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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일반산행기

장유계곡~용지봉~굴암산~김해외고

by 구상나무향기 2019.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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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제봉이라 읽고 용지봉이라 쓴다>





용지봉, 장유 사는 사람들에게 동네 뒷산이지만

여타 '약수터 뒷산' 취급했다간 혼줄 나는 대표적 숨은 험산이다.


장유에 산지 어느듯 15년을 훌쩍 넘었다.

내가 지금껏 이 용지봉을 오른 횟수가 얼마나 될까?




<새로 생긴 대청계곡 누리길>




어디든 어떤 코스든 오르지 않았을 등로는 없다고

자부하지만,


용지봉과 불모산 그리고 굴암산의 수많은 등로 중엔

아직 미답지도 많다.


녹음이 우거진 시기엔

어느 코스로 올라도 짙은 숲의 밀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난이도도 만만찮은 곳, 바로 장유의 '동네 뒷산'이다.








<장유 대청계곡>





일주일 내내 먹고 또 먹은

후회의 시간으로 점철된 일주일.


배살 불룩 아재 감성이 제대로

드러난 후회의 지난날이었다.


특히나 영동대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온 현실이기에

이 난국을 돌파하려면 운동밖에 없음을 익히 아는 바.


그것도 다소 과한 운동이 필요한 상태였었다. 







<장유계곡주차장 우측 오르막>





이 암울한 지난날의 과거를 참회하기 위한

선택으로


.50km 훈련

.장거리 산행


두 가지 선택을 두고 고민하던 차


주말마다 급습하는

빗줄기탓에 뜀박질은 일단 내리 놓았다.





<숲은 안개로 가득>





비가 온다는 하늘나라선녀의 조언.


뜀박질은 비가 올 땐 상당한 무리가 오기에

우종주는 좋지 않다.


하여 쥔종일 비를 맞더라도 "이정도 쯤이야" 하는

용지봉~굴암산 코스로 가닥을 잡은거.











예전 여러 번 경험한 바가 있기에

코스에 대해선 아주 잘 안다. 거긴 눈감고도 다닐 정도의 수준이지만


코스는 절대 만만하진 않다.


특히 불모산 임도는 고행 수준일 뿐만 아니라

굴암산과 용지봉 급경사는 사뭇 위험하다.


거긴 동네 뒷산이라고 얕잡아 보다간

큰코다친다.





<용제봉 팔각정>




훈련을 위한 산행이기에

속도를 제법 내어봤다.


전날 내린 비에 수풀은 온통 물방울 투성이.

바지는 모두 적셔지고 등산화 안엔 물난리로 삐걱대고 있었다.


뭐 당장 퍼부을듯한 날씨탓에

우중 산행을 각오하고 올랐는 데






<쑥부쟁이>




"뭐야 비 안 오네"


사실 그랬다. 그날 온종일 흐리기만 했지

정작 비는 내리지 않았다.


컨디션은 그리 나쁘지 않아 50km 훈련을 했어도

충분했을텐데


하늘나라선녀들에게 짐짓 힐난을 하지만

지금 이 길도 고행의 길임은 똑같다.


사람 욕심은 이래도저래도 항상 부심을 부리기 마련이다.







<작년의 무점마을, 이제 이곳도 코스모스가 피어났다>






뭐 인생사가 다 그런거지

어찌 한치의 앞날을 알고 판단할 수 있겠는가


이러면 저렇고

저러면 이렇다.


다만  지금 이 여정이

부디 영동대회의 휘날레를 장식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준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사위는 안개 속.

더부룩한 불모산의 사위는 좀처럼 앞을 열어주지 않았다.


과한 습도로 땀방울이 연신 흘려대지만

지금껏 물 한 모금 조차 먹질 않고 산행했었다.


화산을 넘어 굴암산을 넘어갈 때도

나는 일절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산행을 종료했는 데


휴식시간은 당연 1분도 없었다.






<용제봉에서 상점령가는 길목>





많이 먹는다고 잘 뛰는 것도

그리고 산행을 잘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적게 먹고도

효율적으로 체력을 유지하느냐의 차이다.


운동 중이거나 운동이 끝났다 해도 의외로 배고픔은 크지 않아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되려 운동도 안하면서 하루종일 뒹굴거릴 때가

먹기는 더 먹는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의외로 덜 먹는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데 나도 덜 먹나?"






