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일반산행기

내서환종주 30km(화개산~중리역)

구상나무향기 2017. 5. 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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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환종주, 지금까지 3번 도전했었다.


2번은 화개산에서 중리역(두 번 모두 11시간 20분)

1번은 중리역에서 화개산(9시간 20분)


이번 4번 째엔 화개산에서 중리역 방향으로 환종주를 해보았다.


어느 방향이든 어렵고 힘든 건 똑같지만

구태여 따져 본다면 중리역에서 화개산 방향 코스가 그래도 덜 힘들다.

 

그래서인지 화개산에서 중리역 방면을 나는 더 선호하는데

더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해 '나름의 만족'을 가져보기 위함이다.







신록이 가장 아름다울 시기가 딱 지금이다.

연둣빛 녹음이 산꾼의 감성을 최대로 끌어 올려주는 낭만의 계절.


바로 지금이 아닐지 싶다.


이럴 땐 떠나야 한다.

집에서 뒹굴 되는 건 죄악이라 여기는 가치관의 소유자.


새벽밥 먹고.

내서 동신아파트 화개산 들머리에 일찌감치 자리한다.




<화개산>




최근 이상하리만치 컨디션이 별로 안 좋다.

4월 1일 세종울트라마라톤대회를 무사히 완주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몸 컨디션은 오리무중.


영 개운하지가 못하다.


물론, 세종대회 때도 생각보다 좋은 기록으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대회 전엔 컨디션이 썩 좋지 못했었다.


사실 이번 산행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내내 걱정하면서 도전했었다.


결론은 오히려 예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하는

기염을 토했으니, 기량이나 실력은 예전에 비해 전혀 녹슬지 않았다.





<밤꽃 향기가 아주 찐한 덜꿩나무>



산중은 철쭉의 세상.

아마도 가장 이쁜 색들의 철쭉을 보았지 않았나 싶다.


힘든 줄도 모르고 화개산~광려산 구간을 소화했는데

이 구간이 10킬로 넘는 장거리다.

힘들기보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올랐으니 나름 컨디션이 좋았던 탓이다.


광려산까지 10킬로,

등산객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을 정도로 정말 한갓진 산행을 즐겼던 그날이었다.





<철쭉>




동신아파트놀이터~화개산~상투봉~광려산~대산~대곡산~무학산~중리역.


이렇게 마산 내서면에 위치한 산군을 전체적으로 둥그렇게 한 바퀴 돈다 해서

내서환종주라 하는데,


거리는 정확히 30킬로.

나 같은 어설픈 꾼들은 11시간이 걸려 완주했던 전력이 있는 고행의 길이다.






<어설픈 산꾼>




드디어 삿갓봉이다.

투봉을 넘어 광려산 가기 전에 있는 봉우리인데, 이곳에서 여항산 방향이 낙남정맥 길이다.


낙남정맥 방향은 대부산을 넘어 여항산까지가 10.7km.

여항산은 커다란 암벽으로 된 정상이기 때문에 멀리서부터 알아보기가 쉽다.

 

내서환종주 코스는 광려산으로 향하면 된다.

여기서 광려산까지는 지척인데, 내서환종주 1/3 지점이다.





<삿갓봉>



여기까지 1명의 등산객을 만났을 뿐.

정말 고즈늑하고 조용한 산행을 한 그날이었다.


광려산에서 대산까지 이어진 2.2km.


전체 구간 중 제일 지루하고 힘든 구간이 이 구간인데,

4번의 도전 중 매번 제일 지루한 코스였다.







장거리 산행을 하면 내내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가진다.


사색을 통해

때론 현명한 판단도 나오기도 하지만

때론 어떠한 생각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뒹굴대면서 나오는 사색보단 아무래도 고행을 즐기면서

생각하는 사색이 때론 좋을 때도 있다.


물론, 각자의 견해다.









세상사 고민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늘 고민의 연속이자 판단의 연속이다.


그 판단이 현명할 수도

때론 어리석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지금 증명할 방법은 없다.


다 겪어봐야 아는거 아니겠는가





<대산에서 바라본 무학산>




대산을 벗어나면 이때부턴 한결 산행은 수훨해진다.


쌀재에서 대곡산까지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그또한 잠시다.


무학산까지는 완만한 오름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급격하게 치고 오르는 구간은 이제부터는 없다.


그대신 길고 긴 능선 길이 산꾼을 맞이하는데,

무학산에서 중리역까지 5.8킬로에 이르기 때문이다.





<대곡산>



약수터는 내서환종주 30킬로 구간 중 딱 한군데 뿐이다.

바로 무학산 밑 안개약수터인데


무학산에서 시작한다면 약수터의 쓰임새는 별로 없지만

반대편 화개산에서 시작했다면 이 약수터는 그야말로 오아시스다.


1.5리터 생수병을 통채로 가방에 넣었다.

물을 적게 마시는 체질인데도 이 생수병 한 병을 다 마셨는데


5월 이후로 산행을 계획한다면 

물 많이 넣고 다녀야 할 것이다. 날씨 무척 덥다.




 

 

 

화개산~무학산까지가 24킬로.

버거울 정도의 지친 수준은 아니였다.

 

울트라마라톤을 하다보면 오히려 시간과 거리가 늘어날수록 더욱 기운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역시나 종반에 가까울수록 의지와 기운은 더욱더 불끈 솟아난다.

 

거리가 늘어날수록 쓰러지고 넘어질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다.

기운과 자신감이 더욱 넘쳐 난다면 믿을텐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진실이다.

자신의 머리 속, 자신의 신념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려 하면 안된다.

 

 

 

 



 


 

편협과 독선의 다른 이름 '고집'이다.

세상사 진리는 겪어보지 않은 자가 자기 판단으로 떠들어선 안 된다.

 

내가 해보지 않았다면, 해본 자의 경험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 주위엔 울트라마라톤을 해보지도 않은 자가

오히려 내보다 더 많이 아는 듯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의견은 피력할 수 있어도 고집은 안된다.

편하게 살고 싶다면 사람은 자고로 많은 사람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여긴다.

 

'내가 낸데' 하면 인생이 피곤하다.

 




 

 

 

 

이젠 하산 길이다.

줄곧 내리막이라 여기서부터는 거의 고속도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쭉 뻗은 일직선의 능선 길이

산꾼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거리는 5.8킬로지만, 1시간 정도면 다 내려올 정도로

속도를 낼 수 있는 코스다.

 

4번의 도전, 이 코스만 3번이기에 길을 잘 안다.

 

정상에 서서 5.8킬로의 먼 거리에 놀라지 않고

신나게 뛰어 내려왔다.

 

 

 


<이제부터가 재미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어느듯 지천명이라는 나이에 근접하고 있는데

"그동안 내가 뭘 했을까?"라는 거창한 주제를 따져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행복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할만하다.

 

답은 "그렇다"이다.

 

적어도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지 남이 나에게 만들어 주는게 아니지 않는가

 

내가 행복하면 된다.

 

그뿐이다.

 

 

 

 

 

 

 

 

 

 

 

부족하고 모자라기 때문에 행복이란 게 있다고 본다.

그걸 하나하나 채우고 만들어가는 게 행복의 과정이 아니겠는가

 

가진 것 없는 자가 정신 무장이라도 제대로 하고 살아야지 않겠는가

 

앞으로가 할 게  더 많은 나이다.

지나온 세월은 중요한 게 아니다.

 


 

<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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