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네팔 배낭여행기

푼힐 트레킹 티케둥가-울레리-반탄티-고래빠니

구상나무향기 2012. 7. 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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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있는 한무리의 팀을 만났다.

 

가이드는 나야폴~티케둥가까지를 거의 1박 코스로 잡는다.

하루에 트레킹 시간 4~5시간

오후 3시를 넘기지 않는 철칙을 가진 자들이다.

 

하지만 본인

꾸역꾸역 올랐다. 도대체 오후 3시에 롯지에 머물러 뭐하고 있을거란 말인가...

 

물론 천천히 천천히 오르면서

주변 경치를 만끽하며, 충분한 휴식을 통해서 신체를 고소에 적응시킬 필요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단기 여행자라는 숙명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했던

그날의 트레킹이었다. 시간을 단축해서 다른 여행 코스를 밟고자 했던 욕망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네팔까지 오는데 정말 먼 거리며, 경비와 시간을 쪼개서 온 어려운 여행이다.

아깝게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철학의 차이도 있다.

 

"천천히 가면 빨리 간자 보다 더 많은 풍경을 보는가?"

 

아니다.

풍경은 복 불 복이다. 산신령이 주는 행운이지 느림과 빠름의 차이가 아니다.

 

"천천히 가면 조금 더 심오한 철학을 가지는가 ?"

 

천천히 가면 롯지에서 어디 득도라도 하나 ?

불과 몇 시간 차이로 말이다.

아님 하루 차이에 더 많은 심오한 진리라도 깨닫나 ?

 

심장이 뜨거울 땐 움직여야지 쉬어서는 안된다.

그게 내 철학이었다. 각자의 견해는 다를 수 있음이다.

 

물론 개고생이 자랑은 아니다. 

 

 

 

<저 출렁다리 부터 오르막이 시작된다>

 

 

나야폴-고래빠니까지 약 9~10시간

적어도 오후 7시 이전에는 도착할거란 계산을 했다.

 

이 계산은 정확했다.

앞서서 말했든 바 책에 나온 코스 시간은 엄살이 심하다.

 

실제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

꾸준하게만 걷는다면 책자에 나온 시간보다 적어도 2/3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현 지점에서 고래빠니까지 6시간 걸린다고 적혀있다.

이 사진 촬영 시간이 대충 13:46 쯤이다.

 

거의 비슷했다.

실제론 고래빠니에 18:30 쯤에 도착했으니 말이다.

 

티케둥가에서 고래빠니까지는

가장 버거운 구간이다.

 

 

 

 

 

아침나절 비레탄티 마을에서 만났던

바로 그 마방 행렬이다,

 

이곳에서 만나게 될지 몰랐다.

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올랐는데

 

결국 내가 앞서서 올랐다. 하지만 고래빠니에서 결국 만났다.

말들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사람이나 말이나 힘든 건 마찬가지다. 오르막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오르고 또 오른다.

 

힘드냐고 ?

평소 등산 좀 했던 사람이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오를것이다.

 

산 길이 아니라 나즈막한 계단 길을 계속 오른다고 보면 된다.

 

 

 

 

 

 

길을 보면 대충 이해 하실 거다.

평소 운동 안한 사람이라면 힘들 것이다.

 

그래서 티케둥가 또는 울레리에서 하룻밤 쉬었다가 다음날 고래빠니로 오른다.

대게는 다 그런식이다.

 

무식하게 오를 사람이야 사실 쉴 이유도 없다.

나처럼 무식하고 시간 없는 사람 당일로 치고 올라보자

 

쎄가 쏙 빠질 경험을 할거다.

 

 

 

 

맞은편 방향의 풍경이다.

아찔하게 다가온다.

 

예전 베트남 사파에서 본 그런 풍경이 연상된다.

 

고산에 만들어 진 논과 밭의 모습이다.

계단식 논의 절묘한 풍경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꼬마가 나무에 올라가 뭔가를 따서는 먹고 있다.

나도 하나 따서 먹었더니

 

설 익은 자두였다. 이놈들은 이걸 간식 삼아 먹었던 것이다.

 

 

 

이곳의 대나무는 이렇게 자란다.

우리처럼 한 개체씩 자라는 게 아니라 저렇게 집단으로 모여 자라는 게 특징이다.

