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네팔 배낭여행기

푼힐에서 일출을 보다.

구상나무향기 2012. 7. 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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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올라기리 연봉>

 

푼힐(poon hill) '푼 족이 사는 곳에 있는 언덕'이란 뜻이다.

 

고산지대에서 목축을 하며, 푼 족이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푼힐 이란 지명도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실제 푼족은 고래빠니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푼힐 게이트>

 

 

푼힐 트레킹은

푼힐을 거쳐, 돌아오는 코스를 푼힐 트레킹이라 일컫는다.

대게는 3박 4일, 짧게는 2박 3일이 걸린다.

 

시간이 많지 않은 여행자라면 푼힐 트레킹이 일반적이다.

ABC는 6박 7일이 소요되지만, 푼힐은 3박 4일이면 충분히 돌아올 수 있으며,

짧은 기간에 히말라야의 참모습을 모두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명> 

 

롯지에서 4시쯤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고래빠니의 언덕에 있는 롯지라면 일출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귀챠니즘과 몸뚱어리의 무거움에 대한 너그러움을 가진 자라면

롯지에서 머물자

 

하지만 장엄하고, 웅장한 히말라야의 위대한 풍경 속에 빠져들고 싶다면

새벽 공기를 기꺼이 마셔볼 긍정의 힘을 가지자.

 

 

 

 

 

폐부 깊숙이 들이키는 새벽 공기는 청량감까지 더해져 상쾌한 기분을 선사해 준다.

비가 내리지 않다니. 이건 행운이었다.

 

6월 초는 몬순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언덕배기에서 바라본 롯지>

 

 

수많은 야생화가 발길을 붙잡고 있다.

푼힐이 해발 3,210m다. 수목한계선쯤에 있으니, 큰 나무는 없고

주로 풀밭과 관목들이 우점하고 있다.

 

풀밭에는 온갖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어 피고 있는데,

때를 잘 맞춘 덕에

화려한 야생화들을 볼 수 있는 행운까지 거머쥐었다.

 

 

 

 

 

'마차푸차레'

이들의 말로 물고기 꼬리라는 뜻이다.

 

생긴 게 물고기 꼬리처럼 생겨서 지어진 이름인데 이들의 신앙에 의하면,

 

저 물고기꼬리에 힌두의 신 시바와 그의 아내 파르파티가 살고 있다고 한다.

그들에겐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그래서 등반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 저 꼬리 끝에 선 사람은 없다.

 

 

 

<마차푸차레>

 

 

일출이 다올라기리 연봉을 비추고 있다.

마차푸차레에서 일출이 돋아나지만 난 저 연봉 뒤끝에서 올라오는지 알고

한참을 바라봤다.

 

알고 보니 마차푸차레 뒤에서 일출은 시작되었다.

 

 

 

 

 

여명 속에서 점차로 밝아져 오는

안나푸르나 남벽과 마차푸차레 모습이다.

 

롯지에서 푼힐 전망대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설사 일출을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올라보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드디어 마차푸차레 뒤편에서 일출이 시작되었다.

날씨가 좋은 계절에 간다고해서 매 번 일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날의 운이 절대적이다.

며칠씩 롯지에 머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필 내가 온 날이 장날이야"

재수 없으면, 먼길 갔는데 일출은 고사하고, 비만 맞을 수 있는것이다.

 

 

 

 

10~12월 사이에는 날씨가 가장 청명하고 맑은 계절이라

히말라야 최고의 성수기다.

 

이때는 아무날이고 올라도, 히말라야의 설산 풍경과 일출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것이다.

 

 

 

 

 

6월 초는 몬순기라 비를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지만, 여행 중 비같은 비는 거의 맞지 않았으니

히말라야 산신령이 제대로 보실핀듯 싶다.

 

비록 오후에는 구름에 가려져 히말라야 설산의 진면목을 볼 수는 없었지만,

오전과 일몰 직전에는 하늘을 열어줘 장엄한 히말라야 설산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성수기 땐 일출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비수기라 그런지 매우 적은 수의 사람들만 푼힐을 찾고 있었다.

