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15회광주빛고을울트라100km마라톤대회

구상나무향기 2017. 6. 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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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전, 이유 모를 신체적 무력감으로

컨디션은 상당히 안 좋았다.


컨디션 좋아 뛴 기억은 짜달시리 없는 지난 추억들이지만


광주 대회를 앞두곤

몸상태는 바닥을 파고 있었다.







그렇다고 감기나 몸살 기타 질병이 있는 건 아니었으니

그나마 위안으로 삼으며 "뛰면 또 뛰어지겠지" 하는 심정으로 참여하게 된 광주대회다.


사실 광주대회를 이렇게 안 좋은 몸 상태로라도

참여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오기와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다.





<날아라 돼지야>




지금까지 광주대회엔 3번 도전.


완주는 모두 했지만 아깝게 1분 또는 3분을 초과하면서 

제한시간 내 완주는 실패했었다.


광주대회는 엄격하기에 제한시간에 완주하지 못하면

기록증도 없고 관련 기록도 올려주지 않는다.


다른 대회에 비해 자비심 따위는 1도 없는 냉정한 곳이기에

10년 차 뜀꾼 경력에 광주 대회 기록증이 없는 이유다.






<아이고 내 팔자야>






"이번에는 기윽코 이름을 올리고 말테다"

나름의 오기를 부려 보았다.


하지만

고된 건 현실이요 고통은 체험이다.


광주대회는 방아재와 너릿재같은 오름과 내림이 심한 장소가 군데군데 존재한다.


주자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코스는 곳곳에 많기에

나같은 헐랭이 뜀꾼이 뛰기엔 힘든 대회다.








반짝반짝 빛나며 날 유혹하던 그 수많은 반딧불이들의

추억들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어려운 순간순간들을 체력만으론 이겨내지 못했으리라


정신력으로 뛴다고 하지만

사실 정신력은 체력에 기인하는 것이다.


혹자는 정신력 운운하지만

그건 뛰어 보면 말이 달라진다.


정신력=체력이다.




<4번 도전 드디어 성공>






다만, 그 체력이 한시적으로 바닥으로 치달을 때가

가장 큰 위기 순간이다.


너무 힘들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울컥울컥한다.


주위의 동료들이 하나둘 포기할 때 주자의 심리는 무너진다.

그 심리를 다잡고 (악착같이) 바닥난 체력을 극복하면서 뛰어내는 게 바로 정신력이다.


마라톤에서 정신력으로 뛴다고 하지만

체력의 밑바탕 없이는 어림도 없다.







바닥으로 치달은 체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되려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게 바로 울트라마라톤의 묘미다.


다 쓰러져 갈 듯하면서도 기력을 회복해서 완주의 순간을 이뤘을 때의

그 기쁨과 환희 그리고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데


이런 맛들이 중독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고 했는데

일단 중독되면 다 미치게 되어있다.





<중독자>






새벽부터 시작한 비는 아침까지 내리부었다.


습하긴 했지만

오히려 땡볕을 가려주는 역할을 했기에 나름 시원했었다.


비와 땀에 흠뻑 쩔어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따로 없었지만 완주하겠다는 의지 만큼은

뛰면 뛸수록 더욱 뚜렷했었다.


'오기와 집념'


마라톤의 또 다른 이름,

집착의 몸부림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마라톤은 한 고집 하는 인간들만 하는 스포츠다.


"참고 참고 또 참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참아라"

이게 마라톤이다.


못 참고 포기하면 그만이지만, 성취감은 없다.







소금 없이 뛰면 전해질 부족으로 위장 장애가 온다.


갑자기 복통이 밀려오면서 심한 구토질이 나오는데

이렇게 해서 대회를 망친 경우도 있었기에


정제 소금만 10알을 삼킨 그날이었다.

더운 날 뛸 때는 소금은 필수다.


또한,

덥다고 차가운걸 너무 벌컥벌컥 들이키면 안 된다.


93킬로 cp,  수박 화채를 연거푸 세 그릇이나 마셨더니

결국 설사를 하고 말았다.


뛰면서 설사나 위장 장애가 동반되면 사람 환장한다.


나는 모두 겪어봤는데

정말 식겁한다.






<58개띠 윤인규님>



70km 지점을 통과할 때 잔여 시간은 5시간.


충분히 도착 가능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

쉬지 않고 차분히 거리를 소화했었다.


대회 후,

근육통도 덜하고 몸 상태도 양호하게 회복되었는데

아마도 전체적으로 골고루 페이스를 유지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한순간 심하게 뛴다든가 아니면 갑자기 오버페이스를 하면

역시나 몸에 무리가 오기 나름이다.







85km부터 완주지점까지, 15km 구간이 평지다.


광주천의 지루하디 지루한 일직선의 주로

그리고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 땡볕의 구간을 소화해야 하는데

참으로 곤역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까지 주자를 괴롭히는 마의 구간.

이 구간에서 탈진해 제한시간을 넘긴 경우가 지금까지 2번이다.


한 번은 1분.

또 한 번은 3분을 초과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완주>



대회 전, 컨디션 불량으로 걱정했는데

나름 만족한 기록으로 완주하게 되어 어느 대회보다 성취감이 큰 대회였다.


작년보다 몸무게가 4kg나 불었는데

다행히 지방보다 근육량이 더 많았는가 보다.


올해 행하는 모든 훈련과 대회 기록이 작년보다 더 낫다.


몸이 모든걸 말해주는 바,

대회 후

오히려 개운하고 상쾌한 느낌인지라 보람이 더욱 크다.


근육통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있다.








결막하출혈이 심하게 나타나

안과만 서너번을 다녔지만, 번번히 푸념만 할뿐 뽀족한 답이 없다.


"의사도 모르는 원인을 구태여 알려구 하지 마세요"


쉬는 게 약이라는데

쉬지 않고 늘 몸을 굴리는 나같은 역마살 신봉자들에겐 해당이 안된다.


대회도 다녀왔는데

이제 다음 대회 때까지 좀 쉬어볼까?


다짐은 하지만 제대로 될진 나도 모르겠다.

중독은 무서우니까.









이번에 인바디 측경결과


근육량 73%

체지방 19%

신체나이 29세


이렇게 결과가 나왔다. 근육량은 20% 올랐고

체지방은 2%나 줄었다. 작년 10월경 측정한 결과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체중이 증가했는데 그게 지방보다 근육량이 많았다는 게

체력의 향상이나 그리고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었다.


목표는 체지방 16% 진입인데, 쉽지는 않겠지만

계속 노력하면 될 것이다. 다이어트는 평소 습관이어야 하지 어느 날부터 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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