 

한 짐 베어내면 집 한 채 거뜬하게 만들겠다.

 

 

 

 

오르막은 도대체 어디까지 일까 ?

 

오름새는 반탄티까지가 최고 절정이다. 울레리에서 반탄티까지가 가장 심하다고 보면 된다.

이 구간 계단만 3천개에 이른다고 한다.

안 세어봐서 모르겠다만 책에 그렇게 적혀 있다.

 

내 느낌으론 5천개 이상 아니 만개 쯤 될 것같다.

 

전체 일정 중 가장 힘든 구간으로 정평이 나있는 구간이 바로 울레리에서 반탄티 구간이다.

 

 

 

 

 

이상하게 생긴 나무다.

무화과 같은 열매를 다는데

 

이 나무는 잎사귀를 모두 떼어 낸 모양이다.

 

 

 

 

꼭 용의 머리 같은 모양새다.

참 신기했던 나무다.

 

밑의 가지를 보라

영판없는 용의 머리 같지 않는가

 

 

 

 

 

무화과 같은 열매를 잔뜩 메달고 있다.

나무 줄기에서 저렇게 열매가 달리는 모양새다. 붉게 익는 건 무화과와 같은데

이 사람들이 식용하는지에 대해선 잘모르겠다.

 

익어 떨어진 걸 여러번 봤는데 거의 사과 크기 수준인데,

생긴 건 영판없는 무화과다.

 

마을 주변에 이 나무는 정말 많았다.

 

 

 

 

반대편 능선에 위치한 마을 모습이다.

모두 인력에 의존한 1차적 농경 사회다.

 

기계가 투입될 그런 지형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찌 저렇게 잘 정돈되게 농사를 지었는지 모르겠다.

 

 

 

 

안나푸르나 사우스를 비롯,한출리, 마차푸차레가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라고

책에 적혀 있지만 아무것도 안보인다.

 

1~4월에 방문하면

여기서부터 산 능선 뒤편으로, 설산이 조망된다고 한다.

 

6월에는 비 안맞고 다니는것 만으로도 산신령께 감사할 다름이다.

 

 

 

 

 

울레리다.

오르막 곳곳에 전망 좋은 롯지들이 계속해 나타난다.

 

피곤하면 아무데나 들어가 쉬어도 좋을것이다.

울레리가 조망이 참 좋다. 롯지들 중 절벽 끝에 매달려 있는곳도 있다.

 

티케둥가에서 숙박을 하지 않았다면

대부분 울레리에서 숙박을 한다.

 

하지만 울레리 보다 더 오르고 싶다면 반탄티에서 숙박을 해보자

반탄티가 경치나 풍광은 울레리 보다 더 좋다. 설산도 보인다.

 

하지만 울레리의 저 버거운 오르막을 다 올라야만,

반탄티 마을에 도착한다는 사실은 뻔히 다 아는 진실이다.

 

 

 

 

 

 

쎄를 쏙 빼며 오르고 있는 트레커!

한국에서 온 아저씨 한명은 오르막을 즐기며 열심히 오르고 있었다.

 

노래도 몇 곡 불렀다.

정말 지루하게 오르고 또 오른 시간들이다.

 

"뭔 놈의 돌이 이렇게 많아"라며

투덜대는 건 비단 나뿐은 아닐것이다.

 

 

 

 

 

힘든 고비 만큼이나

풍경은 절경을 선사한다.

 

사진과 실제의 장면은 많이 대조된다.

그건 말로 표현 안 된다. 직접 가서 보고 느끼기 전에는 말이다.

 

 

 

 

 

저 아래가 티케둥가 마을이다.

벌써 까마득히 멀어져 있다.

 

 

 

 

파란색 지붕이 롯지다. 내가 걸어왔던 길들이 틀어진 뱀마냥 이어지고 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이 말은 절대 틀리지 않은 만고의 진리다.

 

 

 

 

 

어느새 잠깐 쉴라 치면

마방 행렬이 올라온다. 말들의 체력이 설마 나보다 못하지는 않을터이다.

 

짐승들의 체력이 나보다 못하랴

 

서둘러 엉둥이를 떨친다. 잘못해서 행렬에 낑기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역시 계단길, 그리고 롯지의 풍경이다.

