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14회광주빛고을울트라100km마라톤대회

구상나무향기 2016. 6. 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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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더는 못 가겠다."

 

 

85km cp에서 목적지인 광주시청까지 남은 거리는 불과 15km.

 

여기서부터 광주천의 지루하디지루한 평지 길의 저주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후반부,

무기력감의 극치를 보여주는 마의 구간으로 악명 높다.

 

두 주먹 불끈 쥐고 마음 단단히 먹고 뛴지 불과 10분.

기력은 쇠하고 두 다리엔 쇳덩이를 붙여 놓은듯 속도는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설픈 런너의 독백은 그렇게

하릴없는 메아리로 흩어진다.

 

 

 

 

 

 

 

 

 

 

광주 대회는 이번이 3번째다.

2009년. 2011년 두 차례 뛰었는데 그때는 모두 제한시간이 15시간이었다.

 

2009, 06, 13 / 도착 16:20 (울트라 첫 대회)

2011, 06, 11 / 도착 15:01

 

 

그리고 오늘, 그때보다 지금이 더 기량이 나아져야 했거늘

더는 나아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제한시간도 16시간으로 1시간이 더 늘었지만

오히려 쇠락해진 기운만이 온 몸을 휘감고 있는 현실이다.

 

 

 

 

 

<포부와 폼은 당당하게>

 

 

광주대회는, 광주천~무등산~안양산 등

광주를 대표하는 청정지역을 오롯이 다 경험해보는, 반딧불이가 날아드는 천혜의 코스다.

 

코스가 주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은 뒤로하더라도

이 코스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하겠다.

 

바로 5.18 광주 묘역을 지나기 때문인데

이외에도 담양 소쇄원이나 무등산의 둘레 및 화순 곳곳을 누비게 된다.

 

 

 

<총 참가자 313명>

 

 

 

 

이번에도

졸음은 어김없이 덫을 놓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60km 지점으로 가는 길. 내내 비틀거리며 황금같은 시간을 다 낭비하고 말았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저장해둔 시간은 없고

정신이 들었을 땐, 남은 거리 만큼이나 반비례한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었다.

 

뛰고 또 뛰는 방법 외엔 달리 해법이 있을 수가 없는

땀으로 범벅된 뜀의 시간이었다.

 

70킬로에서 80킬로 사이엔 오르막도 왜 그리 많은지

너릿재니 방아재니 하면서 주자들의 발걸음을 내내 부여잡는다.

 

 

 

 

<배번에는 나만의 숨은뜻이 있다. 광주대회는 개인이 배번을 지정한다.>

 

 

 

 

그날, 정말 무더웠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땀으로 후줄근하게 적셔졌는데

대회 중,

정제 소금만 10알 이상을 삼켰을 정도로 탈수가 극심했었다.

 

전해질이 부족해지면 안되기에 정제 소금은 필수.

땀 흘리며 장시간 뛸 땐 물만 마신다고 해결 되는게 아니다.

 

6월인데도

어떤 여름 나절 대회보다 조건은 악조건이었다.

 

금방

비라도 올 듯 습도가 제법 높았다.

 

 

 

 

 

 

 

 

 

사실 이번 광주대회 출전은

오기와 집념이 부른 사고(?)였었다.

 

불과 한 달 전, 대전 대회에서 뜬금없는 위경련으로 포기하지만 않았다면

아마도 이 광주대회는 불참했을 것이다.

 

대회 후, 불과 1주일 만에 알프스로 험난한 여행을 떠나야 했기에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저것 생각도 없이 완주에 대한 미련을 떨추지 못하고,

집착과 미련 그리고 오기로 참여한 대회였었다.

 

결국,

'오기와 집착의 기량'이란 게 민망한 수준으로

그친 광주 대회의 기록이었다.

 

 

 

 

<실력은 어설퍼도 폼은 근사하게>

 

 

 

제한시간, 불과 3분을 넘겼다.

뻔히 알면서도 뛰질 못하고 걷기만 했으니 그만큼 힘들었다는 반증이다.

 

힘들고 힘들었다.

그렇기에 더욱 남들에게 말을 못한다.

 

"나 이렇게 힘들게 완주했어"라고 말하면

 

집에서나 동료들이나 모두 한결같은 답변으로 위로(?)해준다.

 

"그러게 그 힘든걸 왜 해"

"고생했다는 소리 하지도 마, 그러면서도 왜 뛰어"

 

딴은 위로랍시고 돌아오는 답변은 늘 한결같다.

 

옵션으로 듣는건

미친 놈 아니면 정신 나간 놈이었다.

 

그래서 어디 가서 힘들다는 말 조차도 못 한다.

 

혹여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오히려 딴청을 피우며

힘듬과 수고러움은 오롯이 혼자 앓이를 할 뿐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그 고통과 상처는 하소연할 수 없는 것이다.

 

 

 

 

<50km 지점, 땀에 절어 후줄근하다>

 

 

 

 

그래도 한 번 쯤은 격려 받고 싶다.

 

"잘했다고 훌륭하다고" 그리고

 

멋지다고 말이다.

 

누가 나한테 정말 수고했다고 말 한 번 해주라

나도 그런말 좀 들어보자

 

 

 

 

 

 

<간신히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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