<고행의 임도>





상점령에서 군부대 화산 갈림길까지 임도로

5km가 넘는다.


내려오거나 올라가도 이 길은 정말 지루하다.


울트라마라톤을 뛰다 보면 오지의 고갯길을

렌턴 빛에 의지해 한없이 올라야 하는 곳들이 비일비재한 데






<흠뻑 젖었다>





지루한 무력감때문에

퍼져 길바닥에 드러누운 경우도 많았다.


한밤 오지의 고갯길,

단내가 풀풀나는 고행과 인내의 현장이자 곡소리 장소다.


그런 면역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이런 지루한 길을 걷는 연습은 필요로 한다.







<야생 길냥이>



이런 저런 상념끝, 드디어 화산 갈림길에 접어든다.

이곳에서부터 줄곧 지뢰지대 가장자리를 걷게 되는데


그중 절반은 낙엽송 숲이다.


숲은 온통 안개로 자욱한 데 신령스런 느낌마저 든다.

분위기가 사뭇 귀신스럽다.











화산 정상은 군부대가  들어서있기에

지도상엔 그 아래 낮은 봉오리를 화산으로 해두었다.


화산 정상에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리지만

실상은 조망도 없는 낮은 둔덕의 모양새다.


이제 굴암산부터 우측으로 내려가면

진해 웅동이고 좌측은 장유 신안마을로 경계로 이룬다.


의외로 등산로가 많고 지형도 가파른

곳들이다.











저멀리 일련의 무리들이 다가온다.

비 예보가 있는 꿉꿉한 날씨에 산행이라니 제법 꾼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가오니 다들

중년 여성들의 무리다. 7명 남짓한 데 단체로 올랐나 보다.


"이리로 가면 어디로 나와요?"


뜬금없는 질문에

난 어이가 없었다. 아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왔단 말인가?


"어디로 가시는 데요?"


등로도 확인치 않고 무작정 올라 온 아주머니들.

굴암산에 올랐는 데 하산하는 곳을 몰라 찾고 있었다고 한다.


조금 더 진행하면 신흥사 말뚝이 나오니 그리로 하산하면 진해 웅동이라고

알려주었다.










굴암산에서는 장유로 내려가는 다양한 루트가 있는 데


.관동삼거리

.신안마을

.김해외고


그중 김해외고가 가장 멀고 하산길도 미끄럽고 가파르다.


이번에 잘 가지 않았던 김해외고로

하산을 해보았는 데


이미 발바닥은 흔근히 젖은 상태라 내리막은 고역이 된다.

따끔거리면서 화끈거리고 있었다.


이 길, 제법 길다.


"아니 이건 뭐 뒷산이 지리산 같아"

라는 독백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때론 뒷산이 무섭다.






<운지버섯과 닮은 종류>




깊은 골짜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옹달샘은

그 역활을 하기에 충분하다.


오염원이 없으니 우리네 산중 약수터는 어디가나

마실 수 있지만


중국이나 유럽, 일본의 고산지대의

계곡물이나 샘터의 물은 석회가 많아 끓이지 않으면 마실 수 없다.


우린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 천지가 아닌가 축복 받은 땅이다.







<옹달샘>




진즉에 스며든 물방울로 발바닥은 화끈거리고

새끼발가락에 문제가 생겼는지 통증이 따른다.


우중 산행이 좋지 않은 이유다.

발바닥을 짓무르게 하기에


마라톤도 산행도

비 올 땐 조심해야 한다.











이제 다 내려왔다.

김해외고를 지나 아침에 주차한 장소로 찾아가면


산행은 끝난다.







<김해외고에서 굴암산 등산로>




김해외고 왼편에 자리한 들머리.


굴암산으로 올라가는 코스 중

가장 길다.


장유계곡~용제봉~굴암산~김해외고


장유를 한바퀴 돌아드는 코스로는

아주 손색이 없다.





<김해외고>




차량에 도착해

그제야 처음으로 물을 마신다.


6시간 40분 만에 처음으로 마신 물이다.

배고픔도 거의 없었다.


생각보다 짧은 거리라 나름은 아쉬웠던

그날의 산행.


영동대회에서 웃을 수 있어야 할텐데

걱정이다.










<휴식시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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