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2018물사랑낙동강100km울트라마라톤대회

구상나무향기 2018. 6. 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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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사랑낙동강200km 울트라마라톤대회 중

100km(103.5km)부문에 출전.

 

100km 완주 32회, 마라톤 경력 11년 세월이지만

난 이 대회가 처음이다.

 

왜냐하면 이 대회는 200km 전용 대회였고

최근에야 100km 부문이 신설되었기 때문인데

 

200km 도전은 나에게 있어

아직은 '언감생심 정신력' 영역이다.

 

 

 

 

 

 

 

 

 

 

 

 

200km 주자들과 일정을 함께해야 하기에

출발은 금요일 밤 22시로 같다.

 

다만 100km 출전자는 표충사(103.5km)가 종착지이며

다음 날 오후 3시까지 제한시간(17시간).

 

*200km 주자는 표충사가 반환지점이고

제한시간은 36시간.

 

 

 

 

 

 

<폼은 근사하게>

 

 

 

 

저번 달, 대전한밭벌에서 중도 포기한 자책감은

한달 내내 이어졌다.

 

사실 그때 컨디션이나 정신력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음에도

난 75km 지점에서 포기를 했었다.

 

그 후, 자책은 엄청난 이불킥이 되어 후회로 돌아왔고

난 그 자책의 만회를 위해 가장 시기적으로 빠른 이 대회를 냉큼 신청한 것이다.

 

 

 

 

<남세우님이 드디어 100회 완주를 하셨다>

 

 

 

 

즉 오기와 집념의 발로.

 

누가 알아주지도 선물도 주지 않는 이런 행위에

왜 자책을 하고 후회를 하는지 몰라도 어째튼 중도 포기는 정말 쓰디쓴 추억이다.

 

 

 

 

 

 

 

 

 

 

 

 

나는 이 대회를 모른다.

아직 뛰어 본 경험이 없었기에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생에서 저승을 보았다"고 할 정도로

혹한 경험을 했었다.

 

니미럴

역시나 울트라대회는 땡볕이 스멀거리는

한낮엔 할 게 못 된 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총120명 출전, 100km 출전자는 19명>

 

 

 

 

일반 울트라마라톤대회는 밤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대회는 낮에 더 많은 시간을 뛰어야 하는 대회.

 

200km 대회와 같이 운영되기에

시간적 안배가 그렇게 밖에 안된다.

 

 

 

 

<왼쪽 1010 배번>

 

 

 

 

오전 6시경이 대략 50km 지점, 그 후부터 일출이 일어나면

오후 3시까지 이글거리는 태양의 갖은 희롱에 온 몸을 맡겨야 된다.

 

몸이 익혀 지는 느낌의 열기.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를 뛰고 또 뛰어야 한다.

 

 

 

 

 

 

 

 

 

 

 

코스는 오르막의 연속과 연속.

 

무척산, 천태산, 배내골, 밀양댐

정말 오르고 또 오르는 오름질의 끝판왕.

 

평지는 을숙도부터 용당마을, 그리고 일부 삼랑진 구간뿐

나머지는 올~~~~~~~~~~~~~~오르막이다.

 

한마디로 욕 더럽게 나오는

악질 맞은 코스.

 

 

 

 

 

 

 

 

 

 

 

오르막이 있음 내리막도 있기 마련.

 

"내리막이 나오면 좋잖아"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후반부에서 내리막은 되려

오르막보다 더 못한 성질을 띤다.

 

부하 걸린 지친 다리로 내리막을

뛰기란 버겁다.

 

인대와 무릅때문에 성큼성큼 못 뛰기에

내리막이라도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즉, 오르막이 많으면 시간은 살 떠난 활처럼 늘어나기 마련.

 

 

 

 

 

 

 

 

 

 

 

 

 

 

44km 무척산 정상까진

편안한 달림을 이어간다.

 

49km 늘품추어탕 1CP까진 정말 잘 뛰었다.

무척산 정상까지 다소 오르막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평지라 신나게 뛴 코스.

 

생각보다 컨디션은 매우 양호.

