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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마라톤대회 참여기

제5회 포항영일만울트라마라톤대회 100km

by 구상나무향기 2011.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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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불교108울트라마라톤대회 108km>

 


서울에서 불교108울트라마라톤대회를 치룬지 3주만에 참여한 포항영일만울트라마라톤대회다.

포항대회는 2009년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이 대회에서

50km에 참여해 너무나도 인상깊게 골인한 후 그때부터 자칭 울트라 매니아가 되었다.

나에겐 잊지 못할 대회가 바로 포항대회 인 것이다.

 

그때 그 기분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동안 경험 해 보지 못했던 2%, 그이상의 능력치를 깨닫게 해준 대회이자,

나에게 울트라라는 고통을 안겨준 마신같은 존재가 바로 이 대회였다.

 

울트라 멘토가 말한다.

 

"정신력은 체력에 기초한다." 

체력이 없다면 정신력도 발휘되지 않는다는 견해다.

 

두다리가 아파 걷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대회는 포기해야 한다.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게 있고 없는게 있다. 부상은 정신력 보다 우위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픔을 견딜 수 있는 체력적인 바탕이 없다면 울트라 자체를 즐길 수 없다.

아픔도 그리고 참음도 어느정도의 체력이 되어야만 가능한 거다.

 

체력이 부단없는 훈련을 기초로 하는건 인지상정이다.

끊임없는 노력과 경험이 필요함이야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지난 2년간 십여차례 울트라대회 완주와 그에 준하는  다양한 훈련을 했었다.

하지만 그 또한 경험자의 입장에서 보면 조족지혈의 성과에 불과할 것이다.

 

나름 노력한 결과

그래도 15시간 완주라는 성적표를 2년 만에 거머쥐었다.

빨리 뛰는자에겐 얼토당토 않는 결과치겠지만 나에겐 노력의 결과며 성과다. 

 

 

<2009년 제3회포항영일만울트라마라톤대회>

 

처음부터 빨리 뛰고자 노력했다면 사실 울트라 대회에 참여 하지 않았을것이다.

느림의 미학이 좋아 선택한 길이지만  '지난한 느림'은 결코 환영 받지 못한다.

'정도의 느림'만이 용인 되는게 울트라다. 마라톤은 '시간'이라는 숙명적 존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대회의 주로가 다소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대회의 난감함 까지도 바뀐건 아니였다. 코스를 뒤로 하더라도 울트라 대회치곤

쉬운 대회는 결단코 단 한대회도 없을것이다. 모두 어렵고 고되다.

 

70키로에서 75키로 사이, 눈을감고 길고 긴 도저히 끝나지도 않을것 같은 그길을 걸었다.

졸음이 와 견딜 수 없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아니 부족했다.

 

 

 

 

이 속도로 주저로움을 피우자면 제한시간 내 골인은 요원했기 때문이다.

두팔을 벌리고 환호하며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는 모습을 그려본다면 적어도 이자리에서 걸을 순 없다.

 

뛰자 !~ 졸더라도 뛰자..

 

아직까지 15시간 이내에 울트라를 완주 한 경험이 없는 본인이다.

항상 16시간 대회에만 집중한 탓도 있겠지만

역시나 경험치나 능력에선 아직 15시간 이내의 대회는 체력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자평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그런 기우를 씻어낸 기특한 대회다.

 

80km 지점에서 포항바다의 아름다움도 눈에 보였고

90km 지점에서는 제한시간 탈락이라는 다급함도 여유러움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날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음이다.

 

 

 

 

'패자의 게임'이라는게 있다.

이는 승자의 게임과 달리 실패에 의해서 판가름 나는 게임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승자의 게임은 고수들의 게임으로 각자의 능력치가 탁월하여

그 능력의 우월치로 승패를 가름한다. 국가대표간 선수들의 게임을 승자의 게임에 비교하면 된다.

 

하지만 패자의 게임은 자신의 능력치 보다는 상대방의 실수가 승패를 뒤집게 만든다.

결정적인 실수가 바로 패인이 되는것이다. 아마추어들이 하는 게임이다.

 

하수가 고수를 이길려면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 실수를 이기는 방법은 따로 있는게 아니다. 바로 훈련이다. 그게 바로 패자의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이다.

 

 

<장유마라톤과 두산마라톤클럽>

 

하지만

거창하게도 게임...운운하며 따질것도 없는게 마라톤이다.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하지 못하면 '성취의 달콤함' 보다 '쓴맛의 후회'가 뒤따르는 게임인것이다.

 

술마시고 뛸 수도 없고

놀면서 뛸 수도 없다.

 

마라톤은 정직하다.

방심했던 신체는 달콤했던 지난날의 과거를 쓴맛으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배짱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스포츠가 마라톤이다.

한걸음 한걸음 깨알같은 걸음이라도 쉼없는 질주를 일삼는 개미에겐 딱 맞는 스포츠가 마라톤이다.

 

 

 

 

 

하지만

개미가 되고자 하지만 언제나 마음은 배짱이가 되는게 현실이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30키로에서 40키로 사이의 구간은 나에겐 언제나 마의구간으로 통한다.

온갖 감언이설과 악다구니가 내 몸에서 발생되는 시간들이다.

평소 아프지 않던 장기의 고통들이 아우성을 토해 내는 싯점이기 때문이다.

 

 

 

 

몸은 적절한 거짓말을 해댄다.

진정한 아픔이 아닌 잠시간의 유혹이다.

하지만 그 유혹에 혹 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선 뜬금없이 오른쪽 발등이 아팠다.

겨우 참고 견디어 내자 60km 지점에선

이번에는 왼쪽 발가락들도 아프다고 소리를 치기 시작했었다.

 

진통제로 달래고 인내심으로 참아보지만 아픈건 아픈거다.

무릅 인대의 고통은 보호대를 항상 착용하는 선에서 달래주고 있지만

뜬금없는 발등의 고통은 난감함으로 다가온 그날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또한 잠시

80키로를 넘어서니 언제 아팠는지 모를 정도가 되어 오히려 뛰기 좋은 상태의 다리가 되어준다.

진정한 아픔이 아닌 잠시간의 유혹들인 것이다.

 

 

 

 

 

 

1,000km 이상을 뛰어낸 울트라 런너들에게 전해 들은바, 고통은 수시로 다가오지만 항상 몸은 그 아픔을

견뎌내어 준다고 했다. 진정한 아픔이 아닌 모두 유혹들인 것이다.

 

그래서 포기하면 안된다고 한다.

체력은 정신력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정신력은 경험에서 얻어 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혹을 견디는 정신력은 체력이 그 바탕이 된다.

 

'승자의 게임'을 만들어 갈려면 경험과 훈련이 없으면 안되는 일임을

그날 포항의 대회에서 알게 된 진실이다.

 

 

 

 

 

 

일체유심조라고 하지만 세상사 일들이 마음만 먹는다고 모두 해결 되는건 아니다.

살아봐야 아는거라고 누가 그러더라

 

너무 치열하게 살지말자

대충 눈 좀 감아가며 살아가도 누가 실패한 인생이라고 욕하지 않는다.

 

빨리 뛰어도 그리고 천천히 뛰어도

어차피 처음 뛰었던 그 장소로 맹렬히 가는거 아니겠는가...

 

 

 

 

발등의 파스를 아직 떼지도 않았는데도

슬그머니 다음 대회를 꺼적대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는가 보다...

 

아니 어쩌면 언제까지나 정신 못 차리고 헤매고 다닐지도 모를일이다.

포항 앞바다에서 그렇게 눈감고 정신없이 걸었던 그날의 시간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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