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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일반산행기

천문사~쌍두봉~천문봉~배넘이재~천문사

by 구상나무향기 2019.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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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사>





"천문봉에서 그만하자"


그날, 목표는 상운산.


그러나 거기 한참 못 미쳐 천문봉에서 "그만"을

외치며 그날의 산행 목적지는 급변경되었다.


이유는 시간 부족.


늦게 시작한 산행 시간이

화근이었다.











천문사에서 쌍두봉 코스는

예전 경험이 있었지만 기억은 이미 지우개가 싹 지워버렸나 보다.


역시나 명불허전.


천문사에서 시작해 상운산까지

끝도 없는 오르막을 올랐던 그때의 기억, 몽땅 까먹었다.








시작은 좋다. 호젓한 산길과 쓸쓸한 가을의 낭만이

잔뜩 묻어나는 서정의 길이다.


배넘이재까진 길이 무척 좋기에

산보라도 하는냥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정감있게 걸어가면 된다.





<쌍두봉 갈림길>





배넘이재 직전, 쌍두봉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비탈길 시작.


천문봉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인데

쌍두봉에서 이어지는 길이 그중 최고의 험로다.


오르막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데

암벽도 많고 전부 돌길이라 제법 성가시다.








<저멀리 상운산까지가 목적지였다>



배넘이재 직전 쌍두봉 갈림길은

오룩스맵에도 없는 길이다.


그런데 길은 뚜렷하고 짙고 이정표까지 세워져 있다.


오룩스맵이 놓친 길.




<오룩스맵에 없는 쌍두봉 가는길>




기차바위까지 신나게 오름짓을 했더니

땀이 바가지다.


개운하 게 치고 올랐더니 신체는 열을 더한다.


날씨는 '만추의 정오'답게

신선하고 시원했었는데


미세먼지 탓인지 하늘은 다소 뿌옇게 흐려

먼 풍경을 볼 땐 답답했었다.






<기차바위에서 한숨 돌리고>




맞은편 산은 지룡산이다.

그 유명한 운문사 사리암이 있는 산인데


복호산에서 시작해 지룡산 사리암까지

능선이 이어진다.






<맞은편 지룡산은 산행 내내 보인다>




능선에 접어드니 저 아래 상업지구가 한눈에 드러난다.


가을은 채색을 더해

짙은 가을빛을 띄지만 거의 대부분 참나무다.


화려한 단풍나무는 거의 없는

대부분 참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영남알프스다.


그래서 능이버섯 같은 참나무 밑에

살아가는 버섯류의 생산이 많다.






<참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산림>




여기가 쌍두2봉.

사실 쌍두2봉 이지만 이 바위 역시 엄청나 게 큰 바위다.


쌍두봉이 등로에선 도드라져 크게 보일뿐

실제 크기는 쌍두2봉이 더 커보인다.


도로에서 보이는 큰 바위덩어리가 바로

이 쌍두봉들이다.








쌍두봉 우측 위 봉우리가 바로 천문봉.

오를 때만 해도 저 봉우리에서 "그만" 할 줄은 생각 못했다.

목표는 상운산.


오전 늦게 시작한 산행,

동료의 상태에 맞춰 게획해야 했기에 천문봉에 도착하고선 "그만"을 외쳤다.










천문봉에서 바라본 상운산은

족히 2km가 더 되어 보이는 먼 거리의 봉우리.


"아이고 됐다마 오늘은 여기까지다"


동료의 탄식이 신음이 되어 울린다.


상운산에서 학심이골로

내려오면 서산에 해가 질 시간.


천문봉 높이가 1,038m.

어지간한 봉우리보다 높기에 여기를 목적지로 한다 해도 아쉬울 게 없을 산행이다.









천문봉 표지석을 누가 자꾸 훼손하는가 보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표지석 찾아달라는 호소문이

정상 부근에 달려있는데 왜 정상석을 훼손하는지 모를 일이다.


천문봉에서 우측으로 학심이골과 배넘이재로 가는 길이

열려있는데 우린 거기로 향한다.









능선을 따라 뚜렷한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낙엽이 두텁게 덥어 길이 잘 보이질 않아 하산 내내 고생이다.


조심조심해서 내려와야 하기에

신경도 곤두서고 발길이 조심스럽다.










학심이골은 분기점에서 좌측으로 향하면 된다.

잠시 고민하다가 배넘이재로 가기로 한다.


지금은 건기라 물이 없어 계곡의 풍미가 없을 시기라

더 멀고 험한 길을 구태여 내려갈 이유가 없어서이다.


배넘이재로 향한다.










"어라 저 능선이 왜 보이지"


배넘이재가 자꾸 멀어지는 게 아닌가.

배넘이재로 내려가야 하는데

갈수록 점점 더 멀어지고 있으니 분명 길이 어긋났다는 판단이다.


서둘러 맵을 살피니

역시나 헛발짓이다.


"돌아가자"









<배넘이재>



이 돌무더기에서 우측으로 향하면 배넘이재

좌측으로 난 길이 학심이골 시작 지점에 닿는다. 거기가 사리암 입구.


희미하긴 해도 길이 보여 배넘이재 가는 길인가 하고 걸었는 데

역시나 잘못 갔다.


왕복 600m 알바한다꼬 쎄가 빠짓다.




<돌무더기, 좌측: 학심이골 입구, 우측: 배넘이재>



드디어 배넘이재다.


아주 오래전, 이곳이 바다였는데

배가 넘어가는 길목이었다고 해서 배넘이재라 하는 전설이 있다.


배넘이재 너머에 배바위도 있는데

배를 묶어 두었다고 해서 배바위다.


구라는 어쨌던 시대를 막론한다.

그게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각색되었을 뿐.




<배넘이재>




천문사에 도착하니

북과 괭과리까지 동원한 야단법석이다.


지나가는 보살에게 물어보니

오늘 합동 제사가 있는 날이라고 한다.











쌍두봉에서 천문봉으로

돌아드니 약 6시간이 나온다.


느즉히 시작해 화끈하 게 산행하기엔

손색없는 산행지.


가지산유황온천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푸니 하루가 훌쩍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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