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곡산(土谷山), 양산 원동에 우뚝 솟은 악산으로 유명한 산.
"토하고 곡하면서" 오른다는 토곡산, 그만큼 엄살 부리기 딱 좋은 지세를 가진 산이다.
영남알프스의 유명한 산군들의 바깥에 위치해 딴은 외딴 산이라
여겨질 만도 하지만
천태산, 오봉산, 선암산과 더불어 원동에서는 꽤나 텃세 부리는 산 중 하나다.
암벽이 많은 험산으로 오래전부터 익히 유명세를 타고 있는
양산의 대표 봉우리 토곡산.
능선과 능선 사이 암반이 노출된 곳, 구비구비 널따란 낙동강의 지세와 수많은 봉우리들을
지켜볼 수 있는 수려한 조망을 가진 산이다.
토곡산, 오봉산, 선암산은 지근에 있는 산군들로서
함께 연계해서 산행하기에 매우 좋은 곳들.
천태산에 예전 산행하기 위해 지나가기만 했지
이렇게 산행하기 위해 이곳을 찾기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인의 러브콜이 있지 않았으면 이런 발 맛 좋은 산을 올라보지 못했으리라
토곡산은 예전에는 함박꽃(산작약)이 피는 산이라 함박산이라 불렀다 하는데
언제부터 토곡산으로 불렸는지는 알 수 없다.
정말 토하고 곡하면서 올라야 한다는
지인의 설레발, 오르면서 그 말에 넌더리를 내었다.
지장암 입구의 작은 주차장 안쪽 시멘트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작은 암자인 지장암 앞에서 왼쪽으로 틀어 용왕당 오른쪽 산길을 오르면
물맞이폭포와 마주하는데 물은 고사하고 폭포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의 빠짝 마른 폭포다.
여기서부터 오르막은 거칠게 시작되는데
정상까지 줄 곧 오름 짓이다.
토곡산 정상이 아늑히 보이는 지점.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토곡산의 진면목도 드러난다.
밑에서 보면 얕은 지세의 산으로 보일는지 몰라도
오르면 오를수록 점입가경으로 다가온다.
"야... 여태까지 이 산을 왜 몰랐을까"
나는 몇 번이나 찬사를 보냈었다.
좌.우측 정면, 어디를 보더라도 조망에 대한 보상은 높다.
이름도 모를 거대한 봉우리들이 곳곳에 솟은 거대한 산세를 마주하 게 되는 곳, 토곡산이다.
해발 고도가 높다고 험함의 격이 같지는 않다.
800m 남짓한 토곡산이지만 지세와 조망은 가히 명불허전.
밧줄 구간은 군데군데 몇 구간 나오지만
사실 험하지는 않다.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위험도는 떨어지는 편.
살짝 긴장도와 재미를 더해주는 수준.
밧줄을 타고 올라 그 단애의 끝에 서 조망을 즐기는 게 이 토곡산의 서정이다.
시작부터 내려가는 산이 어디 있으랴 다 오름부터 시작하지.
그런 당연한 맥락의 오름짓.
단애의 끝자락에 서 조망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정상이 다가온다.
뒤돌아서 보면 낙동강 넘어 구비구비 산그리매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참으로 마음에 드는 산이다.
우뚝 솟은 봉우리와 봉우리들
점점이 흩어진 다양한 산의 모양새가 제각각이다.
한 마리 새가 되어 창공을 날아 저 봉우리 마다 앉아 보고 싶은 욕망이 드는 곳,
토곡산의 단애 끝자락에서 즐기는 사색이다.
그날 바람은 차가웠다.
이제 겨울의 시작점인 양 동장군의 위세가 벌써 시작된 듯.
바람이 제법 사무친 그날이었다.
바야흐로 완연한 겨울. 이젠 몸도 마음도 겨울 채비를 해야 할 시기다.
다소곳한 오찬을 즐기고 서둘러 엉덩이를 떨춘다.
격한 오름짓에 허벅지가 아우성.
좀 쉬었더니 그제야 심장의 고동이 제 자리를 잡는다.
석이봉 능선을 타고 함포마을로 다시 내려가면 원점회귀가 되는 멋진 코스.
오름보다 역시나 하산은 즐겁다.
예측했던 그대로.
석이버섯이 많이 난 곳이라 하여 석이봉이라 했다 한다.
석이봉 능선은 함포마을과 원리마을(원동역)으로 내려가는 분기점.
두 마을에서 이곳을 통해 토곡산으로 오른다.
석이봉 능선은 매우 부드럽다. 맞은편 토곡산 오름 보다 훨씬 수훨한 편.
좌우로 깎아지른 바위 절벽 능선은 설악산의 축소판을 보는 듯해
토곡산을 천태산, 달음산과 함께 부산 근교 3대 악산이라 한다는데
그건 함포마을에서 오르는 토곡산의 일부 지세를 다소는 과장되어 부르는 거.
석이봉 능선은 전혀 그렇치 않다.
석이봉에서 한 차례 쉼을 하곤
함포마을까지 냅다 떨어진다.
뚜렷한 산길을 내려가면 예전 산불 난 지역을 만나고
오른쪽 능선으로 급하게 떨어진다.
석이봉에서 40여분 남짓 발품을 발면 그제야 함포마을회관에 내려선다
함포마을의 폐가는 곳곳에 널려있는데
이젠 사람들이 살지 않는 시골의 모습을 보여 주는 곳이다.
우뚝커니 오랜 세월을 지켰을 감나무만이 서 있을 뿐
인기척은 짜달시리 없는 조용한 마을이다.
7.7km, 5시간 30분.
여유로운 점심 시간을 포함해서 걸린 시간이다.
준족이라면 4시간이면 충분한 거리.
가까운 선암산과 연계해 종주하면 더욱 다채로운 재미가 있을 토곡산이다.
날씨는 차가워지고
시절은 코로나로 더욱 차가워진 세상이다.
"모이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
요즘 세태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
내 사는 시절에 이런 팬데믹을 다 겪어 보다니
코로나 피해서, 아니 사람들 피해 산으로 산으로, 숲으로 숲으로 다녀야 할까보다.
'산행기 > 일반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문북릉~운문산~천문지골중앙능선 (0) | 2020.12.07 |
---|---|
백운산~가지산~용수골 (0) | 2020.11.30 |
만추 칠갑산 산행, 칠갑광장~칠갑산 (0) | 2020.11.03 |
청수중앙능선~영축산~단조늪 (0) | 2020.09.28 |
구만산장~구만산~구만폭포 (0) | 2020.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