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TMB(몽블랑)산행기

TMB트레킹, Grand col ferret~La peule 산장~라 폴리(La fouly)

구상나무향기 2016. 8. 2. 11:42
728x90

<눈으로 덮힌 그랜드 페렛 고개>

 

 

 

"이름만 거창하게 지어놓고 별거 아니네"라는 독백

이 알프스 한 구석에서 메아리친다.

 

grand라는 명칭에서 꽤나 힘들것 같았는데

의외로 고개 넘기는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정상 부위의 눈 지대를 건널 땐 식겁했었다.

 

 

 

 

<미끄러지면 절단이다.>

 

 

 

스위스 방면도 눈으로 가득 덮혀있다.

길은 보이지 않고 눈 위의 발자국만을 따라서 걸을 뿐이다.

 

여기서부터 오늘의 목적지 La fouly까지는 줄 곧 내리막과 평지다.

 

 

 

<고개에서 바라본 스위스 방향>

 

 

 

한참을 정신없이 눈과 사투를 벌이며 내려왔더니

어느새 눈이 녹은 마른땅과 마주한다.

 

뒤돌아보니 돌렌트 봉우리가

뽀족하게 드러나는 멋진 모습이 보이는게 아닌가

 

 

 

 

<돌렌트 봉우리가 빼꼼히 보이는 모습>

 

 

비가 올 땐 이 풍경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페렛 고개는 늘 구름이 넘실대기 때문에 비 안 맞으면 다행이라는데

타고난 가재복, 그렇지만 작년도 그랬지만 올 때마다 날씨 복 하나 만큼은

제대로 복 받았다.

 

그저 산신령께 감사할 따름이다.

 

 

 

<내려온 길>

 

 

ELENA 산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보나띠 산장에서 아침 먹은 이후로 거의 먹질 못했다.

 

배낭 속 간식이 없어 배가 상당히 고팠기에

라 쁘르(La peule) 산장만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라 쁘르 산장 가는 길에서 본 풍경, 산장은 왼쪽 아래>

 

 

페렛 고개를 넘어와 라 쁘르 산장 가는 길은

마치 네팔에서 겪은 트레킹 코스와 비슷했었다.

 

여기서부터는 생팩스까진 설산 풍경 보다는

아기자기한 스위스의 전형적인 목가적 낭만의 길들이 드러나는 코스이다.

 

 

 

 

<이런 길은 하루 종일 걸을 수 있겠다>

 

 

 

구비구비 이어지는 길들은

페렛 고개를 넘어 오면서 겪은 힘든 여정을 충분히 다독거려 주는 치유의 길이었다.

 

야누스의 양면 만큼이나 다양한 패턴의 풍경이 TMB 내내 이어진다.

 

 

 

 

<편안한 내리막>

 

 

여기서부터 샹팩스(CHAMPEX)까진

스위스 둘레길 수준이라 크게 힘든 여정이 없는 곳이다.

 

라 폴리에서 샹팩스까지 14km인데

나즈막한 숲 속 둘레길이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트레커>

 

 

 

드디어 스위스 산장 라쁘르(La peule)에 도착했다.

열기가 후끈했는데, 정말 무더웠다.

 

 

 

 

 

 

배가 고팠지만, 어떤 메뉴를 고를지 이래저래 한참을 살폈는데

영어는 전혀 적혀있지 않아 내내 고민을 했었다.

 

이탈리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영어를 메뉴판에 적진 않기에

까막눈 고생했다.

 

 

 

 

<라쁘르 산장>

 

 

보나띠 산장에서 5시간만에 도착한 라쁘르 산장에서 먹은 첫 식사다.

겨우 샐러드 글자와 퐁듀 글자만 알아내곤 두 메뉴를 시켜 봤다.

 

"그래도 스위스 왔는데 퐁듀는 먹어 봐야지"

 

호기있게 주문한 메뉴였다.

 

 

 

<그린샐러드>

 

 

 

퐁듀는 짜워서 도저히 풍미를 느끼지 못했고

고소한 맛도 없었다.

 

그냥 주니 빵에 찍어 억지로 먹었을뿐 우리네 퐁듀와는 제법 이질적이었다.

 

무엇보다 샐러드는 우리돈 3만원, 퐁듀는 거의 4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했었다.

