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세상이야기

영화 '와일드(wild)'의 PCT 트레킹 그리고 버킷리스트의 열망

구상나무향기 2024. 1. 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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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은 본인 키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그렇게 4,300km의 먼 여정의 길을 나선다.

소위 PCT트레킹

 

영화를 보면서 궁금증이 일어 PCT 트레킹에 대해서 알아봤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은 미국 3대 트레일중 하나로 멕시코 국경(campo)에서 캐나다 국경(manning park)까지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총 거리 4,286km(2,666 mile)의 장거리 트레일이다. 완주까지 약 4개월~5개월이 소요되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숙영 및 취사도구를 이용하여 걸어서 진행해야만 하는 극한의 도보여행.

 

어마어마한 거리다.

평지도 아니고 산, 계곡, 사막, 눈길 등등을 오로지 스스로 숙영만을 통해서

이뤄내야 하는 전투적이자 야생적인 생존 기술이 동원되는 트레킹이다.

 

극한의 체력 + 정신력이 포함되지 않으면 사실 

이루기 힘든 여정이다.

 

 

 

 

 

 

 

 

 

하이킹은 가벼운 걸음이지만

트레킹은 먼 여정을 일컫는 말로 구분된다..

 

우린 대부분 트레킹이라 말하지만 둘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트레킹은 최소 50km 이상 일주일 이상의 먼 여정일 경우에 붙이는 용어.

하이킹은 당일이나 1박 2일의 짧은 거리일 경우 해당된다.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도 올레길을 쭉 이어가는 여정이라면 트레킹이고

그걸 짧게 잘라서 걷는 다면 하이킹이라 하는 것.

 

 

 

 

 

영화를 보면서 생기는 궁금증이 있다.

 

"왜"

 

여주인공은 왜 저런 엄청난 트레킹을 할 생각을 했을까?

사실 나 역시 100km 울트라 마라톤이나 170km 몽블랑 트레킹을 했을 당시와 

그런 감정과 심리 상태가 공유되는 것 같아서 넌지시 생긴 질문이었다.

 

도대체 왜 여주인공은 자신 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저런 험난한 길을 걷고자 다짐했을까?

 

내가 한 고역의 행위와 이 주인공이 걸은 트레킹과는

엄청난 거리감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만

 

의지와 집념의 돌출이라는 동기 부여는 똑같다고 여긴다.

 

하지만 내가한 100km라는 짧은 거리에 대한 완주는 사실 성취감에 대한 목적이

가장 큰 동기부여이지 삶을 돌아보는 계기 따위는 되지 못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여주인공은 PCT을 걷고자 했을 

그토록 강한 의지와 집념이 생긴 동기 부여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이유로 주인공은 그 먼 길을 걷고자 했을까?

 

삶의 두려움이나 외로움 그리고 미련과 아쉬움

그리고 도덕적 해이에 대한 자괴감 등등

 

다양한 이유로 그런 고행을 자처했는지 모를 일이다.

 

스님이나 사도인들이 고행과 수행을 자처하는

그런 숭고한 행위와 일맥 같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감정들, 살면서 생기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각성도 

동기부여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할 것.

 

그저 '완주'만을 위해 그런 엄청난 고행의 길을 선택하는 건 아닐 터이다.

 

 

 

 

 

 

여주인공 세릴은 가정생활이 불우했었고, 이혼의 사유가 본인의 엄청난 바람기 때문이었기에

전 남편에 대한 미안함, 매춘부와 같은 삶의 도덕적 해이, 아빠가 누군지도 모를 아이의 임신과 낙태,

헤로인에 찌든 생활, 엄마와의 갈등과 죽음 그리고 미안함 등

 

결국 이런 복잡 다변한 그녀의 부끄러운 과거로부터의 청산을 위해

선택한 것이 이 PCT 트레킹이었든 것이다. 스스로의 고행을 통해 각성하고자 PCT에 도전한 것이었다.

 

고행을 거듭하면서

그녀의 과거 생활이 적나라하 게 오버랩 되면서 영화 내내 과거사가 민낯을 품고 드러난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또 의문을 품는다

 

그럼 이 고행의 길을 걷고 나면

이 주인공의 삶은 다시 새롭게 바뀔까?

 

이 엄청난 고행을 해냈다는 타인에 대한 칭송이나 뿌듯함이나 성취감만이 목표였을까?

아님 이 수행을 통해 이 여주인공은 삶에 대한 특별한 성찰을 가졌을까?

 

 

 

 

 

 

 

 

 

사실 그 답은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세릴이 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위기 상황이 도래하는데

목마름, 날씨의 혹독함, 낯선 자의 두려움, 야생 동물에 대한 위험 등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굳건히 걷고 또 걷는다.

 

신발 한쪽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다.. 체념한 주인공은 한쪽의 신발마저 절벽 아래로

내 던져버리면서

 

그녀는 소리친다.

 

"FUCK YOU BITCH"

 

공허한 산속에 울러 퍼지는 소리였겠지만

그게 자신의 내면에 향한 울부짖음이 아니었는지 싶다.

 

영화 도입 부분에 이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곤 그녀가 PCT 트레킹에 

도전한 여러 과정들을 풀어낸다

 

 

 

 

 

 

 

 

여자 혼자의 힘으로는 사실 PCT 트레킹 완주는 쉽지 않은 어려운 일이며

실제 영화에서도 이러한 부분들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사실 험난한 4,300km의 거리를 걷는다는 게 가벼운 의식과 체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자신의 내면과 부딪쳐 이루려는 거대한

성찰의 힘이 없다면 이러한 엄청난 고행을 마무리하기란 애초에 어려운 일.

 

동기 부여가 단순히 완주가 목표였다면

어느 누구도 이 도전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악착같이 부여잡고 이루려고 하는 자신의 성찰이 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간접적 체험을 한 것이지만

내가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버킷리스트가 뜨올려진다

 

트레킹에 대한 갈망.

 

나는 이국의 멀고 먼 길을 동경했기에 뜨루 드 몽블랑을 걸어 완주했고

네팔의 히말라야 트레킹, 일본의 올레길, 일본 북알프스 종주, 중국 호도협, 동남아의 정글과 화산을 걸었었다.

 

이제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금 이런 이국적이고 낯선 길에 대한 열망이

살며시 지펴지는데 이 영화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올여름 나는 다시 꿈꾼다.

 

"나만의 길을 걸어 보자"

 

어디로 가볼까?

바다

아님 도심지

 

나는 도전할 것이고 나는 여행에 대한 재미를 삶의 끝간 데까지 이어갈 것이다.

 

사람들이 그러더라

살면서 후회하는 1순위가 "여행하지 못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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