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일반산행기

속리산, 문장대~신선대~천왕봉

구상나무향기 2021. 11. 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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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는 이미 만추의 품격 그대로였다.

 

"단풍 때깔이 너무 안 좋아" 지인들의 투덜거림에

올가을, 단풍의 화사함은 예전만 못할 거란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단풍 때깔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건 고지대의 모습.

산사가 포함된 산아래의 단풍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확실히 고지대 숲에서 보는 단풍의 때깔은 예전만 못했고 거의 까맣게 타 들어간 상태였었다.

 

하지만

산아래 고즈넉한 분위기의 산사엔 만추의 서정이 가득한 그날이었다.

 

 

 

법주사 입구

 

법주사는 중2 수학여행 때 왔었고

그 이후 처음이니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계산이 안 된다.

 

이제야 발걸음을 한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나도 모른다.

 

 

국보 법주사 팔상전

 

 

법주사하면 엄청 큰 규모의 미륵대불이 오버랩될 정도로 

우리에겐 법주사하면 뜨올리는 대표적 상징이다.

 

그런데 예전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달라 그 역사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연혁이 나온다. 부처님 때깔이 세월이 흐르면서 변한 것이다.

 

법주사는 1990년 시멘트 미륵대불을 해체하고 국비 5억원, 충북도비 3억원, 고 정주영 현대그룹회장 2억원, 35억원은 37만명불자의 시주를 받아 청동 160톤, 주석 16톤, 아연 3톤으로 청동미륵대불을 세운 뒤 2002년 불상 전체를 금으로 치장했다.


그러나 표면의 녹과 오염물질, 풍화작용에 따른 탈색 등으로 인해 지난해 9월부터 불자들의 시주금 등 약 7억원을 투입해 골드 펄이라는 인조금으로 덧칠해 다시 선보였다

 

 

 

금색으로 화사해진 부처님

 

 

 

내가 수학여행 왔을 때만 해도

이곳의 부처님은 회색의 긴 관을 쓴 부처님이었는데

 

그때 그 부처님이 바로 시멘트로 만들어져

갈라지고 깨어지고 하여 허물고 청동 부처님을 세웠더니 때깔이 더러워져

다시 금동 부처님으로 바꾸고, 최근 다시 그 색을 화사하게 덧칠한 역사다.

 

결국 인간이 부처님을 시멘트에서 청동에서 다시 금동으로 바꾼 것.

 

법당에도 계시고 사찰 뜰에도 서 계시고

부처님은 도대체 몇 분 이신가?

 

한대 쥐어 박힐 치기 어린 의문이지만 

부처님에게 3배를 올리며 저어기 신의 실체에 대한 중생의 번민을 가져본다.

 

예전 백양사에서 저녁예불 때 노스님의 말씀

"앞에 있는 건 부처님이 아니고 우상입니다. 부처님은 여기에 없어요"라는

고견이 불연듯 떠오른다.

 

 

 

 

때깔 좋으신 부처님

 

 

여기서 문장대 방향으로 올라 신선대를 지나 천왕봉에서 법주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의 여정을 세워보았다.

 

세조길을 걸어 세심정까지 도착해 거기서

문장대로 오르면 되는 여정.

 

다만 곳곳에 세워진 이정표 키로 수가 실제 거리와는 차이가 있으니

참고만 하면 된다. 정확하진 않더라

 

 

 

붉게 물든 법주사 담벼락

 

 

세심정, 세속을 떠나 마음을 씻는 정자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막걸리 주막이다.

 

파전에 막걸리 마시며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가을의 서정을 더할 수 있는 곳.

 

세조길의 마지막 끝자락, 세심정이다.

 

세조길은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 이어지는 천혜의 트레킹 코스.

가을 녘, 세조길을 걷는다면 낭만 제대로 부여잡을 명소다.

 

특히나 어수룩한 늦은 오후에 걸어보자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 최고의

단풍 명소가 될 것이다.

 

조건이 있다 준비물은 '연인', 없으면 밝은 대낮에 오시라

 

 

 

 

 

 

세심정은 삼거리에 해당하는 데

이곳에서 문장대, 신선대, 천왕봉 모두 이어지는 속리산의 교통 중심지.

 

좌측 문장대로 올라 우측 천왕봉으로 통해서 내려오기에

결국 이곳에서 만난다.

 

 

 

방향만 참고하자. 거리는 실제와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6살이나 되었을까 유치원생들이 단체로 등산을 왔는 모양.

사뿐히 문장대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아빠미소가 함박 걸린다.

 

"우와 저 병아리들 봐"

아장아장 걸음으로 저 높은 문장대에 등반하고 내려오는 모습에 

어찌나 대견하고 신기하든지

 

그 귀여운 모습에 한참을 쳐다보았었다.

