예약이 오픈 되자 마자 바로 마감이란다.

심지어 홈페이지가 마비. 접속 조차 거부 되는 트래픽 초과다.

 

우리 같은 동작 늦은 사람들은

아예 대피소 예약은 꿈같은 얘기. 대피소는 만땅, 우리에게 주어질 공간은 없었다.

 

하기사 언제부터 대피소 이용했냐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령(?)의 동반자가 있음을 감안해 간만에 얌전한(?) 지리산 산행을 계획했든바

대피소 예약이 불발되어 부득히 텐트을 짊어지게 된 사연이다.

 

사실 대피소도 모포 대여가 안 되는 현실.

똑같은 부피에 텐트 하나만 더 챙기면 되기에 딴은 대피소에 굳이 들어갈 이유도 없을 핑계.

 

"그래 산꾼이 뭔 대피소여" 

 

객기 어린 화이팅으로 

애초에 대피소 예약은 하릴없는 이야기로 치부하고 박짐을 메었다.

 

 

 

 






지리산 종주는 개인적으로 서너 번 했던 일.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한 번도 대피소에 들어간 경우가 없었다.

 

무박왕복종주, 무박화대종주, 태극종주 그리고 

1박이나 2박이나 모두 선비샘과 촛대봉, 장터목 인근에서 텐트 없이 비박하며 종주를 마쳤다.

 

예로부터 대피소에 굳이 들어갈 생각을 잘 안했든 것도 있고

바람과 꽃을 즐기고 한뎃잠을 선호하는 '나는 자연인' 체질이라 우아하게 우기고 싶지만

 

 

실상 그놈의 대피소 예약이 다 불발된 탓이다.

 

 

 

 

 

 



 

지리산 종주를 할려면 

사실 근골격계나 심혈관계 계통에서는 문제가 없어야 가능하다.

 

사실 이건 어느 산행이라도 마찬가지.

 

등산이 쉬운 스포츠가 아니다.

근육량도 있어야 하고 인내심이나 체력도 좋아야 할 뿐아니라 

무엇 보다 신체적 건강이 담보 되지 않으면 즐기기 힘들다.

 

골프도 하고 있지만

소위 돈 쓰고 스트레스 받는 대표적 스포츠. 작대기를 확 뽀싸버리고 싶은

성질머리 자극하는 비싼 스포츠다.

 

하지만 등산은 돈도 안 쓰고 스트레스 풀리는 내 몸뚱아리만 건강하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매력만점의 일탈.

 

시시각각 불러오는 뱃살과 지방들의 아우성 "너 이제 산행 힘들어"라고

협박하는 시기.

 

 

진주에 거주하시는 객모(이러면 누군지 모르겠지)분은

내가 맨날 엄살만 부린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내 뱃살을 보면 신통방통할 다름이다.








 

 

요즘이 제일 갈수기가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 마른 적이 없는듯 하다.

 

임걸령도 졸졸

연하천도 졸졸

총각샘이나 선비샘은 아예 말랐고

세석에 도착해서야 간신히 받을 수 있었다.

산희샘도 마찬가지. 참샘도 졸졸 흘러 바가지 들고 손 저릴 떄까지 받치고 있어야 할 판이다.

 

당연히 지리산 곳곳에 위치한 석간수나 샘터의 사정이 녹록치 못하니

물은 든든히 지고 다녀야 할 것이다.

 

박짐 짊어지고 다니는 꾼들은 이점 충분히 숙지해야 할 것이지만

요샌 햇반 이용하고 포장 식품 이용하면 물 이용할 일도 별로 없다.

 

 

 



 

 

 

입산시간지정제 이것 때문에 아주 골치다.

그래서 주능선 산행을 자제하는 이유중 하나.

 

정해진 시간 안에 지점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대로 막힌다.

그런데 그 시간대라는 게 오후 2~3시.

 

그 시간에 통과 못하면 너무 이른 시간에 갈길이 막히니

서둘러 부지런히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는 미션에 시달리게 된다.

 

이틀날, 바로 그 미션에 걸려 식겁했었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서둘러 세석을 통과해야 했기에 쉬지도 못하고

영신봉을 내달려야 했었다.

 

"니미럴...."

입에서 게거품을 물어대며 30kg 박짐을 한시도 내리지 못하고

영신봉 오르는 3단 철계단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어야만 했었다.

 

도대체 나는 누구에게 욕을 해댔을까?

하여튼 그 누구에게도 들을 소리는 아니였겠지만 나는 심히 이 입산시간지정제에

대해서 불만스러운 건 사실이다.

 

대피소 예약이란 게 혜택의 상품권으로 치부되는 현실.

주능선 다닐려면 속도전은 기본이다.

 

자유롭게 다닌 옛시절이 그립다.

 

 

 

 



 

 

제석봉을 지나 천왕봉에 오르니

한두 번 오른 길도 아니지만 올 때마다 새기분 새느낌이다.

 

특히 그날, 통천문 위에서 바라본 운해의 장관은

내내 잊혀지지 않을 명장면.

 

그날 만큼 운해가 드라마틱하면서도 스펙타클한 것도 처음이지 싶다.

 

가재복 산꾼, 간만에 느껴보는 행운이었다.

 

대피소 당첨의 즐거움은 누려보지 못했지만

운해의 장관을 맞닥드린 것은 최고의 행운이었다.

 

 

 

 

 



 

 

 



 

 

드디어 2박3일 종주의 도착지 천왕봉.

 

감정이야 뭐 새로울 것도 없겠지만 벅찬감이나 성취감은 늘 새롭다.

 

박짐 짊어지고 꾸역꾸역 걸어온 길들이 아늑히 내려다보이는 천왕봉.

 

새삼스럽게도 저 먼 길을 내가 걸어왔나 싶은 뿌듯함과 대견함.

 

 

종주야 별거 있겠나 싶지만 그래도 야영하는 즐거움은 또 남다르다.

자연을 즐기는 한뎃잠이야 어찌 대피소하고 비교할 수 있겠냐만은

 

지리산을 즐기며 자연을 즐긴 시간들은 이래나 저래나 똑같을 것이다.

 

지리산이 좀 고팠는데 

원없이 걷고 즐긴 시간.

 

나의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을 줍고 온, 2박3일의 그날 그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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