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자연풍경

전남 구례 사성암과 섬진강으로 떠난 여행

구상나무향기 2010. 1. 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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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밑에 달린 풍경>

 

 

여행!

바쁜 회색인들에게 있어 쉽지만은 않은 시간의 투자다.

 

하지만 아는가 그 시간의 투자라는게 일체유심조에 의거한

자신만의 변명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뜻하면 떠나면 된다.

그리고 뜻한다면 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뜻에  이런저런 핑계를 붙인다.

그리곤 그 핑계속에 당연함을 부여한다.

 

여행!

뜻이 있다면 떠나면 그뿐이다. 핑계는 붙이지 말자

 

뜬금없는 여행!

예상하지  못했던 생경한 장소로의 여행!

 

발은 눈보다 빠르다고 했다.

여행의 묘미는 책에 있는게 아니라 발에서 나온다.

 

<눈덮힌 고향의 산> 

 

 

먼저 지리산 기슭에 있는 고향으로 먼저 떠나보았다.

 

태어나 시작하여 그리고 끝을 맺을 때 우린 자신이 온 곳을 향하는

회귀적 본능을 가진다.

 

여우도 죽을때면 자신이 태어난 굴쪽을 향해  머리를 둔다고 하지 않았든가

이를 수고초심이라 한다.

 

한국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수구초심 (首丘初心)'이라는 고사성어가 깊이 새겨져 있다.

고향을 그리워하고 자기의 근본을 잊지 않는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연어가 그렇고 송어가 그렇듯이 인간의 삶 또한 그리 다아 있는듯싶다.

 

 

 

<벌꿀 양식장으로 변해버린 고향의 집터>

 

 





고향 - 이시섭 시, 이안삼 곡

봄 깊은 저 산속에 두견새 슬피 울고
비 그친 맑은 하늘 무지개도 뜨는구나
어릴 적 뛰놀던 그 언덕 푸른 들판
스미는 달빛에 젖어 잠못 드는 이밤

이른봄 별빛 아래 두레박 긷는 소리
물동이에 별빛 담고 이고 넘던 노실고개
어릴 적 뛰놀던 그 언덕 푸른 들판
스미는 달빛에 젖어 잠 못 드는 이 밤

 

 

 

<고향의 폐허가 된 다른이의 집터>

  

지리산에 있는 유년의 흔적을 찾으러 떠난 시간이였다.

그곳에서 몇 해 살지 못했지만 그 터에 그리고 그 터에서 자란 시간은 고스란히

추억의 뇌리에 담겨져 있다.

 

몇 해 만인가 ? 기억도 나질 않을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잠시간 고향의 땅을 찾아보았다.

 

 

<한집만 살고 있는 고향마을>

 

사래 긴 논으로 품앗이간  지어미를 목놓아 울며 보채든 어린 간난쟁이!

시간이 흘러

그때의 지아비보다 한참이나 더 나이 들어버린 사내가 그 뜰 그 앞에 서 있다.

 

집은 없고 터만 남았다.

 

세월의 무상함!

 

언제인가 아마 내 딸도 이곳 이자리에 서 있으며 아빠와의 옛일을 추억할지 모를 일이다.

 

산천은 의구하고

세월은 두드러지되

사람만이 유한할뿐이다.

 

 

 

 

고향땅을 벗어나 뜬금없이 떠난곳이 구례에 있는 사성암이다.

 

사성암은

백제시대까지 그 역사가 올라가는 오래된 암자다.

 

천애단애 기암괴석 위에 지어진 특이한 암자이며

또한 암자에서 바라보는 섬진강 일대의 풍경이 아스라히 드러나는 천혜의 장소다.

 

 

 

 

입구 도로에서 부터 구비구비 양장길을 한참이나 올라야 갈 수 있는

험한장소에 위치한 사성암이다.

 

주민들이 통행요금을 징수하며 셔틀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데

잠시간 기다리면 버스는 금방 이용할 수 있을만큼 하루에도

자주 왕복 운행한다.

 

 

 

사진에 보다시피 깍아지른 수직 절벽에 암자를 세웠다.

단애에 위치한 약사전이 보이고 바로 그 옆에 지장전과 도선굴이 위치하고 있다.

