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KOREA FREE RUN 50km, 제주 올레길(서귀포~표선)

구상나무향기 2020. 11. 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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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다이브

 

 

이틀간 다이빙.

그리고 삼일째 되는 날 나는 50km 뜀박질에 도전하였다.

 

서귀포에서 표선까지.

 

제주도 올레길을 온전히 뛰어 완주하고자 하는 목표.

이왕 할 거면 대회와 결부해서 해보자는 얄팍한 수작에서 시작되었다.

 

 

 

 

 

황홀했던 섶섬 다이빙

 

 

코로나19의 시기, 비대면 마라톤이 대세인 지금

앞전 한차례 KOREA FREE RUN 대회를 신청했고 기록증을 받았었다.

 

그땐 울산 태화강이었고

올레길은 올해 5월 산방산~한림항까지 50km을 뛰어 낸 적이 있었다.

 

그 시기엔 비대면 대회가 없어

기록증은 발급받지 못해 그냥 훈련으로 치부되었다.

 

 

 

가방을부탁해라는 짐 서비스를 이용 뚜벅이가 가능했었다.

 

 

KOREA FREE RUN 대회는 비대면 대회.

 

내가 뛰고자 하는 코스와 거리 그리고 시간대를 측정한

어플 기록을 주최 측에 올리면 기록증을 발급해 준다.

 

기록증이 발급 되면 그건 훈련이 아닌 대회가 되는 것.

내가 뛰고자 하는 곳, 바로 대회장이 된다.

 

 

 

제주도 해안 절벽

 

 

짐은 '가방을부탁해'라는 짐 서비스에 부탁 도착지 게스트하우스로 사전 부킹을 했었다.

 

다이빙 샵이 있는 곳은 서귀포였기에 출발지는 6코스 서귀포올레센터 근처였고.

도착지는 표선.

 

대충 45km쯤 될 거란 생각이었는데 도착하니 40km에 불과한 게 아닌가.

거기서 10km을 뺑뺑 돌아 50km을 맞췄다.

 

대략 도착 즈음에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곳을 찾아보니

표선 해수욕장 뿐. 도착지를 그곳으로 한 이유다.

 

 

 

 

 

올레길 6코스, 5코스, 4코스, 3코스 일부 구간을 포함하면 50km가 나온다.

 

가을 야생화가 절정인 제주도.

 

해국과 섬갯쑥부쟁이 그리고 한라꽃향유와 털머위와 산국 등이 켜켜이 피어난 모습에

감탄 속에 제주도 가을을 즐긴 시간이었다.

 

 

 

섶섬이 보이는 해안길

 

 

오르락내리락

초반 코스는 뛰기에 부적절한 코스였기에 빠른 걸음으로 걷고 뛰었다.

 

"올레길 중 추천 코스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을 했었다.

 

그랬더니 올레길 전체 코스가 다 나오는 게 아닌가.

즉 어떤 곳이 특별히 좋고 나쁘다는 개념의 올레길은 없다는 거.

 

제주도는 열대 어느 해변가를 걷는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의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보여 주는 데

마침 온갖 가을 들국화들이 지천에 피어나면서 그 시각적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이 강아지가 나를 계속 따라왔다.

 

 

쇠소깍이 아마도 10km 지점.

이곳까지는 평지보다는 해안길과 숲길이 많아 뛰기엔 적절하지 못한 코스.

 

사부 자기 곁눈질을 즐기며

제주도의 환상적인 바닷가 맛을 즐기면 되는 코스다.

 

쇠소깍은 제주도에서도 특이한 장소인데

일본 미야자키현 다카치호 협곡도 이와 비슷한 곳이다.

 

쇠소깍이나 다카치호 모두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협곡을 만든 것.

두 곳 모두 생긴 것도 비슷해 뱃놀이를 즐기는 명소다.

 

 

 

 

쇠소깍

 

 

6코스를 벗어나니 어느덧 5코스에 접어들 시점.

이젠 해안 도로가 쭉 펼쳐지는 코스다.

 

해안가 절벽에 피어난 털머위와 가을 들국화를 즐기며

신나게 가을바람을 즐긴 시간.

