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미얀마 배낭여행기

바간 여행: 쉐구지, 밍글라제디, 먀제디, 마누하, 나가욘 파야

구상나무향기 2017. 7. 2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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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구지>





쉐구지(Shwegugyi), 황금 동굴이라는 뜻의 사원이다.

내부의 비밀스런 계단을 오르면 외부 테라스로 나갈 수 있는데


여기서 보는 풍경이 가히 바간에선 최고로 꼽힌다.






<쉐구지의 탑>




쉐구지는 바간 왕조에겐 비극적인 장소.

아들이 왕을 살해한 사원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쉐구지 내부의 벽면에는 미래의 부처가 되기를 바랐던

바간의 왕이 백성들에게 전하는 글이 남겨져 있다고 하는데


어디에 있는지 몰라 못 봤다.




<쉐구지의 부처님>




'쉐구지는 짐이 백성들에게 베푸는 선물로, 짐은 부처가 되어

고통받는 모든 이를 극락으로 이끌 것'이라는 내용이

벽면에 적혀져 있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아들에게 허망하게 죽고 만다.


쉐구지에서 땃빈뉴, 따라바 게이트, 딴조짜 파야, 부 파야 같은

다양한 유적군이 근처에 함께하기에


쉐구지 외부 테라스에서 바라 보는 풍경은 다소 이채롭다.

꼭 이 유적지는 둘러보길 바란다.








땃빈뉴 사원이 쉐구지에서 가장 멋스럽게 조망되는데

일몰 시 이곳에 오르면 정말 멋진 풍경이 나타날듯 싶다.


다들 쉐산도 파야로 많이들 가는데

개인적으로 일몰은 쉐구지에서 맞이하는 걸 추천한다.







이름도 모를 바간의 유적지가

이 쉐구지에 올라 서면 군데군데 다양하 게 펼쳐진다.


바간을 즐기는 가장 좋은 유적지 중 하나가 바로 이 쉐구지다.




<쉐구지에서 바라본 풍경>




관리인이 직접 그림을 그려 팔기도 하는데

유적을 관리하면서 이렇게 그림이나 잡화를 팔아 생계를 유지 한다고 한다.


가격이 싸기도 하지만 그림도 매우 정교하고 아름답다.








잠시 차 한 잔을 하고 쉬었다.

새벽같이 움직였더니 수많은 유적지를 돌고 돌았는데도

불과 10시 30분이다. 여행시간은 벌써 6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올드 바간을 넘어

민카바로 향한다.


여기서부터는  민카바에 있는 유적지다.




<밍글라제디>




밍글라제디, 바간 왕조의 마지막 불탑이다.

'축복의 불탑'이라는 뜻의 이름과는 다르게 바간 왕조의 멸망과 함께 했던 불운의 탑이다.


건립 당시 탑이 완공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외부 계단을 올라 3층 테라스에 오러면 바간의 동쪽 전망이 한눈에 돌어온다는데

지금은 출입금지.






구뱌욱지(Gubyaukgyi) 파야와 먀제디(Myazedi)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함께 구경하기 좋은 사원이다.


구뱌욱지 파야는 이곳 민카바와 냥우 두 군데에 있는데

민카바에서 먀제디와 함께 감상하면 좋을듯 싶다.




<먀제디로 들어가 구뱌욱지 파야로 나왔다>



zedi, pato 모두 사원을 뜻하는 말이다

파야나 파고다는 탑이 있는 사원을 뜻하는 것이기에


다들 같은 말들이다.


밍글라제디나 먀제디 모두 결국은 사원들이다.




<먀제디>




먀제디에는 비석이 있는데 이는 초기 바간의 역사와 언어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유적이라고 한다.


비석의 사면에 4가지 언어로 문자가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소수 민족의 언어가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역사적 근거




<먀제디의 탑은 수리 중>



플루메리아, 동남아에서 신성한 꽃으로 추앙 받는 식물이다.


라오스의 국화이기도 한 풀루메리아는 향기가 아주 강한 꽃인데

스파나 향수의 재료로 주로 활용할 정도다.




<플루메리아가 피는 유적지>




실제 꽃향기가 매우 강해

나도 몇 개 따다가 향기를 음미하기도 했었다.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등지의 동남아 그리고 인도에서도

이 풀루메리아는 흔하다.





<플루메리아>





먀제디를 나오면 이런 유적지가 군데군데 존재하는데


바간의 유적지 풍경을 제대로 표현해줄 장면들이다.


셧터를 이리저리 마구 눌러댔지만

결과물은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






<구뱌욱지 파야 인근 유적지>





유적지 주위로 가게들이 많은데

이런 인형들을 나무에 주렁주렁 메달아 놓았다.







꼭 이름있는 유적지의 풍경만이 바간을 대신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이름 없는 소형 유적지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상도 나름 의미 있는 여행으로 다가온다.


사람 많고 북적대는 부처님 주위보다

이러한 유적군에서 느끼는 바간 여행이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유적지 주변에도 인형들을 주렁주렁 메달아 놓았는데

그 자체로 이색적인 볼거리다.







시원하 게 자라고 있는 보리수나무들이다.

보리수나무는 동남아나 인도 어딜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사실 사람들이 잘 모른다.

이게 부처님이 수행했던 그 보리수나무라고 말하면 다들 고개를 갸웃 거린다.




