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일반산행기

상양마을~오심골~가지북서릉~가지산~상양마을

구상나무향기 2021. 8. 2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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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양마을에서 본 얼음골

 

 

"비는 안 온다고 하니 오늘 산에 가자"

 

오래간만에 지인의 반가운 구원의 소리가 들려온다.

 

기꺼이 콜을 외치며 코스 검색을 해보니 그동안 안 가 본 곳이 없는 영남알프스

코스 선정이 "오늘 점심 뭐 먹지" 수준의 대략 난감이다.

 

그동안 안 가 본 곳 보다 가 본 곳이 더 많은 게 현실.

 

 

 

가지산이 품고있는 청정의 오심골

 

 

고민 끝에 아직 못 가 본 가지북서릉이 합의되고

하산 코스는 가지서북1릉이라는 미답지의 능선으로 결정된다.

 

가지북서릉~가지산~가지서북1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코스.

 

하지만 결론적으로 갑작스럽게 내린 폭우로 가지서북1릉은 포기,

즉시 아랫재로 내려와 하산했었다.

 

 

 

 

손주가 있는 할아버지 그러나 포스는 오빠다. 아랫재에서

 

북봉에서 가지북릉, 가지북서릉, 가지북서1릉과 가지북서2릉 그리고 오심골(오심폭포)

전체 지도 모습이다.

 

가지산에서 가지북릉이 가장 험하고 격정적인 능선.

 

 

가지산과 북봉 근처의 능선

 

 

 

 

상양 마을에서 아랫재까지는 길 좋은 3km. 사부자기 걸으니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여기서 배넘이재 방향으로 넘어가다 우측 오심골 들머리로 들어가면 된다.

 

오심골은 가지산과 북봉 사이에 난 청정의 오지 계곡이다.

딱히 수량이 풍부한 곳은 아니지만

 

이렇게 비가 오는 시기엔 수량이 제법 많아져 오심폭포 같은 낯선 폭포들이

이름값을 하는 알려지지 않은 영남알프스의 원시 계곡.

 

 

 

 

정말 미끄러웠던 오심골

 

 

 

"진짜 미끄럽네.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오심골에 들어서자마자 내뱉은 대략 난감한 한마디.

 

정말 미끄러웠다. 등산화가 문제가 아니라 바위 자체가 아예 기름을 바른 듯

다들 반들반들 미끄럼틀 같은 수준이다. 

 

가지북서릉을 오를려면 오심골이 들머리였기에 오심골에서 시작했지

사실 오심골은 그날 우리가 정한 코스가 아니었었다.

 

약간 오심골에서 진행하다가 좌측으로 올라야 가지북서릉 인데,

이 들머리를 놓치는 바람에 그냥 오심골로 직진, 산꾼의 곤조로 "그냥 쭉 가자"로 합의했다가 낭패를 당한 것.

 

전날 내린 비로 이미 계곡의 바위는 젖어 있었고

거기에 특유의 미끄러운 돌로 인해 아차 하면 자빠지는 상황. 

 

나중에 비까지 내려 더욱더 위험했기에 탈출 결심.

 

 

 

가지북서릉 탈출로.

 

 

 

오심골은 매우 긴 계곡이기 때문에 자칫 더 위험해질 수 있어

오룩스맵을 보고 가지북서릉으로 이어진 탈출로를 보고 거기로 오르기로 했었다.

 

거리는 짧았지만 오르는 데 무려 1시간이 족히 걸린

네발로 기어 오른 급경사의 오름 짓.

 

그 코스 만만하 게 볼 곳이 아니다.

 

 

 

 

오심골 탈출. 거리는 짧아도 길은 험했다.

 

 

겨우 오심골에서 오른 가지북서릉.

시작할 땐 썬크림을 발라야 했지만 이젠 비가 내린다.

 

산야는 온통 구름에 휘감겨 보이지 않고

인근의 가지산과 운문산 모두 비와 함께 구름 속에 숨어 버렸다.

 

이때부터 비는 줄 곧 내리더니 나중에는 거의 퍼붓는 수준.

 

 

 

마가목이 올핸 풍년이다.

