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11회영동곶감울트라마라톤대회(101km)

구상나무향기 2017. 10. 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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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코 박고 겨우겨우 뛰었던 영동대회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일 년이 흘렀다.


영동 대회에 참가한 횟수가 이번 대회를 합치면 총 6회다.


2009년 40km 부상으로 포기

2010년 16시간 9분

2011년 15시간 59분

2014년 15시간 59분

2016년 15시간 50분


2009년 3회 대회 때부터 참여했는데

어느덧 세월은 흘러 벌써 11회 대회가 된 영동 대회다.





<장유에서 밀양역으로>




영동 대회에 참여하면 난 늘 기차여행을 택한다.

역시나 덜컹거리는 율동과 특유의 리드미컬한 울렁거림이 좋아 무궁화호를 선호하는데


황금들녘과 더불어 알록거리는 감나무들이 배경화면이 되어 주는

운치있는 기차여행이다.


가을 나절 서정이 여행 기분 마저 느끼게 해주는

나의 영동 대회 참가다.








작년,

영동 대회 때 참으로 아쉬웠던 점들이 많았다.


열심히 뛰었지만 나름의 개운함은 없었다.


나 자신에 대한 서운함과 더불어 아쉬움만 가득했는데

이유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0분을 남겨두고 아슬하게 완주는 했지만

마음까지 그렇게 시원하지 못했던 작년 대회였다.








올해,

철치부심의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잘 뛰어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사실 옅어진 상태다.


벌써 마라톤 경력 10년.


다만, 이젠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더 앞선다.

늦든 빠르든 대회 그 자체만을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저 덤덤했지만

뜀에 대한 열정은 매우 높아져 있었다.





<총 참여자>




영동곶감울트라마라톤대회(101km).


항상 순천만 대회와 1~2주 차이로 개최되는 경우가 많아

연속으로 참여하는 선수들도 제법 많았다.


올핸 순천만 대회는 한달 일찍 개최되었지만

하필 전주 대회와 일자가 겹쳤다.


충청도나 전라도 참여 인원들이 분산되면서 참여자 수가 줄어버렸다.







<뒤꼭지>





영동 대회는 순천만 대회와 더불어 오름이 심한 대회로 악명이 자자하다.

또한 킬로 수도 101km다.


100km가 더 되기에 대회 명칭도 101km 대회로 아예

배번에 그렇게 쓰여있다.


다른 대회는 거리수가 더 된다 하더라도 100km 대회라 명하는데

영동은 101km라고 공식 명칭화 되어있다.





<꼴찌 주자가 포부는 당당하다>




울트라마라톤은 철저한 자신과의 싸움.


일반 마라톤과 달리 초보자를 위한 페이스메이커가

사실 상 소용 없는 종목이기도 하다.


그냥 그 사람 페이스에 모든걸 맡겨야 한다.


100km라는 거리를 억지로 데리고 간다는 자체가 어불성설.

'밀고 끌고'가 의미 없는 종목이다.

 

그만큼 울트라마라톤은

쉽지가 않기에 나는 늘 완주 자체만을 목표로 한다.






<어설픈 런너>





벌써 6번째 참여하는 대회.

그래도 난 이 대회에 대한 코스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덕재나 도마령을 오르면서도

지루하단 생각은 그다지 하지 않았으니


생각보다 컨디션은 양호했고

거리 늘림에 대한 최적의 시간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기량은 나름 안정적이었다.






<새로 구매한 울트라 전용 배낭>





지루한 60킬로 구간대.

도마령을 넘어오면 만나게 되는 본격적인 일직선 구간이다.


오른쪽은 하천변

물소리가 마치 자장가 삼아 흐른다.


차량 통행이 없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홀로 독주를 해야 하는

진정한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영동 대회 최고의 구간이다.


랜턴을 꺼고

홀로 꾸역꾸역 쉬지 않고 뛰고 또 뛰었던 바로 그 어둠의 구간.


하염없는 어둠 속 질주.

나는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영동 대회에서 가장 버거운 구간을 꼽으라면

혹자는 도마령이나 도덕재를 추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최고 버거운 코스는 60~70킬로 구간이다.


졸음이 극에 달할 시점에 다가오는

지루하디 지루한 일직선의 어둠 속 구간.


오르막보다 더 힘든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구간이 바로 이 지점이기에 나는 늘 힘들어한다.









지금껏 5번을 뛰면서

나는 늘 이 구간에서 졸음의 덫에 빠졌었다.


허우적거리다가 시간을 다 소모해 결국 80킬로부터는

맥 빠지는 뜀박질을 해야만 했었다.