 

절벽 끝, 해국이 가을 정서를 가득 품어내고 있는 명소가

곳곳에 드러나는 5코스인데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해국과 쑥부쟁이로 채색된 가을 풍경은

해안가 곳곳에서 이 가녀린 마라토너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곳곳에 피어난 해국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일 듯 말 듯 구름에 가리졌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한라산 산행만을 위해 예전엔 제주도를 찾았는데

지금은 뛰고 바닷속에 들어가길 위해 제주도를 찾는다.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방향.

그곳에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걸려 있을 것이다.

 

 

 

 

감귤이 한창인 제주도. 저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해안가 절벽을 걷고 있다 우연히 발견한 장소.

 

해안가에 돌출된 해안인데

이곳에 섬갯쑥부쟁이가 잔뜩 피어나 있는 게 아닌가.

 

해국과 쑥부쟁이의 들국화 무리 속, 나의 제주도 가을 여행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풀밭 한편에 앉아 검은 제주도 바다를 마음껏 즐긴 시간.

 

이번 뜀박질에 시간이 지체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나는 정말 제주도를 제대로 즐기고 있었다.

 

 

 

섬갯쑥부쟁이가 피어난 해안가.

 

 

5코스는 이런 해안가의 절경이 계속해서 드러나는 명소다.

들국화가 지천으로 피어난 해안 절벽을 즐기며 걷는 곳.

 

어느 코스 마다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명소가 있기 마련.

큰엉이라고 부르는 해안 절벽의 풍경은 5코스가 가지는 최고의 장소다.

 

 

 

큰엉

 

 

 

참 특별한 장소다

우묵사스레피나무가 절묘하 게 어울려진 장소 인데

 

시야끝 바다 모습과 대비해 한반도 모양으로 나타나는 아주 이색적인 장소다.

 

나무를 일부러 그렇게 키운 것인지 자연스럽 게 만들어 진 것인지는 

몰라도 매우 이채로운 곳임은 분명하다.

 

 

 

 

5코스 한반도 모양

 

 

 

 

해안가 도로를 한참 동안 뛰었을 것이다.

이때는 사진을 잘 찍지 않으니 뜀박질에 몰입한 시간.

 

어느덧 풀밭이 어려진 해안가에 접어드니 꽃향유가 보이는 게 아닌가.

 

"어 이상한 꽃향유네"

대충 봐도 일반 꽃향유와는 차이가 보인다.

 

애기향유나 꽃향유로 추정했지만 아무리 봐도 식별이 다른 지라 

이리저리 검색하여 찾아보니 제주도 특산식물 한라꽃향유였다.

 

한라꽃향유가 끝 간 데 없이 피어난 제주 바다의 가을은

뜬금없는 놀람의 연속이었다.

 

 

 

한라꽃향유

 

 

놀라움은 또 있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나는 한번 더 놀라고 말았다. 멸종위기종 2급이자 법정보호식물인 황근 군락지가

드러나는 게 아닌가.

 

제주도에 핀다는 애기만 들었지 그 자생지가 어디 인지는 몰랐는 데 

뜬금없이 그 자생지를 확인하 게 된 것이다.

 

 

 

 

멸종위기종 황근 군락지

 

 

표선 가기 전, 해안가에 황근이 자라는 풍경이다.

꽃은 여름에 피는 데 요즘은 복원해 개체수가 많이 늘어난 것이라 한다.

 

 

 

 

 

태흥2리 옥돔 마을의 위판장.

 

마침 옥돔과 백조기가 경매에 부쳐지고 있었는데

옆에 서서 살짝 구경을 좀 했었다.

 

태흥2리를 지나면 대략 30km 지점.

 

 

 

 

 

걷고 뛰고.

 

풍경이 좋고 햇살이 좋고 파도가 좋고 들국화가 좋아

아마 뛰기보단 줄 곧 걸었을 것이다.

 

올레길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

 

그건 여행객의 가슴에 파고드는 감성과 정서의 행복감이다.

 

뛰어서 좋고

보아서 좋고

느껴서 좋고

 

올레길은 그런 곳. 나는 또 이곳을 찾을 것이다.

 

 

 

 

 

25km 지점을 통과하니 조금은 지친다.

그래도 속도는 줄어들지 않으니 기량은 유지되고 있는가 보다.

 

시간이 지체된 건 풍경에 심취하여 발걸음에 제동이 걸린 탓.

