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코리아 프리 런(KOREA FREE RUN) 대회, 50km

구상나무향기 2020. 9. 15. 10:14
728x90

코리아 프리 런 대회요강

 

 

코로나의 엄중한 시기.

모든 마라톤 대회는 취소되었거나 연기되었다.

 

물론 연기되었다고 하나 개최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

작금의 사정을 따져보면 개최는 요원해 보이니

 

사실상 코로나가 끝날 때까진 마라톤 대회는 언감생심 

생각지 못할 시기다.

 

 

썬크림을 잘못 발랐다. 좀비가 된 런너.

 

 

 

그러다 보니 기량은 퇴보되고 몸상태의 긴장감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체력과 정신력이 항상 텐션의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지만

이렇게 느슨한 상태라면 기량은 바닥을 파고 마라톤을 접게 되는 상태에 이르기 십상이다.

 

마라톤은 '불광불급'의 인내심을 요구하기에

이렇게 무방비로 넋 놓고 있다가는 기량은 한도 끝도 없이 추락한다.

 

특히 일반 런너와 달리 울트라 런너의 기량은

대회가 없으면 유지가 매우 힘들다.

 

 

 

 

 

 

기량에 현저한 퇴보가 느껴지면 런너는 우울해진다.

 

그래서 런너는 대회에 늘 참여해야 하며

기량 점검을 대회라는 매개체를 통해 끊임없이 다독거려야 하는 것이다.

 

"훈련하면 되지"

 

물론 혼자서라도 틈틈이 기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훈련을 하면 되겠지만

울트라마라톤 특성상 대회가 없으면 기량을 점검할 방법이 없다.

 

혼자서 지원 없는 100km의 구간을 묵묵히 뛰어 내기란

사실상 어렵다.

 

 

 

 

 

울트라마라톤 훈련은 대게 50km을 뛰는데

대부분 대회가 없는 한겨울에 집중되며, 계절적으로도 뛰기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대회가 취소된 지금의 시기.

 

때는 한여름, 

푹푹 찌는 가마솥 더위를 품고 뛰기란 거의 자살 행위다.

 

훈련도 못하고 대회도 없고

기량은 퇴보를 넘어 이미 포기 상태의 아우성이다.

 

거기에 몸무게까지 비례하니 

체력과 정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조바심에 이르지만

 

폭염과 장마로 점철된 여름날의 시기 , 탈출구는 없어 보인다.

 

 

 

 

 

 

이제야 비로소 대회가 개최되었다.

하지만 단체로 뛰는 그런 대회가 아닌 코로나 시대에 맞춰진 언택트 마라톤 대회.

 

어플이라는 GPS을 활용한 방법.

공인된 어플을 이용해 이것을 대회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면 공식 기록으로 인증해준다.

 

발상의 전환,

어플을 이용해 기록증을 발급해주는 방식의 언택트 마라톤 대회가 곳곳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오! 이거 획기적인데"

 

지금까지 훈련으로 뛴 코스와 거리. 이게 바로 나만의 대회가 되고 기록으로 인증되는

새로운 개념의 방식이 바로 언택트 마라톤 대회다.

 

"훈련이 곧 실전"

"훈련이 곧 대회"

 

바야흐로 코로나 시대에 생각할 수 있는 대회가 출현한 것이다.

 

 

 

아무리봐도 좀비다. 당췌 저 썬크림을 왜 바른거야

 

 

코리아 프리 런(KOREA FREE RUN)대회, 언택트 마라톤 대회 중 하나다.

나는 거기에 50km을 신청했다.

 

훈련이지만 대회라고 여기고 만반의 준비(그래 봐야 별거 없다만)를 하고

마음 가짐부터 다짐을 한다.

 

사실 저번 주에 50km 훈련을 하고자 했지만 하늘나라선녀들이 약속과 달리

비를 하루 종일 뿌리는 통에 허튼 일이 되었고

그날 너무 힘들고 지쳐 22km 뛰고 포기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훈련이 아닌 대회다.

 

그래서 차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배수의 진' 코스를 선택했는데

그곳이 바로 태화강울트라마라톤 대회의 50km 코스다.

 

 

 

 

 

 

이곳은 태화강이다.

대중교통 수단 자체가 없고, 마트도 없으며 오로지 강변에 이어진 보행자 도로만이 전부다.

 

한 번 가면 내 발로 걸어와야 하는 곳, 이른바 배수의 진 코스.

정신력을 다독거릴 필요가 있어 일부러 이런 코스를 택한 것.

 

억지로라도 마을로 나와 택시를 타고 돌아와도 되겠지만

그 정도면 이미 마음과 몸이 피폐해진 상황. 그렇게까진 망가지진 않았다.

 

코스를 선정하고, 대회를 신청 후

드디어 나는 홀로 출발선에 선다. 동료도 대회장도 지원자도 없다. 

 

모든 걸 혼자 해내야 하는 마라톤.