 

두 메뉴에 7만원 가까운 돈이 소비됐으니 대략 난감할 물가다.

 

 

 

 

<퐁듀>

 

 

"망할 스위스 물가!"

 

물가가 이리 비쌀지는 생각도 못했다.

대충 파스타 하나 먹어도 30유로. 우리 돈으로 3만7천원이다.

 

얄팍한 샐러드가  3만원이 넘으니

스위스에서 흙수저 인생 개털되기 쉽상이다.

 

 

 

 

<La peule 산장>

 

 

 

물가 비싼거야 세금과 인건비가 높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복지야 세계 최고가 아닌가.

 

다만, 복지가 돌아오지 않는

이방인들에겐 그저 물가 비싼 난감한 국가다.

 

첫 날, 프랑스 샤모니에서 물가 비싸다고 투덜댔는데

거기가 스위스에 비하면 저물가였다.

 

 

 

 

 

<산장앞에 세워진 십자가>

 

 

 

 

흔히 스위스를

'재미없는 천국'으로

 

한국을

'재미있는 지옥'으로

 

묘사들 하지만 각자의 견해는 저 알프스 봉우리에 묻어두자.

 

다만, 자연의 천국 스위스지만

 

물가는 지옥이다.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

 

 

이제 ferret 마을에 접어든다.

산장에서 임도 길로 잠시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ferret 마을 가기 전, 산봉우리 아래 초원지대가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소와 양을 저런 자연 속에서 키우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되는데

 

우리네 일상과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목가적 풍경이다.

 

 

 

<초원지대가 여기서부터는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초원지대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야생화밭도 같이 나타난다.

꽃밭도 이런 꽃밭이 없다.

 

산 위에서 보는 꽃밭과

마을 주위에서 보는 꽃밭는 또다른 풍경이다.

 

물론, 마을이라고해도 해발 1,600m가 넘는다.

 

 

 

 

 

 

초원에 펼쳐진 광범위한 야생화.

이런 풍경은 가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페렛 마을에 버스가 다닌다.

이 버스을 잘 이용하면 la fouly뿐만 아니라 champex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la fouly에서 champex는 하루 나절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대략 14km 남짓한데, 5~6시간이면 충분히 도착 가능한 곳이다.

 

 

 

 

 

 

<ferret>

 

 

La fouly~champex 구간은

숲 속 길을 걷는 스위스 둘레길 코스다.

 

힘들고 피곤하다면 가감히 점프해도 괜찮을 코스이지만

스위스 구간도 그 나름의 매력은 충분하다.

 

champex-lac까지 21km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지도상 거리와 맞지 않는데 자전거 거리가 아닐지 싶다.

 

 

 

<자전거 길은 tmb보다 더 멀다>

 

 

ferret에서 la fouly까지

계곡이 흐르는 숲 속 길을 걷게 된다.

 

 

 

 

 

 

라 폴리(la fouly)까지 저런 야생화 지대를 걷게 된다.

 

산 위의 풍경, 그리고 마을의 풍경.

 

각기 다른 풍경을 자아내며 끊임없이

트레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구간이다.

 

 

 

 

<야생화와 설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스위스 풍경은 다른 TMB구간과 크게 다르다.

이렇게 마을을 곁에 두고 둘레를 걷는 구간은 이곳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레 꽁따민느 몽주아 마을에서 라 발므 산장까지

이런 비슷한 풍경을 자아내지만, 거기와 이곳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멋스러움과 야생화의 화려함은

스위스 구간이 으뜸이다.

 

 

 

 

<라 폴리 가기 전>

 

 

스위스 구간이 마을 주위로만 걷기에,

아기자기해서 만만하게 여겼는데.

 

나중 아르페떼(Arpette) 고개 넘어가다 혼쭐이 났다.

 

아르페떼 고개는 TMB 구간 중 가장 험하고 위험한 구간이다.

 

 

 

 

<라 폴리 마을 가기 전>

 

 

여유롭게 자연의 천국을 누렸더니 부지불식간 나타난 마을, 라 폴리다.

 

LA FOULY는 매우 조그마한 마을이기에

이곳의 숙소는 몇 군데 되지 않는다.

 

 

 

<LA FOULY>

 

 

 

오베르쥬 드 글레시어(Auberge des Glaciers) 도미토리 형식의 숙소다.

배낭여행객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숙소를 잡는다.

