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일본 배낭여행기>/벳부·유후인

눈 내리는 유후인

구상나무향기 2016. 4. 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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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부역에서>

 

 

 

 

벳부를 지날 때만 해도 그렇게 눈이 내릴 거란 예상은 전혀 하질 못했다.

 

다만, 비가 오니 유후다께 산행이 좀 힘들지나 않겠냐는

생각만 했을 뿐.

 

 

 

 

 

 

 

이번에 뭔 삘이 느껴 졌는지 모르지만

4번이나 유후인을 찾게 한 그때의 모티브는 유후다께였다.

 

혼자서, 여름에 한 번

딸과, 가을에 한 번

가족과, 겨울에 한 번

 

봄을 제외하곤 각 계절에 맞춰 다 한 번씩은 걸어본 유후인이었다.

 

이번엔 유후다께를 올라보고자 찾은 4번째 방문.

유후인 숙박을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후인역에 내리니 눈빨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중국인 관광객 그리고 한국인 몇 명만이 신나는 눈구경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따뜻한 남쪽나라에 사는 탓에

하늘나라선녀들의 은덕(?)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던 차.

 

일본이었지만 만나는 눈이 제법 반가웠었다.

 

 

 

 

 

 

 

 

눈은 더욱 거세졌는데

사실 이 날과 다음 날은 그해 북큐슈에 최대 적설을 남긴 날이었다.

 

우리네 강원도 눈에 비하면 형편 없는 적설이었는데도

이들은 대폭설이란 용어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유후다께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내일 적설에 따라서 산행을 결정해야 했는데

 

결국은 집에 돌아가니 못 가니 하는 판에

산행까지 할 여유있는 팔자가 아닌지라 결국 다음 날은 귀국 전쟁을 치뤄야 했다.

 

 

 

 

 

 

유후인을 한 두번 온 것도 아닌데

뭐가 신기하겠나

 

그냥 눈 흘림으로 대충 흘려보고서는

마르코 샤갈 커피숍에 들어가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보았다.

 

 

 

 

 

 

여기서부터는 눈내리는 유후인의 풍경이다.

 

 

 

 

 

 

 

 

 

 

 

 

 

 

 

 

 

 

 

 

 

 

 

 

 

 

 

 

 

 

 

 

 

 

 

 

 

마르코샤갈 카페다.

갤러리라고 하는데 그림은 어디에 있는지 못봤고

 

창밖을 응시하며, 커피와 함께 제대로 된 낭만 좀 부려보았다.

 

 

 

 

 

 

 

 

 

 

 

 

 

 

 

 

 

 

 

 

 

유후인은 항상 건너가는 일정으로 잡았기 때문에

여유있게 머문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유후다께 산행을 위해 온 여정이기에

숙박까지 잡았던 탓에 급할게 없었다.

 

온천까지 즐기며 내내 유후인에서 낭만을 지겹도록

즐긴 그날의 큐슈 여행이었다.

 

 

 

<'몽'온천에 들어가 혼자서 신나게 즐겼다.>

 

 

 

 

여유있고 낭만있는 첫날을 보냈지만,

하늘나라선녀들의 눈시위는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결국 다음 날, 기차와 버스는 모두 올스톱되고 마는 사태가 발생되고 만다.

 

급기야 컨트리로드 쥔장이 손수 차량을 몰아

벳부역까지 태워주는 친절을 발휘해준 덕분에

 

그나마 손쉽게 돌아 올 수 있었다.

 

 

 

<유후인에서 벳부가는 고개길>

 

 

벳부 넘어가는 고갯길에 처박힌 자동차도 몇 대 보이는 게

벳부까지 가는 여정도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도대체 눈이 얼마나 많이 왔기에 기차가 멈출 정도일까?

 

 

 

 

벳부역 일대는 아수라장이었다.

 

가는 기차

오는 기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었다.

 

이 정도 눈에(그들은 폭설이라고 말하지만) 멈출 정도인지 정말 궁금할 정도인데,

 

강원도에서 무릎까지 빠지는 폭설에서도 기차는 멈춘 적이 없다.

우리 겨울에 눈 온다고 기차 멈춘다는 뉴스 본 적 있는가?

 

 

 

<야나기가우라역, 이곳에서 3시간을 하염없이 멈춰있었다>

 

 

 

어느 정도 진행한 기차는 결국 야나기가우라라는 이름 모를 간이역에서

멈춘 채 그대로 멈춰버렸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거 오늘 돌아갈 수는 있을까?

 

일정이 넉넉하다면 모를까 달랑 하루 남은 일정에

여객터미널까지 못 가면 귀국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셀카놀이, 3시간동안 좀이 쑤셔 죽는줄 알았다>

 

 

 

결국 다시 기차는 움직였다.

큐슈 지역은 눈이 잘 오질 않는 지역인데, 나름 내린 눈에 적당히 당황했는가 보다.

 

아님 그들의 재해시스템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국민성과 맞물려

기차가 멈춘게 아닌가 싶다만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눈보라가 몰아치긴 했지만 적설 상태로는 사실 발바닥 조금 덮을 정도에

기차가 그렇게 맥없이 멈춰 버리다니 말이다.

 

 

 

 

<차창밖 눈세상>

 

다행히 고쿠라에 무사히 안착해

저녁만 먹고서는 서둘러 터미널에 이동했더니 딱 제시간이었다.

 

여유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하루종일 눈과 전쟁을 벌려야만 했었다.(내가 싸운건 아니다)

 

 

 

 

 

 

딱히 별로 한 게 없는 여행이었는데

추억은 제법 많이 남을듯하다.

 

시간만 까먹고, 도대체 뭘 한건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

여행이란 다 그런 재미로 다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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