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일반산행기

올레길 2코스 + 광치기해변 + 섭지코지, 17km

구상나무향기 2022. 2. 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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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바라본 우도.

 

 

 

올레길 전체를 완주한 사람들에게 설문으로 물어본 결과 가장 추천하는 세코스가

7코스, 10코스, 18코스라고 한다.

 

뜻밖에도  광치기해변과 섭지코지의 훌륭한 비경을

볼 수 있는 코스가 빠져 있는 것이다. 이 코스가 추천코스에서 빠진 이유는 단 한 가지

 

광치기해변 일부와 섭지코지가 올레길 코스가 아니고 바당길이라는 다른 코스이기 때문이다.

 

만일 올레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이면

변형 코스로 광치기해변과 섭지코지의 바당길을 이어간다면 올레길 2코스에서 경험할 수있는

최고의 엄지척 비경을 마주할 수 있을 거란 자평이다.

 

굳이 올레길만 고집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왕 제주도까지 왔는데

더 좋은 풍경을 찾아 걷는 낭만을 즐기는 것도 딴은 나쁘지 않을 선택일 것이다.

 

 

 

광치기해변

 

 

특히나 광치기해변은 봄이나 가을을 더욱 더 추천하는 데

겨울과는 또 다른 풍경.

이유는 그곳에 피어나는 수많은 들국화들과 봄의 새싹들 때문이다.

 

겨울이라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황량한 계절이라 내가 좋아하는 야생화도 초목도 없을 시절.

 

하지만 마침 그날, 미세먼지가 사라진 청명하고 푸른 날을 마주한 그때였었다.

어느 계절 만큼이나 걷기 좋을 시절과 '그때의 낭만'이었다.

 

아스라이 들여다 보이는 끝도 없는 검은 해안가와 성산일출봉의 장관.

그리고 섭지코지에서 보는 제주도의 비경.

 

올레길 2코스에서 느끼는 걷는 재미와 바당길의 비경이 제대로 녹아있는

제주도 최고의 걷기 코스다.

 

 

 

올레길 2코스.

 

 

오늘 성산일출봉 주차장이 출발 코스.

 

거리를 맞추기 위해 여기에 주차한 것이고

더 짧게 할려면 광치기해변 입구에 주차하면 1~2km 더 줄일 수 있다.

 

여기서 광치기해변 입구까지 걸어가 내수면둑방길로 걸어가면 되는데

이 구간이 올레길 2코스의 가장 핵심적인 비경을 다 마주할 수 있는 구간.

 

올레길 2코스 구간 중 내수면둑방길과 식산봉을 지나 동마트로 오면 거리는 6km,

딱 원점으로 돌아오는 원형 코스다.

 

 

 

이 원형 구간만 6km

 

내수면둑방길은 끊어진 해안가 사이를 둑방길로 연결하였다.

식산봉으로 이어지는 둑방길을 걷다보면 분위기 좋은 카페도 있다.

 

한가롭게 멍때리며 커피 한잔의 여유가 있는 곳, 올레길 2코스다.

 

내내 성산일출봉을 마주하면서 사부자기 걷기 아주 좋은 구간이기에

따뜻한 봄날이라면 솔솔 졸음이 올 정도의 한갓진 장소.

 

차디찬 바람이 불어오는 지금의 시기엔 옷매무새를 단디 고쳐서

걸어야 할 구간이다. 바람이 제법 되차게 불어왔었다.

 

 

 

식산봉에서 본 성산일출봉

 

내수면둑방길 곳곳에 낚시꾼들이 자리잡았다.

이곳은 해안이라 그런지 제법 낚시가 잘 되는 곳인가 보다.

 

강태공의 한가로움 기운도 겨울 바람의 차디찬 성질에

다들 텐트 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동장군의 위세는 다들 기가 죽게 만든다.

하지만 식산봉에 올라 바람을 피하니 또 훈훈할 뿐.

 

바람만 피하면 춥지 않는 그날이었다. 오후에는 따뜻했었다.

 

 

 

식산봉에서 바라본 우도

 

식산봉을 내려오면 습지가 드러난다.

자연 그자체의 습지 풍경.

 

온갖 겨울 철새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원앙도 보이고 쇠물닭, 기러기 등 다양한 철새들이 몰려드는 천혜의 습지다.

 

식산봉을 내려 오면 원시적인 습지 구간을 통과해 걷는 아주 이색적인 구간.

이곳에서 성산일출봉 풍경은 더욱 빼어나 게 드러나는 데

 

개인적으로 제일 특별하고 이색적인 구간이었던 장소다.

 

철새들을 볼 수 있는 겨울이라 더욱 더 흥미로웠고

길들이 마치 호숫가를 걷는 낭만을 준다.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어느듯 다 걷고 다시 원위치.

이제 이곳에서 올레길 2코스 구간으로 걸어도 되고 광치기해변을 통해 섭지코지로

걸어도 된다.

 

마을이 나오면 올레길 2구간은 우측

광치기해변은 좌측으로 아까 걸어온 방향으로 다시 향해 가면 된다.

 

나는 광치기해변을 통해 섭지코지로 발걸음을 향한다.

여기가 약 7km 정도.

 

 

 

이 구간은 습지 구간.

 

 

 

"우와 정말 멋있네"

검은 모래 해안 사구가 끝도 없이 늘어진 광치기해변.

 

그리고 저 멀리 아득히 조망되는 섭지코지의 검은 실루엣이 

도보꾼의 가슴을 요동치 게 하는 매력의 장소다.

 

성산일출봉은 더욱 거대하게 압도하며 내내 굿건히 서있는 데

이 풍경을 마주하며 섭지코지를 향해 해안가를 조용히 걷기만 하면 된다.

