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백패킹

복이 많은 곳, 만복대 백패킹

구상나무향기 2020. 5. 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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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색 짙은 나의 텐트.

 

 

만복대(萬福臺), 지리산에서 복(福)이 가장 많이 드는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진 장소.

 

만복대는 지리산에서 우뚝 솟은 봉우리지만

봉으로 불리지 않고 종석대와 같이 '대(臺)'로 불리는 몇 안 되는 장소다.

 

 

 

똥폼은 무심한 표정이 좋다

 

 

 

지리산에서 향운대, 향적대, 문수대, 묘향대 등등

큰 바위 아래있는 영험한 기도처를 흔히 대라 부르는데

 

이런 곳에 가면 대체적으로 큰 암벽으로 둘려 싸여 있고

석간수가 흐르고 터가 평평해 오랫동안 머물며 기도하기 좋은 곳이다.

 

실제 지리산의 수많은 대 아래는 기도하는 사람들의

흔적이 매우 많다.

 

 

 

만복대에서 바라본 좌 반야봉 우 노고단

 

 

 

만복대가 무속인들의 기도처로 활용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령어린 영험한 곳이라 '봉'이라 부르지 않고 '대'로 불렀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대'가 큰 바위 아래에 위치한 통념에 비하면

만복대에는 큰 바위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아니면 복된 기운이 몰리는 곳이란 풍수지리적 개념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은 후자의 개념이라 여긴다.

 

 

 

 

만복대에서 바라본 노고단

 

 

 

 

봉이라 부르지 않고 대라 부른 건

이유가 어떻든 이곳의 기가 좋다는 반증.

 

지리산에서 대라 부르는 곳, 다 영험한 기도처다.

 

하여 "영험하고 복이 많은 곳에서 야영하면  기 제대로 받것네"

 

어설픈 산꾼, 얄팍한 속셈으로 배낭을 메었다.

 

 

 

어설픈 산꾼, 만복대 오르는 중

 

 

 

사실 만복대는 사진작가들에게 있어

꿈의 장소다.

 

만복대는 사철 어느 때라도 운해 가득한 장면을 수시로 보여주는 대표적 명소.

정령치에서 불과 2km에 불과해 접근성도 좋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이곳에 오른다.

역시나 그날 아침, 작가들로 웅성웅성거려 잠을 설치기도 했었다.

 

 

 

 

때마침 철쭉이 절정이었다.

 

 

만복대는 운해뿐만 아니라 철쭉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흐드러지 게 피어나는 여타의 장소와는 비견되겠지만

이곳의 철쭉은 군데군데 소담스럽 게 군락을 이루며 피어난다.

 

그 색감이 색정적이고 너무 화사해 보는 이로 하여금

찬사를 늘어놓게 된다.

 

"우와 색감 정말 이쁘다"

 

정상부와 만복대 곳곳에 피어난 색감 짙은 철쭉에 몇 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를 정도다.

 

 

 

저 앞 봉우리가 고리봉. 저 멀리 바래봉

 

 

 

예전, 만복대 아래에서 복주머니란을 많이 관찰했었다.

지난 수년 동안 이곳에 해마다 방문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복주머니란을 보기 위함이었는데

 

잠시 살폈지만 이젠 복주머니란은

거의 사라진 듯 눈에 띄질 않는다.

 

"도태? 아님 훼손되었을까?"

 

개인적으로 후자에 더 무게가 두는 이유가 복주머니란이 있었든 곳에

파헤쳐진 흔적도 같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좀 놔두지 왜 캐는지 모를 일이야"

산신령이 혼을 내실 게 분명하다. 그냥 내버려 두자.

 

 

 

 

예전 만복대 아래 복주머니란, 지금은 모두 훼손됐다.

 

 

올 5월, 제법 추웠는가 보다.

일기예보에 진눈깨비까지 날렸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보도되었는 데

 

지리산 심심산골도 마찬가지.

야생화가 여느 때보다 늦게 피어나고 있었고, 철쭉이 이제야 절정인 건 아마도 그 때문인듯하다.

 

 

 

 

 

 

산철쭉이 아직 남았다.