울레리 마을은 대게 이런식으로 풍경이 이어진다.

 

1박을 감수했다면, 적당한 이런곳에서 하룻밤 쉬어보자

 

 

 

 

울레리 중 가능 높은곳에 위치한 롯지다.

경치는 절경이다.

 

딱 지금쯤

롯지에 쉬었으면 좋을 시간이다.

 

하지만 그럴수야 없지

힘내자 조금만(?) 더 가면 고래빠니다.

 

 

 

 

인도에서 온 순례자들이다.

이미 한 무리를 아침에 보냈는데, 이 사람들은 또다른 순례자들이다.

 

물어봤다. 어디까지 가는가를

 

"묵티나트"라 말한다.

 

책을 살펴봤다. 묵티나트는 여기 선 반대편에 있는 힌두교의 성지다.

해발 3,760M에 있으며, 나야폴에서 대략 7일 정도가 소요된다.

 

이 사람들은 5일내에 간다고 했다. 정말 빠른거다.

가벼운 옷차림에 신발은 슬리퍼를 신었다.

 

중등산화와 스틱, 유명메이커 등산복으로 치장한 한국 트레커들에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산의 어린이들이다.

여기가 대충 해발 2,000m 쯤 될 것이다.

 

울레리가 1,960m

반탄티가 해발 2,210m다.

 

참고로 천왕봉이 1,915m이니 천왕봉 보다 높은곳에 위치한 마을이다.

 

학교도 있었는데 마침 그날 행사가 있어 그랬는지

아주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만일 이곳에서 머물렀다면 놀러가고 싶었다.

 

 

 

 

드디어 반탄티 마을이다.

울레리 마을 초입에서 여기까진 꼬박 2시간이다.

 

오르막은 여기까지가 절정이다.

여기서 부터는 정글 숲을 통과하며, 완만한 오름새를 이룬다.

 

 

 

 

그러나 지겨운 계단 길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고산병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고산병은 해발 2,300m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적어도 울레리에서 부터 고래빠니까지는 고산병 주의 구간이다.

 

 

 

 

고산병 증세는

두통.메스꺼움.호흡곤란.피로감.어지러움.잦은 방귀 등이 있다.

 

예전 북알프스 원정 때 고산병에 걸려 개고생 중 상고생을 했던 본인이다.

그 때 내 증세는 메스꺼움과 호흡곤란이었다.

 

천천히 오르는 게 고산병 방어의 최고다.

 

다이아막스라는 고산병 치료제가 있지만

가장 효과가 좋은 건 비아그라다.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을 주는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치료에만 효과가 있는게 아니라

고산병 증세에도 큰 도움을 준다.

 

라운드 트레킹 하는 사람이라면 꼭  처방 받아 가시라

비뇨기과 가서 자초지정 설명하면 다 처방 해 준다.

 

 

 

 

 

반탄티-낭게탄티-고래빠니를 표시하고 있다.

 

반탄티에서 고래빠니까지 딱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거리가 만만한 게 아니다.

 

오르막이 많은 티케둥가에서 반탄티까지는 거리는 짧다.

하지만 반탄티에서 고래빠니까지는 거리가 제법 멀다.

 

이때 시간이 오후 4시 30분쯤 이였다.

 

정확하게 키로 수에 대해선 책에 나와있지 않지만

나야폴-고래빠니까지 걸린 시간 상, 미룬 짐작으로 대략 18km-20km 정도로 추정된다.

 

 

 

 

 

롯지에서 보는 사람마다

쉬어 가라는 눈치다.

 

하지만 씩씩하게 그들을 지나쳐 골목길로 접어든다.

오늘 목표는 고래빠니다.

 

 

 

 

반탄티부터는 그래도 오르막은 좀 덜하다.

하지만 여전히 계단길의 횡포(?)는 유지되고 있다.

 

사실 히말라야 트레킹은 계단 길과의 싸움이다.

무릅 안좋은 사람들은 필히 무릅보호대 준비하자

 

수천개 ?

아니 코스에 따라 수만개의 돌계단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한가히 쉬는 트레커의 모습이다.

정말 전망 좋은 곳이었다.