 

 

 

 

 

 

 

<44km 무척산>

 

 

 

울트라마라톤은 이런 오지의 국도를

밤새 뛰어야 한다.

 

렌턴 불빛에 의지해

오로지 나 자신과의 싸움을 즐겨야 하는 힘든 길.

 

그날, 폰을 가방 앞주머니에 넣었기에

나름 힘이 있을 때는 주로 풍경을 담았다.

 

후반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 폰은

꺼내지도 못했다.

 

 

 

 

 

 

 

 

<무척산 정상, 44km 지점>

 

 

 

 

1CP 늘품추어탕

오전 4시30분 도착(6시간30분 소요.)

 

을숙도에서 시작해 낙동강 구비구비 줄기를 따라서

삼랑진까지 뛰어왔다.

 

"내가 뛰어서 부산에서 삼랑진까지 오다니"

울트라를 뛰다보면 이런 탄식 자주 한다.

 

 

 

 

 

 

 

 

 

<49km, 1cp>

 

 

 

 

이제 여기서부터

밀양을 거쳐 천태산으로 가야 한다.

 

천태산 시작 전은 아직 평지.

지금 시간을 벌어놔야 된다.

 

물론 그때는 천태산이 그렇게 긴 오르막인지 몰랐다.

경험이 없기에 그저 난 그때그때 최선을 다했을 뿐.

 

천태산이나 배내골이나

정말 지루한 오르막이었다.

 

 

 

 

 

 

 

 

 

 

 

 

일출이 일어난다.

이젠 더위와의 싸움이 바야흐로 시작되는 싯점이기도 하다.

 

나는 그날 34도까지 치솟아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는지도 몰랐다.

 

어쩐지 더럽게 덥더라.

 

 

 

 

 

 

<땡볕 가리개로 무장, 아직은 싱싱한 얼굴>

 

 

 

 

200km 주자들은 참으로 대단하다.

나는 100km에서 극한 한계에 부딛히는데

 

이 사람들은 그 한계를 뛰어 넘어 2배를 뛰지 않는가.

 

나보다 배로 해내는 사람들에겐 무한한 존경심이 생길 수 밖에 없음이다.

 

"나는 이만큼도 힘든데

저 사람들은 나보다 더 배로 힘든 일을 하잖아"

 

 

 

 

 

 

 

 

 

 

 

 

이른 아침 시골 풍경은 매우 정겹다.

 

빨갛게 익어가는 산딸기

그리고 달콤한 오디.

 

산딸기와 오디가 제철이었고 도로 옆에 주렁주렁 메달고 있어

뛰면서 간간히 맛을 봤다.

 

시골의 정겨움이 묻어나는 뜀박질의 시간.

 

 

 

 

 

 

 

 

 

 

그러나 그 정겨움도 잠시.

무료하고 지루한 천태산 오르막이 시작된다.

 

천태산 중턱까지가 64km 지점.

 

울트라마라톤을 하면서 지금껏 수많은 오르막을 경험했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다.

 

땡볕에 걷는 천태산 오르막의 해악질은 끝도 없었다.

 

 

 

 

 

 

<천태산 오르막>

 

 

 

 

 

물론 이 천태산을 넘어가면 더 길고 먼

오르막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천태산을 넘어오면 원리삼거리.

 

난 원리삼거리에서 배내골 배태고개까지

더욱 지루한 오르막 길이 도사리고 있단걸 당연 몰랐다.

 

초반은 완만하지만 나중엔

숨이 턱까지 차는 오르막.

 

 

10km가 더 된다.

 

불볕더위와 맞서며 이 오름질을

즐겨야 한다.

 

 

 

 

 

 

 

<배태고개 가는 길>

 

 

 

오르막이니 뛸 수가 없다.

 

그러니 시간은 계속 늘어나기만 할뿐

진도는 늦다.

 

이래서 어려운거다.

마라톤의 숙명적 존재, 시간.

 

이 시간의 제한이 있기에 더욱 버거운 게 바로 마라톤이다.

 

 

 

 

 

 

<얼굴이 점차 망가져 간다>

 

 

 

정제 소금만 10알 이상을 삼켰을 거다.

이런 날, 소금이 없음 전해질 부족으로 뛰질 못한다.

