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일본 배낭여행기>/대마도

대마도 마라톤 여행-히타카츠2

구상나무향기 2013. 3. 1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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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어둠의 거리를 30여분 걸어서 어찌어찌 도착했던 카미소 호텔이었다.

물품보관소가 잠기는 바람에 큰 배낭 속에 들어있던 호텔 바우처랑 지도가 없어

 

머리 속 기억된 지도를 뜨올려 겨우 찾아갔다.

다행히 잘 찾아갔다. 뭐 시골마을이라 그리 복잡하지 않은탓도 있었다. 항에서 2km, 30분 정도 걸렸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바로 누웠더니 필름이 끊겨버렸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눈 앞이 바닷가였다. 사진은 역광이라 탁하게 나왔지만 정말 맑은 에메랄드빛이었다.

 

 

 

 

 

파노라마로 찍어보았다.

멋진 사진을 찍어보겠다며 큰 카메라도 들고왔는데 무용지물이 되었다.

 

여행 사진은 모두 폰카다.

 

카미소 호텔은 대마도에서 그나마 좋은 호텔이다.

대게는 민박 시스템이다. 

 

대마도 여행은 아주 한적한 시골 마을을 여유자적하게 여행하고 온다고 생각해야 한다.

 

잘 만들어진 호텔의 하룻밤은 오히려 여기서는 독이다.

자연을 벗삼길 바란다.

 

 

 

 

 

아침을 두 그릇이나 비웠다.

어젯밤 호텔 체크인하면서 조식도 예약 했었다.

 

이 동네 식당이라곤 항 근처의 몇 개의 식당뿐이다.

나의 아침을 해결해 줄 식당이 근처에 있을 거란 생각은 애초에 말아야 한다.

 

그나마 식당이 있는 곳도 호텔에서 2km 떨어진 장소다.

조식부터 예약한 건 당연했다.

 

 

 

 

 

먹을것 없는 반찬을(여행 온 단체 관광객들은 다 남기더라)

우걱우걱 다 먹었다. 역시 먹어 대는 건 내가 봐도 난 최고다. ^.^

 

가격은 840엔, 우리 돈으로 9천원 남짓의 음식이지만

참으로 소박스런 식단이었다. 늘 상 그렇지만 일본에서 푸짐하 게 먹어보리란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우측 하단의 숫자 3으로 적혀있는 곳이 바로 카미소 호텔이다.

니시도마리 해수욕장 바로 옆이다.

 

 

 

<니시도마리 코스>

 

 

오늘 코스는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애초 21km 구간을 생각했지만, 12시까지 항에 도착해야 하기에 6km 남짓의 코스만 걸어보기로 했다.

 

역시 마음과 현실은 달랐다.

오늘의 아침이 '어제의 투지'와는 별개였다.

 

 

 

 

 

 

 

 

해안가로 쭉 이어진 도로를 따라 걸었다.

따뜻한 해안의 바람을 느끼며, 평화로운 한 때의 낭만을 실컨 즐겨보았다.

 

이러한 감성적 느낌은 차량으론 휑~하니 지나가면 느끼지 못할 것이다.

걸을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준 하늘에 늘 감사해 한다.

 

 

 

 

 

6km..약 2시간은 여유있게 걸은것 같은데

금방 지나가 버렸다.

 

마라토너에게 짧은 거리지만 운동을 안하는 사람들에겐 그래도 제법 먼 여정의 길일 것이다.

 

에너지가 남아

히타카쓰항 근처의 지장보살 순례코스를 1시간 가량 더 걷기도 했었다.

 

 

 

 

 

매가 참 많았다.

덩치도 엄청 컸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fish hawk'라 불리는 물수리였다.

주로 해안가 숲 속에 서식하는 맹금류다.

 

 

 

 

 

 

하룻밤 머물렀던 카미소 호텔의 모습이다.

대마도에서 가장 멋진 곳에 위치한 호텔이기도 하다.

 

대마도에서 호텔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뭐..호텔이건 아니건 어째튼 깔끔한 건 똑같다.

 

심지어 국도 공중화장실 조차도

떨어진 밥풀도 주워먹을 정도로 깔끔했다.

 

 

 

 

 

카미소 호텔 근처로 해수욕장과 더불어 해안가가 아주 멋지게 형성되어있다.

산책을 해도 손색 없겠다.