 

해발 2,500m 이상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그 위에서 바라보는 협곡과 산의 지세니 얼마나 위용이 크겠는가

 

편안히 앉아 저물어가는 하루를

저 웅장한 풍경과 함께 맞이해도 충분히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온 쎄가 빠지는 아저씨

 

굿굿하게 고래빠니로 오르고 있었다.

 

 

 

 

 

 

저 능선이 바로 간드룩 가는 길이다.

당연히 그날은 몰랐다.

 

아니 넘어간 다음 날에도 몰랐다

나중에 사진 정리를 하니 저 봉우리가 바로 다음 날 간드룩 갈 때 넘었던

바로 그 봉우리임을 알았다.

 

푼힐 보다 더 높은곳에 위치한 봉우리다.

저 위에 서면 정말 아찔하다. '푼 족'이 말을 키우는 장소이기도 한데,

 

온갖 야생화가 만발한 고산의 초원지대다.

 

 

 

반탄티에서 낭게탄티로 가는 길이다.

오르막은 좀 약해지고

 

서서히 정글의 숲속으로 분위기는 바뀐다.

이때부터는 계단 길은 사라지고 흙 길이 나타난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나타난 롯지의 풍경이다.

여기까지가 반탄티 마을이다.

 

 

 

 

저 숲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자! 힘내자 고래빠니가 멀지 않았다.

 

 

 

 

 

반탄티 마을은 전망 좋기론 최고다.

 

울레리 마을도 높은곳에 있어 경치가 좋지만 그긴 아늑한 시골 풍경 위주라면,

이곳 반탄티 마을에서 보는 풍경은 웅장한 히말라야의 지세다.

 

압도할 만큼의 계곡과, 거대한 산 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몬순기만 아니라면 설산도 조망된다.

 

 

 

 

 

 

야생 벌통의 모습이다.

벌통 모양만 다를 뿐 벌꿀 생산하는 건 같은 이치다.

 

 

 

 

 

비가 올 땐 거머리 출몰 구간이다.

거머리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피부에 노출된 부위가 있으면 안된다.

심지어 손가락까지 말이다. 더워도 반바지나 반팔 절대 금물이다.

 

나중에 본인 호되게 당했다.

다음날 간드룩 넘어가는 길에서 말이다. 거머리 정말 많다.

 

그게 꼭 비만 오면 어디서 나오는지 스멀스멀 나온다.

중요한 건 거머리가 튀어 오른다는 사실이다. 반바지라면 작살난다.

 

 

 

 

 

버팔로 즉 물소다.

일반 소는 먹지 않고, 버팔로를 주로 식용한다고 한다.

 

저 물소는 식용으로 키우는 거다.

사람이 없어도 알아서 다들 찾아가는 모습이다.

 

억지로 좁은 사육장에서 키우는 게 아니라

저렇게 자연스럽게 키우니 확실한 유기농이다.

 

이 사람들 고기는 정말 마음에 든다. 왜 실컨 즐겨 보지 못했는지 내내 아쉽다.

롯지에서 고기에 대한 메뉴가 없었다.

 

 

 

 

거머리는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노상방뇨를 주의하란 내용이 책에 나온다. 비올 때라면 정말 거머리 조심해야 한다.

 

물론 비가 안올 때는 상관없지만, 소변 보러 수풀 속으론 들어가지 말라.

 

아차하면....

 

 

 

 

낭게탄티 마을에 도착했다.

 

고래빠니가 지척이라

이곳에서 머무는 건 그다지 위치 상 좋지 못하다. 그래서인지

낭게탄티에는 롯지가 많지 않다.

 

저 표지판에 고래빠니까지 1시간 30분이라고 적혀있지만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다시 말하지만 지도 상 시간은 엄살이 좀 심하다.

특히 우리네 등산 스타일에는 말이다.

 

 

 

 

 

바야흐로 서산으로 해는 뉘역뉘역 떨어지고 있었다.

참 조용하고 고즈늑한 분위기였다.

 

이 사람들 사고방식이라면, 이 시간에 움직이는 건 별 이해가 되지 않을것이다.

오후 3시 이전, 적어도 4시 이전에는 롯지에 들어가 쉬는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여행 책자에도 오후 3시까지 기준으로 루트를 짜놓았다.

 

빨리 끝내는 이유는

고산의 적응과 위험방지 그리고 여유로움을 즐기기 위함이다.