 

 

<수직 절벽에 세워진 약사전>

 

국내도 이러한 절이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외감이 드는 암자다.

 

산모양이 마치 자라 모양 같다고 해서 자라 오자를 붙혀 鰲山(오산)이라고 하는데

그 오산 밑에 위치한 암자가 사성암이다.

 

 

 

 

사성암은 이름 그대로다. 네명의 성인을 뜻한다.

원효.의상.진각.도선 스님이 수도한 암자라 하여 사성암이다.

 

원래는 오산 밑에 있어 오산암이였다 하는데 위의 네분의 선사가 수도한후 사성암으로

불리웠다고 한다.

 

 

 

 

육칠계단 오르기전

속세마음 내려놓고

쉬엄쉬엄 올라가세

삼분찰나 정신일도

삼배합장 마음공양

지은공덕 영원하리

 

 

<육칠계단>

 

드라마 '토지'에서 주인공 길상과 서희가 불공 드렸던 암자가 도솔암으로 나오는데

그 도솔암이 바로 이곳 사성암이다.

 

약사전에서 바라보는 구례 풍경이 사뭇 절경이다.

때마침 날씨가 흐려서 시야가 탁했지만

 

맑은날 이곳에 서면 지리산과 섬진강의 조화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을듯 싶다.

 

 

 

 

사성암은 백제시대 연기조사가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지만 연기조사의 생존 시기와

어울리지가 않아 연기조사가 사성암을 창건했다는 신빙성은 없다.

 

사성암은 930년경 마애불상이 새겨진 연대를 추정해서 고려시대에  창건된 절로 추정되고 있다.

 

사성으로 거론된  도선국사는 신라말의 사람인데

시대적으로 보아도 도선스님의 생몰연대에 사성암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찰이다.

 

신라의 고승인 원효대사가 백제땅인 이곳에서 수도하기가 힘들며, 후대에 이르러

사찰의 위명을 알리기 위해 고승의 이름을 차용한 경우가 많은데 천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비역사적 진실이 이름에 묻어난 경우라 보면 되겠다.

 

따지고 보면 사성암 이름 자체가 허구다.

 

사성중 하나인 진각대사는 고려사람이다.

아마 고려시대에 세워진 사찰이니 진각대사만이 이곳에서 수도했을 가능성이 있을것이다.

 

 

 

 

원효대사가 말기에 손가락으로 조각했다고 알려진 마애여래입상이다.

아미타여래입상이 정확한 명칭이며 새겨진 추정연대는 대략 후백제라 한다.

 

사실 원효대사는 신라시대 인물이다.

 

사성암은 후백제 이후나 고려시대때 창건된 사찰로 추정되니 대략 잡아도 250년 이상 장수 하지 않고서는

원효대사가 사성암에서 마애여래입상을 조각했다고 말할 수 없다.

 

 

 

 

약사전 옆에 위치한 지장전으로 가는길이다.

길목 마다 계단마다 소원을 비는 기와불사가 즐비하다.

 

 

 

지장전에서 바라본 약사전의 모습이다.

 

 

 

귀목나무라 하여 800년 묵은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살펴본바 수종은 느티나무다.

느티나무는 오래 살고 또한 거목으로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에 800년 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지장전 옆에 산신각이 아듬히 세워져 있다.

 

 

산신각 옆에 도선굴이 있다.

 한사람 겨우 지나갈듯 좁은 틈이다.

 

 

굴안은 제법 넓다.

 

 

도선굴을 지나 바라본 섬진강 일대 풍경이다.

그날 눈이 오는 흐린 풍경이라 시야가 탁했다.

 

맑은날 이곳에 온다면 참으로 장관이겠다.

 

 

도선굴과 산신각으로 이어진 돌담길이다.

 

 

사성암을 지나 섬진강변을 달리니

눈이 펄펄 날린다.

 

차를 세우고 섬진청류의 맑음을 접하러 강가를 거닐어 보았다.

 

 

 

섬진강도 가장자리는 얼어 있다.

날씨가 제법 추운 그날이였다.

 

 

 

 

맑은 백사장 위로 흐린 눈구름이 잔뜩 몰려있고 있었던

그날 지리산의 여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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