 

땀은 비오듯 적셔지고

열기는 더욱 더 가열차 게 헐랭이 마라토너의 숨통을 조여 온다.

 

드디어 85km 지점

배태고개 정상.

 

"아이고 니미럴"

욕이 절로 난다.

 

정말 힘겹게 오른 그날 최악의 구간이란 자평이다.

 

 

 

 

 

 

 

 

 

 

<배태고개>

 

 

 

 

이제 남은 거리는 18.5km.

이때가 오전 11시 10분이었으니  남은 시간은 3시간 50분.

 

남은 거리에 비해 충분한 시간이 남았다고 여겼다.

오르막의 연속이었지만 의외로 선방한 시간.

 

하지만

착각은 늘 자유다.

 

 

 

 

 

 

 

 

<지옥을 맛본 밀양댐 구비구비 길>

 

 

 

배내골사거리에서 밀양댐 전망대까진

폭염에 맞서며 꾸역꾸역 걸어 가야 할 긴 오르막이다.

 

그날 34도의 폭염과

도저히 뛸 수 없는 오르막의 콜라보.

 

정신 줄 놓고 

혼이 비정상 상태로 그저 발만 들고 놓았다만 반복했을 뿐이었다.

 

"현생에서 저승을 보았어요"

라고 밀양댐 전망대에서 자원봉사자에게 한 말이었다.

 

정말 이 구간에서 저승사자가 왔다갔다 할 정도의

혹한 구간.

 

정말 무더운 이런 날씨에 낮에 뛰기란 버겁고 버거운 행위다.

 

 

 

 

 

 

<완전 맛이 갔다>

 

 

 

 

여기서부터 표충사까지 13.5km.

 

이미 더위에 완전 절어진 상태.

 

하지만 걷기만 하면 제한시간을 넘길 위기.

 

이 무더위 속에서도 뛰고 또 뛰어야 할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 가는 마라톤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평지라는 조건.

 

 

 

 

 

 

 

 

 

 

밀양댐에서 표충사까진 이를 악물고 나의 인내심과 정신력을 극한까지

갈아 넣어야 했었다.

 

"세상에 이런 혹한 마라톤일 줄이야"

 

이건 거의 저승체험이었다.

 

 

 

 

 

<정신줄 놓은 마라토너>

 

 

 

 

 

제한시간에 불과 7분을 남겨 놓고

감격스럽게 도착.

 

16시간 53분.

 

공식완주자 중 꼴찌 주자.

 

늘 꼴찌인데

또 꼴찌.

 

아마 다음 대회에서도 꼴찌일 것이다.

 

 

 

 

 

 

 

 

<너 미처봤냐>

 

 

 

뛰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이런저런 수많은 생각

 

그런데 도착하면 백지의 상태.

 

뭔가 있을 것 같은 철학의 시간?

그런 거 없다.

 

그냥 멍했다.

 

속은 울렁거려 토악질을 하고 다리는 경련으로

고통 속에 울 뿐이다.

 

 

 

 

 

 

 

 

 

 

 

 

참으로 무던한 놈.

그런데 나보다 더 지독한 200km 주자들.

 

셀프개고생의 진정한 주역들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남들 보다 더 혹한 인생을 산다고 여기는 순간

뒤를 보니 한수 위의 고수들이 천지다.

 

그들은 나의 배의 고통을 짊어지고도 완주를 하지 않는가

 

내가 겪는 삶의 고통은

남에게 있어 그저 하나의 과정일뿐.

 

"그러니 나는 남들 보다 행복한 것이다."

 

마라톤 하면서 겪은 개똥철학이자

신념이다.

 

 

 

 

 

 

<혼이 비정상>

 

 

 

 

어쨌거나 저쨋거나

나는 완주했다.

 

꼴찌로 들어왔지만

난 내 스스로에게 대견하고

그리고 자랑스럽다고 말해 주고 싶다.

 

그 시간 겪은 혹한 정신력과 신체의 고통.

그건 그 사람만 아는 최고의 순간이자 역사이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 나 자신에게 나직이 속삭여 본다.

 

 

"그래 난 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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