 

 

 

 

어느듯 일출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짙은 박무가 맑은 풍경을 내내 방해하고 있었지만, 내 심장은 너무나도 거세게 뛰고 있었다.

 

내가 히말라야 이곳에 서 있다는 것으로도,

난 행복했고 감사했다. 생각하지도 않았고, 나름 포기했던 히말라야의 풍경이었다.

 

 

 

 

일출이 일어나면서 안나푸르나 남벽과 마차푸차레의 위용은

짙은 그늘 속으로 숨어 버렸다.

 

오히려 이 두 봉우리는

일몰 시기에 더욱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는데, 간드룩 마을에 도착했을 때였다.

 

 

 

 

짙은 일출의 빛이 어느듯 마차푸차레를 삼켜버렸다.

안나푸르나 남벽의 실루엣만 뿌옇게 보일 뿐이다.

 

여름에는 내내 이런 풍경이다.

비가 오면 이마저도 못 본다.

 

 

 

 

푼힐의 모습이다.

옆에서 차를 파니 따뜻하게 한 잔씩 마셔보자

 

그리고 저 풀밭에 앉아 히말라야 설산을 여유롭게 감상해 보자

 

 

 

 

연봉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표현해 보았다.

 

중앙의 큰 벽이 다올라기리다. 해발 8,172m, 좌측으로 다올리기리 2.3.4.5 봉이다.

모두 해발 7,700~7,500m다.

 

우측은 안나푸르나 남벽과 강가푸르나 그리고 마차푸차레가 보인다.

 

 

 

 

실제의 모습에서

포토샵을 곁들였다. 실제 사진에서는 너무 희멀겋게 나와 버렸다.

 

박무가 심해서

사진이 제대로 표현이 안되었지만, 실제 풍경은 사진 이상이었다.

 

 

 

 

푼힐에서 바라본 다올라기리 연봉의 모습이다.

 

겨우철엔

아주 선명하게 다가오지만 5월 부터는 저렇게 흐려진다.

 

실제로 사진보다야 더 맑게 보인다.

 

하지만

본인은 저 광경만 보더라도 내내 행복해했고, 또한 감사해 하고 있었다.

 

 

 

 

다올라기리의 위엄이다. 해발 8,172m

사진은 뿌옇게 흐렸지만, 실제론 저렇게 파랬다. 보정 후의 모습이다.

 

 

 

 

푼힐 전망대에 붙여 놓은 연봉의 이름표다.

전망대 정면 눈앞에 펼쳐지는 봉우리들은 모두 다올라기리 연봉들이다.

 

우측은 안나푸르나 남벽과 히운출리 그리고 강가푸르나와 마차푸차레 순이다.

 

뭐 이름 다 알아봐야 뭐하겠나...

이름은 잊고 풍경만 봐도 행복하다.

 

 

 

 

안나푸르나 남벽과 히운출리 봉은 간드룩 마을로

넘어가면서 조망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내려갔지만, 홀로 앉아 내내 저 풍경을 바라보았다.

구름에 휘감겨 더이상 보여지지 않을 때까지 앉아있고 싶었지만, 일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엉덩이를 떨치고 일어난 그때의 감동이었다.

 

난 아직도 이때의 감동과 감격을 기억한다.

잊지 못할 내 일생 일대의 풍경이었다.

 

푼힐이 이리 조용할 때가 있었을까 ?

비수기의 낭만이기도 했다.

 

 

 

 

푼힐 전망대의 모습이다.

 

 

 

 

 

이 두명의 아가씨는 푼족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말을 유목하고 있는 모습을 보곤 알았다.

 

대게의 아이들이 영어에 밝은데 영어를 일체 하지 못한것도

푼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말을 키우고 롯지를 운영해서 살아가는 푼족이다.

나중 간드룩을 넘을 때 말과 함께 이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사진에서는 포즈를 취했지만

무척이나 수줍어 했던 아가씨들이다.