 

 

북봉 인근에 서면 그제야 조망이 보인다.

이때부터 약간의 암벽 타기가 시작되는 암릉 구간.

 

위험하진 않지만 조심해야 할 구간.

배넘이재에서 오르는 가지북릉보다는 좀 더 수월한 능선이 가지북서릉이다.

 

 

 

저 보이는 맞은편 능선(가지서북1릉)으로 하산할려구 했다가 폭우로 취소.

 

 

북봉이 보인다.

가지북릉에서 오르면 벅찬 숨을 몰아쉬며 오르는 상당한 고역의 길.

 

하지만 조망이 일품이라 체력 좋은 꾼이면 꼭 추천하고 싶은 명품 코스.

 

이곳 가지북서릉에서 올려다보는 북봉의 고압적인 자태 또한

아주 멋스러운 곳.

 

이웃 가지산에만 다들 시선이 머물지만 실상 꾼들을 현혹하는 최고의 코스는

복봉을 위시한 능선 자락들이다.

 

 

 

 

희미한 자태를 드러내는 북봉.

 

 

오룩스맵에 개구멍이 있다고 되어 있기에 어느 수준인가 했더니

사람 한 명 지날 정도의 크기다.

 

바람이나 비를 피하기 딱 좋은 굴이다.

절묘하 게 생긴 굴이 개구멍 역할을 하고 있는 재미있는 장소.

 

 

북봉 직전에 있는 개구멍.

 

 

잠시간의 시간, 점심을 먹었더니 이윽고 비가 내린다.

다행히 먹는 동안엔 잠시 비가 소강을 보였든 게 다행이었다.

 

북봉에서 가지산 정상까지는 불과 30여분 거리.

뚝 떨어졌다 한참을 치고 오르면 바로 가지산이다.

 

 

 

가지산 북봉

 

 

그날은 8.15 광복절.

누군가가 태극기를 놓아두고 갔기에 흔들어보았다.

 

사실 광복절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서글픈 날이다.

한반도 역사에서 다시는 이런 날이 찾아왔어는 안될 것이다.

 

 

 

 

가지산에서 외치는 대한민국 만세.

 

 

 

태극기 아래 가지산.

 

코로나는 산속에서도 조심해야 할 판이다.

다들 스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표정들.

 

사방 모두 안갯속, 태극기기 바람에 펄럭이며 다들 코로나 조심하라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이때부터 비는 점입가경으로 쏟아지기 시작.

서둘러 하산해야 했기에 목적한 가지서북1릉은 접고 바로 아랫재로 하산했었다.

 

 

 

가지산

 

 

서둘러 뛰어 내려오다시피 한 아랫재.

비에 흠뻑 젖어 최대한 빨리 내려왔었다.

 

확실히 비는 정상부에서 심했고

아랫재에 도착하니 상당한 소강을 보인다.

 

이미 몸은 비에 맞은 생쥐꼴이다.

 

 

 

아랫재

 

 

드디어 상양마을.

 

오를 때 보지 못한 사과나무들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얼음골 명물 부사가 아니라 추석 전후에 나오는 홍로 사과다.

 

 

 

얼음골, 홍로 사과

 

서둘러 내려왔기에 다소 시간이 빨랐다.

 

하지만 오심골에서 북서릉으로 진입하기 위해 애쓴 1시간은 뼈아팠다.

 

오심골로 그대로 진행했다면 더욱더 위험했고 시간도 더 지체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거긴 비가 오지 않아도 미끄러울 계곡이라 상당히 조심해야 할 장소다.

 

 

 

 

 

상양마을

 

 

상양 마을회관의 공터에 차량은 10여 대 주차가 가능하지만

만차라면 산행 들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 주차비 5천 원을 주고 주차하면 된다.

 

거긴 4대까지 가능.

 

좀 더 걸을 요량이면 그냥 저 아래 주차하고 올라오자.

 

 

 

 

 

 

 

13.26km, 대략 6시간 30분 걸렸다.

 

 

정확한 코스는

상양마을~아랫재~배넘이재 방향~오심골 진입~오심골 진행~가지북서릉 탈출~북봉~가지산~아랫재~상양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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