 

 

 

 

광치기해변과 섭지코지

 

해안가 사구로 길이 이어져 있어

이곳이 가을이나 봄이면 얼마나 많은 야생화들이 필지 기대가 된다.

 

특히 제주도는 가을이면 갯쑥부쟁이와 해국이 가득 피어나는 데

이곳 역시 들국화로 가득 피어난 장면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여름이야 땡볕으로 고생할 처지겠지만 지금은 되려 걷기엔 아주 좋다.

오전 나절 차가운 바람은 어느듯 시원한 바람으로 변해있었다.

 

 

 

 

광치기해변

 

 

말을 타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보다.

연인과 가족간 말을 타고 유유자적 이 해안가를 걷는 것 또한 재미가 있으리라

 

그저 걷은 것 자체로 행복을 주는 묘미.

그게 올레길의 재미고 기쁨이다.

 

제주도 올레길 중 나쁜 코스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껏 총 140km의 올레길을 걸었지만 

 

하나 하나 느끼는 감성과 정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때그때 느끼는 여행의 낭만은

좋고 나쁘고의 의미는 이미 저멀리 던져진 상태다.

 

"올레길 코스는 모두 다 좋다"

 

 

 

광치기해변

 

 

한화아쿠아플라넷 방면으로 사부자기 걷기만 하면 된다.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실루엣의 섭지코지가 한발 한발 다가가니 어느듯

 

검은 모래의 해안가는 사라지고 제주도 특유의 현무암의 색채가 가득해지는

또 다른 풍경으로 바뀐다.

 

 

 

 

 

아쿠아플라넷에 들러 가벼운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실 수 있으니 이곳에서 잠시 쉬어도 된다.

 

저멀리 우도가 성산일출봉 사이로 빼꼼히 드러난다.

내내 가려진 우도의 풍경이 섭지코지에서는 확연히 드러나는데

 

이모습이 마치 소의 머리가 내밀고 있는 형상이라하여 우도가 되었다 한다.

 

 

 

 

 

 

우도의 모습이 보인다.

어떻게 소의 머리를 닮았는가?

 

어제 저 우도를 한 바퀴 신나게 걸었었다.

우도는 서너 번 방문을 해봤지만 역시나 어느 계절에 들러도 좋을 최고의 풍경이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올레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독특하다 할 것이다.

제주도에서 섬을 보는 풍경은 곳곳에 몇 군데 있지만  이곳이 가장 웅장하다.

 

제주도 주위의 섬들은 다들 작고 귀엽다.

비양도, 차귀도, 섶섬,범섬,문섬 그리고 가파도나 마라도 등 그다지 커지 않다.

 

이곳, 섭지코지에서 바라보는 독특한 풍경은

남다른 색채로 다가온다.

 

 

 

 

 

일출봉 사이로 보이는 우도

 

섭지코지의 끝자락.

불어오는 바람은 오전의 그것보다 훈훈해진 바람.

 

바람은 거세지만 춥지는 않다.

제비가 갔다던 강남의 바람이 불어오는 제주도, 바람은 차갑지 않다.

 

유채꽃이 화사했고 도로 한켠에 피어난 매화 그루들과

애기동백들도 화사하 게 꽃을 피운 1월의 봄을 마주한 그날이었다.

 

 

 

섭지코지

 

섭지코지는 바당길인데 이 바당길은 제주도에 몇 군데 밖에 없다.

올레길과 달리 제주도 명승지 곳곳에 길을 만든 바당길.

 

성산에 들렀다면 섭지코지와 광치기해변은 꼭 들러보길 권유하는

걷기 최고의 장소다.

 

이제 유채꽃이 더 화사해질 즈음이면

이곳은 더 많은 사람들로 넘쳐날 것이다.

 

코로나로 갈 곳 잃은 수많은 사람들의 대안은

너도나도 제주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섭지코지

 

 

섭지코지의 시그니처 건물

카페로 영업 중이다. 저기에 앉아 너긋하 게 커피 한잔 했으면 싶었는데

 

엉덩이 붙히는 게 그다지 반갑지 않은 도보족이라

서둘러 걷는 데에만 열중했기에 어디가나 이놈의 전투적인 여가생활은

숨이 가쁘기 그지없다.

 

늘 그래왔고 항상 또 그랬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듯하다.

 

 

 

섭지코지 시그니처 건물

 

 

운동과 취미 그리고 여행으로 점철했던 40대 세월.

주말은 여행과 운동으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내내 움직이고 뛰었던 땀의 세월들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장사가 없든가

이제 심심한 골프나 즐기고 운동량은 극히 줄었고 배살은 급전직하로 늘어난

중년의 아재가 되었다.

 

세월이 그리 만든다.

내가 그리 되고 싶은 건 아니였지만 어찌되었던 세월의 흐름은 나의 의지와는 별개다.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거창한 인생 철학적 질문이 아니라도 한번쯤은 생각해볼 주제가 아니겠는가

 

예전엔 여행과 지리산 산행 그리고 마라톤에서 그 '무엇'을 찾았는데

요샌 찾기도 귀찮다.

 

 

 

 

 

섭지코지를 돌아 광치기해변을 다시 따라서 걷다 보니

다시 성산일출봉 그자리다.

 

여러 번 찾은 제주도 올레길.

이번이 가장 특별했던 순간이 아니였나 자평할 정도로 사색이 많았고

정서가 깊었던 순간이었다.

 

눈수술을 했더니 당분간 스쿠버다이빙은 하질 못하고 있다.

다이빙 때문에 제주도를 주로 찾았는데 올레길 때문이라도 이젠 자주 찾을 이유가 생겼다.

 

이놈의 코로나

언제쯤 세상이 다시 열릴런가 저 멀리 바다를 보며 푸념을 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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