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인도네시아 배낭여행기

발리 출발, 카와 이젠 여행-2

구상나무향기 2018. 8. 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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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경, 비는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는데

기우는 이미 걱정이 되어 마음을 적시고 있었다.


"이리 비가 오는 데 뭔 화산을 보냐"


내내 걱정을 했는데

가이드는 오히려 나를 안심 시킨다.


"걱정마라 산에 가면 다 거친다"

"정말이냐"

"나만 믿어 짜샤~"





<새벽 1시경 숙소에서 출발>





숙소에서 이젠 화산 들머리까지

덜컹거리는 지프차를 타고 1시간 정도를 달려야 한다.


비는 쉬지 않고 내리더니

이젠 화산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거짓말같이 그치는 게 아닌가.


참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그 후 내내 맑아서 하늘엔 내가 지금껏 보아 온 별보다 더 많은 별들이

나를 환영해줬으니


새삼 자연의 이치라는 게 신비할 다름이다.







<등산가이드와 함께>





새벽 1시 정확하 게 입장한다.

우리가 제일 먼저 통과한 그날 첫 번째 손님이었다.


일출과 블루화이어를 보기 위해서

새벽같이 길을 나선 이유다.


만일 블루화이어나 일출을 무시한다면

사실 새벽 산행은 안 해도 된다.





<이젠 화산 출입구>





적당한 탐험심과 호기심.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등산이 적목 된 그날의 순간.


잠을 자지 않더라도

나는 밤새워 산행을 한다했어도 길을 나섰을 것이다.


렌턴을 비추니 사방은 어둠 속.

비가 거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새벽의 숲 속은 물기로 가득했었다.





<등산가이드>




입구에서 카와 이젠 화산까진 도보로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유황을 옮기기 위해 길을 잘 정비해놨기에


등산이라는 생각보다

거의 트레킹 수준이다.





<광부들이 유황을 옮기는 도구>





어둠 속, 가이드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으니 제법 진도가 잘 나간다.


길도 좋고 새벽 하늘의 별이 너무 총총해

새삼 즐거운 길이였다.





<광부의 짐바구니>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호수까지 내려가는 길이 매우 가파르고 힘들다.


칼데라 호수, 유황 캐는 지점까지 내려가야만

블루화이어와 유황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


슬리퍼나 샌달은 가급적 금물.

운동화도 많이 미끄러울 듯한 급경사다.






<저 불빛이 다 사람들 내려오는 모습>





그날 내가 가장 처음 내려간 가장 제빨랐던 여행객.


더 늦게 출발했던 수많은 무리들, 그들이 만들어 내는 불빛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나는 그들이 오기 전, 블루화이어를 볼려고 했었다.


매케한 유황의 연기.


"아이구야"


서둘러 마스크를 써야만 했었다.






<마스크 필수>




내려 오는 도중 부지런한 광부들을 만났다.

그들이 옮기는 바구니의 무게는 족히 60kg가 넘는다.


이걸 짊어지고 그들은 이곳 호수에서 화산 상단까지

도보로 지고 나른다.


가이드가 슈퍼마이너라고 부르는 이유가 그때문.


정말 현실의 슈퍼맨들이다.





<광부 체험하다가 허리 나가는줄>





만난 광부가 불쑥 유황을 건넨다.

마침 황금 덩어리같은 모양새의 유황이다.


얼마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기념과 그리고 추억의 의미로 은쾌히 유황을 구입했었다.


실은 매우 적은 금액이었다.






<광부가 건넨 유황>




그의 손이 삶의 증거를 말해주는 듯

유황을 쥔 손은 무척이나 거칠어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300여 명 광부들은 유황을 채취해 생계를 유지해요.

매일 70kg의 유황을 어깨에 짊어지고 2시간 이상 산을 오르내리지요.

하루에 두세 번 반복하면 1~2만 원 정도 벌어요"


가이드가 거듭 그들을 일컬어

슈퍼마이너라며 호들갑을 떠는 이유다.






<인터넷 발췌, 슈퍼마이너>





그에게 감사의 의미로 유황 2개를 구입했었다.

거스름돈은 받질 않았는데


되려 그가 더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고마움의 표시로 사진 한장으로 대신하기엔 내가 더 미안스럽고 벌쭘해진다.