 

이른 아침에 신선한 공기를 느끼며 거닐어보자

 

카미소 호텔과 니시도마리 해수욕장은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다.

 

 

 

 

 

미우다 해수욕장도 가깝다.

물론 걸어서 가면 멀다.

 

온천도 있는데

별 생각이 없어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제.오늘 걷고 뛰는데만 집중했다. 대마도의 풍경을 온 몸으로 체험해 보고자 했었다.

 

마라토너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그거다.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나의 튼튼한 신체와 다리로만 다닐 수 있는 여행이기에 가능하다.

 

차량으로 다니는 여행의 감흥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다.

물론 각자의 철학이다.

 

 

 

 

 

물수리가 날아다니는 해안가 숲 속 풍경이다.

참으로 깔끔하고 잘 보전되어 있다.

 

어제의 숲 속과 달리 해안가 쪽은 동백나무와 느티나무 녹나무가 주로 많았다.

대나무 숲 속도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멋진 해안가 풍경이다.

숨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폐부 깊숙히 공기를 흡입해서 내 뱉어 보라

 

속이 다 시원해진다.

스트레스가 남을 이유가 없다.

 

걷고 .뛰고 땀 흘리면서 빠져나간 스트레스다.  

이런 탁 트인 풍경 속에 그나마 남은 스트레스의 잔재조차 다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다.

 

 

 

 

 

모진 풍파 속에 동백나무가 제 살 길 찾아 한편으로 치우쳤다.

바람에 순응하는 자연의 지혜일 터이다.

 

 

 

 

미우다 해수욕장이다.

물밑 속까지 다 보이는 천연의 에메랄드빛 해수욕장이다.

 

너무 맑아서 흡사 푸켓이나 랑카위.보라카이 같은 비치파라다이스에 온 느낌이 들 정도다.

 

 

 

 

 

쓰시마야마네코 즉 삵(산고양이)이다.

일본에서는 국가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는 종이다.

 

이와 닮은 유사종이 한반도와 중국에서도 존재하고 있기에

예전 대마도가 지리적으로 대륙과 붙어있었다는 반증의 근거라고 한다.

 

 

 

 

 

쓰시마야마네코 교통사고가

발생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이다. 

 

차량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빈발해서 경고판이 어디가나 세워져있다.

 

고양이는 빛을 보면 멈추어버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인데

로드킬을 당하는 이유가 바로 그때문이다.

 

자동차 서치라이트의 강한 불빛은 고양이를 그대로 얼음 땡! 시키는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다.

 

 

 

 

삵(쓰시마 야마네코). 사슴(쓰시마 지카). 그리고 담비(쓰시마 덴)도

모두 천연기념물이다.

 

사슴도 야생에 산다고 하는데 , 삼나무 숲 속에서 저런 사슴을 만나게 된다면

마치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듯 하겠다.

 

 

 

도로에 주의하라는 간판이 어찌나 많은지 이 놈이 도대체 어떤 놈인지 궁금해서

찾아 본 자료다.

 

 

 

 

해안가 도로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차량이 없는 한적한 도로다. 계속해서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느끼며 이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어느 집 뜰에 핀 소담스런 서향의 모습이다.

흔히 천리향이라 더 많이 불린다.

 

국내 토종은 '백서향'으로

주로 거제도 같은 해안가의 산지에서 자라지만, 대게는 서향(천리향)을 화단에 많이 심는다.

 

개인적으로 이 향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향이 너무 강한 탓이다.

 

 

 

 

어제 밤 걸어왔던 길이다.

호텔로 가기위해 렌턴을 비추며 걸었던 바로 그 길이다.

 

물품보관소가 잠기는바람에 큰 배낭 속에 넣어둔 호텔바우처가 없어 기억에 의존해 호텔을 찾았었다.

 

긴가민가하면서

"에이 택시타고 갈걸 잘못했나??"..하면서 내내 자책했었다

 

하지만 어슴프레했던 내 기억력이 적중했기에

그나마 개고생이 보람으로 치부되었다.

 

항에서 2km, 시간은30분 이상 걸렸다.

밤에 걸어보라 제법 멀다.

 

 

 

 

 

히타카쓰항이다.

6km의 도보 여행도 벌써 마무리되고 말았다.

 

아쉬운 감에

근처에 있는 88개소 지장보살 순례길을 따라 걷기로 했는데

 

이는 정말 훌륭했던 선택이었다.

