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9회광주빛고을울트라마라톤100km 대회 참여기

by 구상나무향기 2011. 6. 13.
728x90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3시간 안에 30km을 뛸 수 있을까 ?"

 

30km!

통상 하프거리인 21km는 제한시간이 3시간이다. 30km은 그기에 9km을 더가야 하는 거리다.

 

즉 3시간 안에 30km을 뛸려면 하프 속도 이상으로 뛰어야 완주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못 뛰어도 km당 6분 페이스를 초과하면 안된다.

 

 

 

 

울트라 70km에서 100km사이의 구간, 나에겐 마의 구간이다. 그 마의구간에서 다소 버거운 일이 벌어진것이다. 

70km 지점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하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단 3시간...

밤새워 정신없이 걸어 온 지난날의 과거가 한스럽게 느껴지는 포기의 타이밍이다.

 

이쯤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A. "뛰어봐야 탈락이야  이제 포기하자"

B. "아니야 완주라도 해야지 탈락이라도 끝까지 뛰자"

C. "지금부터 더 속도를 내면 제한시간 내 들어갈 수 있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

 

 

 

 

B을 선택해도 버거울것이다. 제한시간 외 완주로 민폐를 끼치게 될것이고

C은 더더욱 어려운 선택이다. 이미 이지경까지 왔다면 남은 시간안에 저 거리를 뛰기란 매우 버겁다.

 

시간은 촉박하고 거리는 멀다.

대충 뛰다가 포기할것 같으면 A의 선택이 옳을지 모른다.

 

某자는 포기를

某자는 악닥구니를 부릴 기로다.

 

 

 

 

과거를 슬퍼한들 뭔 소용이 있겠는가 후자를 택했다면 이젠 그 버거운 과제를 위해 뛰어야 하는 일만 남았다.

단내가 풀풀나는 폭풍질주만 남은것이다.

 

난 후자를 택했다.

사실 난 B가 어울리는 런너였다. 지금까지는 그래왔기에 말이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C을 선택하는 강수를 두었다. 내자신의 기량을 한층 더 뛰어 넘고 싶었고,

또 누군가에게 비칠 내 자신에 대한 대견함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과연 폭풍 질주의 결과는 어땠을까?

 

 

 

 

광주대회는 경험이 없는게 아니다. 내가 100km라는 울트라를 처음으로 접한 대회가 바로 이곳 광주다.

그때 제한시간 보다 무려 1시간20분을 초과해 꼴찌로 완주했던 경험이 있다.(2009년 6월)

 

그때는 코스가 남달랐다.

그때도 험했지만 뛰어보니 바뀐 지금이 코스 난이도로서는 오히려 더 험해진듯 하다.

 

광주대회의 코스는 평지.오름.숲길 그리고 임도길 또 비포장길까지, 

울트라 대회에서 뛰어볼 수 있는 길들은 다 섭렵할 수 있는 울트라의 종합판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것이다.

 

반디불이 여기저기 반짝이는 청정의 무등산길을 뛰는 매력은

아마도 이 대회가 가진 최고의 매력적인 요소일것이다.

 

 

<2009년 첫 100km 도전 대회가 바로 이 광주대회였다.>

 

칠흑같이 어두운 숲길을 반디불에 의지해 뛰는 런너가 되어 볼 수 있기에

광주 대회는 남다른 구석이 분명 있다.

 

무등산 주변으로 난 계곡에서 연신 차가운 공기를 내뿜는다.

시원하게 폐부를 정화 시키는 맑은 공기를 들이키는건 울트라 런너가 아니면 겪어 볼 수 없는 소중한 매력들이다.

 

하지만 반디불의 낭만만 있는건 아니다.

막판 10km은 지루하디 지루한 평지길을 뛰어내야만 한다.

그것도 태양이 작렬하는 그늘없는 터럭길을 말이다.

 

참으로 지루하고 아득하기만 한 막판의 달림질이다.

런너의 인내심을 극한까지 끌어 올리는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시험이 사뭇 전율스럽다.

 

 

 

<반디불이 날리는 무등산과 안양산을 뛴다>

 

광주 대회는 제한시간이 15시간인데

뛰어본 바 내같은 초보들에겐 16시간은 족히 되어야만 가능한 대회라 자평한다.

