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백패킹

만추, 지리산 두류암터 백패킹

구상나무향기 2018. 11. 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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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렀다.

 

산천은 의구한 데 인걸은 간데 없지만

역시나 산은 그대로다.

 

지리산 넘나든 지가 어느듯 20년 세월.

 

딴은 기억에 있을거라 여기고 찾아갔는 데

이미 머리속 지우개가 그때의 산행 기억을 모조리 지워버렸나 보다.

 

 

 

 

 

 

 

 

 

 

어름터 독가에서 허공다리골 합수부까지는

계곡을 서너 차례 건너야 하는 불편한 길들이다.

 

10년 전, 지도도 없을 시절에 이 길을 어떻게 알고

건너갔는지 당췌 기억에 없다.

 

며칠 전 그날, 목표는 청이당터에서 물을 뜨고

독바위 통천문에서 야영하는 행보였었다.

 

 

 

 

 

 

 

 

 

 

 

독가의 젊은 청년은

시커먼 남정네을 '그저 그렇게' 덤덤이 맞이해준다.

 

자신이 지고 있는 감나무의 홍시를

따먹도록 배려하는 모양새가 넉넉한 지리산을 닮은

순박한 청년.

 

언제부터 여기서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문명의 이기들이 없는곳에서 살아가는 게 딴은 어려울 터.

 

'나는 자연인이다'

이것도 팔자가 되야 가능한 일이다.

 

 

 

 

 

 

 

<짐승>

 

 

 

 

11월에 지리산 야영을 계획한 경우가 지금껏 없었다.

 

지리산은 이미 겨울.

 

무겁고 풍만한 동계 장비를 이고 지고,

먹거리를 품에 안고 그 험한 길을 걷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린 손을

부여잡고 한겨울의 서정을 느껴보기란 딴은 멋적은 고행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난 겨울 야영을 하지 않는다. 나에겐 적당함을 넘은

겨울 야영은 구도의 행위로 치부되기에

 

"삭풍 속에서 뭔 낭만인가"

 

 

 

 

 

<기 좋은 야영지>

 

 

 

터가 아주 좋았다.

 

목적지를 뒤로하고 이곳에 머물러야 된다는 미증유의 조언이

귀에 들리는듯 그런 착각이 들 정도였다.

 

숲인데도 밝은 양지였고 앞에 큰 능선이

그리고 그 아래엔 깊고도 넓은 계곡이 자리잡고 있는 참으로 명당이었다.

 

물이 졸졸 흐르는 개천도 있는 평평한 터.

 

일자무식 내가 봐도 이곳은 기가 아주 좋은 터였다.

 

 

 

 

 

 

 

<두류암 절터의 부도>

 

 

 

 

터의 기운이 나의 온몸을 휘감은 듯하다.

 

야영으론 아주 이른 시간인

7시 30분부터 취침했는데 다음 날 오전 7시30분까지 무려 12시간을

 

졸도의 경지로 깊은 잠에 이르렀다.

 

그리고 아침을 지어먹고서는

또 3시간을 깊은 수면에 빠져들었는데 무려 15시간을 잔 것이다.

 

 

 

 

 

 

 

 

 

 

 

아주 개운한 몸상태.

역시 이곳은 기가 아주 좋은 명당임이 분명하다.

 

절터라 그런 건지 모를 일이지만

기운이 좋은 묘한 장소였다.

 

꿈조차 꾸지 않고 그대로 자고 또 잤으니 말이다.

 

어느 곳에서 야영을 하면

밤새도록 꿈도 요상하고 몸도 뻐근하고 그렇다.

 

아픈 사람 여기서 자면

병도 나을듯 싶다.

 

 

 

 

 

 

 

 

 

 

"간호학과에 꼭 갈거야"

딴은 실력도 안 되면서 꿈만 야무진 딸래미.

 

밀레니엄 베이비,

경쟁이 치열한 간호사가 되기 위해 나름 꿈을 펼치보려 안간힘을 쏟는데

 

수시 대학마다 낙방의 고배를 줄줄이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수능이 다가 오면 절에도 가고 교회도 가고

부모들도 그렇게 호들갑이라는 데

 

나도 이곳에서 딸래미 간호학과 합격을 위해 산신령에게 나름 빌어봤다.

