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규의 산과야생화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6회포항영일만울트라마라톤대회 100km 참가기

구상나무향기 2012. 5. 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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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지친 나날들을 보낸 지난 3~4월이었다.

복잡 다변한 스트레스를 극기한 봄의 낭만이었다.

 

스트레스 탓에 체중은 늘었고,

설상가상으로 다리 인대 부상까지 겹쳐 훈련량까지 매우 줄어들었다.

 

몸속 노폐물이 증가하는듯한 불쾌감에 사로잡힐 즈음에

선택한 나름의 탈출구가 바로 '포항영일만울트라대회'였다.

 

포항대회는 몇 번의 경험이 있는 대회다.

15시간 제한시간이 나름 버거운 대회지만 그래도 코스가 주는 무난함은 제한시간을

충분히 고려한 대회라 자평한다.

 

 

 

 

 

여전히 왼 무릎 인대는 나를 성가시게 굴고 있었다.

 

2월 비취울트라 대회 때는 30키로에서 포기했고, 4월 서울 '불교108울트라대회'는 아예 출전조차 해보질 못했다.

 

입금까지 하며 대회에 대한 기대치로 부풀었지만, 인대의 통증은 오히려 갈수록 심해졌고 결국

서울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5월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름 주저럽게 보낸 세월을 야속 해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온 50km 지점이었다.

 

결국 50km 지점에서 통증이 도진다.

진통제로 달랜 시점이었지만 또다시 한 알의 진통제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진통제의 복용 횟수는 더 늘었다.

효과가 거의 상실된 건 80키로 무렵으로 짐작된다. 그 때부터는 그냥 인내심으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힘내세요. 천천히 가시면 됩니다"

주최 측 자원봉사자의 격려에 절뚝대며 반 걷다시피 한 뜀박질로 겨우겨우 키로수를 소화하고 있었다.

 

 

 

 

그래도 컨디션은 좋았다.

체력이 없어 뛰질 못하는 건 아니였다. 다만 아파서 못 뛴 거지 에너지가 없어 못 뛴 건 아니었다.

 

아이러니다.

다리가 멀쩡해도 에너지가 없어 못 뛴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이번엔 컨디션은 좋은데 다리가 탈을 낸 것이다.

참 인생사 세옹지마라더니 마라톤이 그 인생사에 비유될 만한 이유다. 뭐든지 쉽게 다 되는 게 없다.

 

 

 

 

 

비틀대며 뛸 때 난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사실 맨날 뛰어도

뛸 땐 아문 생각이 없다. 백지상태의 머리속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때 당시의 사항만 기억한다. 온통 뛸 걱정이지 다른 생각은 들어오지 않는다.

눈앞의 고통과 목마름이 현실이었고 그걸 극복하려는 의지만이 가득한 시간이다.

 

뭔 거창하게 붙여대는 심오한 마라톤의 정신들은

안 뛰어 본 사람들의 소설 같다는 생각이다. 정작 뛰는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데 말이다.

모르지 ? 고수들의 머릿속은 또 어떨지 말이다.

 

 

 

 

고맙게도(?) 4분이 앞에서 서성대며 걷고 있었다.

같이 들어가자며 격려해주는 동료애에 따뜻함이 흐른다. 제한시간보다 다소 지체했지만

 

그래도 같이 걸어주는 동료가 있어  외롭지 않다.

마라톤은 혼자 뛰지만 ,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이

사회성이 없는 스포츠라면 참 외로울 것이다.

 

 

 

 

 

장경인대염

내가 앓고 있는 왼 무릎 통증의 정확한 원인이다.

 

상당히 오랜 세월 동안 나와 함께 한 마의 통증이다.

마라톤 런너들에겐 아주 반가운(?) 손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달고 있을 질환이다.

 

 

 

 

장경인대염 발생원인들

장경인대염이 잘 일어나는 것은 연습량을 갑자기 증가시킨 경우나 연습 후 잘 풀어주지 않은 경우이다.

  • 장경인대가 피로로 굳어있을 때
  • 엉덩이, 골반, 다리 근육이 굳어있을 때
  • 다리 길이가 다른 짝다리
  • O형 다리
  • 경사진 노면을 달릴 때
  • 뒤꿈치 바깥 부분이 심하게 닳은 신발을 착용하고 훈련했을 때

 

나 같은 경우 위의 3~4개가 포함된다.

 

 

 

 

 

인대 통증은 참으면 된다.

당장은 큰 탈을 유발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할 시간은 버겁다.

 

20km 구간을 이를 악물며 뛰어냈다.

고통을 감내하며 뛰어낸 그 시간들은 참 후련하고 속 시원한 시간이다.

 

결코, 어떤 성취감의 결과들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뜀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참자! 참으면 된다.

그게 마라톤이다.

 

세상사 참으면 안 될게 뭐가 있나...성질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잖은가..

 

 

 

 

 

 

신념은 목적지이며, 행동은 두 다리다.

목적지를 상상하는 비전이 필요하지만 도달하려면 두 다리도 걸어야한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신념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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