그의 노고에 비하면

나의 삶은 천국이지 않겠는가 새삼 미안스러웠든 게 사실이고


내 삶의 행복에 대해 신께 감사함을 느낀 시간이었다.






<가이드가 찍어준 슈퍼마이너>




블루화어이를 보기 위해 내리선 칼데라 호수.


사진을 찍기 위해 접근했더니

거긴 매우 위험한 곳이라


가이드도 손사레를 크게 친다.

절대 그쪽으로는 가면 안 된단다.


이젠 화산 칼데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산성 호수로 산도가 ph0에 가깝다.


쉽게 말해

거기 다이기만 해도 녹는다는 말이다.






<유황>





유황 캐는 지점에선 마스크는 무조건 필수다.

유황가스 성분 중 하나인 황화수소는 인체에 매우 해롭다.





<유황 캐는 곳>




공기에 포함된 농도가 100∼300ppm이면 기관지염이나 폐렴에 걸리고

7000ppm 이상일 때는 몇 차례 호흡만으로도 쓰러져 심장이 멎는다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설명보단 실전이 우선.

그냥 마시면 정신이 몽롱하고 심장이 멎을 정도로 식겁한다.


기침은 옵션.




<광부와 가이드>





이젠 화산은 오전 3시부터 입산이 가능한데 정오가 되면

내려와야 된다.  바람이 강해지고 유황 가스 농도가 짙어져 위험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블루화이어도 보고

일출도 볼겸


이렇게 새벽에 산행을 하는 이유다.






<마스크를 써자>





너무 어두워 사진이 죄다 다 흔들렸다.

불빛이 약해서 사진 촬영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촬영은 많이 했지만 사진은 몇 장 없는 이유다.










"야~ 저기봐라"


가이드가 순간 소리를 지른다.


어느 순간 도깨비불 같은 파란 불빛이 일렁거리며

순간 사라지는 게 아닌가.


"와우...블루화이어(blue fire)"







<도깨비불 블루화이어, 인터넷 발췌>




블루화이어는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순간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길 반복한다.


우연히 마주하는 순간에

그 규모가 아주 작을 수도 아님 대규모로 나타 날 수가 있는데


그건 그날 찾은 이의 복에 달린 거다.





<클릭하세요>




이건 가이드가 촬영해서 나에게 건네준 동영상이다.


정말 장관 중 장관.


어떻게 이런 색감이 나오는지 자연의 신비로움에 새삼

감탄만 하는 순간이다.





<클릭하세요>




"기온이 36도 이상 되면 유황 가스가 타오르면서 푸른 불길이 나타나요.

파란 불꽃이 최고 5m까지 치솟아 세계에서 가장 큰 블루 파이어로 이름 높지요.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에 볼 수 있어요"


가이드가 이런 설명을 해준다.





<처음엔  희미했다>




물론 내가 다 이해한 건 아니고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이다.


희미한 블루화이어

실망감을 금치 못하여 "이게 뭐야"했는데


어느 순간 엄청난 블루화이어가 일대를 휘감는 게 아닌가.







<인터넷 발췌>


<인터넷 발췌>



<인터넷 발췌>





이제 다시 올라간다.

내려온 길 그리고 다시 올라가는 길 모두 미끄럽기는 매한가지.


많은 사람들이

블루화이어를 보기 위해 내려오고 있는데

아마도 지금 내가 본 블루화이어를 그들도 보게 될 진 모를 일이다.


이건 그때 순간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내려오는 사람들의 불빛>




이리 미끄러운 길을

광부들은 조리 신발만 신고서는 60km 무게의 유황을 지고 나른다.


실로 그들의 노역이 대단함을 넘어

존경스러운 순간이다.









이젠 블루화이어도 그리고 유황도 보았으니

능선에 앉아 일출을 감상하는 순서.


밤 하늘엔 별이 어찌나 총총한 지

그건 사진이 없어 보여주지 못하는 게 매우 아쉽다.


생애 그렇게 많은 별을 본 건 아마도

처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은하수였다.






<인터넷 발췌, 내가 본 모습과 비슷한 은하수 모습>






일출을 보기 위해

능선에 서니 매우 춥다.


한 번씩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사무친다.


짧은 시간이면 견딜 만도 한데

일출까지 적어도 2시간 정도가 남았다.


우의를 돌돌 말고 있다가

한겹 더 입어보니 그나마 살만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니

다른 가이드가 불을 지펴 준다.