 

비용은 68유로.

저녁과 아침이 포함되어 있다. 

 

 

 

 

<1층이 마트다. 유일한 가게이니 간식을 꼭 보충하자>

 

 

오베르쥬 드 글레시어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부킹은 이곳에서 하면된다.

https://www.tripadvisor.co.kr/Hotel_Review-g1819783-d1956986-Reviews-Auberge_des_Glaciers-La_Fouly_Canton_of_Valais_Swiss_Alps.html

 

 

비수기라도 제법 사람이 많았다.

 

 

 

 

<오베르쥬 드 글레시어(Auberge des Glaciers) >

 

 

 

나같은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겐

도미토리가 딱이다.

 

도미토리 숙소는 어딜 가더라도 이렇게 생겼는데

뭐 하룻밤 자기론 손색은 없다.

 

샤워실 화장실 모두 깔끔하고

담요도 충분해 춥지는 않다.

 

 

 

<도미토리 숙소 모습>

 

 

저녁 식사전에 잠시 나와봤다.

바깥에 나와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지만, 무더위에 꼼짝을 못했다.

 

나름 스위스의 낭만을 부려 보았지만

여전히 몰골은 골롬이다.

 

태양이 싫어~

 

 

 

 

<하릴없어 셀카 놀이>

 

 

저녁식사 코스는 아마도 이곳이 가장 잘 나온듯 하다.

 

샹팩스와 트리앙에서도 먹어봤지만

라 폴리에서 먹은 이 정찬 코스가 제법 훌륭했었다.

 

 

 

<저녁 코스 요리, 셀러드>

 

 

 

이게 코스 중 소세지 요리인데 빵과 케잌은 따로 나온다.

 

저녁 식사로는 손색없는 정찬이다.

 

다만, 베이컨과 소시지의 맛과 풍미는 우리네와 좀 다르다.

호불호 극명하다.

 

소시지의 본고장이지만 정작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술은 별도로 주문하면 된다.

 

 

 

 

 

 

마지막은 늘 달콤한 케잌이다.

 

 

 

<후식은 케잌>

 

 

 

메뉴판인데 영어는 없다.

 

샐러드 버거 하나가 무려 27유로다.

 

그나마 오물렛이 가장 싼데 

그냥 계란후라이 수준으로 정말 얄팍하게 내어준다.

 

그 계란후라이(?)가 우리 돈으로 치면 13,000원에서 20,000원이다.

 

*스위스는 스위스 프랑과 유로를 같이 받는다.

참고로 스위스는 유로존 국가가 아니다.

 

 

 

 

 

라폴리의 또다른 숙소 에델바이스다.

여기도 도미토리가 있는데 가격 차이는 없다.

 

에델바이스는 오베르쥬 드 글레시어에서 5분 거리에 있는데

두 숙소 모두 성수기 방문 시에는 꼭 예약하고 가야 한다.

 

라 폴리엔 숙박 시설이 별로 없다.

 

 

 

<에델바이스>

 

 

도미토리는

 

잠만 자면 38유로

아침만 먹으면 49유로

저녁과 아침이 포함되면 68유로다.

 

라폴리, 샹팩스, 트리앙 대부분 이 가격대다.

 

별도로 개인이 음식을 만들어 먹을 공간은 없기에

다 사먹어야 한다.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도 해는 아직 설산에 걸려있었다.

산책을 즐기고 싶지만, 몸은 천근만근이라 침대로 가자고 아우성이다.

 

삐걱대는 노구(?)의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꼼짝도 못 하고

그대로 졸도하고 만다.

 

보나띠 산장에서 시작해 페렛 고개를 넘어 이곳 라폴리까지.

바빴든 뜨루 드 몽블랑 두 번째 날이 조용히 마무리된다.

 

 

 

<해는 매우 늦게 떨어진다>

 

 

 

세째 날 일정: 보나띠(bonatti)산장 ~ 엘레나(elena)산장 ~ Grand col ferret ~라쁘르(La peule)산장~라 폴리(la fouly)

 

 

07:40 보나띠 산장 출발

09:20 chalet val ferret 도착

10:20 elena 산장 도착

12:05 grand col ferret 도착

13:30 la peule 산장 도착

14:20 la peule 산장 출발

16:05 la fouly 도착

 

총 19.8km, 8시간 30분 소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