 

 

<푼족 아가씨>

 

 

나도 폼을 한번 잡아봤다.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고 내내 뒤돌아보고 또 돌아봤다.

 

 

 

 

타르초 너머의 다올라기리 봉우리다.

 

 

 

 

주위로 야생화 밭이다.

이 야생화 이름을 알기위해서 나중에 책까지 구입했었다.

 

뜻밖의 행운이었다.

이 계절에 방문하지 않았다면, 이 많은 야생화들을 만나보지 못했을것이다.

 

그리고 간드룩 넘어가면서 숲 속에서 많은 야생 난초들을 본 건

나에게 있어 더욱더 행운이었다.

 

 

 

 

백두산에 자라는 담자리꽃나무와 닮은 종류다.

 

 

 

 

각종 야생화들이 꽃밭을 이루고 있다.

 

 

 

 

학명이 Roscoea alpina Khumbu,E.Nepal이다.

발음이 어려워 못읽겠다.

 

 

 

 

역시 야생화 화원의 모습이다.

이렇게 6월이나 여름에 오면 풍경은 제대로 못보겠지만

만발한 야생화들은 제대로 볼 수있다.

 

몬순기에 와서 야생화와 히말라야의 설산 모두 볼 수 있었으니 난 행운아였다.

 

 

 

 

국내에서 저렇게 생긴 건 앵초 종류인데

낮은 관목으로 저렇게 집단으로 자라고 있었다.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에 바라본 마차푸차레 모습이다.

짙은 박무와 음영으로 제대로 된 풍경은 아니였지만

 

실루엣의 모습이 제법 웅장하다.

 

 

 

 

밑에서 올려다 본 푼힐이다.

오른쪽 마차푸차레 모습과는 달리 맑고 푸른 하늘의 모습이다.

 

날씨는 맑았지만, 반대편이 흐린 건 빛의 투영 때문이다.

10시쯤 되면, 구름이 휘감기기 시작해서, 저 파란 하늘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다올라기리 연봉과 야생화의 모습이다.

 

 

 

역시 야생화 화원이다.

 

 

 

내려오면서도 내내 풍경이 아름다워

좀처럼 내려가지 못했던 그날이었다. 난 이 모습을 언제까지나 기억할 것이다.

 

산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감동 받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의 모습이다.

 

 

 

고래빠니의 롯지다.

롯지는 언덕 위에도 있다. 이 롯지는 아래쪽에 위치한 장소다.

 

어느쪽이든 상관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언덕 위가 풍경은 더 좋다. 뜰 앞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바라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간드룩으로 갈려면, 왼쪽 중간의 롯지에서 좌측 골짜기로 접어 들어야 한다.

 

 

 

 

아침 나절에는

좀솜으로 가는 비행기와 그리고 관광 용 비행기가 연신 날라든다.

 

저 비행기를 타고 히말라야 풍경을 보는것도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실제 좀솜과 묵티나트를 1박2일로 다녀올 수 있다.

책자에도 소개가 되어있는데, 포카라에서 좀솜까지는 비행기로 가야 한다는 조건이다.

 

단순한 비행이 아닌 히말라야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비행이라 여기고, 시간 없고 돈많은 사람이라면 한번 다녀올만 하다.

 

 

 

 

롯지로 다 내려왔다. 주위로도 온통 야생화 천지다.

양지쪽 풍경이고

음지쪽은 야생란도 많이 자라고 있었다.

 

 

 

 

어제는 늦게 도착한 탓에 자세히 보지 못했던

롯지 풍경이다.

 

 

 

이곳이 내가 머물렀던 롯지다.

한국인을 환영한다는 한글 문구가 있어 숙박지로 정했다.

 

어떤 롯지가 좋고 나쁘고에 대해선 아는 정보가 없다.

다들 복 불 복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느긋한 아침을 먹고 배낭을 다시 꾸렸다.

정수된 물도 1병 주문했고 커피와 간식 까지도 챙겼다.

 

이제 간드룩으로 향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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