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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일반산행기

백운산~가지산~용수골

by 구상나무향기 2020.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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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입구, 호박소 주차장

 

 

"아우 추워라"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을 것이다.

 

영상 3도.

 

능선 위, 몰아치는 칼바람은 모자와 버퍼 등을 "단디" 챙기지 못하면

사달 날 정도의 위세였었다.

 

 

 

 

 

백호바위

 

 

 

조용히 스며든 호박소 주차장.

얼음골 케이블카 인근이라 유명세가 남다른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 + 겨울의 시작', 이 콜라보에 사람의 정적은

거의 없는듯하다.

 

그래도 하산할 즈음엔 주차장엔 차량과 사람들로 다소는 활기찬 모습이었지만

인근 식당은 썰렁하다 못해 한기조차 느껴질 정도.

 

사람들은 사람과의 만남을 반기지 않는듯,

날씨보다 더 추운 한기가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백운산 암릉길

 

 

백운산, 동명의 산이 국내엔 엄청나 게 많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높은 산은 광양 백운산.

 

이름의 뜻은 다들 같다.

 

백운산(白雲山), 산 위에 흰 구름이 끼어 있다는 뜻.

높고 아늑해 항상 구름이 머무는 곳이라는 백운산.

 

 

 

 

산행중 바라본 얼음골

 

 

 

국내의 수많은 백운산 중 가지산 아래 백운산은 사실 존재감은 떨어지는 편.

 

"영남알프스에도 백운산이 있었나?"

되뇌어 생각해도 백운산이라는 이름은 뜬금없었다.

 

20년 산꾼 머릿속 기억력에도 영남알프스 백운산의 존재감은 사실 희미했기 때문이다.

 

 

 

백운산에서 바라본 용수골과 진달래 능선

 

 

그러나 당연코 말하지만 국내의 많은 백운산 중, 아마도 이곳 만큼 암릉의 스릴과

으뜸의 풍경을 보여주는 곳도 드물 것이다.

 

여러 번의 로프를 타고 내리고

손으로 암릉을 부여잡고 하다 보면 천 길 낭떠러지 끝에 서게 된다.

 

그 단애 끝에 서 아찔한 사위를 조망하는 곳, 바로 백운산 터럭이다.

 

 

 

 

백운산 올라가는 철계단

 

 

백호바위는 맞은편 능동산이나 천황산에서

바라보면 더욱 형체가 뚜렷 한데

 

거대한 흰색 암벽이 병풍 마냥 둘렀다.

산꾼을 기함하게 만드는 엄청나게 거대한 규모의 암벽.

 

천황산 산행에서 

이 바위를 본적은 자주 있었지만 백호바위였는지는 몰랐다.

 

"암벽이 엄청나구나 저긴 어떻게 가지?"

라고만 생각했었다.

 

 

 

백호바위

 

 

나는 백운산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암벽이라면 억산과 문바위에 대한 바위 군락지에 대한 기억뿐.

 

사실 저 백운산의 백호바위 암벽을 본 건 

수차례였는 데도 왜 나는 이곳의 루트에 대해 생각지 못했는지 모를 일이다.

 

백운산, 영남알프스에서도 최고의 풍경을 선사하는 몇 안 되는 

바위 터럭의 명소. 추천의 명산이라면 절대 과언이 아니다.

 

 

 

 

백운산은 백호바위를 타고 오른다.

 

 

 

어설프나마 입 벌린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바위의 형상.

이른바 백호바위.

 

저 꼬리를 타고 올라와 몸통을 거슬러 올라 가면 백운산 정상이다.

 

 

 

능동산에서 바라본 백호바위.(인터넷 발췌)

 

 

 

백운산을 오르다 보면 오른편으로 내내 마주 보는 장면.

용수골과 진달래 능선.

 

"어느 쪽으로 하산할까"

 

용수골과 진달래 능선 두 곳 중 한 군데를 두고 하산하려 계획했었다.

 

결국 가지산에서 내려와 중봉까지 올라가기 싫은 귀차니즘으로

용수골로 하산.

 

시간은 진달래 능선보다 용수골이 더 걸린다. 거리도 500m 더 멀고 길도 나쁘다.