 

 

 

 

낭게탄티 마을의 풍경이다.

성수기 때에는 이곳도 사람들로 붐빈다고 한다.

 

고래빠니까지 1시간여 거리이니 충분히 서둘면

다음날 푼힐에서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수기, 고래빠니에 숙박이 모자랄 땐 이곳이 대체지가 된다.

 

 

 

 

 

마을 뒤편에서 다시 정글 숲으로 이어진다.

 

 

 

 

급한 오르막 길은 이제 더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저런 편한 길이 고래빠니까지 이어진다.

 

사실 상 오늘 고생은 다했다. 참 마음 편했던 시간이었다.

 

저 오른쪽 능선 뒤로 설산이 보인다고 했지만,

6월 초의 늦은 오후라 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물론 그 땐 저 뒤에 설산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드디어 고래빠니다.

 

나야폴에서 10시간 가량 걸렸다. 여기가 해발 2,860m이니

백두산(2,750m) 보다 더 높은 곳이다.

 

개인적으로 북알프스 이후 백두산 보다 높은곳에 오르긴 이번이 두번째다.

고산병 조심해야 할 지점이다.

 

나야폴1,070m에서 고래빠니 2,680m까지

하루만에 1,610m의 고도를 밟고 올라온 거다. 쉬운일은 아니다.

 

하루만에 오른 건 크게 자랑할 일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론 사전에 많은 탐색을 했었다.

 

당일로 오를 수 있을까 ? 무리 일까 ?

인터넷에서는 나야폴-고래빠니 간 당일로 오른 사람의 여행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구글에도 들어가 해외 트레커들의 여행기까지 모조리 검색했었다.

 

단기 여행자라 트레킹을 일찍 끝내고,

룸비니를 가고자 했기 때문이다. 고생한 덕분에 룸비니 갈 일정을 마련했다.

 

 

 

 

 

내가 다녔던 코스와 동일한 루트다.

푼힐 트레킹하면 책자에는 푼힐 너머, 온천이 있는 따토빠니(tatobani)로 여정이 이어져 있다.

 

하지만 난 그리로 가지 않았다.

하행길 인 따토빠니 보단 고도가 높은곳으로 가고 싶었고 결국 간드룩 코스를 선택했다.

 

 

같은 일정, 같은 트레킹이라면

 

고래빠니에서 간드룩으로 향하는 게 어떨지 싶다. 물론 추천이다.

각자의 주관대로 하시라

 

 

 

 

 

여기서 조금 쉬고 있으니 놀랍게도 마방 행렬이 막 도착하고 있었다.

말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듯 싶다.

 

짐승이라지만 저 길을 하루만에 올라오는 게 쉽지 만은 않을것이다.

아까 보았던 인도의 순례자들도 이곳 고래빠니에서 만났다.

 

비수기라 방은 많다.

숙박비는 쌌다. 불과 100루피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고래빠니 롯지>

 

음식 값은 200~300루피 수준으로 오히려 방값 보다 더 비쌌다.

이는 고도가 높을수록 더 심해진다.

 

물은 생수는 없고 정수된 물을 마셔야 한다.

물값이 방값이나 똑같다.

 

 

 

 

롯지의 음식은 나하곤 참 궁합이 안맞았다.

 

하지만 전기나 가스가 없기 때문에 모두 장작을 이용해서

만든 음식들이다. 정성이 많이 깃든 음식이며 당연히 시간도 많이 걸린다.

 

주문한 뒤 씻고, 정리한 후 한참을 닝기적 거리고 있으니 음식이 나왔다.

 

마방들이 식재료를 날라주지 않으면 공급받기가 쉽지 않은탓에

음식값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네팔의 전통 음식 모모다.

우리네 만두와 같은 음식이다.

 

맛 ?

시장이 반찬이란 훌륭한 우리 속담을 금과옥조로 삼으면 된다.

 

 

 

 

 

잔뜩 시켜 놓고

게걸스럽고 푸짐하게 먹어보리란 나의 기대감은

 

'고산의 맛'이란 벽에 부딛혀 허무하게 상실되고 말았다.

다음날 간드룩 마을에서 먹었던 음식도 사실 마찬가지였다.

그저 허기를 면하고자 하는 바램에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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