늘 한결같은 뜀박질 스토리.








이번엔 나름의 무기를 준비했는데

그 무기라는 게 바로 카페인이었다.


젤 하나에 41mg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각성 효과를 준다고 하는 나에게 '마법의 무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60킬로에 하나를 먹고

80킬로에서 또 하나를 먹었더니 글쎄 효과가 있었다.


그날 나는 용캐도 졸음의 덫을 피해 갈 수 있었다.





<마법의 무기>




영동 대회뿐만 아니라 각종 울트라 대회는

많은 마을들을 지나게 된다.


그렇다고 그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주자들을 위해 격려를 하거나 

대회를 돕거나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되려 시끄럽다고 항의 안하면 다행이다.


그런데 영동 대회는 한결같이 마을 주민들이

나와 대회를 돕는다.






<도덕마을 주민들>





특히 도덕마을 주민들은 먹거리와 더불어 격려의 박수까지

늦은 시각 뛰는 주자들에게 힘을 보태어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도덕마을에서 생산하는 명월초나 아로니아도 선물로 주는데

대회가 끝난 후 택배로 명월초까지 선물로 받았다.


몇 년 전에는 아로니아도 선물로 받았으니

참으로 감사하기 그지없다.










10km을 1시간만에 뛰었고

30킬로를 3시간 40분에 주파했는데 이건 나에게 있어 최고 기량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도덕재와 용화재의 지루한 오름길에 시간은 늘어져

결국  50킬로 지점에 7시간 걸려 도착할 수 있었다.


이는

평소 기량과 비슷했는데


험난한 코스에 비한다면

그나마 선방했던 순간이었다.





<54.4km 5cp>




5cp 도착 시간은 7시간 40분이었다.

cut-0ff  8시간 30분을 가볍게 통과하고 식사 후 바로 도마령으로 오른다.


도마령이 주로 최고의 높이지만

사실 지루한 오름길은 도덕재가 더 심하다.


날씨는 쌀쌀해 이미 자켓으로 무장한 상태였고

이는 벗지 않고 마지막까지 입고 뛰었다.


그날 새벽에 비까지 내렸는데

제법 쌀쌀했었다.








도마령 이후 내리막이고 이젠 평지다.


졸음과의 싸움이자 자신과의 끊임 없는 싸움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90킬로 지점에 도착했을 때

제한시간 1시간 10분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젠장 이러다 시간 넘기겠네"라는

독백이 아쉬움을 넘어 자책감으로 남는다.


지난 시간 왜이리 늦었을까?

나름 뛴다고 뛰었는데 말이다.








이제부터 전력 질주를 하지 않으면

제한 시간내 도착은 무리다.


km당 6분 속도로 시간을 맞추면서 내내 안간힘을 쏟아냈다.


다행히 기량은 안정적이었고

속도는 줄지 않았다.


이는 초반 10킬로를 뛰는 속도와 거의 같았는데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든 역주다.


마지막 90킬로 지점에서 뛰는 전력 질주의 희열감.

격어본 사람만이 그 짜릿한 쾌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도착 시간은 15시간 46분.

영동 대회 참가 중 가장 좋은 시간으로 완주했다.


나는 늘 꼴찌이기에

이렇게 완주하는 순간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감을 느낀다.


최선을 다했기에

그리고 온갖 힘을 다 쏟았기에 더 뿌듯했던 영동 대회였다.









뛰는 도중 힘들다고

포기할려는 생각은 이젠 가지지 않는다.


늦으면 어쩌나하는 생각도 이젠 가지지 않는다.


뛰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나는 행복하다.








나의 스트레스는

뛰는 순간에 모두 사라진다.


그래서 고생이지만 나는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다.


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 하는 일인데 왜 남들이 이걸 말리지 못해 안달인지 모를일이다.







나영철님이다.

이번 대회 내내 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뛰어준

동료였다.


환갑을 넘으신 연세인데도 저렇게 펄펄 뛰어 다니신다.


무릎?

마라톤 대회장에서 그런 질문하면 욕 듣는다.











나의 자랑스런 기록증이다.


때론 제한시간 초과가 될 때도 있고

꼴찌로 완주할 때도 있다.


제한시간에 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할 뿐이다.


완주만 해도 감지덕지다.









빨리 뛴다고 좋은 건지

아니면

늦게 뛰어 좋은 건지, 마라톤에선 정답이 없다.


그저 각자의 기량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행복감은 그 최선을 다한 기쁨에서 찾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단풍 구경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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