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일반산행기

백마산~향로산

구상나무향기 2021. 12. 20. 11:21
728x90

하동골프클럽

 

 

아침에 출발할 때 기온이 영하 7도.

"이런 날에도 골프 치는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역시 어디 가나 티 예약 약속은 제법 잘 지키는 한국 사람들이다.

 

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 치러 오는 근면성실의 민족.

 

혹한의 날씨에 찾아간 CC은 하동골프클럽.

여긴 공 2개까지 허용되는 연습 필드다.

 

파3 보다 더 커고 규모가 있기 때문에 카트도 있고

그늘집도 있고 나름 시설도 갖춘 곳.

 

연습하기 딱 좋은 골프장이다.

 

 

 

 

추운 어제와 더불어 오늘은 그다지 춥지 않을 거라 여겼지만

그건 착각의 말씀.

 

백마산 올라가는 기슭은 음지의 장소.

날씨는 사무치게 추웠고 정상에서 불어대는 바람은 동태로 만들기 충분했던

그날의 산행이었다.

 

백마산~향로산의 구간을 생각한 건 사실 예전 향로산 산행을 하면서

기억했던 백마산의 잔상 때문이었다.

 

그때 향로산 정상에서 본 백마산이라는 구간이 기억에 남아 있었고

뜬금없이 미지의 장소에 대한 탐구 본능이 끌어 올라 

 

백마산을 생각해 낸 것이다.

 

코스는 삼박골~달음재~백마산(왕복)~향로산~쌍봉~삼박골

 

 

 

백마산~향로산, 저 지도 코스 그대로 밟았다.

 

 

백마산은 삼박골 또는 산막골(삼밭골)이라 불리는 골짜기로 올라 달음재로 치닫는 코스다.

달음재에서 송전탑 위 봉우리가 바로 백마산.

 

밋밋하고 그다지 볼 것 없는 산중 봉우리라 인기가 없어

일반적으로 조용한 곳이다.

 

하지만 백마산은 꾼들만 아는 산중 숨은 봉우리.

조용한 원시적인 골짜기라 호젓하고 오붓한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딱 좋아 코스.

 

인근 향로산이 있기에 같이 연계해서 산행하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장소다.

정말 꾼들만 찾아가는 숨은 오지의 명산, 바로 백마산.

 

오늘 그곳을 찾은 것이다.

 

 

 

 

백마산으로 올라 왼쪽 향로산에서 내려왔다. 멋진 원점회귀 코스

 

 

삭풍이 불어대는 백마산 골짜기 삼막골.

어찌나 춥든지 그날이 아마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

 

이곳은 음지 중 음지. 햇볕 한 줌 없는 천혜의 북사면이다.

삭풍이 불어대니 안 그래도 추운 곳이 더욱더 동토의 땅으로 바뀐다.

 

달음재까지는 한참을 임도를 따라 올라야 한다.

마지막 농막 하나가 나오면 그제야 산길 시작.

 

백마산 자락 중 삼막골이 음지에 해당하는 데

좁디좁은 골짜기에 음지로 가려진 곳에서 불어대는 삭풍은 사뭇 사무친다.

 

달음재까지는 동장군의 울음소리에 

중무장하고 올라야만 했었다.

 

겉으로는 추웠지만 그래도 몸은 훈훈하 게 땀으로 적셔진 그날.

바람 불지 않는 곳은 그래도 따뜻했었다.

 

 

 

 

 

삼막골은 오래된 임도를 따라 간다.

 

 

임도 끝자락 농막 위로 시작된 골짜기 산행.

갑자기 너덜지대가 달음재 오르기 직전까지 이어진다.

 

너덜지내는 온통 이끼를 머금고 있어 이곳이 사람 발길이 뜸한

원시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라 짐작될 풍경을 보여준다.

 

백마산은 워낙에 숨은 골짜기에 있는 봉우리고

접근성도 나빠 인기가 있을 곳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덜 찾는 봉우리.

한적한 산행, 삭풍까지 불어대니 적막하기만 하다.

 

 

 

 

 

달음재 가기 전 너덜지대.

 

 

달음재 오르기 전, 거대한 암벽 군이 드러난다.

삼막골에서 달음재까지는 줄 곧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천혜의 음지.

 

그래서 사람도 동물도 없는 곳.

 

나무도 온통 키 큰 참나무가 서식할 뿐. 딴은 다른 수종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한 번 숨을 고른 후 달음재에 오르니

칼바람이 본격적으로 불어 제킨다.

 

사무치는 동토의 바람.

중무장하고 서둘러 달음재를 벗어나 사면 속으로 파고드니 그제야 훈훈함을 느낀다.

