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11회대전한밭벌100km울트라마라톤대회

구상나무향기 2016. 5. 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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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2012년 6월 태화강울트라마라톤, 그때 인대가 아파서 50km만 뛰고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한 번도 대회 중 중도 포기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한밭벌대회에서 기권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말았다.

 

울산태화강울트라, 인대 통증으로 50km로 주로 변경 실격.

경산무지원울트라, 37km 지점 폭설로 중도 포기.

서울불교108울트라, 100킬로에서 주로 이탈 실격.

영동곶감울트라, 45km 지점 부상으로 포기.

양양송이울트라, 60km 지점 시간 제한 중도 포기

 

지금껏 총 5번의 완주 실패가 있었는데, 이번 한밭벌대회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코스는 수풀지대 임도길 그리고 강변길 등 다양성 있게 연결되었으며

심지도 등산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난이도는 제법 높았다.

 

국내 최악의 코스로 이루어진 대회라며 호들갑 떨은 주최 측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직접 겪어보니 난감한 코스로 이루어진 한밭벌 대회다.

 

물론, 코스가 어렵다고 포기할 이유는 아니었다.

 

 

 

 

 

 

 

 

감기로 2주 동안 내내 고생을 했었다.

 

대회 당일까지도 감기 기운이 남아 있었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핑계지 그게 대회를 중도 포기한 사정의 전부는 아닐 지다.

 

컨디션은 늘 안좋았지만, 그래도 다 완주를 했고 보면

이번 중도 포기는 역시나 정신력 문제일 뿐이다.

 

 

 

 

 

 

 

 

70킬로 지점의 임도 길을 뛰고 있을 때였다.

 

뜬금없는 구역질이 나기 시작하더니

갑작스럽게 위장을 쥐어 짠다.

 

토사물도 없는 구역질이 계속 이어지며 주자의 체력을 밑도 끝도 없이

끌어 내려버리는게 아닌가.

 

마침 동료 주자의 배려로 위장약까지 먹었지만,

결국 제대로 뛸 수 없는 지경까지 치달았다.

 

뛰면 울렁거리고, 졸음에 겨운 신체는

포기 할 것을 시시각각 종용하고 있었다.

 

 

 

 

 

<어설픈 런너>

 

 

74km 지점, 장태산 자연휴양림을 넘어 올 즈음에

도저히 이 대회를 진행하기란 무리라는 판단을 하고 말았다.

 

오히려 다리는 아프지 않았지만, 위경련과 졸음의 두 장애물이

발목을 부여잡고 내내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한 발 한 발이 천금추요 만금추였다.

 

 

 

 

<52km 1CP, 제한시간 15분 남겨두고 도착. 입맛이 없어 물에 말아 먹었다>

 

 

 

사실 울트라대회에서 포기는 오히려 빠를수록 좋다.

 

억지로 참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지력을 실험하고 싶겠지만

아쉬움만 극복할 수 있다면 사실 고통을 최소화 하는게 맞다.

 

하지만 포기 후, 그 자책감과 미련은 사실 떨춰내기 어려운

감정이기도 하다.

 

 

 

 

 

 

 

 

누가 응원도 상도 도움도 주지 않는 울트라마라톤.

 

오롯이 내가 즐기는

'나만의 형벌'이지만 포기 할 땐 늘 아쉽다.

 

 

 

 

 

 

 

마라톤은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유혹에 넘어간 합리화를 외쳐대지만

결국 그건 포기 한 자의 어설픈 변명일 뿐이다.

 

결코

"그때 참고 갔더라면?"  물음에

선뜻 답을 하지 못한다.

 

 

 

 

 

 

 

다음 대회가 언제더라?

또 뛰면 되는거다.

 

주먹을 또 한 번 불끈 쥐어보며

의지를 되새겨 보는 나름의 교훈이다.

 

 

 

<5월은 숲으로 가자>

 

 

 

한밭벌대회, 솔직히 어렵긴 어렵더라

코스 난이도가 국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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