 

 

 

문장대 표지석에 사람들로 북적.

 

 

문장대 표지석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위드코로나라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런 작금의 상황.

 

표지석만 찍고서는 문장대로 서둘러 오른다.

날씨는 이제 겨울의 문턱.

 

싸늘한 공기가 주위를 맴돈다.

법주사에서 여기까지 딱 3시간 걸렸다.

 

 

 

문장대

 

사통팔달, 문장대에 오르니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벅차게 오르는 백두대간 코스도 한눈에 드러나는 데, 정말 오래전에

저 길을 걸은 적이 있었다.

 

저 암벽 많은 곳이 밤티재로 떨어지는 길. 아주 식겁하는 코스다.

예전에 조은산님과 함께 저 길을 걸었었는데

 

참 세월도 무심하 게 빠르다.

백두대간 코스로 그때 13시간에 걸쳐 비재~밤티재 구간을 걸었었다.

https://blog.daum.net/hansemm/8109533

 

 

 

저 암릉 구간이 백두대간. 밤티재~문장대 구간

 

 

우측 저 멀리 솟은 봉우리가 바로 천왕봉, 예전에는 천황봉이라 불렀는데

언제부터 천왕봉으로 바뀐듯하다.

 

사실 속리산은 문장대가 더 유명하지

정작 주봉인 천왕봉은 문장대 이름보다 아래의 품격이다.

 

 

 

우측 봉우리가 천왕봉

 

 

문장대(1033m)는 천왕봉(1058m)과 높이에서 그리 차이도 없다.

큰 바위 위에 형성된 곳인지라

조망이 틔였고 그 모양이 특이한 곳이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은 곳.

 

문장대는 큰 암벽이다. 산봉우리가 아니다.

그래서 특이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모르겠다.

 

 

 

문장대 정상

 

문장대에서 칼바람을 잠시 맞았더니

정신이 확 든다. 이제 겨울이 다가온 듯. 서둘러 신선대로 향하니

 

그 길이 꼬불꼬불 위아래 굴곡진 쉬운 지세가 아니다.

문장대에서 30분 거리라 하지만 만만한 굴곡이 아니기에 체력 소모가 만만찮다.

 

 

 

신선대

 

 

신선대 휴게소엔 다양한 먹거리가 판매한다.

 

속리산에 지금껏 있었던 휴게소는 모두 다 폐쇄했고 철거되었는 데

유일하 게 남은 휴게소가 신선대 휴게소다.

 

신선대에서 법주사로 내려갈 수 있고

천왕봉으로 갈 수도 있으니 여기서 체력을 판단해서 하산을 고민하면 된다.

 

나는 볼 것도 없이 직진. 천왕봉으로 향한다.

 

 

 

신선대 휴게소

 

되려 문장대에서 신선대 온 길 보다 더 평지고 수훨하다.

 

속리산 곳곳엔 거대한 암벽군이 형성되어 있어

여기가 마치 설악산 인냥 느낌이 들 정도다.

 

군데군데 엄청난 암벽들이 곳곳에 있어

조망을 즐기기 제법 멋스러운 곳이 속리산이다.

 

큰 바위에 올라 압도적 조망을 즐겨보자

 

 

천왕봉 가기 전 곳곳에 큰 암벽이 많다.

 

 

유명한 암벽인지 다들 여기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남들 찍으니 나도 한컷...

사진을 보니 그냥 저팔계 처럼 나왔다.

 

눈수술 후 안경을 벗고 이젠 선글라스를 쓴다.

평생 처음으로 산 선글라스다.

 

 

중년

 

 

천왕봉 가기 전, 큰 바위 틈이 나온다.

개구멍이라고 하기엔 제법 그 규모가 크다.

 

이런 구간은 천왕봉에서 법주사 하산 구간에 또 나온다.

거긴 텐트까지 칠 수 있는 큰 공간이 있는 곳이였다.

 

앞에 산악회 여성 회원 분들의

사진 촬영에 제법 지체되었다. 당췌 비켜주질 않고 순서대로 저래 사진 놀음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속리산에서 즐기는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니

그러려니 하고 기다린다.

 

비오고 바람 불 땐 이곳에서

쉬어도 충분할 장소. 텐트 없이 비박하기에 아주 적절한 장소다.

 

 

 

 

 

뒤돌아 보니 어느듯 문장대가 아득해졌다.

저 뒤 끝 암벽이 바로 문장대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의 격언이 산행하면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데

이런 풍경을 보면 실감한다.

 

 

 

속리산의 암벽군. 

 

속리산은 이렇게 다 암벽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산아래에선 전혀 모를 풍경 인데, 능선에서는 암벽과 암벽으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골산.

