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백패킹

천황산 백패킹

구상나무향기 2021. 5. 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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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산 백패킹

 

 

백패킹의 사전 정의.

 

백패킹은 야영장비를 갖추고 1박 이상의 여행을 떠나는 레포츠로, 등짐을 지고 간다는 데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등산과 트레킹의 묘미가 복합된 레저 스포츠로, 굳이 산의 정상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정해진 목표까지 발길 닿는 대로 걷는다는 점에서 보통의 트래킹과 유사하지만, 주로 코스가 계곡이나 냇가를 끼고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다르다.

 

 

 

 

 

백패킹의 개념은 이렇다.

 

산속 깊숙이 등짐을 짊어지고 몇 시간 산행 후 텐트를 치는 경우, 이건 야영이다.

고행하지 않고 짧게 간단히 또는 차를 대고 근처에 텐트를 치는 경우, 이건 백패킹이다.

 

지금껏 나는 산 능선에서 또는 숲 속에서 텐트를 치거나 비박하는

야영의 개념으로만 백패킹을 이해했었다.

 

하루 종일 무거운 박 짐을 짊어지고 몇 시간을 산행 후 목적지에 도착해

짐을 풀고 텐트를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딴은 나의 개념은 야영이나 백패킹이나 같은 개념이었다.

 

 

 

 

 

 

작년부터 나의 야영 개념은 바뀌었다.

 

굳이 산 속이나 깊은 숲이 아니라도 어디든 쉽게 텐트를 칠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야영이란 개념, 즉 백패킹으로 슬그머니 동화되어 버린 것이다.

 

뭐 그렇다고 짧으나마 몇 시간 동안의 산행을 계획하는 건 똑같지만

반나절 또는 아주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며 쉬엄쉬엄 움직인다는 게 다른 것이다.

 

 

 

 

역마살 달인

 

 

 

급하지 않게 천천히 걸으며 목적지는 최대한 가까이 선정해

기운을 빼지 않고 설사 목적지가 아니라도 어디든 마음이 동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하룻밤 장소가 되는 것, 바로 백패킹이다.

 

 

 

 

역마살 달인의 박짐

 

 

 

드디어 5월, 기온이 오르고 세상은 연록빛의 세상으로 초록 초록해졌다.

강원도가 아니라면 이젠 한뎃잠이 그리 추울 시점은 아닐 것이다.

 

오래간만에 묵혀 두었던 야영 배낭을 꺼내니 마음도 한껏 설렌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코로나로 마라톤 대회가 사라지고 나의 마라톤 감성마저 사라진 작금의 시기.

한때 마라톤으로만 시간을 보냈던 그 시절, 이젠 마라톤을 메울 거리를 찾아보니 백패킹과 골프다.

 

골프는 이제 입문. 아직 즐길 단계가 아니라 함구.

 

 

 

주암계곡에 핀 금낭화

 

 

코스는 주암계곡~천왕재~천왕산(1박)~배내봉주차장

 

간단했다. 이 코스는 재약산이나 천황산으로 오르기 좋은 코스라

20년 더 된 산꾼에겐 기초 코스다.

 

길도 좋고 오르기 좋아 박 짐 짊어지고 가기엔 안성맞춤의 코스.

 

재약산은 굳이 시간상 생략하고

천왕재에서 바로 오르기로 하니 시간이 금방이다.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인근 봉우리니 올라야지"하면서

재약산을 거쳐야 할 대상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굳이 안 가 본 곳도 아니고 수도 없이 다녔기에

그냥 스쳐 지나가도 산꾼의 가슴에 아쉬움은 없다.

 

요새 얼음골 케이블카가 생겨 천황산에서 백패킹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주말이면 인산인해다.

 

천황산은 서둘러 가야 텐트 자릴 잡을 정도가 되었다.

늦으면 자리 잡기도 힘들다.

 

그날, 천황산 정상 근처에만 9동의 텐트가 생겼다.

 

 

 

 

 

오후 3시가 넘어 도착하니 아직 사위의 조망은 맑고 깨끗하다.

 

진달래가 정상에서 마지막 화려함을 뽐내고 있으니

그 모습이 분홍색과 초록빛이 어울려 일대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시기적으로 아주 좋을 때에 방문한 천황산.

이래저래 멍하니 산야를 바라보며 자연을 즐긴다.

 

 

 

 

 

 

 

 

 

 

 

 

 

 

백패킹이나 야영이나 어차피 자연과 함께하는 여정.

사실 큰 구별 없는 재미이겠지만

 

어쨌든 저쨌든 일몰을 바라보는 조용한 과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여유롭게 산정 터럭에 앉아 떨어지는 낙조를 즐기는 시간.

 

나는 이 재미 때문에 산에 오르고

텐트를 지고 자연을 즐긴다.

 

새벽녘 쏟아지는 별들을 보기를 즐겨하고

산속이라면 능선을 휘감는 새벽안개 때문이라도 일부러 어둠을 즐긴다.

 

 

 

 

 

 

 

 

 

먹는 것보다

그냥 산이 좋고 자연이 좋아 머무는 시간.

 

그래서 먹는 건 아주 단출하다.

굳이 먹거리를 챙겨서 오진 않는 이유가 바로 단순함을 즐기고 싶어 하는 이유 때문이다.

 

조용히 그리고 여유 있게.

 

 

 

 

 

 

 

 

 

 

 

 

 

밤사이 야생 짐승들이 부스럭 거려 잠을 설치곤 했는데

아마 너구리였을 듯하다.

 

이놈이 남은 먹을거리를 다 헤집어 버린 거.

 

나는 두더지였나 했는데

두더지가 음식물을 탐하지는 않을 것이고 숲에서 부스럭거리면서 재빨리 행동하는 게

딱 너구리 추정이다.

 

오소리도 있지만 오소리는 인간의 음식엔 그다지 신경 안 쓴다고 들었다.

 

 

 

 

 

 

 

 

낭만과 추억이 하루 새긴 날.

백패킹의 하루는 즐겁다. 누구나 어떤 마음으로 주어진 삶을 사는 것인지는 몰라도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

 

이 상황이 행복하면 그게 삶의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다음 날 아침, 일출은 구름에 휘감겨 흔적이 없어지고

난데없는 돌풍에 꽁지 빠지게 천황산을 벗어나야만 했었다.

 

바람에 혼쭐이 났지만

즐김에 혼쭐은 없다.

 

늘 걸었던 이 길, 샘물상회에서 배내봉 주차장까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봄을

만끽한 하루였었다.

 

딱 좋은 낭만의 길, 천황산 백패킹 코스다.

 

 

 

천황산에서 바라보는 백호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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