 

바람을 피하니 날씨는 그다지 춥지 않은 그날이었다.

 

 

 

달음재 직전

 

 

 

백마산은 달음재에서 약 600m 정도 떨어진 봉우리.

송전탑이 보이고 그 우측에 실루엣이 보이는데, 바로 백마산.

 

수림이 가득할 여름철에는 육안으론 보이지 않을 봉우리.

야트막한 봉우리라서 "어 저기에 봉우리가 있나" 생각할 정도.

 

방향은 무작정 봉우리를 보고 바람을 피해 오르니

어느덧 환하게 드러난 풍경.

 

바로 백마산 정상이다.

 

 

 

 

달음재

 

 

백마산은 해발 776m.

그다지 높지 않은 봉우리지만 워낙에 산그리매 속 숨은 봉우리라

특별히 드러나지 않은 숨은 진산이다.

 

여기에 서니 맞은편 풍경이 적나라하 게 드러난다. 나는 이런 풍경이 있을 줄 몰랐다.

 

그저 숲에 숨은 봉우리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한쪽 편으로 탁 트인 전망을 선사하는

천혜의 장소가 아닌가

 

 

 

백마산, 뒤에 있는 봉우리가 향로산.

 

 

 

 

앞에 울산~함양간 고속도로

그리고 왼편에 밀양댐

 

구비구비 산세와 산그리매가 시원하 게 펼쳐지는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백마산 말뚝 뒤편에 있는 봉우리가 바로 향로산.

 

거기가 오늘 목표다.

 

 

 

 

백마산에서 본 풍경.

 

 

 

황후의 밥과 걸인의 찬으로

바람 불지 않는 곳을 찾아 식사를 하니 속까지 따뜻해진다.

 

다시 삭풍 부는 달음재를 지나 향로산을 향해 오르니

백마산 보다 거의 200m 이상 높은 향로산.

 

삼막골에서 보면 백마산이 높아 보여도

향로산으로 오를려면 백마산에서 200m 이상 고도를 높여야 한다.

 

오르고 또 오르니 이제 백마산도 아늑하 게 아래로 보이는 암벽에 서니

그제야 저 멀리 향로산 표지석이 보인다.

 

 

 

976m 향로산

 

향로산에서 보는 풍경은 사통팔달 보이는 않는 곳이 없다.

영남알프스의 최고 봉우리 가지산을 비롯 웬만한 진산들은 다 들여다 보이는

최고의 위치가 바로 향로산.

 

지척의 천황산과 재약산, 저멀리 가지산과 신불산 그리고 간월산 영축산 등등

영남알프스의 거의 모든 봉우리들이 조망되는 천혜의 장소.

 

향을 피우는 향로와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 향로산.

 

날씨만 좋으면 이곳에서 한참을 쉬고 또 쉬어 보고 싶은

최고의 명당, 바로 향로산이다.

 

 

 

거의 모든 영남알프스 봉우리들이 조망된다.

 

 

 

 

 

삼막골로 내려 갈려면 표지판에 섬들가든 방향으로 내달리면 된다.

우측으로 표충사와 매바위 그리고 필봉의 위세를 느끼며 조망하는 길.

 

여름이면 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풍경이지만 겨울이라 그 위세가

어마어마하 게 크게 느껴지는 위압적인 매바위와 필봉 그리고 천황산과 재약산의 면모가 가득하다.

 

옛고개를 지나 쌍봉 직전 좌측에 길이 열려 있는 데 바로 삼막골로 내려가는 골짜기.

쌍봉 헬기장 직전에 들머리가 있기에 헬기장이 보이면 바로 돌아가자.

 

 

 

 

쌍봉 직전 좌측으로 내려가면 삼막골.

 

 

 

참나무 숲이라 온통 낙엽에 파묻힌 길.

 

길은 급하게 구불구불 이어지고

다소는 미끄럽고 성가신 길이 쭈욱 이어지다 거의 하산하면 임도가 나타난다.

 

낙엽 밟는 소리를 즐기며 아래로 아래로 향하다 보면 어느듯 

오전 나절 주차한 바로 그곳이다.

 

향로산에서 내려오는 데 딱 2시간 걸렸다.

 

 

 

 

 

 

 

 

 

5시간 30분, 거리는 9km

 

짧은 시간 굵직한 느낌 받고 싶으면 추천하고 싶은 명산.

 

인기 없는 백마산이지만

그 산이 품고 있는 아우라와 지세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향로산~백마산의 루트로 하루나절 이어가면 더할나위 없는 

산행의 재미가 있을 곳.

 

내가 볼 땐 난이도는 상.

초보자는 힘들어 하기 좋은 험난한 곳이다. 꾼들만 가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