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13회 대전 한밭벌 100km 울트라마라톤대회

구상나무향기 2018. 5. 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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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더 갔어야 했나..."


대회를 마치고

후회와 자책 그리고 미련으로 점철된 하루를 보냈다.


누워 가만히 생각하니 후회가 더 밀려오는 

헐랭이 마라토너의 한숨 섞힌 독백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올해 첫 대회로 출전한 대전한밭벌대회에서

75km 지점에서 기권하고 말았다.


호기있 게 출전했던 대회.


물론 이 대회는 어느 대회보다 코스가 험난하고 어렵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고있었다.


그리고 시작부터 끝까지 줄 곧 비가 내린

우중주(雨中走) 대회.






<비가 와서 대회장이 다리 밑으로 변경>





그러나

악재는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


코스의 험난함은 기량으로 해결하면 될 일.


그리고

비는 마라톤에서 '극복의 대상물'이지 기피해야 할 요인은 아니다.


비가 오면 힘들지만

하지만 그게 포기의 이유는 결코 아니라는 사실.






<우중주 대비 긴옷를 입었다>





대전한밭벌, 이미 전력이 있던 대회다.


제작년 75km 지점에서 위경련으로 포기했기에

이번에는 이를 갈며 와신상담했던 대회라 포기가 더욱 쓰린 이유다.


그러나 시작 전 결연했던 집념과 달리

또 같은 자리에서 포기 해야만 했었다.






<포부는 당당히>






구태여 핑계를 대자면


시작부터 내린 비에 후즐근하 게 적셔진 컨디션.

진창 길, 등산로, 임도로 이어진 험난한 주로.


쉼없이 내리는 빗줄기에 수중보는

종아리까지 불어났고 그런 물줄기를 2번이나 건너야 했으며


군데군데 주로에 고인 흙탕물을 연신 걸었기에

발바닥은 쭈글쭈글 껍질까지 벗겨지고 말았다.


더불어

후반부 기온 강하로 인한 추위의 고통은 싸늘하기만 했었다.


이게 핑계다.











그러나 무엇보다

포기의 이유는  기량 부족이 가장 크다.


저번 완주하지 못한 복수를

이번에는 할줄 알았다.


상세동 50km 지점까지

7시간에 도착했는데 이는 평소 기량과 같았기에

나름 자신감에 차있었다.











험난한 주로와 우중주의 현실에 비한다면

초반은 선방했다는 자평.


하지만 후반부터 줄 곧 뛴다고 뛰었지만

시간은 하염없이 늘어지기만 했었다.


사실 쉰 적은 없었다.

비가 오기에 쉴 곳도 쉴 틈도 없는 현실.


내내 뛰었는데 왜 이리 늦어졌는지 모를 일이지만

이게 뛴다고해서 뛰어진 게 아니라 속도가 떨어진 게 화근이라 본다.





<주로의 현실>





셔츠와 바지

그리고 자켓까지도 흠뻑 젖어 들었다.


비는 적잖게 내렸고

임도의 시꺼먼 길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렌터의 밝은 빛이라도 딱 내 눈앞만 보일 정도로 어두운 길이었다.


내내 뛰고 또 뛴 비와 땀의 산물.


그래서 아쉬운 이유다.

그 개고생을 했는데도 거머쥔 성과물이 포기라니.






<우중주 패션>




장태산휴양림의 길고 긴 임도를 벗어 나고 나니

이미 남은 시간은 4시간.


남은 거리는 30km.


판단을 했어야만 했다. 신체의 안위는 바닥을 헤매고 있는 싯점에

저 남은 시간과 또 한차례 남은 험란한 임도 길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빨라도 최소 1시간 이상의

제한시간 초과가 될 듯한 현실이었다.


때론 막판에 전력질주하는 후반형 스퍼트를 즐기곤 했지만

그날은 영 컨디션이 아님을 실감하고 있었든 바.


결국 75km 구간 즈음에서 포기를 선언하고 말았다.


"가면 가겠지만 시간은 장담 못하겠네"라는

탄식이 신음이 되어 울린다.


그날 포기의 이유 바로 이거였다.







<어설픈 런너>





그때는 몰랐지만

포기하고 이렇게 회한이 많이 남는 대회도 드물듯 하다.


체력이 고갈 된 것도

부상이 온 것도 아니였기에 그래서 더욱 회한이 많이 남는다.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나"라는 자책이 아쉬움을 넘어

우울까지 오게 만든다.


나의 마라톤 역사에 또 하나의 흑역사가 기록된 그날이었다.





<비 쫄딱 맞고 뛰어온 50km 지점>



다음 대회는

낙동강물사랑200km 대회 중 104km 부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포기하는 사태가 없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100km 32회 완주, 포기 6회


문뜩

뱃살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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