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백패킹

지리산 조개골 백패킹

구상나무향기 2020. 8. 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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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야영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날의 어느 날.

 

"어디에서 이 역마살의 기운을 달래 볼까"

 

고민을 10분 정도 했을까, 역시나 선택은 지리산의 계곡.

 

무더운 폭염의 기세엔

역시나 계곡에서 즐기는 야영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지 싶다.

 

 

 

하루 숙박의 장소.

 

 

길고 긴 장마의 훼방 속, 여름은 이렇게 지나가나 싶었던 찰나.

 

장마는 물러가고 드디어  푸른 하늘 청정의 대기가 드러나는 게 아닌가.

무더위는 옵션이었지만 반가운 맑은 날의 싱그러움이다.

 

역대급 장마의 역습에 보따리를 마음속으로 싸매기를 여러 날.

드디어 지리산의 계곡으로 떠날 수 있었으니

 

청정의 지리산, 그 넓직한 품에 안겨보았다.

 

 

 

천혜의 장소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그리로 가지요"

 

나의 여름날 피서 장소는 늘 정해진 지리산의 특정 계곡이었지만

이번에는 장마의 폭우 탓에 계곡 수량이 불어난 것을 우려해 다른 곳으로 선택했었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천혜의 무릉도원의 피서지.

 

지리산 조개골이었다.

 

 

 

 

 

 

입구에서 불과 40여분 산행, 흠뻑 젖어들 정도로 기온은 무더웠다.

 

후덥한 날씨를 뚫고 지인의 애기만 듣고 찾아 도착한 곳.

멋진 신선놀음의 장소는 분명했다.

 

딱히 텐트 칠 공간이 없었지만 돌무더기 장소를 고르고 골라

에어매트를 넣으니 그런대로 잘만한 공간이 나온다.

 

 

 

돌무더기 정리 중.

 

 

이곳은 매우 오지의 숲 속.

 

지리산은 어느 산중 보다 깊고 험하다.

 

그래서 곳곳에 이런 계곡들이 널렸기에 잘 찾으면 하룻밤 신선놀음할 수 있는 곳은

도처에 있다.

 

지리산 산행 경력 20년.

 

도끼 자루 몇 개 썩어 버릴 터는 여러 개 꿰차고 있지만

이번 이곳의 터 역시 탁월한 피서지였음이다.

 

 

 

 

 

 

백패킹의 하이라이트는 사실 밤이다.

 

새벽녘 밤하늘에 총총이 이는 별을 보거나

산중 허리에 감기는 산안개를 느껴 보는 것이 '산중 야영 최고의 감성'이라 할 것이다.

 

어릴 적 소년 정서가

그대로 묻어나는 곳 그리고 시간.

 

바로 산중 야영의 묘미다.

 

 

 

 

 

 

옆에 계곡물이 어찌나 우렁차든지

물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새벽녘 지리산 하늘에 걸린 별들은 총총하기만 했었다.

 

유성우를 두 번이나 봤으니

딴은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코로나와 무더위

그리고 삶이라는 전쟁 속에서 하루를 버텨야만 하는 시간들이다.

 

인생의 정답은 없다.

 

다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며 잔소리에 일조하지만

내가 행복하면 그게 곧 멋진 삶이란 건 부정할 순 없다.

 

혼자 살아도

같이 살아도

 

내가 불행하면 불행한 것이고

내가 행복하면 행복한 것이다.

 

 

 

 

 

 

한뎃잠이 뭐 그리 좋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게 말이다. 그 한뎃잠이 뭐가 그리 좋다고 무거운 짐 짊어지고 숲을 걸어

이 먼 곳까지 와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사람 살아가는 데 여러 철학이 있을 지니

그 철학에 내 것만 옳다고 우기는 것도 지탄받을 일이다.

 

 

 

 

 

 

 

다음 날, 이곳도 무더위가 슬그머니 스며들지만 그늘 아래 신선한 바람은

사람의 애간장을 녹인다.

 

무더위는 산아래 사람들의 정서.

이곳은 무더위와는 하등 상관없는 곳이다.

 

물이 차가워 한참을 망설이다 계곡물에 몸을 담갔는데

푹푹 찌는 폭염 속, 이곳은 정말 시원했었다.

 

 

 

 

 

저 넓은 터럭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도 좋을 곳이다.

 

책을 읽거나 사색을 해도 좋을 곳.

이곳은 통신 불가 지역이라 폰은 잠시 놓아둬야 하는 전파 청정구역이다.

 

소위 멍 때리기 정말 좋은 지리산 청정의 계곡.

 

저 바위에 에어매트 깔고 한참을 누워 있었다.

 

 

 

바위 터럭이 너무 편안하다.

 

 

소가 둥그런 형태인지라 위험하지가 않은 곳이다.

 

산중 계곡의 소나 징담은 수영하기에 매우 좋지만

위험 요소도 많다.

 

수온이 낮아 오래 있기는 힘들다.

 

 

 

 

 

수심은 대략 3~5m 정도.

물은 차가웠고 소는 깊었다.

 

한차례 수영을 했더니 정신이 번쩍 들 정도다.

 

이때의 청량함은 지금도 생각나는 개운한 순간.

도심의 폭염을 이때의 순간으로 망상을 즐긴다.

 

"제발 폭염아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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