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미얀마 배낭여행기

바간에서 만달레이 가는길

구상나무향기 2017. 9. 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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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여행자>




만달레이 버스는 12:30 출발이었다.

일찍감치 호텔에 대기하면서 뒹굴대고 있었더니


이윽코 셔틀용 차량이 도착한다.


셔틀용 차량은 일종의 썽태우나 툭툭이같은 차량인데

미얀마뿐만 아니라 필리핀 등지에서 쉽게 만날 수있는 다인승 픽업 트럭이다.


이 트럭을 타고 터미널로 이동해 버스를 태워준다.











이 버스의 출발지는 바간의 쉐삐버스터미널이 아닌

마을 내에 위치한 조그마한 버스정류장이었다.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다 함께 타고 다니는 로컬버스다.


만달레이까지 대략 6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정말 환장하겠더라


일단 에어컨이 안 되기에 불볕더위를 고스란히 창가의 바람 한 줌에

의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리얼한 삶의 현장에서 잠시나마 공존해야 하기에

나름의 고생과 수고는 여행자의 덤이다.





<폐차직전의 현대자동차가 시외버스가 되었다>






"도대체 이 버스 외에 없었든 걸까"


자책하며 지 머리를 쥐어뜯고 있지만
버스터미널에서 이런 버스를 생각하지 못한 건
적어도 내 머릿속에 그들의 인프라에 대한 모든 게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오래되어 폐차 직전의 중형버스.
그 버스가 잘도 달린다.


비포장도로의 먼지와 온갖 그들의 삶의 찌든
냄새가 버스 안으로 들어오지만 마땅한 제어 방법이 없다.


예전 네팔 여행 때 포카라에서 룸비니의 10시간 악몽이 되살아난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건 5시간만 가면 된다고 스스로

위안 삼을 뿐이지만(룸비니 갈 땐 11시간이 걸렸다)
그 위안도 현실 앞에서 무너지기 수십 번이다.


빌어먹을 너무 덥다.


에어컨이 장식품으로 달린 버스라니

프랑스에서 온 웨스틴들은 잘도 견딘다.


한국 여자들이라면 아마 혀 깨물고 죽을지도 모르겠다.

예정된 5시간이 흘렀지만 당최 도착 기미가 안 보인다.


여긴 어디인가?


정말 덥다 더워

우기라는데 왜 비가 안 오는거야?












내내 함께했던 여행자들이다.

프랑스에서 온 일가족.


오른쪽 청년은 베트남에서 왔다고 했다.


저 프랑스에서 온 일가족은

만달레이 여행지뿐만 아니라 인레에서도 내내 만났는데


인레에선 호텔까지 같은 곳이었다.


나는 귀찮아서 아무 곳이나 머물렀는데 이들은 싼 곳을 찾다가

내가 묵은 곳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알고보니 내가 묵은 호텔이 그중 싼 곳이었다.









만달레이 가는 길은 곤욕 그 자체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여행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배여드는 낯선 곳과의 교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체험이기도 하다.


비포장 길과 열악한 도로 환경

개념 없는 승하차와

폭염 속에서 견뎌야 하는 무더위

속을 뒤집는 매연


연신 지나가면서 바라보는 그들의 짙은 삶의 현장.


그 모두가 추억이 되고 생경한 볼거리가 된다.


멀미 안 한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고생이 미얀마 여행의 최고 재미였다면 그래도 내가 여행을 제대로 즐기고 있구나 싶었었다.


비록 불편하고 힘들지만

불평은 말자.


여긴 미얀마다.


그리고 난 여행자가 아닌가.

무릇 여행자는 긍정의 아이콘이여야한다.









버스 정류소 따윈 없다.

어떻게 소통하는지는 몰라도


승객들은 불평없이 다들 타고 내린다.


스님, 아낙네, 학생, 상인 등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저마다 웃으며 타고 내린다.


매퀘한 매연에 찌든지 4시간여.


"아이구야 언제 도착하나"하고

하염없이 차창만 응시하고 있었다.


아까 오전에 먹은 망고 하나가 내 점심겸 브런치였는데

허기진 배고픔보다 이 무더위 속에서부터 제발 벗어나고 싶었다.


오! 에어컨이여.


서서히

동공이 풀려지고 있을 시간이다.





<긍정의 아이콘 눈이 풀리다>




이방인들, 다들 피곤에 쩔은 표정들이다.

덜컹대는 버스 속.


그래도 난 나름의 즐거움을 찾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너무나도 고된 그들의 삶의 모습.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생경한 볼거리 요소다.


"아..이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동남아 거의 대부분 국가를 다녀봤지만

그래도 미얀마 사람들이 제일 순한 사람들이 아니였나 싶다.







<프랑스 아지매 지쳐가고 있다>




각자 예약한 호텔에 데려다 주는 시스템이었다.

터미널에 내려줄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였는데


각자 다들 갈 길 가고 나도 예약한 로얄시티호텔에 비로소 안착했었다.


이 무더위 속

예약하지 않았다면 또다시 호텔을 찾기위해 정처없이 걸어 다녔을 것이다.


정말 더웠는데

아마 바간보다 만달레이가 더 더웠던 것 같다.


체감온도는 거의 영상 38도 수준.

한국에서 겪은 바로 그 수준이었다. 한국이나 이곳이나 덥긴 매한가지다.

밤에도 그 온도는 전혀 식지 않았다.






<오! 드디어 도착한 로얄시티호텔>




내일 만달레이 투어를 위한 택시기사를 섭외하곤

찬물에 샤워부터 시작했다.


"이놈의 무더위"

정말 사람 잡는다.


나 같은 뽈뽈이 여행자 조차 의욕을 상실케 할 무더위였다.

숙소 근처에 시장도 있고 볼거리도 나름 있었지만

무더위 속 항우장사는 없었다.


결국, 만달레이에서 즐길 수 있는 밤문화라는 게

무더위 때문에 모든 걸 취소하고 방 속에만 칩거하게 만들어버렸다.


에어컨 나오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즐기고 곧장 호텔로 쪼르르 달려와 에어컨 밑에서

숨만 쉬고 있었다.






<인근 레스토랑 BBB의 스테이크>




BBB라는 레스토랑에서 먹은 스테이크와 감자튀김과 망고쥬스다.

다음 날, 저녁도 이곳에서 먹었는데


숙소에서 제일 가까웠고

에어컨이 잘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찾아간 레스토랑이었다.


무더위 속에서 이곳저곳 활보하면서

맛집을 찾아가기란 애초 의욕 상실이었다.









할 것도 없고 할 일도 없어

일찍 잠을 청했는데 눈을 감자마자 어느듯 아침이었다.


호텔 창밖으로 만달레이 궁전이 얼핏 보였는데

루프탑에 오르니 이런 시원한 경치가 보이는 게 아닌가.


조식을 위해 찾아간 루프탑 레스토랑에 본 풍경들이다.








이제 햇볕이 드리워지면 또 더울 것이다.

벌써 후덥해지고 있었다.


이 호텔 레스토랑 조차도 에어컨은 없었다.

덥기 전에 후딱 먹고 길을 나서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만달레이는 볼게 참 많은 곳이다.

택시를 타고 하루종일 돌아 다니며 정신없이 구경하다보면 이미 하루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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