기량 부족보다는 아무래도 올레길이 가진 길의 감수성에 취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핑계다.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배 부르고 등 따스운 여행이 좋지 "궂이 이렇게 개고생을 셀프로 하면서 해야 하나"

 

지인들은 한결같이 이런 애기를 한다.

 

그렇다 사실 나도 함포고복형 여행을 선호한다.

하지만 실천궁행은 늘 개고생체험형으로 슬그머니 바뀐다.

 

왜 그럴까?

 

모른다 팔자가 기구해서 그런 건지 서러워서 그런 건지.

 

 

 

 

 

바람 방향에 따라 자라는 우묵사스레피나무

 

 

태흥2리는 마을과 마을 사이를 지나는 데

아기자기한 제주도의 해안 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위미 마을을 지나 태흥2리까진 해안가 평지 길.

가장 신나게 뛸 수 있는 코스다.

 

여름에 더울 것이고

겨울에 추울 곳.

 

올레길이 가진 여러 감성에 비해 이곳은 좀 단조로운 곳이다.

그저 무념무상의 경지로 터벅터벅 뛰고 또 뛴 시간이었지 싶다.

 

 

 

 

여행은 늘 좋다. 쑥부쟁이가 핀 어느 집

 

 

 

표선 방향 해안 길에 접어들면 이제 길고 긴 평지의 해안 도로다.

 

검은 제주도의 해안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해안 저편 끝에 아스라히 표선 코지가 희미하 게 걸린다.

 

"휴...저기 가면 40km 되겠네"

 

10km 거리, 그걸 일직선의 거리에서 보면 엄청나 게 길어 보인다.

 

 

 

 

표선 가는 길

 

 

 

"제가요 10km만 더 뛰고 올게요"

 

쥔장 아주머니는 뻥진 얼굴로 나를 처다 본다.

 

표선 엘마르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건 오후 4시 무렵.

그런데 거리는 불과 40km. 예상보다 훨씬 짧았다.

 

가방은 이미 짐 서비스에 의해 도착해 있었고

나는 체크인을 하면서 1시간 후에 오겠다고 말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표선에 도착하니 40km였고 목표로 한 50km에 못 미치는 상황.

 

들어오더니 다시 나가는 손님을 본 쥔장은 황당한 표정.

그것도 서귀포에서 후즐근하 게 뛰어온 모습에 더 놀라는 모양새다.

 

뭐 사실 50km가 뭔 대수겠는가 100km의 절반 밖에 안 되는 거리 인데.

정작 뛰는 나는 무덤덤의 연속일 뿐. 그저 10km가 짧아 더 뛰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표선 해수욕장

 

 

해수욕장을 지나 다시 온 길을 돌아서

뺑뺑 돌고 돌아 1시간 30분 후 다시 게스트에 도착하니 50km가 된다.

 

지쳤을까?

 

맞다 지쳤다.

시간은 이미 계획을 초과했고 마음만 저 하늘과 바다에 두둥실 떠 있을 뿐.

 

감성만 최고

실력은 개판이었다.

 

 

 

 

표선 해수욕장

 

 

뛰다보니 어느덧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아마도 48km 지점 이었을 것. 

 

여러번 겪어본 제주의 노을,

제주도의 노을은 유독 아늑하고 잔잔한 느낌을 주는 데

 

산속에서 보는 웅장하거나 장험한 풍경은 아니지만

평지의 끝자락, 지평선 너머 아늑히 떨어지는 노을을 보고 있자면 평안을 느끼는

마력을 가진 노을이다.

 

 

 

 

노을이 진다.

 

 

 

그제야 다시 도착한 게스트하우스.

 

지친몸을 씻고 편안히 누우니 그제야 휴식이 된다.

 

아니 휴식은 이미 50km을 뛰면서 했는지 모르겠다.

나의 감성과 정서는 뛰면서 휴식을 취하고 었었으니 말이다.

 

이제 몸만 쉬면 될 일.

 

 

 

 

 

 

 

향긋한 아메리카노 한잔에

맘껏 취한 그날, 제주도의 뜀박질 하루는 끝이 난다.

 

뛰면서 휴식을 취한 하루.

나에겐 뜀박질은 휴식이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하루를 마감한다.

 

완주기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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