 

 

 

 

용수골이 짙은 음영으로 드러난다.

 

 

가지산과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바로 운문지맥이다.

 

백운산 정상에서 뚝 떨어져 힘겹게 고행하면

도착하는 데

 

마침 불어대는 칼바람에 정신없었다.

 

 

 

암벽 뒤로 운문지맥이 보인다.

 

 

백운산의 조망은 참으로 점입가경.

 

오른편은 가지산, 왼편은 운문산이 거대하 게 솟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얼음골 평원과 거대한 몸집의 운문산이

산꾼의 시야를 즐겁게 해 준다.

 

 

 

얼음골과 운문산

 

 

드디어 구름이 머무는 곳, 백운산 정상.

 

옛 정상석과 새로운 정상석이 나란히 서있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대는 정상엔 청명한 겨울 하늘이 걸려

하늘 한 번 시리게 맑았던 날이었다.

 

몇 명의 산꾼으로 소란스럽던 정상은 이내 곧 조용해진다. 

 

 

 

 

 

 

백운산 정상.

 

 

 

백운산만 딱 떼어내 산행도 가능하다.

 

호박소 주차장에서 백운산 정상을 찍고

호박소 계곡으로 하산하면 되는 데 군데군데 루트가 뚜렷하다.

 

능선으로 오르다 보면 우측 배틀바위로 내려가는 등산로도 뚜렷.

바로 용수골 입구인 제일농원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

 

 

 

 

 

 

정면 베틀바위. 백운산에서 하산하는 등산로가 곳곳에 있다.

 

 

절묘하 게 두 바위가 깨진 곳, 입석대라 불리는 바위다.

이곳에서 이제 운문지맥의 능선까지 가열찬 땀방울을 흘리며 오름 짓을 하면 된다.

 

이때가 아마도 산행할 때 가장 조용하고 몰입하는 시기가 아닐지 싶다.

나는 이러한 고행의 순간이 즐겁다.

 

이때만큼은 오롯이 산행에 집중하며 자연과 동화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백운산 입석대

 

 

드디어 능선에 도착.

길고 긴 오름에 한숨이 절로 난다.

 

대충 눈으로 보더라도 백운산에서 능선까지의 여정이

만만치 않아 보였는 데 역시나 땀방울로 진을 뺀 시점이었다.

 

 

 

 

능선에 도착하니 칼바람이 몰아친다.

 

 

 

백운산 자락에서 운문지맥 사이,  또아리 튼 뱀의 굴곡 마냥 틀어진 산세다.

이곳을 오르면 드디어 운문지맥의 능선.

 

거의 운문산과 가지산의 절반 지점이다.

운문산, 2.8km

가지산, 2.6km

 

매서운 칼바람이 그제야 폐부로 파고든다.

바람은 능선 왼편에서 불어대고 있었기에 오를 때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정면 봉우리가 백운산, 능선에서 본 백운산 산세

 

 

여기서 가지산까지는 고속도로 신작로 수준.

 

바람 없는 한갓진 곳을 골라

가벼운 정찬을 즐기고 곧바로 엉덩이를 떨 춘다.

 

맞은편 진달래 능선은 더욱더 부드럽게 다가오는 데

마치 부드러운 소 잔등의 위세다.

 

 

 

 

가지산 가는 길에서 본 진달래 능선

 

 

 

암벽이 군데군데 존재하는 가지산과 운문산 사이.

 

운문산에서 억산을 너머 가면 거기도 암벽이

병풍처럼 두른 거친 곳들이 더러 있는데

 

이토록 가지산과 운문산 자락엔 암벽과 암릉이 곳곳에

드러나는 우락부락한 악산의 면모를 보여준다

 

가지산만 하더라도 쌀바위와 가지북릉 암벽은 가히 명불허전.

어마어마한 고압적인 풍모의 암벽들이다.

 

 

 

가지산 곳곳엔 암벽이 많다.

 

 

정상에 사람들이 덕지덕지 붙었다.

그나마 휴일이라 산객들이 모여든 모습.