 

 

정령치에서 불과 2km.

사부 자기 걸었더니 어느덧 만복대.

 

해가지려면 아직 많이 남았다. 어둑어둑 해져 가는 지리산의 기운을 느끼며

터를 잡는다.

 

 

만복대 정상.

 

 

너무나도 멋진 곳에 터를 잡고

집을 짓는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자면 정말 아픈 곳도 씻은듯 나을만하다.

 

반야봉과 노고단

그리고 첩첩산중의 산그리매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 지리산 최고의 명당 야영 터다.

 

 

 

 

 

 

일단 물부터 확보해야 하는 건 야영의 기본.

만복대 샘을 찾아 물부터 지고 올라온다.

 

만복대 샘은 정상에서 성삼재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으로 들머리가 열려있다.

등로에서 쑥 들어가면 샘이 나온다.

 

예전에 말뚝에 샘이라고 적어놨는데 지금은 말뚝을 모두 치워 버렸기에

들머리 흔적을 보고 찾아가야 한다.

 

 

 

만복대 샘

 

 

 

습지 지역이라 군데군데 왜갓냉이와 동의나물이 가득하다.

 

콸콸 쏟아지는 그런 곳이 아니기 때문에

갈수기엔 물이 없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샘터다.

 

이곳은 만복대 습지 지역.

만복대는 침엽수나 키 큰 활엽수가 없는 세석고원 같은 그런 평전이다.

 

세석에도 습지 지역이 군데군데 있는데 만복대도 그런 곳.

다만, 습지가 넓지 않고 숨어 있어 찾기가 어렵다.

 

 

 

 

만복대 샘

 

 

 

샘터에 자라는 곰취와 동의나물.

좌측이 곰취, 우측 가득 자라나는 것들이 동의나물이다.

 

딱 헷갈리게 마침 혼생하고 있는 장면.

 

동의나물은 독초

곰취는 나물.

 

이런 곳에 같이 자라고 있으면 헷갈리기 마련이다.

 

 

 

좌측 곰취, 우측 동의나물

 

 

 

마침 샘터 들머리의 철쭉 한그루가

지는 노을빛에 반짝거리고 있다.

 

그날, 일몰은 구름에 가려져 볼품없었고

다음날, 일출은 안개에 가려져 전혀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었다.

 

 

 

성삼재가는 능선

 

 

 

새벽, 역시나 많은 작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마침 바래봉은 철쭉의 절정 시기, 이곳을 지나쳐 바래봉을 갈려는

수많은 산꾼들도 새벽녘 스쳐 지나간다.

 

텐트 주위는 이래저래 새벽부터 소란스러워 잠을 내내 설쳤다.

 

"이럴 것 같으면 저 멀리 텐트를 칠 건데"

 

.

 

 

보호색으로 무장한 텐트.

 

 

 

산안개가 잔뜩 끼어 아침 내내 속내를 드러내어 주지 않은 지리산.

만복대 역시 안개에 가려져 짙은 습기만 머금은 채 내내 안개로 가득했었다

 

기대치에 부푼 수많은 작가들도 하릴없이 되었고

어설픈 산꾼, 일몰과 일출 모두 다변스런 지리산의 심술에 구경도 못했다. 

 

 

 

 

 

이제 하산 시간.

천천히 아침을 끓여 먹고서는 채비를 차린다.

 

올라갈 때보다 더 빨리 살랑스럽게 내려온다.

 

경악스런 정령치 주차비에 잠시 개당귀 씹은 듯한 욕지거리를 해대곤(혼자서)

지리산을 떠난다.

 

 

 

 

 

정말 멋진 곳에서의 야영이다.

 

 

 

복 많은 곳에서 좋은 기운을 잔뜩 받았으니 당분간은 그 기운에 행복할 것이고

살기운이 날 터이다.

 

역마살 달인, 이제 또 어디로 떠나볼까

나의 희망은 늘 그것이고 나의 기운은 그런 것에서 돋아난다.

 

"자! 떠나자"

 

 

 

 

철쭉핀 만복대

 

 

나의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코로나 때문에 요새 산에 많이 걸린다.

 

손수건 찾으러 나는 또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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