15시간 안에 뛰기란 정말 버거운 대회였다. 주최측에 침 튀기며 항변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한가지다.

 

"기량이나 더 키워.." 

 

 

 

 

 

뛰기전 먹은 음식이 체했는가 보다.

초반부터 토를 해가며 뛰었기에 시간은 다소 지체되고 있었다.

뜬금없는 토악질 때문에 초반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음이다. 시간은 당연히 지체 될 수 밖에 없었다.

 

50KM 지점쯤 식사구간까지 제한시간 7시간 30분. 턱걸이로 겨우 도착했었다.

시간 안배를 하기는 했지만 더 빨리 뛰진 못한것이다.

 

 

 

십수년쯤으로 기억한다.

지리산 종주를 그때 처음했던 기억이 있다.

 

다리가 너무 아파 끙끙대며 잠이 들었든것 같다. 그때 어머니가 다리를 가만히 주무르고 계셨다.

알고 있었지만 짐짓 잠든척 하며, 티내지 않고 그대로 있었든 기억은 나이가 들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젠 누가있어 내 다리를 주무를 사람이 있겠는가

하릴없이 뛰댕기다 생긴 그 상처 조차 어루만져 줄 사람이 내곁엔 있는가 ?

 

자신이 선택해서 받은 상처 조차도 어루만져줄 사람이 당신에겐 있는가 ?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당신 인생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다.

뛰면서 내내 생각해 본 그날의 무등산이었다.

 

 

 

 

폭풍질주는 90KM쯤에서 소강을 보인다. 이젠 힘이 없어 뛰고 싶어도 더는 못 뛰겠다.

걸음은 더디고 시간은 빨리간다.

결국 나자신을 다잡고 스스로를 제촉해 뛰고 또 뛰어본다.

 

온갖 인상을 피우며 뛰어가는 낮선 사람을 지켜보는 광주 시민들의

표정이 천차만별이다.

 

불쌍한 그리고 동정스런 그리고 한심하게 여기는...그리고 대단함과 존경함

그리고 두 주먹을 쥐어주며 화이팅을 외치는 시민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낮선 이방인들의 '고통의 축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에게 어떠한 감정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나자신은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극한 사정이었음이다.

 

 

 

 

"도대체 광주 시청은 어디 있는거야 " 하릴없는 독설은 광주천을 휘감는다.

피니쉬 지점이 아득하고 아득하기만 한 그때의 사정이다.

 

예전 태화강울트라 대회때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강 옆으로 난 자전거 길을 그렇게 정신줄 놓고 뛰어 간적이 있었다. 그땐 제한시간 1분여를 남겨놓고

간신히 결승점에 도착했었다. 마지막 평지길에서의 사투는 정말 인내심을 극한까지 끌어 올리는 지랄같은 코스다.

 

하지만 오늘의 광주는 15시간 대회다. 태화강 대회보다 1시간이나 짧은 대회에서 그런 악몽을 되살린다는건

반갑지 않은 복습이다.

 

머리속은 비었다. 백지 상태였다고 보면 되겠다.

30KM을 3시간만에 뛰어 오기란 나같은 초보에겐 커다란 도전이었다. 그것도 70KM 이후에서 말이다.

 

 

<온 에너지를 다 쏟아 부었다.>

 

 

지금 다리 상태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양호하게 회복되고 있다.

그런 폭풍질주를 했는데도 견뎌 주는 내 다리가 대견스럽다.

 

예전 같으면 인대 통증 때문에 제대로 뛰지도 못했었다.

항상 무릅보호대를 하는 이유가 그때문인데 이번 대회에서 그러한 현상도 발현되지 않았다.

 

결승점에 도착했을 때 난 그대로 뻗어 버렸다.

내 온몸의 에너지를 다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정말 정신없이 뛰고 또 뛰어본 그날의 광주 대회다.

 

도착시간은 15시간 01분

제한시간 보다 1분을 초과하고 말았지만 미련 없는 달림이었다.

 

 

 

 

후회없이 그리고 열정 깊게 뛰어 본 대회였다.

결국 C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포기는 빨리할 수록 좋다.

어설픈 반푼수가 사람 잡는거다.

 

하지만 때론... 한번쯤은... 악닥구니를 부려 보아도 좋을때가 있는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