 

한파가 몰아치면

이곳은 늘 상고대가 피어나, 겨울 내내 흰색의 상투를 트는 가지산 정상이다.

 

이제 겨울, 상고대가 피어나 산객을 즐겁게 해 줄

시기가 다가왔다.

 

 

 

가지산 정상

 

 

 

코로나는 산속도 피할 수 없었는가 보다.

 

얼마 전 확진자 한 명이 이곳을 지나갔는 데 이곳 가지산장 주인장이 확진자 밀접 접촉자로 분리돼

자가격리되고 말았다.

 

정말 산속에도 사람은 피해야 할까 보다.

그 확진자는 단체버스로 왔다 하는 데 증상도 없었다고 한다.

 

 

 

 

해발 1,240m 산속에도 코로나는 덮쳤다. 문 닫은 가지산장

 

 

새로 세운 가지산 정상석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서둘러 옛 정상석만 찍고서는 서둘러 떠난다.

이곳도 코로나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아니기에 

 

별스럽 게 변한 세상이다.

고산의 산속에 와도 사람을 피해 다녀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가지산 정상.

 

 

호박소로 갈려면 밀양고개에서 용수골로 하산할 수 있고

중봉에서 진달래 능선을 타고 하산할 수 있는 두 가지 루트가 있다.

 

중봉까지 올라가는 수고스러움을 덜고자

그냥 밀양고개에서 용수골로 하산 결정.

 

사실 진달래 능선이 더 빠르고 짧다는 건 도착해서야 알았다.

용수골은 길이 거칠고 너덜지대가 많아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

 

특히 겨울엔 계곡의 볼거리가 거의 없기에 말이다.

 

 

 

 

밀양고개에서 용수골은 3.7km

 

 

시작부터 용수골은 너덜지대다.

무릎의 압박이 거셀 만큼 너덜지대는 넌더리가 날 정도로 거칠다.

 

거의 1km 이상이 너덜지대.

폴짝폴짝 뛰는 형국으로 너덜지대를 스틱을 부여잡고

건너뛰다시피 해야 하는 데 이게 제법 고역이다. 얌전한 길이 아니다.

 

무릎이 시큰 거릴 정도.

용수골로 선택한 걸 곧바로 후회했었다.

 

 

 

 

너덜지대가 끝나니 장승이 보인다.

 

 

 

장승이 있는 돌탑을 지나니 그제야 너덜지대가 끝나고

계곡 옆으로 이어진 한갓진 길이 드러나는 용수골.

 

이제부터는 좀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옆으로 계곡이 보이지만 그다지 위세는 없어 보인다.

 

겨울이라 그런지

용수골의 모양새는 볼품없었다.

 

 

용수골 계곡

 

 

길은 아래로 향할수록 널따란 길이 형성된다.

거의 다 내려온 시점, 곳곳 백운산으로 올라가는 루트가 보인다.

 

화장실이 나오면 드디어 하산은 막바지

이곳에서 구룡소 폭포로 가는 길이 열려 있고

 

능선 위로 백운산의 암벽이 고압적으로 보인다.

 

 

 

 

 

 

제일농원 주차장을 시작으로 용수골에서 밀양고개, 3.7km

진달래 능선에서 중봉까지, 3.2km

 

올라가는 길이라면 용수골도 나쁘지 않지만

가지산에서 내려온다면 진달래 능선이 더 빠르고 거리는 짧다.

 

 

 

 

제일농원에서 본 거리.

 

 

제일농원에서 도로를 걸어

아침에 올라온 백운산 등로를 찾아 들어가면 원점회귀가 된다.

 

백연사에서 울러 퍼지는 불경 소리가 아늑하기만 한 시간.

 

주차장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인근 식당엔 정적감이 감돌고 있었으니

다들 코로나의 공포에 시달리는 기색이다.

 

우리 또한 하산주도 없이 사우나도 안 하고 바로

집으로 직행했었다.

 

 

 

 

 

고산에 머무는 산장의 주인까지 격리시킨 코로나.

 

우리 사는 세상을 삭막하 게 만들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서로는 미워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코로나 시대, 어서 빨리 물러가기 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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