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산행기/일반산행기

천성산 공룡능선~짚북재~상리천~주차장

구상나무향기 2017. 3. 6. 10:57
728x90


<공룡능선 들머리 모습>






천성산, 다양한 등산코스가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양산 일대에선 최고 眞山으로 자리 매김한 산이다.


개인적으로 이 천성산을 찾은 횟수로 따지자면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인데

그 이유는 단 한가지 야생화 때문이다.


이른 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곳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둘러메고 해마다 이곳을 찾았으니


15년 세월,

천성산 구석구석 안다닌 곳은 딱히 없을 정도다.










그러나 공룡능선은 예외다.


일단 이곳은 야생화가 없어 산행 자체만을 위해서 올라야 하기에

넘어간 회수가 많지 않다.


공룡능선은 개인적으로 2~3번 정도 산행한 적이 있었는데


할때마다 느낀 건 '정말 힘든 코스'라는 사실의 체험이었다.




<시작부터 오르막>





공룡능선은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공룡의 타이틀을 단 산은 곳곳에 있지만

그중 가장 험한 곳의 명불허전은 설악산 공룡능선이다.


공룡능선 이름의 시초가 거기서 시작되었기에

험함의 본보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악산 공룡능선은 험하지만 그래도 위험하진 않다.








천성산 공룡능선은 거리는 짧지만

공룡능선이라 부를 만큼 날등의 오름과 내림, 그리고 밧줄 구간이라는 위험적인

코스도 함께 어울러져있어 공룡능선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코스다.







<저멀리 밧줄이 보인다>





사나이 세명이 낑낑대며 이 밧줄구간을 소화하고 있는 장면이다.

뭐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나이들이라면 누구나 불끈 쥐고 오르면 넘어갈 수 있는 구간이다.


다만, 여성이나 고소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진땀 뺄 구간인지라


웬만해서는 공룡능선 산행은 자제하는 게 좋다.








이 밧줄 구간을 지나면

짧은 구간의 밧줄 2~3군데가 더 나타난다.


이후 날등의 오름과 내림도 극심해져 산꾼의 진땀과

간담을 서늘하 게 만든다.


천성산 공룡능선은 결코 쉽게 볼 구간은 아니다.









오름이 높아질수록 당연히 풍경은 압도적인 위엄을 드러낸다.

저 멀리 이름 모를 숱한 봉우리들의 산그리메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화엄벌늪의 천성산 1봉과

정족산의 풍만한 자태는 공룡능선에 서야만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천성산 제일미다.








힘겹게 오르고 내린 봉우리.


지나오니

더욱더 우뚝한 모습이다.


저런 봉우리를 휘감고 돌아오는게 아니라 바로 직등해야 하기에 공룡능선이 힘든 것이다.







나아가는 방면 좌측으로 정족산 능선 지세가

풍만하 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다.


사진과 같이

계곡이 깊지 않고 완만한 지세를 이루고 있는 산이 바로 정족산 자락이다.


하지만, 이웃한 천성산의 지세는 어느 코스를 타더라도

깊고 험하다.


특히 이 공룡능선은 명불허전이다.




<천성산 반대편, 정족산>






한발 한발 힘겹게 나아가니 어느듯 날등 봉우리가

저멀리 멀어져 있다.


저 뒷편 영축산 봉우리도 아득하기만 하다.









방심은 금물.

또다시 밧줄이 군데군데 이어진다.


힘 좀 쓰고 싶은 구간이 제법 많이 나온다.


초입보다는 다소는 쉬운 구간.

하지만, 여성들이라면 좀 식겁하겠다.









저 앞에 봉우리 하나가 시험에 들게 한다.

공룡능선은 봉우리가 우뚝하다 해도 돌아가는 코스는 없다.


다 직등해서 넘어가야 하기에

즐기면서 쉬엄쉬엄 넘어보자.


저 봉우리에서 밧줄 하나 정도를 넘으면

이젠 밧줄 구간이나 날등 봉우리는 짚북재까진 없다.


사실상 공룡능선은 다 이은 셈이다.

공룡능선은 2.9킬로에 불과하지만

짧지만 쎈 코스다.








어느덧 짚북재다.


천성산2봉과 내원사 그리고 중앙능선과 노전암으로 내려가는

사통팔달의 천성산 교통 요충지다.


천성산의 각 암자에 예불시간과 공양시간을 알리는

큰 북이 있었다고 해서 짚북재라 불렀다는 ~카더라 어원도 있고


원효대사가 이곳에 불법을 설파할 때,

북을 메달아 승려들을 모았다고 해서 짚북재라하는 ~카더라식 어원도 있다.





<짚북재>




여기서 노전암까지는 4.2km다.

노전암 방면으로 내려가 짚북재갈림길에서 영산대 방면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잠시 숨 좀 고르고 바로 엉덩이를 떨춘다.








어느듯 짚북재갈림길이다.

여기서 영산대 방면으로 나아가다 바로 능선을 타고 상리천 계곡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이 코스는

아주 오래 전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길이 거의 소멸하고 있었다. 등산로 표지판이나 이정표는 없다.







짚북재갈림길에서 영산대 방면으로 나아가다

상리천 계곡 방면의 능선을 치고 내려가면 노전암 가는 길과 만나게 된다.


등산로는 다소 희미해졌지만

나름 길은 찾기 수훨하다.


예전 이 길을 통해 역으로 올라온 적이 있어

이번에는 내려가는 코스로 이용한 것이다.





<영산대 가는 길에서 꺽어 내려가면 된다>




능선에서 약 30분 정도 신나게 내려오면

작은 계곡을 만나게 되는데 그 끝지점에 이런 폭포가 나온다.


나에게 있어 나름 추억을 간직한

그런 폭포다.


이름은 없다.

뭘로 지어볼까?






비 온 다음 날 찾아가면 제법 볼거리다.

웅장함은 없어도 아기자기한 매력을 선사하는 그런 폭포다.







야생화의 보고

상리천 계곡은 작년 태풍 차바에 의해 완전 쑥대밭이 되었다.


지형은 바뀌고 계곡은 사라져

생태계 자체가 아예 바뀌어 버린 것이다.


날벼락이었다.

어찌 이렇게 까지 훼손될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껴보는 장소다.





<태풍 때문에 황폐화 되었다>




그 와중에 꿩의바람꽃이 피어나고 있었는데

그나마 피해를 견딘 여린 몇 개체만이 간신히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마 적어도 앞으로 10년 .


너도바람꽃과 복수초가 활짝 피던

야생화 생태계가 풍성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피어나는 꿩의바람꽃>




노전암에 도착해서 살펴본 지도 간판인데

파란색 부분이 내가 내려온 코스다.





전체 코스






약 10킬로.

대략 5시간 정도 걸렸다.


내원사주차장~공룡능선~짚북재~영산대 방면~상리천 능선~노전암~주차장






산행 후, 통도사를 찾아 저녁 예불을 하러 갔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은 통도사다.


앞마당엔 흰색 그리고 붉은색의 매화가 절정의 꽃망울을 틔우고 있었는데

바야흐로 완연한 봄이 아닌가 싶다.







저녁 공양을 마치니 이윽코 저녁 예불을 알리는 북소리가 요란하다.

서둘러 예불을 위해 설법전에 들렀다.


108배의 고요한 의식속에

그렇게 봄의 주말은 사찰에서 익어가고 있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