오래된 낡은 구조물이 있었는데

거기에 들어가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아이고 좋다"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불을 만나니 새삼 반가운 게 아닌가.


역시 사람은 따뜻하고 봐야 한다.








그러나 추위를 무릅쓰고 견딘 보람은

곧 퇴색되고 말았다.


일출은 그날 구름에 가리워져

전혀 이쁘지 않았는 데


하지만 실망은 잠시

곧 내 입은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여명이 밝고 일출이 일어나자

지금껏 보이지 않든 사물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카와 이젠 화산의 진면목이 그제야

드러난 것이다.


나는 어둠 속에 있었기에 저 풍경을 전혀 알지 못했다.





<카와 이젠의 칼데라 호수>





오래 전, 일본 아소산에서 직접 화산을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옥색빛 칼데라 호수의 적나라한 진면목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모습을

직접 목도하기 위해 나는 지구 반바퀴를 돌아


이곳에 선 것이다.






<카와 이젠의 김일성 포스>





빛이 밝아지니 주위의 풍경은 더욱 선명해진다.


드러난

카와 이젠 호수의 진풍경.


나를

커피 100잔 마신 흥분 상태로 만들기에 충분했었다.


*사실 난 커피 2잔만 마셔도 흥분 상태에 쉽게 도달한다.









주위로 나무가 불에 탔는데

을씨년스러운 화산의 서사를 표현해 주는 듯한 명장면.


고약한 유황의 향기가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스며들어 나무가 이렇게 고사한다고 하는 데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겠다.










가장자리의 나무들은 고사해도

이렇게 안쪽은 식물들이 풍성하 게 자라는 정글림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나 고사리들이

우점하고 있어 생태계가 다소는 남다르다.












또 다른 풍경이다.

이곳의 나무는 대부분 향나무로 보이는 데


큰나무는 자랄 수 없는 지형.


저렇게 다 말라버렸다.

유황 가스가 무섭기는 무서운가 보다.









유황이 만들어지는 공간은 딱 저곳 뿐이다.

카와 이젠 화산 전체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특정 공간에서만 만들어진다.


밤에는 몰랐는 데 낮에 보니

유황 발생지가 제법 크다.










등산가이드, 이름은 까먹었는 데

사진을 얼마나 열심히 찍어 주는 지 정말 자상한 가이드였다.


한국 사람들에게 딱 맞는

맞춤 가이드.









유황 연기는 쉴새없이

칼데라 호수 전체를 휘감는데


오후가 되면 희한하게도 이 유황의 가스 농도가 더욱 짙어져

더는 이곳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한다.


새벽과 아침나절이 관광하기엔 적기.


그래서 유황을 채취하는 광부도

새벽같이 나와 오전에 일을 모두 마친다고 한다.










저 호수는 백두산 천지와 같은 칼데라 호수.


이곳 카와 이젠 호수는

전세계에서 산성도가 제일 높은 호수란다.


백두산 천지는 수영이 가능하나.

이곳의 호수에 뛰어 들면 그대로 뼈다귀만 남는다.












어둠 속에 있다가

이런 풍경을 보게 되리란 생각도 못했기에


나에게 그날 아침의 풍경은 정말 대단했고,

경이로움을 선사해준 '신의 아침 선물'이었다.









카와 이젠 화산에서 본 운해.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이곳에 서면

카와 이젠의 유황과 칼데라 호수의 적나라한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백두산에서 서서 김일성이 저런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는 데

나도 따라해봤다.


포스는 영락없는 옆집 아재 스타일








쓰나미가 몰려드는 모습이다.

거창하고 창대하다.


이젠 화산의 진면목을 봤는데

이런 멋진 구름까지 보게 되리란 생각은 더더욱 못했다.


여러모로 복받은 여행객, 제법 신이 났었다.









이런 길을 걸어 본 적이 있는가?

이런 곳에 가본 적이 있는가?


나는 가봤다.

그래서 난 행복했고 뿌듯했으며 자부심이 가득하다.


고생해서 먼 여행을 떠난 보람.

그리고 이런 성취감과 환희는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다.


도전, 그리고 고생.

그리고 감회.


해보지 않는자는 모를 서사다.












나는 말하고자 한다.


"발은 눈보다 빠르다"


책은 지식을 가르쳐 주지만

발은 경험을 알려준다.


