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숲의이야기

찔레꽃은 붉게 피지 않습니다.

구상나무향기 2021. 5. 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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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찔레꽃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 물고 눈물 흘리며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사람아

-가수 백난아-

 

https://youtu.be/tjSZTZqf0m4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가수 백난아가 부른 한국의 대표 트로트곡 '찔레꽃'입니다.

만주로 독립운동 떠났던 사람들의 애절한 사연을 가사로 표현하고 있는

그 시절 대표적인 민중가요였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가 유행가이건 그리운 고향 생각을 유발하건 간에 가사를

떠올려 부르다 보면 첫머리의 내용이 이상함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찔레꽃이 붉게 핀다"는 구절입니다.

 

 

 

찔레꽃

 

 

 


왜냐하면, 우리나라 어디에도 붉게 피는 찔레꽃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찔레꽃은 이 노랫말과는 달리 붉은 꽃이 아니라 흰색으로 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노래의 가사는 잘못됐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붉은색이 약간 도는 경우가 드물게 있어도 사실 그걸로 노래 가사에 넣고

붉은색 운운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들장미라 불리는 찔레꽃

 

 

 

여기서 붉게 피는 찔레꽃에 대해

유추할 수 있는 간단한 사례를 하나 소개해보겠습니다.

 

토착적 유머와 함께 농민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던 작품 김유정 작가의 '동백꽃'에 나오는 배경은 강원도 산골 마을이랍니다.

 

그런데 아시는지요

정작 강원도에는 동백꽃이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동백나무는 남쪽 해안가 등지를 중심으로 자라는 나무랍니다.

 

그런데도 소설 제목은 동백꽃이라 하였고

그 무대는 강원도 산골 마을로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 ?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노란색 동백꽃은 없습니다.

그리고 동백나무는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도 안 나죠

 

그럼 무엇을 보고 동백나무라 했을까요?

 

바로 생강나무입니다.

강원도에서 동백꽃은 '생강나무'를 일컫는 속명인데요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개동백나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노랗게 피어나는 생강나무는 향긋한 향을 풍기는 봄에 피는

우리네 대표적 야생화랍니다.

 

김유정의 동백꽃은 바로 생강나무였습니다.

 

 

 

 

해당화

 

 

 

약간 빗나갔는데요. 다시 돌아가죠

이렇게 지방마다 식물 명칭을 다르게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 그중 하나가 바로 붉게 핀다고 하는 정체 모를(?) 찔레꽃이 아닐까 싶은데요

가수 백난아 씨는 제주도가 고향입니다.

 

찔레꽃 가사에 나오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은 영락없는

제주도를 상징하고 있는데요

 

찔레꽃이 붉게 피는 남쪽나라라는 대목에서 해당화가 오버랩되기

시작합니다.

 

 

 

왼쪽 찔레꽃, 오른쪽 해당화

 

 

 

해당화는 바닷가의 모래땅이나 산기슭에 흔히 자라는데요

특히 남쪽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관목이랍니다.

 

찔레꽃=해당화라는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실제 찔레꽃과 해당화는 많이 닮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흰 해당화입니다. 영판 없는 찔레꽃 모습 아닙니까

색깔만 다를 뿐 매우 닮아있죠

 

 

 

흰 해당화

 

 

 

 

조팝나무를 흔히 싸리꽃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처럼 닮은꼴이 있다면

누구든 대표적인 명사를 떠올려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상사화라고 하지만 실제 꽃무릇이나 백양꽃,진노랑상사화등 다양한 이름이 있고

또한 참나리.말나리.중나리등 다양한 종류들을 통틀어 나리꽃이라 부르며

 

수염며느리밥풀꽃.꽃며느리밥풀꽃.새며느리밥풀꽃등을 통틀어 그냥 며느리밥풀꽃이라

부르기도 하는데요

 

심지어 원추리를 '산나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가사나 책등에 산나리라 적어 놓았다면 과연 누가 원추리라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나리꽃 종류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해당화

 

 

 

 

찔레꽃의 가사를 쓴 김영일 선생은 섬마을의 해변가에 피어나는 해당화를 보곤

찔레꽃이라 여겨 노랫말을 지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사를 쓸 당시에는 찔레꽃은 또 다른 해당화의 이름임을 모르고

적었을 수 있었을 겁니다. 김영일 선생이 식물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나 쉽게

부르는 대표적 명사를 생각했을 테니 말입니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의 구절은

 

해당화가 붉게 피어나는 제주도의 어느 마을을 묘사한 내용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실제 찔레꽃이 아니라 해당화가 찔레꽃으로 바뀌어 불린다면

붉게 피어나는다는 말과도 사실 일치되는 대목입니다.

 

 

 

 

해당화 열매

 

 

그런데 실제로도

남쪽의 섬사람들 사이에서는 해당화를 큰찔레꽃 또는 홍찔레꽃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답니다.

 

남쪽나라 섬이 고향인 분들은 나이 많으신 어른들께 한번 물어보십시오

해당화를 보곤 찔레꽃이라 부르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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