정말 자신과의 싸움 그 자체다.

 

 

35km, 4시간55분 소요.

 

 

 

그야말로 태화강을 뺑뺑 돌고 도는 코스.

매점은 딱 한 군데 있는데 

십리대밭 근처에 있는 매점이다.

 

출발지에서 보면 대략 27km 지점.

그때까지 물과 음식을 구할 수 없기에 먹을 것을 배낭에 넣어야 한다.

 

이 코스는 예전 태화강울트라마라톤 대회 때 뛰어 본 경험이 있기에 

나름 느낌을 안다.

 

평지를 뛰는 지루함과 나른함.

 

이는 어느 대회 코스 다 마찬가지다.

 

광주 울트라, 세종 울트라, 대전 한밭벌, 금천구 울트라 등등

대부분 어디 가나 이렇게 하천변을 뛰는 코스가 있기 때문에 이미 면역이 되어있다.

 

지루하고 또 지루한 평지의 하천변을 뛰는 건 울트라마라톤의 기본.

고립감과 외로움은 그저 덤이요 극복의 대상일 뿐.

 

런너의 머릿속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태화강 명촌교

 

 

무념무상.

 

날씨는 덥지 않았고 구름 속에 가려진 햇볕은 런너를 괴롭히지 못할 수준이었다.

 

이븐 페이스로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니

예전 내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즐거움을 맛본다.

 

올해 6월에 뛴 물사랑낙동강 대회 이후 처음 달림이었는데

기량이 살아나 다행이었다. 

 

목마름과 배고픔을 안고 도착한 십리대밭.

매점에 들러 음료수 두 개를 사 원샷으로 넘겨 버린다.

 

 

 

 

십리대밭 숲, 태풍으로 피해가 많아 보인다.

 

 

출발지에서 십리대밭까진 30km.

 

이제 20km만 뛰면 될 일.

 

돌아가기에 충분한 체력과 정신력이다.

"그래봐야 50km"

 

100km 절반 밖에 안 되는 거리지 않는가.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 속, 나 역시 피치를 올린다.

 

 

 

 

 

43km 지점, 이때부터 폰 배터리가 간당간당.

 

 

 

40km부터 기량은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

역시나 운동 부족의 악몽은 이제부터 발현되기 시작한다.

 

확실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기량 부족이 뚜렷.

꾸역꾸역 두꺼비 모양새로 간신히 40km을 넘기고 43km 지점쯤 주로에 유일한 마트에 도착

 

물과 간식을 사서는 겨우 한숨을 돌린다.

 

남은 거리는 7km.

그 거리가 왜 그리 멀고 아득한 지 몸이 생각보다 지쳤음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

이 대회는 무조건 어플에 나온 거리와 시간대로 인증하기 때문에 휴대폰의 어플 인증은

필수 중 필수.

 

그런데 배터리가 다 되어 폰이 아웃되어 버린 게 아닌가.

 

"아니고 니미럴"

 

방법은 한 가지 차량으로 돌아가 폰을 충전해 이어서 측정하는 방법뿐이다.

보조 배터리를 항상 챙기는 데 그날 하필이면 챙기지 못한 멍청한 런너의 어설픔이다.

 

배터리 아웃 되기 전에 기록을 끝내거나 아님 보조 배터리를 챙겼어야 했는데

기량 부족으로 빨리 뛰어 내지 못한 자책이었으니 어쩌겠는가

 

 

 

폰이 꺼져 마지막 구간은 직선으로 표시되었다.

 

 

도착지 근처의 차안.

 

졸지에 차 안에서 배터리 충전으로 오랜동안 소모했었고

gps가 꺼지는 바람에 폰이 꺼지기 전 장소와 켜진 장소 간 직선으로만 이어져 거리가 축소되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찌 되었던 50km만 채우면 일단은 될 일.

 

목표는 7시간 10분 정도의 기록을 예상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7시간 49분으로 50km 대회를 마무리한다.

 

원래 대회가 8시간까지가 제한 시간이니 그 시간대는 맞춘 것이다.

 

기록에 휴식시간이 무려 57분이나 나오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달리면서 저렇게까지 휴식을 할 이유가 있겠는가. 대게는 10분 이내다.

 

 

 

 

배터리 충전했더니 휴식시간이 무려 57분.

 

 

 

 

대회가 없는 코로나의 엄중한 시기에

이렇게해서 대회 하나를 뛰어냈고 내 기록 하나를 추가할 수 있었다.

 

훈련이 곧 대회가 되는 그런 시절.

 

어찌되었건 간에 나에겐 소중한 시간이다.

 

앞으로 계속 대회를 늘려갈 예정이다. 100km 대회는 당분간 힘들겠지만

50km 훈련을 대회로 여기고 꾸준히 이어갈 요령.

 

코로나 시대,

예전의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절실히 느낀다.

 

 

 

 

다이빙 가고 싶어라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