떠나자, 떠나보자 그럼 내가 모르는 세상도 보게 될 것이고

새로운 신념과 자신의 가치관을 덧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주위로 나무가 없는 건

광부들이 모두 태워 버려서 그런거란다.


난 화산이 폭발해서 다 타버렸나 했는데









이제 충분히 밝았다.


칼데라 호수 내려가는 지점엔 관광객과

그 관광객을 실어 나르기 위한 광부와 유황을 짊어진 광부들이


다들 분주히 움직인다.








산을 내려가거나 오를 때

광부들이 소위 '탁시'라고 부르는 탈 것을 이용하면 된다.


그들은 유황대신 관광객을 실어 나르면서

돈을 번다.









그들이 캔 유황.


광부가 준 유황은 결국 발리에 놔두고 왔었다.

공항 검색대 통과에 문제가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실제 유황을 가져와봐야 쓸모도 없겠지만

혹여 문젯거리가 될 듯싶은 기우에 욕심을 버렸다.










어둠 속에서 올라 올 땐 전혀 보질 못했던 풍경이다.


길은 완만하고

잘 정비해놨기에 등산이라고 말하기엔 좀 멋쩍고

단순 트레킹 수준이다.









저 멀리 또 다른 화산이 보인다.

이름은 까먹었다.


구글 지도를 펼쳐보니 이름이 나오든 데


이렇게 불의 고리에 위치한 인도네시아는 곳곳에

화산들이 즐비한 나라다.









구름은 더욱더 짙어지더니

해가 뜨니 점차로 그 위세가 줄어든다.


새벽녘 보는 운해가 참으로 장관이었다.









이제 다 내려왔다.


어제 새벽, 비가 억수로 내리기에 산행이 제대로 될런지

걱정을 했었는데 이렇게 날씨는 맑아져 버렸다.


또 이렇게 맑다가

밤만 되면 그렇게 비가 쏟아진다고 하니 참 신기할 다름이다.










새벽녘, 이곳에서 커피 한잔 했었다.

그 맛이 너무 좋아


이렇게 내려왔어도 한잔 해봤다.


가루 그대로 타 마시는 인도네시아 스타일의 커피.


가이드에게 커피를 건넸는데

그는 무슬림 신도, 지금은 라마단 금식 기간이라 마시면 안 된단다.







<인도네시아 스타일 커피>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캄풍 조글로 이젠'


조식은 매우 가벼웠는데

이곳 숙소의 저녁과 아침은 정말 간단했었다.


분위기는 참 좋은 호텔인데

먹는 건 기대치 말자.


얼른 씻고 한숨 자고

다시 발리로 이동해야 한다.







<조식>





광부가 건네준 유황.

나에겐 소중한 추억이 담긴 나름의 사진이다.









'캄풍 조글로 이젠'


이 숙소의 수영장은 제법 깊고 맑다.

물도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채워져 깔끔한 듯 하다.


내가 묵었던 싯점에는 나 외엔 거의 외국인이 없었는지

아주 조용했었다.










출발할려니

이 무슬림 여성이 나랑 사진을 찍자고 하는 게 아닌가.


물론 내가 멋져서 그런건 아닐터

그냥 한국인이라니 호기심이지 않았을까 싶다만...


몇 해 전, 터키에서 여러 청년들과

사진을 찍었는 데 다들 나를 너무 좋아했었다.





<이놈의 인기는 국적을 초월한다>




이제 다시 발리로 돌아간다.

올 때와 역순으로 가야 하는데


갈 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카와 이젠에서 발리 쿠타까지

8시간 정도 소요되었으니 말이다.








자바섬을 건너 발리섬으로 훼리는 이동하고 있다.







'포틴 로지스 르기안'

호텔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시간이었다.


얼마나 도로가 막히든지


늦은 시간, 피곤도 하고해서 이 호텔의 식당에서

식사를 주문했었다.


르기완의 수많은 맛집 탐방은

일단 미뤄뒀다.








숙소에 들어가자 마자


씻고 바로 잠이 들었든 것 같았는데

자바섬에서 발리 쿠타에 도착하니 오후 8시가 넘었고


식사를 마치니 10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내일도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기에

서둘어 취침했었다.


로비나+멘장안 데이투어를 해야 하는데

그게 새벽 3시 출발이다.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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