 

효과가 있을런지 아닌지

어째튼 절터의 영험함과 마고할미의 넉넉한 자비로움이 더해진다면

딴은 합격하지 않을까 싶다.

 

"딸, 재수는 하지 말자"

 

 

 

 

 

 

 

 

 

 

 

 

 

숲에 가리워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별은 총총하게 사위를 뒤덮고 있었다.

 

어둠 속이지만 나름 이곳은 밝은 곳인지라

하늘도 보이고 능선도 보이고

 

그리고 일출과 일몰 시 빛도 충분히 들어오는 그런 양지녘.

 

오늘, 이렇게 맑고 화창했는데

다음 날 비가 내렸다.

 

 

 

 

 

 

 

 

 

 

 

"위염이 있으니 조심하세요"라고

2년 전 건강검진 때 의사가 주의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난 그런거엔 귓등으로 듣지도 않았다.

 

그런데 최근 속쓰림을 경험하곤

"아차...위염이 있었지"라며 자책하는 머저리짓을 하고야 말았다.

 

빈속에 마시는 커피와 체중조절 한다고 매일 굶어댄

공복의 시간들이 결국 위염의 사단을 낸 것이다.

 

 

 

 

 

 

 

 

 

 

 

 

'인과와 응보'

뭐든 나비효과가 있는 것이다.

 

나비의 날개짓이 결국 태풍을 몰고 오지 않는가

이젠 밥 좀 먹고 살아야 할 모양이다.

 

살도 짜달시리 빠지지 않으면서 사단만 낸 꼴이다.

 

 

 

 

 

 

 

 

 

 

야생 오미자를

약간 따서 끓여 보았는데 의외로 향이 짙고 강했다.

 

똑같이 지리산 오미자라도 재배하는 것과 야생의 날것과는

그 향과 맛에서 차이가 난다.

 

야생의 것이 더 쓰고 시다.

그리고 향도 짙다.

 

 

 

 

 

 

<주변 정리는 항상 깔끔하게>

 

 

 

 

주위를 정리하고 이제 하산한다.

어느듯 시간은 오후 1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언제 시간이 이리 되었지?"

 

아침 먹고 3시간을 더 잤으니 시간은 이미

정오를 넘어가고 있었다.

 

 

 

 

 

 

 

 

 

겨우살이는 상기생이라 하여

항암제로 많이 알려진 기생식물이다.

 

설치류나 새들이 이 열매를 먹고 배설하면

씨앗이 나무에 착생해 그때부터 뿌리를 내려 살아가게 된다.

 

 

 

 

 

 

 

 

<겨우살이>

 

 

 

 

열매를 먹어 보았는 데

달작한 맛이 나며 아주 끈적해 뱉기도 힘들 정도다.

 

이렇게 진득하기에 나무에 붙어 착생하는 삶의 능력을

가진 겨우살이.

 

늦가을 열매를 맺고 꽃은 겨울에 핀다.

 

시중에 판매하는 겨우살이의 대부분은

중국산 곡기생, 국산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갓 착생한 겨우살이>

 

 

 

 

노각나무는 예로부터 목기를 제작했던 재료로 활용했었다.

 

지리산엔 숯가마터와 목기를 제작했던 터가 곳곳에 아직도

남아있는데

 

노각나무는 갈라지지 않고 야물어서

목기로 만들기엔 딱 좋다.

 

노각나무는 한국특산식물.

꽃도 이쁘고 나무도 화려한 토종 나무다.

 

 

 

 

 

 

 

 

 

<노각나무>

 

 

 

다음 날, 어름터에 다시 돌아오니

쥔장이 막 돌아와 땔감으로 군불을 지피고 있었다.

 

주위로 감나무가 상당한데

예전 이곳이 마을이라는 증명일터.

 

어제 홍시맛이 사뭇 전율스러울 정도로 달고 시원해

나름 몇개 따 먹었는 데 그건 덜 익었다.

 

 

 

 

 

 

 

<어름터 독가>

 

 

 

늦은 점심을 먹고 있으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마고할미의 심술이 시작된 모양이다.

 

어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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