순례 길이 바로 산행 길이었기 때문이다.

 

나즈막한 뒷동산이었지만 히타카쓰항을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물품보관함이다.

보관함은 공짜다. 100엔을 넣고나면 다시 나온다.

 

이 물품보관함이 없었다면, 내내 큰 배낭을 둘러메고 다녀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다.

마라톤을 하는데 큰 배낭을 둘러맬 수는 없기에 참 고마운 장소다.

 

하지만 늦게 도착해서 문이 닫혀

배낭을 빼지 못한 건 해프닝이었다.....^.^

 

참고로 히타카쓰항은 새벽 4:40분에 문을 연다고 한다.

문 닫는 시간은 아직도 모르겠다. 잘 파악하고 가시라

 

 

 

 

 

 

히타카쓰항 도보 순례길이다.

지장보살을 모셔둔 게 88개소나 된다고 한다.

 

 

 

 

입구의 도리이다.

도리이는 신사 입구에 세워진 구조물인데

 

하늘 天을 의미하며 하늘로 들어가는 신성한 장소라는 뜻이다.

도리이 갯수가 많을수록 신성함이 더한다고 한다.

 

도리이는 흔히 붉은색으로 칠을 하며, 신사의 신성한 공간과 평범한 공간의 경계를 나타낸다.

또 산이나 바위 같은 곳에 세워 그곳이 신성한 장소임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찰이 아니기에 한국인이 경배할 장소는 아니다.

 

 

 

 

진달래가 벌써 소담스럽게 피었다.

나즈막한 산이지만

 

히타카쓰항의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이게 지장보살이다.

이런 지장보살을 모셔둔 장소가 88개라는 뜻이다.

 

88의 숫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순례길은 늦게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한적한 동네 뒷산 길이다.

 

 

 

 

 

히타카쓰항이다.

아래 터미널이 보이고

 

옆 좌측 끝에 어제 묵었던 카미소 호텔이 보인다.

 

 

 

 

 

다소 오르막도 있다. 하지만 아주 잠시다.

 

 

 

 

여기가 최고점이다.

해발 높이는 기록되어 있지 않아 잘모르겠다.

 

지장보살이 여기저기에 많이 놓여져 있었다.

 

 

 

 

 

그 옆에 피어난 진달래다.

행정구역 상 나가사키현(縣)에 속하는 대마도는 진달래가 현화(縣花)다.

 

나는 현화진달래라고 하길래 뭐 진달래의 다른 종류인가 싶었다.

그냥 우리네와 같은 진달래다.

 

 

 

 

 

"더 울어라 젊은 인생아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

"살다보면 살아가다보면 웃고 떠들며 이날을 난 추억할테니~~"

 

 

노라조 '형'이라는 노래를 참 좋아하는데

내내 흥얼거리며 저멀리 남해를 바라 본 시간이었다.

 

 

 

 

 

 

 

길은 아늑하고 소담스럽게 이어진다.

88개의 지장보살도 어느듯 줄어들었다.

 

 

 

 

 

벌써 다 내려왔다.

가볍게 산책하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내려가면 끝이난다.

여기서 시작해도 되고

 

나처럼 반대로 넘어와도 된다.

 

 

 

 

 

풍만사

88개소 입구라는 간판이다.

 

 

 

 

 

 

풍만사(호류지)의 모습인데

우리네 사찰과는 많이 다르다.

 

여기 뿐만 아니라 일본의 여느 사찰도 마찬가지다.

우리처럼 크고 멋진 불상이나 전각이 있는게 아니다.

 

소담스럽고 작다. 그리고 불상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마도에서 유명한 소노다 제과점이다.

이곳에서 선물용으로 대마도 카스테라 '카스마키'를 구입했다.

 

한팩 2개 들었는데 420엔 줬다.

없는 돈 탈탈 털어서 겨우 구입했다. 딸래미 줄려고 말이다.

 

그래도 딸 선물은 사가지고 가야지 않겠는가

 

 

 

 

 

 

남은 돈으로 밸류마트에서 산 도시락으로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비록 항구의 방파제가 내 식탁이 되었지만

 

후회 없는 식사였다.

 

건강한 신체에 감사하고

여행의 시간에 감사하고

편안하고 평화로운 현실에 감사할 다름이다.

 

뭘 바라겠는가...

 

 

나의 일상이 누구에겐 너무나도 그리운 행복일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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