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일반산행기

금오산 단풍, 현월봉과 약사암

구상나무향기 2022. 11. 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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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금오산, 오래전 금오산에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군대 제대 직후 23살 시절 즈음이었다. 즉 총각이었을 시절.

 

무궁화 기차 타고 또 버스 타고 도착했던 그때 금오산.

산행은 못하고 입구 어딘가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묵었는데 시기가 지금 딱 이때였을 것이다.

 

떨어지는 낙엽 소리에도 무서움을 떨어야 했던 그때 젊은 시절.

아침에 눈을 뜨니 관리인이 다가와 "여기서는 텐트 치면 안 된다"라고 타일렀든 것 같았다.

 

밤새 벌벌 떨다가 다음 날 버스 타고 직지사로 이동.

그리고 김천에서 기차 타고 부산으로 왔던 그때. 28여 년 전 추억이다.

 

 

 

 

그때 사진을 찾았다. 94년 11월 12일

 

 

 

 

금오산 전경.

 

 

근 30년 만에 도착한 금오산.

그때의 새록한 기억은 전혀 없다. 

 

최근, 금오산에 도전하고자 했지만 번번이 실패.

이상하리 만치 금오산에 갈 계획만 세우면 이래저래 무산되기 일쑤.

 

이번에는 즉흥적으로 계획 잡고

바로 실행에 옮겨 버렸다. 

 

금오산은 인산인해.

마지막 늦단풍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금오산 단풍

 

 

사실 금오산 단풍은 그다지 화려하거나 볼거리가 많은 곳이 아니다.

 

입구에서 금오산성까지 짧은 구간에서 보여주는

몇 군데의 화사한 단풍만이 금오산의 색채를 화사하게 입혀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이 구간에 몰려 혼잡했지만

정상에 오르는 수많은 산꾼들의 땀방울들도 만만찮게 이어진 하루였었다. 

 

 

 

 

 

만만찮은 금오산.

시작부터 끝까지 오르막이다.

 

계단길과 오름 짓의 만만하지 않은 여정.

송골송골 땀방울이 늦가을의 정취를 뜨겁게 달군다.

 

말라버린 대혜폭포를 지나 할딱고개 그리고 약사암까지

쉬엄 없이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그저 이게 즐겁다. 

오르막은 나에게 있어 힘듬이 아니기 때문이다.

 

 

 

 

 

칼다봉으로 이어진 능선 구간을 타고자 했지만

이곳저곳 산행길을 모두 '등산로 폐쇄'라면서 현수막으로 막아놨다.

 

가고자 하면 못 갈 이유가 없겠지만

얌전히 사람들 다니는 곳으로만 다녔다.

 

하여 코스는 단순했다. 그냥 정상 찍고 다시 그대로 내려온 길.

 

 

 

 

빠짝마른 대혜폭포

 

 

대혜폭포부터 할딱고개라고 부르는 곳을 지나 약사암까지는

쉬엄 없는 오르막.

 

거침없이 쉬지 않고 단숨에 치고 올랐기에 그다지 힘들지 않게

정상에 올랐다.

 

지리산, 설악산에 비하겠는가

짧은 시간 에너지 발산으로 정상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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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딱고개에서 본 풍경. 저 정면 큰 바위 아래가 도선굴

 

약사암이 곧 정상.

약사암은 현월봉 정상하고 같은 곳에 있기에

 

사실 약사암을 오르는 건 정상을 오르는 것과 같다.

 

입구에서 1시간 40분 남짓 시간에 도착한 현월봉.

제법 빨랐다.

 

 

 

금오산 정상 현월봉.

 

 

정상에서 약사암이 수채화 속의 그림 같이 다가온다.

멋진 곳에 앉은 약사암.

 

멋지다는 생각도 잠시 

하지만 꼭 이런 곳에 암자가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어디 가나 경치 좋은 곳에 들어앉은 암자나 사찰,

과연 거기에 어울리는 존재들인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비단 종교적 신념을 뒤로하더라도

암자로 가기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임도를 보면서 과연 이게 자연을 위한 것인지

아님 누굴 위한 것인지 종종 헷갈릴 때도 있다.

 

부처님에게 가는 길, 굳이 차 타고 올라야 하냐 말이지.

그렇게 길을 내어 산을 절단 낼 이유가 있을까?

 

 

 

 

정상에서 본 약사암

 

약사암은 정상에서 바라보면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운해까지 몰려오면 정말 장관일 듯하다.

 

 

 

 

 

 

 

내려가는 길에 약사암에 들렀다.

 

신라시대 때 만들어진 약사암, 석조여래좌상이 온화하 게 

방문자를 맞이 해준다.

 

 

 

 

약사암, 동국제일문

 

 

 

 

약사암, 석조여래좌상을 모신 곳.

 

약사암 약사전 바로 앞에 보이는 절벽 위.

바로 정상에서 내려갈 수 있는데 저기서 이곳을 바라보면 약사암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다.

 

 

 

사람들이 절벽 위에서 약사암을 바라 보고있다.

 

멋들어지게 만들어진 종각.

 

종각 아래로 운해라도 몰려들면 정말 장관일 듯.

그리고 이곳에서 일출과 일몰 모두 감상이 가능하니

 

약사암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다면 

멋진 정취에서 훌륭한 템플스테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약사암 종각

 

서둘러 내려갔더니

시간이 제법 빨랐다.

 

왕복 3시간이면 가능할 정도.

오르막이 심하니 내려 갈 땐 조심해야 할 경사도.

 

서두르기보다는 천천히 내려와야 할 등산로다.

칼다봉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서 내려올 수도 있지만 등산로 폐쇄라는 현수막이

신경 쓰여 그냥 그대로 왔던 길 왕복.

 

근 3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금오산.

그 감회가 남다를 뿐만 아니라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니 물밀듯이 밀려오는 시간이었다.

 

벌써 그 젊은 정춘은 아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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