<보리수나무>




마누하(Manuha) 파야, 고대 미얀마도 국가가 여러군데 였는데

서로 전쟁을 통해서 통일되는 과정을 겪었다.


마누하라는 왕이 포로로 잡였는데, 그 마누하 왕의 유배지가

바로 민카바.


그가 지은 사원이 바로 이 마누하 파야다.




<마누하 파야 입구에 자라는 보리수나무>





이 사원은 입구에 들어서면 승려의 바릿대 모양을 본따 만든

커다란 보시함에 놀라게 된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할 정도이다.


나는 처음에 궁금해서 사다리타고 올라갔더니

별 볼 게 없어 뭔가했는데 책을 읽어보곤 알게 되었다.





<대형 보시함 그릇이 입구에 있다>





사원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불상이 답답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총 4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모두 공간이 없이 꽉 찬 상태로

겨우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정도의 공간 밖에는 없다.


마누하 왕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의 답답한 마음을 이 사원을 통해 표현했다고 한다.





<엄청 거대한 불상>



부처님하고 셀카 찍어봤다.

서로 닮았다고 하든데 그런가?








뒤편으로 돌아가면 27.5m의 와불이 모셔져 있는데

마찬가지로 겨우 한 명이 다닐 정도의 공간 밖에는 없어 감옥 생활의 심경을 재현해 놓았다.


사원의 구조는 사원 정면의 부처를 중심으로 양쪽에 한 분씩 있고 그 뒤편에 와불을 모신 형태다








혹자는 사원의 규모에 비해 불상의 크기가 지나치게 큰 것을 이유로

불상만 후대에 건설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어째튼 부처님의 얼굴이 참으로 곱디곱다.


붉은 입술에 동그런 눈매가 이쁜 미인을 보는듯 한데

미얀마는 대체적으로 부처님의 얼굴을 저렇게 이쁘게 묘사한 게 특징이다.








아베야다나(Abeyadana pato) 파토,

짠싯따 왕의 첫 번째 왕비 아베야다나의 이름을 딴 사원이다.


참으로 고풍스러운 외관을 가진 유적이다.

마치 그 시대  그시간으로 돌아간 듯 시간이 멈춰버린 장소다.







아베야다나 파토, 부처님은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머금고 인자스러운 표정으로 저 멀리서 온 이방인을 맞이해 준다.











나가욘(Nagayon) 파야,  왕이 되기 전 짠싯다는 독단적인 행동으로 여러차례

형 소루 왕의 노여움을 샀다고 한다.


그럴 때면 형을 피해 도망을 다녔는데 어느 날 잠이 들었을 때

나가(naga, 신성시 여기는 뱀신)가 나타나 그를 지켜 줬다고 한다.





<나가욘 파야 들어가는 입구>



훗날 왕이 된 짠싯따는 나가가 나타났던 곳에 나가로부터 보호 받은 곳이라는 뜻의

사원을 지은게 지금의 나가욘 파야다.


나가(코브라 형상)는 주로 힌두교 신화에 두루 등장하는 뱀의 신이다.




<나가욘 파야>





특히 불교에서는 뱀을 부처가 득도한 지 6주째 되던 때

거센 비바람으로부터 부처를 보호해준 동물로 신성하게 여긴다.


*캄보디아 앙코르왓트 유적지에 가면 뱀의 신 나가를 묘사한 석조물들이 많다.





<나가욘 파야>





아베야다나 파토나 나가욘 파야 모두

건물이 비슷하다.


마치 유럽의 어느 성당에 와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미얀마가 다소는 외국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게 아닐지 싶다.


그래서 "미얀마가 식민지를 언제 겪었지?"하고 봤는데

바간 왕조가 그보다 훨씬 이전이다.


미얀마인들의 건축미가 제법 우아하고 세련되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가욘 파야의 부처님을 배알하기 이전 모습인데

항상 저렇게 좌.우 부조물이 새겨져 있다.








부처님 머리 위로 불상을 수호하듯 내려다보고 있는 나가의 머리가

그려져 있는게 특징인 나가욘 파야다.








이렇듯 나가욘 파야와 주위의 유적지는

바간에서 가장 멋스런 건축미를 가진 사원들을 보여준다.


눈흘림으로 대충 훑고 갈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숨결을 느껴 보면서 잠시 벽 어느 한 켠에 머물러 바람도 즐기면서

조용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바닥은 연신 데워져

한낮의 기온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는데


맨발로 다니기엔 적잖은 고역이다.


그늘에 잠시 쉬면서

망중한을 즐겨보며 천천히 바간의 시간을 느껴보고 있었다.


이젠

배도 고프다.










레미엣나 파토, 한글로 소개된 바간 유일의 유적지다.


대한민국 조계종이 복원한 유적지이기에

복원에 대한 간단한 내용을 한글로 세겨 놓은 것이다.









1년 만에 복원했다는데,

캄보디아 유적지에 가면 10년 이상을 복원하는 경우도 많다.


훼손이 심한 게 아니었는지

아니면 복원이 그만큼 빨랐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부처님이나 입구의 부조물이 다소 플라스틱스런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레미엣나 파토 맞은편의 건물.

한국인만 찾는지 대체로 다른 유적지에 비해 관광객들은 매우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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