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7회 무지원세종울트라마라톤대회(100km)

구상나무향기 2019. 4. 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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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은 멋지게>




울트라마라톤, 6개월만에 도전이었다.


작년, 딸래미 대학 면접과 일정이 겹친 대회는

모조리 불참하 게 되었고


거기에 이런저런 개인적 사연까지 더해져

작년, 8월 통영대회를 마지막으로 하반기 대회는 참여하지 못했었다.





<조치원역>







이에 기량 저하 우려가 심각한 상황.


12월부터 3월까지 꾸준히 50km 훈련을 실시했고

이 세종 대회를 목표로 삼고 집중했었다.


무엇보다

체력과 뱃살관리에 더욱 집중했지만 딴은 실패한듯하다.


되려 체력은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뱃살은 더욱 돋아나 D형 아재로 거듭나고 말았으니














또한


대회 일주일 전, 덜컹 인후염과 비염 그리고 몸살 감기까지 겹으로

겹쳐 버리는 게 아닌가


"미련 곰탱이 하필 이럴 때에..."


자책감은 하릴 없는 독백이 되어

병원 마루에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떨어진 컨디션은 회복이 안되고 있었다.















정작 컨디션 좋아 뛰어 본 적은 딱히 없지만

쿨럭거리며 비염과 몸살로 점철된 몸으로 뛸 순 없지 않겠는가


상황은 나빴지만

그래도 의지까진 꺾을 수 없었다.


"뭐 감기쯤이야"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민 세종울트라마라톤대회다.











올해부터는 제한시간이 17시간으로

1시간 늘었다.


세종대회 김동국 위원장의 어떤 의지의 발로였는지는 몰라도

나같은 헐랭이 주자에겐 반가운 소식임에는 분명했다.


물론 그렇다해도 

제한시간 16시간이라는 개인적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다.


타대회가 대부분 16시간을 유지하고 있기에

그래도 이 시간 내에 완주해야 '꼴찌의 품격'은 유지하지 않겠는가







<김동국 위원장, 셀카를 찍으면 늘 얼큰이가 된다>





제7회세종울트라마라톤대회, 나는 이 대회가 벌써 6번째다.

다 완주한 전력이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몸상태가 나쁜 적은 없었기에

행여 포기의 순간까지도 나는 생각했었다.


"공주 시내엔 택시가 있으니 그걸 이용해야지"


나는 뛰기 전부터

미완주에 대한 준비와 핑곗거리부터

찾고 있었으니 정신력은 거의 바닥을 파고 있었든 게 분명했다.






<포부는 당당하게>





그러나


"어라~이게 웬일이야"


우려와 달리

질주 본능은 감기로 인한 몸상태보다 더 한 수 위였나 보다.


쿨럭대든 기침도 뛰기 시작하니 어느새 사그라들고


진통제와 감기약으로

녹아든 컨디션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30km까지

3시간 40분에 완주


50km 반환점을

6시간 57분에 완주했으니


이 뱃살듬직 헐랭이런너의 최고 기록을 세워주는 게 아닌가.


비록 노련한 자들의 수준에선 조족지혈이겠지만

나에게 있어 개인 최고 기록이다.


기우는 우려에 불과했었다.









의기양양한 달림은 60km까지 이어졌지만

그후 역시나 헐랭이런너의 한계는 딱 거기까지 였다.



역시나 무한데쟈부


바로 졸음의 덫에 또 걸려 버린 것이다.










"나는 왜 이 졸음을 극복하지 못하는가"

무한 자책감과 자괴감.


꾸벅꾸벅 졸아가며 경보의 걸음으로 걸어보려 하지만

시간은 쏜살같이 도망가기에 바쁘다.


정신을 차린 지점은 어느듯 75km 후반


"아이구야 혹하겠네 정말"


늘 이런식이다.

기침까지 쿨럭대며 참고 또 견딘 졸음의 덫


역시나 피해가진 못했다.










졸음은 시간도 잡아 먹지만

무엇보다 정신적 무력감까지 파고든다.


"정신 차려야 한다."


볼살을 꼬집으며 사그라든 정신력과 체력을

지피는 게 급선무.


대회가 끝나면

가장 먹고 싶은 걸 생각해봤다. (그런데 그게 도움이 되었나 몰라)





<이 나무에 사과와 빵을 숨겨뒀었다>




동이 틀 75km부터 뛰기 시작했으니

정말 헐랭이 런너다.


이게 늘 제한시간에 임박해 간신히 완주하는 꼴찌 주자의

품격이요 아우라다.

참으로 어설프기 그지없는 주자.


"왜 도대체 매번 대회에서 이걸 반복할까?"


심각한 물음이지만

12년차, 여전히 나는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50km 도착>




학나래교를 지나서부터

뛰기 시작한 컨디션은 90km에서 일시 소강을 보인다.


무지원 대회 답게 배고픔은 옵션이지만

그래도 나는 배낭속에 먹거리를 한가득 짊어지고 뛴 덕분에 굶주리지는 않았다.


왕복 주로이기에

사과와 빵 하나를 주로 근처에 숨겨두었는 데 이는 돌아오면서

아주 좋은 요기거리가 되어 주었다.


나름 후미 주자의 생존 전략이다.






<50km 지점>





세종 대회는 정말 배고픈 대회다.


금강변 자전거길이 주로 이기에

인프라가 없다.


배낭에 먹을 게 없으면

정말 쫄쫄 굶어야 되는데


굶고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당한 먹거리는 배낭 속 필수


다음엔 라면도 넣어 볼까? 라고

심각하 게 고민도 했었다.






<50km 반환점>





"뛰면서 무슨 생각을 합니까?"


동료 주자가 울트라마라톤을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 물어본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면서..."

다양한 생각거리를 한다는 주자도 있지만


나의 대답은 확고부동하다.


"저는 아무런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이 고통과 인고의 시간을 빨리 끝내야 하겠다는 갈망 외엔

딱히 머리 속 사고가 없다.


'시간과 거리'

내 머리 속 촛점은 오로지 그거 하나 뿐이다.







<결승점>





마침내 도착.


주로에서 가지는 온갖 신체적 고뇌와 정신적 갈등.


분노, 짜증, 슬픔, 기우, 후회, 아쉬움 등등

길바닥에 무수히 많은 나의 감정들을 다 던지고 온 시간들.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안 하는 게 되려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수많은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정신적

찌끄레기들을 모조리 던지고 오는 게 마라톤이다.


마라톤은 '수양' 그 자체라 할 것이다.

스님들 수양이나 고행이 이보다 더 혹하겠는가











완주하고 돌아오면 어느듯 나의 자아도 한뼘 성장해 있는걸 느끼게

해주는 게 바로 울트라마라톤이다.


갈 때 마음과 올 때 마음 다르고

완주했을 때의 마음은 또 다르며

완주하지 못했을 때의 자괴감은 더 다르다.


이토록 개똥철학이라도 가지고 살아야지

그나마도 없으면 사는 게 너무 재미 없지 않겠는가


"어쨌든 나는 완주했다."


완주의 뿌듯함은 세삼 비교할 게 못된다.

해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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