 

문경 대야산까지 백두대간 내내 암벽의 연속이다.

 

 

줌으로 촬영한 문장대.

 

 

 

드디어 천왕봉이다.

 

법주사 갈림길에서 600m 위에 있는 천왕봉.

법주사로 갈려면 다시 왕복해야 한다.

 

해질녘의 천왕봉에 역시나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

 

 

어디가나 정상석 쟁탈전이 치열하다.

 

사진을 보면 예전 정상석과 지금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때는 천황봉 지금은 천왕봉이다.

 

아마 일제의 잔재라고 여기고 정상석을 치우고

이름도 천왕봉으로 개명(?)한 것이 아닌가 싶다.

 

"광복 50주년인 1995년 국토지리정보원은 일본식 지명 37개를 고유지명으로 환원했다."

역시나 찾아보니 일제의 잔재가 맞았다.

 

속리산과 계룡산 천황봉 이름을 우리 이름 천왕봉으로 환원.

 

다만 영남알프스 천황산은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표기되어 왔기에 잔재가 아니라 판단되어

천황산으로 그대로 불린다.

 

좌: 천황봉 표지석

우: 천왕봉 표지석

 

 

 

 

 

2003년 그때 비재~밤티재 구간을 13시간에 걸쳐 산행했던 옛날 사진.

내 30대 초반 시절의 풋풋한(?) 모습이다.

 

 

 

 

조은산님과 남희라는 그때 20대 여성.

 

그때는 봉우리가 천황봉, 비재에서  7시간에 걸쳐 올랐을 당시의 모습이다.

비가 많이 와 많이 힘들어했다고 조은산님 기록에 적혀 있어

그날 비가 왔음을 알았다.

 

 

 

 

 

 

여기서부터 줄 내리막이니 한참을 정신없이 걷고 또 걷는 코스다.

상환암이 나오면 거의 다 내려왔다고 여기면 된다.

 

아마 가장 정신없이 산행에 몰두했던 시간이 이때가 아니였나 싶다.

 

능선에서 본 석문이 여기서 또 나타난다.

이곳은 텐트까지 칠 수 있을 정도의 큰 공간.

 

비바람 피하기 최적의 장소. 참 아늑한 공간이다.

 

 

 

 

석문

 

 

상환암에 도착하니 곳곳에 단풍숲이다.

 

"올해 정말 아쉽네"라는 탄성이 절로 나는 곳.

 

이곳은 단풍숲으로 곳곳에 형형색색의 단풍이 아주 고울 장소지만

올해 기후탓에 모두 시들어 버린 것이다.

 

상환암 일대는 단풍숲으로 이루어진 곳.

단풍 좋을 어느 시기에 방문하면 암자와 어울러지는 풍경에 감탄을 자아낼

명소다.

 

특히 상환암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곳에 절묘하 게 위치해

최고의 뷰를 선사하는 곳이기에 가을녘이면 더더욱 방문해볼 가치가 있는

엄지척을 외치는 단풍 최고의 장소라는 견해다.

 

세심정을 지나쳐 세조길을 다시 걷고 수원지까지 내려오니 어느듯 서산에 해는 지고

어둠이 깔린다.

 

어둑어둑 해진 세조길의 단풍을 조우하며

내려오는 그 길에서의 평화스러움은 익히 경험하지 못한 감정이었다.

 

정말 편안했었다.

내내 기억에 남을 편안함이 아니였나 싶다.

 

 

상수원지

 

 

법주사에 도착하니

부처님이 화사한 조명에 싸였다.

 

약 17km 남짓. 서둘러 걸었다고 했는 데도 8시간이 걸렸다.

속리산은 만만한 구간이 아니기에

 

체력 안배를 적절하 게 해야 사고가 없을듯싶다.

난이도는 상.

 

 

 

 

 

법주사 팔상전에 들어가 3배를 해볼려고 했더니

문을 닫아 버리는 게 아닌가.

 

참배할 시간을 넘겨 버린듯.

국보 문화재인 팔상전에 들어가 부처님을 배알하려 했더니

 

아쉽게 되었다.

 

 

팔상전 참배 시간이 지나버려 아쉬웠다.

 

 

 

오래 전 지인, 조은산.

그 사람과 함께한 추억이 새록새록이다.

 

그때 그 당시 속리산을 넘은 게 사실 나는 10년(?) 되었나 생각했었다.

알고 보니 벌써 18년 전 일이란 걸 그제야 알았다.

 

결국 조은산과의 인연이 20년 세월 더 넘은 것이다.

고인이 된 조은산 이기홍.

 

오늘 뜬금없이 그분의 추억에 잠시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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