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2011 제5회 영동곶감101km울트라마라톤대회 참여기

구상나무향기 2011. 10. 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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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대회는 세번 도전했다.

3년 이래 연속 도전한 결과 승률은 1승1무1패다.

 

2009년 첫번째는 부상으로 실패

2010년 두번째는 제한시간보다 9분 초과

2011년 세번째는 제한시간을 단 4초 남겨두고 아슬하게 완주했다.

 

그렇게 영동대회는 나에겐 고난과 열정을 같이 준 대회였다.

한번에 쉽게 이루어지는건 없다지만

3년간의 시간 동안 영동대회를 통해 얻어진 나 자신에 대한 성과도 상당하다 하겠다.

 

 

 

 

순천만 대회를 완주하곤 불과 2주만에 도전이라 사뭇 무리수를 둔 대회였다.

아직 농익지 못한 실력이라 짧은 회복기간에 또 101km을 도전하는건 사실 나에겐 무리였다.

 

어떤 열망으로 대회에 나간지는 사실 모르겠다.

쉬어야 했지만 결국 쉬지 못한 성급함은 어떤 '결정못할 정의'가 날 끊임없이 재촉하기 떄문이었다.

 

역시 시작부터

다리 부터 시작한 진통은 몸 구석구석을 아우성 치게 만들었다. 많이 괴로웠다.

 

"고통은 주자를 항상 유혹한다"

 

고수들의 가르침을 상기하며, 10km 부터 시작한 몸의 나태함을 억지 인내로 다스려 보니

한 고비가 그런데로 넘어간다.

 

그 후 의외의 달림으로 55km cp까진 제법 수훨하게 나아간 편이었다.

작년과 달리 제법 속도가 붙고 있었다.

 

 

 

 

최근 용두산공원에 가족과 함께 올라본 적이 있었다.

딱 30년 만으로 기억한다.

 

지금의 딸의 나이 때 용두산공원에 올라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 후 30년 세월 만에 딸과 함께 지금 저자리에 서게 되었다.

 

"격세지감"

 

변한건 사람뿐이었다. 강산이 적어도 3번은 변해야 했지만 실제 변한건 없었다.

 

국민학교 5학년의 어린 소년은

이제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버렸고 그의 손에 그때 그 소년만한 딸아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또 30년이 지나면 난 아마도 저 자리에 없을지도 모를일이다.

 

 

 

 

 

깊은 산중에서 홀로 비박을 해본적이 있는가 ?

 

칠흑의 어둠속에서 짐승 울음 소리를 들으면서,

떨어지는 낙엽소리와 부스럭 거리는 바람의 흔적에

 

귀가 곧두서고

온 신경이 날 선 듯한 자극의 시간이 되는 그런 경험을 말이다.

 

실제 해 보면 별거 아니다. 처음 경험하는게 힘든거다.

예전에 텐트속에서 자면서도 떨어지는 낙엽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랐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텐트 없이 비박하면서도 지리산의 깊은 산중을 견디니 그또한 격세지감이다.

 

세월은 흐를뿐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안 달라지면 변하는건 없다.

 

세상은 그대로다.

 

 

 

 

55km을 지나 70km 구간까지 수훨한 달림을 이어간다.

걷지도 또 뛰지도 않으면서 적당하게 시간 분배를 했었다.

 

페이스는 나름 흔들리지 않았고

몸 상태도 나름 좋았다.

 

도덕재와 도마령을 오를 때 한없는 졸음과 지루함으로 곤역을 치뤄야만 했지만

그또한 잠시다.

 

각 cp에 이르니 따뜻한 차한잔이 감로수와 같고

차가운 맨 땅이지만 달콤한 쪽잠의 장소가 되어 주기도 한다.

 

평소 떄 느끼지못한 아주 소박한 것들도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무엇보다

그저 견디어 주는 내 신체의 건강함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 또한 잠시

80km 이후 부터는 속도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고 시간에 비해 거리는 좀처럼 늘어가지 못했다.

 

해가 뜨자

체력은 다시 회복되었지만 순천만 이후 계속된 대회 출전으로 야기된 피로감은 

결국 후반 체력을 소진 하게 만드는 저주를 부린다.

 

직선 마지막 10km 구간은

'인내와인내'를 요구하는 참으로 끈질긴 승부사를 요구하는 마의 구간이다.

 

시간은 여기서 다 소진해 버린다.

아깝게 이끌어낸 지금까지의 시간을 말이다.

 

 

<해발 800m 도마령>

 

 

1km가 남았다.

사정은 작년과 동일했다. 작년에는 100km을 완주하고 탈진해서 오르막인 그 1km을 내내 걸어버려

결국 9분이라는 제한시간을 초과했었다.도저히 그 1km을 뛸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1년 후 사정은 달랐다.

뛰었다. 이를 악물고 그 오르막을 치고 올랐다.

 

"으...악....악...윽...."

아마도 온갖 괴성은 다 질러대며 그 오르막을 올랐든것같다.

옆에 주자들이 깜짝 놀랄 괴성이었다.

 

에너지가 필요했다.

작년에 포기하고 걸었지만 이번까지도 그럴순 없었다.

 

제한시간은 임박했고 나름 투혼을 발휘할 싯점이었기 때문이다.

걸으면 탈락이었다.

 

 

 

<100km 지점에서>

 

 

 


 

 

"내년에도 부탁합니다"

 

2년째 집필하는 원고가 있는데 내년에도 부탁한다는 메세지를 받고서는

이를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했던적이 있었다.

 

그래

항상 유혹은 있기 나름이다.

 

세월은 흘러도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달라지는건 없다.

 

옳다면 그대로,

틀렸다면 바꾸면 되는것이다. 

 

"내년에도 한번 해보겠습니다"하고

힘차게 말하고 나니 벌써부터 원고의 압박이 거세진다.

 

사실 100km 뛰는거 보다 책상 앞 괴로움이 더 크다.

 

 

 

 

 

단풍이 절정이라는데 이번주도 지리산으로 떠나볼까 싶다.

시간의 압박 없이 아주 여유롭게 말이다.

 

쫒김을 느껴봐야 '여유의 달콤함'을 알지 않겠는가

 

나에겐 소박하지만

남에겐 절실할 수 있는것이다.

 

내가 가진 그 무언가 중에서도

필경 '남에겐 절실한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는것도 있을것이다.

 

투덜대고 살지만

그걸 안다면 조금은 더 행복 해 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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